소설리스트

더 플레이어-95화 (95/258)

95화

[원정대 배분 시스템이 적용됩니다.]

[518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원정대 배분 시스템이 적용됩니다.]

[189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김창환을 죽임과 동시에, 우성은 눈앞에 두 개의 메시지가 떠오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내심 박윤성을 죽였을 때와 같은 어마어마한 포인트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원정대]라는 이름에 묶여 포인트를 배분하니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티 시스템보다 더 복잡하군.’

안현수나 다른 일행들과 함께 있을 때에는 파티라는 개념으로 경험치 포인트를 나눠 갖는 게 전부였다. 박윤성을 죽였을 때를 생각해 보면, 포인트에 관한 우선권은 플레이어의 숨통을 끊은 사람에게 있었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마지막으로 숨통을 끊은 플레이어에게 포인트를 상대적으로 많이 넘겨주는 모양이었다. 그 증거로 뒤쪽의 포인트보다 김창환을 죽였을 때 얻은 포인트가 훨씬 많았다.

‘그나저나 메시지가 두 개 울린 걸 보면…….’

김창환을 죽이고 얻은 포인트가 518포인트, 그 다음이 189포인트였다. 그렇다는 것은 천사 진영의 플레이어가 벌써 둘이나 죽었다는 것을 뜻했다.

하지만 이내, 상황을 잠시 둘러본 우성은 눈살을 와락 찌푸렸다.

“이쪽 피해도 만만치 않네.”

우성은 지체 없이 가까이 있는 천사 진영 플레이어를 향해 달려들었다. 천사 진영의 피해도 7명 중 2명으로 적다고 볼 수 없었지만, 원정대는 한 눈에 보기에도 그 배는 넘게 죽은 것이다.

우성과 에든, 안현수가 합류하자 전황은 금세 기울었다. 특히 에든은 홀로 천사 진영의 플레이어 한 명을 막아낼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우성과 안현수 역시 합공을 펼치자, 천사 진영 플레이어 한 명을 상대할 수 있었다.

세 명의 합류로 순식간에 남아있던 다섯명 중 두 명의 손발이 묶이자 천사 진영 플레이어들이 속수무책으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남아있던 천사 진영의 플레이어들 중, 한 명이 추가로 목숨을 잃었을 때였다.

“씨발! 후퇴, 후퇴 해!”

“일단 튀어! 뒤쪽으로 도망쳐! 이 새끼들은 나중에……!”

우성, 안현수와 상대하고 있던 플레이어가 버럭 소리치며 뒤로 몸을 내뺐다. 그는 도적 계열의 플레이어인 듯, 민첩한 몸놀림으로 우성과 안현수로부터 거리를 벌렸다.

도망을 치려는 플레이어를 우성은 집요하게 따라붙었다. 하지만 한 번 도망치기 시작한 플레이어, 그것도 민첩 스텟에 특화된 도적 계열의 플레이어를 잡기란 요원했다.

결국 붙잡은 건 에든과 상대하고 있던 플레이어 한 명과 다른 플레이어들을 상대하고 있던 한 명의 플레이어였다. 원정대는 우성과 안현수, 그리고 다른 플레이어들의 활약으로 순식간에 남아있던 두 명을 제압했다.

적지 않은 포인트를 획득했다는 메시지가 울렸고, 에든은 잠시 머리에 흐르는 땀을 닦아냈다. 다른 플레이어들 역시 꽤 지친 듯했다.

“피해가 크군요.”

잠시 주위를 둘러보던 에든이 침통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주변에 널브러져 있는 시체의 대부분은 원정대의 플레이어들이었다. 저들 중 천사 진영의 플레이어는 고작 다섯이었다. 그 배가 훨씬 넘는 시체들은 모두 악마 진영 원정대 플레이어들의 것이었다.

에든은 조금만 더 수고해 달라는 말과 함께 천사 진영 플레이어들의 시체를 한데 모을 것을 부탁했다. 총 다섯 구의 시체를 빼내자, 남은 시체는 모두 13구였다.

원정대 29명 중, 13명이 죽고 16명이 살아남은 것이다. 거의 수적으로 반 토막 난 원정대원들의 수에 에든이 고개를 숙였다.

“피해가 크군요.”

“어쩔 수 없죠. 천사 진영 플레이어들의 수준이 너무 높았으니.”

가까이 다가온 우성이 에든의 어깨를 잡고 그를 위로했다. 직접 천사 진영 플레이어들을 상대해본 만큼, 우성은 그들의 실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알 수 있었다.

7명 중 그저 그런 수준의 플레이어만 하더라도 우성과 안현수 두 명이 달라붙어야 간신히 붙잡아 둘 수 있을 정도였다. 다른 이들은 그 정도만 하더라도 대단하다 하였지만, 직접 상대하던 입장에서 우성은 몇 번이나 위험한 고비를 넘겼다.

특히나 김창환의 경우에는 사실 아예 상대가 되지 않는 게 사실이었다. 김창환이 방심하였고, 에든의 합공과 안현수의 기습이 있었기에 빠르게 제압할 수 있었다. 만약 초반에 김창환을 빠르게 제압하지 않았다면 전황이 어떻게 돌아갔을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박윤성이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원래라면 천사 진영 플레이어들 사이에는 박윤성과 다른 두 명의 플레이어들까지 함께 있었어야 했다. 박윤성의 단독 행동 때문에 그가 밖으로 빠져나와 설치다 볼락에게 죽었기에 7명이 남은 것이다.

만약 박윤성이 돌발행동을 하지 않아, 이곳에 그를 포함한 10명의 천사 진영 플레이어들이 남아있었다면?

상상도 하기 힘들었다. 백골렘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런 상황이었다면 우성은 이 자리에 단 한 명의 원정대원도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대체 다음에는 뭐가 기다리고 있을지…….”

“걱정은 나중에 하고 일단 천사 진영 플레이어들의 시체부터 뒤져 봅시다. 혹시 귀속 주문서가 발라져 있지 않은 장비가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맞는 말이었다. 이 정도 수준의 플레이어들이라면 걸치고 있는 장비도 나쁘지 않을 터. 귀속 주문서가 발라져 있지 않은 장비 하나만 건진다면, 꽤 대박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천사 진영의 플레이어들의 장비를 뒤져보았지만 ‘대박이다’라고 말할 만한 아이템은 몇 개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장신구 종류의 장비 몇 개가 귀속 주문서가 사용되어있지 않았는데, 그럭저럭 쓸 만한 정도였다.

“이 부츠나 팔찌는 천 골드 조금 못 받겠군요. 투구는 아무래도 500골드도 못 받을 것 같고…….”

“아쉽네요.”

“어쩔 수 없죠. 쓸 만한 장비는 아마 귀속 주문서가 발라져 있을 테니까요. 그림의 떡이죠, 뭐.”

천사 진영 플레이어들의 시체를 보며 에든이 아쉽다는 듯 중얼거렸다. 당장 김창환이 들고 있던 대검만 하더라도 보통 무기는 아닌 것 같았는데 말이다.

“잠시 정비하도록 합시다. 피해가 크고… 놓친 세 명의 천사 진영 플레이어도 그렇고, 이 다음에 뭐가 나올지 알 수 없으니까요.”

이제 고작 두 번째 던전에 들어왔을 뿐인데, 벌써 절반이 넘는 사상자가 나왔다. 앞길이 깜깜해 에든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

“허억. 허억.”

도망친 천사 진영 플레이어 카치로는 힐끔힐끔 뒤를 돌아봤다. 혹시라도 악마 진영 플레이어들이 쫒아오지 않을까 싶었는데, 다행히 더 이상 쫒아오는 플레이어는 보이지 않았다.

함께 도망치기 시작한 세 명의 플레이어들 중 두 명만이 살아남았다. 이만하면 많이 살아남았다고 볼 수 있었지만, 암담한 결과라는 것만은 달라지지 않았다.

“시발! 젠장!”

짜증이 물밀듯 밀려와 카치로는 애꿎은 벽을 두드리며 욕설을 내뱉었다. 다른 두 명의 플레이어 역시 지금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 듯, 한숨과 함께 벽에 몸을 기대었다.

“이게 어떻게 얻은 퀘스트인데… 박윤성 그 새끼 때문에!”

애초에 박윤성 덕분에 얻은 퀘스트이기도 했지만, 그의 단독행동 때문에 일이 이렇게 된 것임은 부정할 수 없었다. 박윤성만… 아니, 그와 함께 있던 다른 두 명의 플레이어만 있었다면, 그런 허접한 플레이어들에게 이렇게 어이없게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대로 퀘스트는 실패인가?”

“미쳤어? 여기에 쏟은 시간이 얼만데 이제 와서 포기해?”

한 동료 플레이어의 중얼거림에 카치로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하긴, 그의 말대로 이 퀘스트에 쏟아 부은 시간이나 퀘스트 완료 보상이나 도저히 포기할 수 없는 것이었다.

“퀘스트 완료 조건은 저 놈들을 막는 게 아니야.”

“그건 그렇지.”

엄연히 말해 퀘스트 완료를 위한 조건은 어떤 물건의 완성이었다. 그리고 그 물건이 완성되었을 때, 그들은 그 물건을 얻기로 되어있었다.

그리고 그 물건의 완성을 위해 준비된 장치는 고작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백골렘과 자신 플레이어들, 그리고 그 다음에도 또 다시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었다.

“설마 그 새끼들이 마지막까지 통과하지는 않겠지.”

“……하긴. 그렇다고 이대로 있을 거야? 그건 미카엘과 한 약속이 아니지 않아?”

대천사 미카엘과의 약속.

아니, 그것은 계약이라고 할 수 있었다. 결코 어길 수 없는, 어기는 순간 퀘스트 완료 보상은 저 멀리 물건너 가고 만다.

그런 만큼 카치로를 비롯한 그들 천사 진영 플레이어들은 이대로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악마 진영 플레이어들을 향해 덤벼들기란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다른 놈은 몰라도 그 에든이라는 2회 차 플레이어. 그 녀석이 문제란 말이지.’

과연 2회 차 플레이어답게 에든의 실력은 제법이었다. 2회 차와 3회 차, 상위의 플레이어들로 이루어져 있는 천사 진영의 플레이어들과 비교해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 실력자였다. 그와 다른 두 명의 이름 모를 플레이어의 합공으로 순식간에 김창환이 목숨을 잃지 않았던가.

더군다나 그의 옆에 있는 다른 플레이어들 역시 실력이 낮다고 평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플레이어들 역시 대부분이 3회 차, 혹은 4회 차의 플레이어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우성만 하더라도 3회 차 플레이어에 거의 근접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고, 안현수는 어지간한 4회 차 플레이어보다 낫다. 더군다나 플레이어들간의 조합도 악마 진영의 플레이어가 훨씬 우세했다.

“뒤로 돌아간다.”

“뒤로?”

“내 직업은 암살자잖아. 애초부터 이 싸움은 나랑 맞지 않았어.”

카치로는 단검을 꺼내 보이며 매섭게 눈을 빛냈다. 암살자 계열의 플레이어는 전면 승부에서 실력이 반감된다는 의견이 정석이었기에, 다른 플레이어들도 거기에 이견을 달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무리는 무리였다.

“그러다 걸리면 너도 개죽음 아니냐?”

“누가 우리끼리 하재?”

카치로는 바로 뒤에 멀리 보이는 문 하나를 보며 말을 이었다.

“저것들과… 함께 해야지.”

**

플레이어들의 시체가 사라지는데 걸리는 시간은 아포칼립스에서의 하루, 24시간이다. 그 시간이 지나기 전까지는 플레이어의 시신에서 습득한 물품들을 노획할 수 있었고, 그것을 습득한 플레이어가 소유할 수 있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존재하는 물품이 바로 ‘귀속 주문서’였다. 귀중한 장비에 주로 사용하는 이 주문서는 사용한 장비에 한해 24시간이 지나갈 경우, 시신과 함께 로그아웃된다. 그리고 닷새가 지나 플레이어가 접속할 때, 다시 플레이어에게로 돌아가게 되어있었다.

원정대는 악마 진영의 플레이어들의 시신은 건드리지 않았다. 파티는 물론이고 아포칼립스에서는 원정대의 시신은 건드리지 않는 게 매너였고 불문율이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파티나 원정대라는 개념에서 뒤통수를 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를 지키지 않는 비 매너 플레이어, 혹은 살인마 플레이어가 종종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원정대는 던전에 들어와서 제법 많은 수확을 챙겼다.

첫째로, 수십 개의 천사의 날개였다. 천사의 날개는 하나하나가 오백 골드를 가뿐히 호가하는 재료 아이템이었다. 그런 재료 아이템이 수십 개이니, 벌써 수만 골드의 수확이 확정되었다고 볼 수 있었다.

두 번째로 백골렘의 핵이야 말 할 것도 없었다. 하나가 오천 골드 이상을 가뿐히 넘기는 재료 아이템이었다. 앞의 두 개의 수확물에 비하면 다소 가치가 낮다고는 하나, 천사 진영 플레이어들의 시신을 털어 얻은 장비 아이템들 역시 한데 모아보면 5천 골드는 족히 되었다.

“이대로 무사 귀환할 수만 있다면 정말 좋겠군요.”

에든은 또 다시 눈앞에 보이는 문을 보며 한숨을 푹 쉬었다. 제발 다시 나타나지 않았으면 했던 방이었건만.

깊은 한숨을 쉬는 에든이야 어쨌건, 우성은 또 다시 문에 그려져 있는 그림을 바라봤다. 앞서 방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번 문에도 역시 제법 정교하게 그려진 그림이 새겨져 있었다.

‘이건……?’

그림을 확인한 우성의 눈이 화등잔 만해졌다.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천사들과 대천사들.

그리고 그와 마찬가지의 악마들과, 거대한 뿔을 가진 수십의 악마들.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마검 아포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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