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플레이어-70화 (70/258)

70화

[제목 : 등장한 마검의 순위와 가격. ps ? 마병과 마갑]

- 우선 아포칼립스 내에서, 그리고 악마 진형에서 마검이 가지는 상징성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다.

천사 진형의 성검과 정 반대이며, 각 진형을 상징하는 무기라는 점에서 마검은 이른바 ‘악마 진형의 힘’을 대변하는 하나의 증표라고 할 수 있다. 플레이어들의 수 역시 각 진형의 힘을 나타내는 기준이 될 수 있지만, 그와 함께 악마 진형의 힘을 나타내는 표시가 바로 ‘마(魔)’라는 최고 등급의 표시가 붙어 있는 아이템인 것이다.

물론 마(魔)라는 글자 외에 신(神)이라는 최고 등급 아이템 표시가 있긴 하지만, 이 등급에 관해서는 천사 진형과 악마 진형 사이에 경계가 없다. 즉, 양쪽 진형에 동일하게 나타나는 아이템이라는 점에서 구분 짓기가 모호한 것이다.

현재까지 나타난 천사 진형 성검의 개수는 총 12개가 있고, 악마 진형에는 11개가 있다. 아쉽게도 악마 진형이 천사 진형에 비해 하나 부족하지만, 신(神)등급 무기는 악마 진형이 하나 더 많아 떨어진다고 생각할 수 없다.

이만하면 천사 진형에서의 성검과 악마 진형에서의 마검이 가지는 의미를 이해했으리라 생각한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겠다. 우선 현 악마 진형에 나타난 마검의 종류와 그 값어치, 그리고 순위를 게시자의 생각에 따라 매겨보도록 하겠다.

우선 1위로는 마검, 디아블로가 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이견이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디아블로라는 악마는 과거 게임 이름으로 나왔을 정도로 유명한 악마로서…….

2위로는 마검 플뤼톤을 두었다. 플뤼톤을 사용하는 악마 진형의 랭커 플레이어, 김진성은…….

3위는 마검 사탄…….

4위는 마검 벨리알…….

5위는 마검 베에모트…….

…….

9위는 반(半) 마검이라 불리는 루시퍼로서…….

10위는 마검 사모스…….

그리고 마지막 11위는 가장 최근에 등장한 이른바 초(超) 마검 메피스토이다. 안타깝게도 초(超) 마검 메피스토에 대해서는 마검도, 플레이어도 자세히 알려진 바가 없어 아쉬울 따름이다.

사실상 마검의 순위라기보다는 마검을 사용하는 플레이어의 순위라고 할 수 있지만, 실제 플레이어들의 순위가 곧 마검의 순위를 나타내는 것이나 다름없다 생각한다. 위 마검들은 아직까지 판매된 적이 없으며, 마(魔)등급 아이템의 판매는 아직까지 마병과 마갑에서 이루어진 바가 있다.

일례로 마궁 코발은 경매 끝에 50만 골드에 판매되었으며, 마갑 위트갱은 35만 골드에 판매되었다. 일부 마병과 마갑은 배치고사 ‘특전’을 통해 풀리곤 했으나, 대부분은 던전과 히든(Hidden) 퀘스트를 통해 획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ps. 만약 위 마검들이 경매장에 풀려난다면? 얼마를 주고 구입할 생각이 있는지 댓글로 남겨주길 바란다. 필자는 매우 궁금하다.

**

꽤나 장문의 글이었다. 처음 글을 여는 서두부터 마검에 관한 하나하나 에피소드까지, 정신없이 글을 정독하다 보니 어느새 30분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

생각 이상으로 아포칼립스에서 마검이 가지는 의미는 작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11개였던 마검이 12개로 늘어남으로서 악마 진형이 크게 술렁인다 해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였다. 이제야 정예지와 칼프가 왜 그렇게 마검을 빼앗으려고 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마어마하군.”

마지막 일화, 마궁 코발과 마갑 위트갱의 가격까지 읽어 내려간 우성은 그저 할 말을 잃었다.

“……50만 골드?”

비쌀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래봐야 1만 골드 정도로 생각했다. 글을 읽어 내려갈수록 생각했던 것보다 비쌀 수 있겠구나 싶긴 했지만 그래봐야 2, 3만 골드 정도. 비싸봐야 5만 골드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50만 골드라니.

이건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다. 물론 마병 옥토퍼스가 마궁 코발과 같은 가격을 받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게시글을 보면 일단 시중에 마(魔)자가 들어간 아이템이 등장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이유가 될 만한 사건이었다.

밑의 댓글을 읽어 보니 더 가관이었다. 200만 골드부터 시작한 ‘마검 디아블로’는 아예 가격 측정이 불가능했고, 가장 가격이 낮게 댓글이 달려 있는 마검은 ‘반(半) 마검 루시퍼’로 대략 80만 골드 이상으로 보였다.

아포피스야 종속 무기인 만큼 팔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반(半) 마검이 아닌 진(眞) 마검인 만큼 팔게 된다면 루시퍼보다야 나은 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우성은 자신이 휘두르고 있는 무기가 보통 무기가 아님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앞으로 돈 걱정은 없겠군.’

과연 옥토퍼스는 어느 정도 가격을 받을 수 있을까 생각하니 절로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게시글 내용 중 초(超) 마검 메피스토가 떠올랐다.

‘아포피스가 지금 진(眞) 마검이었지.’

우성은 반(半) 마검에서 진(眞) 마검으로 한 단계 상향됨으로서 아포피스의 성장이 멈추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직업 특성인 <절대적인>과 ‘나가(Naga)’ 스킬이 성장할 여지가 있는 걸 보면, 분명 아직 아포피스는 다음 단계가 남아 있을 것이다.

우성은 그 다음 단계가 초(超) 마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은 어쩌면…….

‘신(神)과 마(魔), 두 개가 들어간 아이템이 있을까?’

신(神) 마검 아포피스. 이보다 더 좋은 아이템이 어디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아포피스의 등급의 한계가 과연 어디일지는 알 수 없었다. 적어도 진(眞) 마검이 끝이 아님은 확실하지만, 신(神) 등급까지 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로 남았다.

“여기 사이트도 종종 와서 봐야겠어.”

몇 가지 궁금했던 것들도 알았고, 궁금하지는 않았지만 유용하거나 알아두면 좋은 정보들도 알 수 있었다. 시간을 보니 벌써 한 시간 반이 훌쩍 넘어간 상태였다.

‘슬슬 나가야겠군.’

주로 확인한 게시글은 조회수가 높은 글들로 아포칼립스를 플레이하는 플레이어들이라면 대부분 알 법한 이야기들이었다.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추후 검색을 통해 알아보면 될 일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우성은 요금 1700원을 계산하고는 PC방을 나섰다. 사이트를 조금 더 뒤져보고 싶기도 했지만 어서 빨리 서현이의 얼굴을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띠리리리링-.

기본으로 설정되어 있는 벨소리가 주머니 속에서 울렸다. 몇 년 전에 지인한테 공짜로 받은 구식 스마트폰이었다.

연락 올 사람이 있나 싶어 스마트폰을 꺼내 이름을 확인했다. ‘성재형’이라고 저장되어 있는 이름이 배경 중앙에 떠 있었다.

“여보세요?”

- 야, 너 진짜 오늘 안 나올 거냐?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선뜻 대답하지 못했지만 고민은 길지 않았다. 입술을 달싹이던 우성은 누가 보는 사람도 없음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네.”

-갑자기 무슨 일인데? 정말 아무 일도 없는 거야?

“별 일 아니에요, 형.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신경은 인마, 지금 누가 너 신경 써서 이러는 줄 알아? 너 때문에 오던 손님도 있고, 갑자기 그만두면 빈자리는 어쩌라고? 지금 꼰대들 난리 났어, 새꺄.

꼰대?

그러고 보니 우성이 다니던 클럽의 뒤를 봐주고 있는 조폭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아무래도 일한 기간이 길고 인맥이 있는 성재가 그들을 상대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우성 역시 자신의 빈자리가 그렇게 작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 역시 클럽에서 제법 일한 기간이 되었고, 외모도 준수하며 사근사근한 말투로 찾아오는 고정 손님이 꽤 있는 편이었다. 그런 우성이 갑자기 빠져 버리니 그 빈자리가 신경 쓰이는 건 당연할 것이다.

“……그래서 저보고 어떻게 하라고요?”

-아직 안 늦었어. 너 인마, 오늘 당장 안 오면 어떻게 될지 몰라. 알아들었어?

“……끊겠습니다.”

-뭐? 야, 야! 너 진짜…….

띠링.

버튼 하나로 통화를 끊어버린 우성은 답답함에 한숨을 몰아쉬었다. 깊숙이 무언가 꽉 막혀 있는 느낌이었다.

‘오랜만에 서현이 만나러 가는 길인데…… 기분 진짜 좆같네.’

언제든 그만둘 수 있는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묶여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나이트 클럽은 어디까지나 우성이 원해서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고, 삐끼 짓은 정신적으로는 힘들어도 육체노동에 비해 꽤 돈이 되었다.

하지만 그래도 친하고, 믿었던 형에게서 걸려온 협박에 가까운 전화는 썩 기분이 좋지 못했다. 우성에게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인간관계 중 한 명이었기에 더욱 실망이 컸다.

“시발, 모르겠다.”

설마 조폭이라도 찾아오겠어? 싶었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지금 몸 상태면 설사 조폭 한둘 쯤 오더라도 문제는 없을 듯했다.

성재가 서현이의 존재를 아는 이상 서현이도 걱정이 되었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꽤 이름 있는 큰 병원의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는 만큼 안전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몇 가지 생각을 통해 걱정을 털어낸 우성은 곧장 병원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어머, 또 오셨네요?”

“아, 네.”

“요즘 자주 오시네. 반가워요.”

“그런가요?”

하긴, 이틀 전에도, 그리고 그 전날에도 왔으니 자주라면 자주이긴 했다. 아포칼립스에서 닷새, 스무 날씩 보냈던 우성에게는 무척 오래간만인 느낌이었지만 말이다.

지나치게 친절한 예쁜 간호사의 안내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우성이 그 뒤를 따라갔다. 시간이 이르기도 했고, 주말이기도 한 터라 병원에는 사람이 꽤 북적거렸다. 간호사도 바쁜지 잠시만 기다려 달라는 말을 하고는 곧 쪼르르 어디론가 사라졌다.

다시금 간호사가 돌아 오기를 기다리며 우성은 손에 들고 있는 바구니를 바라봤다. 제철 과일 몇 개가 들어 있는 바구니는 거의 습관적으로 사 오던 것이었다.

‘그냥 초콜렛으로 사 올걸 그랬나.’

서현이는 유독 초콜렛을 좋아했다. 우성의 입에는 너무 달기만 한 초콜렛이 별로였지만, 이가 날 때부터 초콜렛을 입에 달고 살던 서현이였다. 그런 점에서는 참 엄마를 닮았다.

하지만 병에 걸리고부터 우성은 몸에 좋지 않은 초콜렛보다는 주로 과일 종류를 사다 주었다. 과일도 꽤 좋아하긴 했지만 아마 초콜렛이 꽤 그립긴 할 것이다. 틈만나면 먹고 싶다고 자주 이야기도 했었고 말이다.

‘가끔은… 괜찮겠지? 몸도 좀 낫기도 했고.’

라이프를 통해 생명력을 얻은 덕분인지 서현이의 몸은 눈에 띄게 좋아져 있었다. 현실에서 이틀 전만 하더라도 몸을 일으키고 우성과 무리 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였다.

그 정도라면 기껏 초콜렛을 사가서 그냥 가지고 오는 슬픈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입 주위에 잔뜩 초콜렛을 묻히고 먹는 서현이의 얼굴을 떠올린 우성은 결심을 굳혔다.

“딱 한 번만.”

기다리라는 간호사의 말도 잊은 채 우성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병원 지하에 위치한 슈퍼로 향하는 발걸음이 꽤나 신이 나 있었다.

주머니에 남아 있는 거슬러 받은 만 원짜리 몇 장. 이 정도면 그래도 꽤 괜찮은 선물용 초콜렛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아직 어린 서현이가 배불리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병원의 지하에 위치한 슈퍼에 도착한 우성은 선물용 음료들을 제치고 초콜릿을 찾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타민이나 과일 주스 같은 병문안 선물을 찾았지만, 그래도 초콜렛 역시 구비되어 있었다.

“……비싸네.”

20800원.

서현이가 특히 좋아하는 화이트 초콜렛이었다. 과일을 사느라 사용한 2만원에 초콜렛까지 더하면, 무려 4만원이 넘었다.

‘생활고구나, 진짜.’

오는 길에 분식집에서 간단하게 끼니를 때워서 남은 돈은 3만 원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남은 만원으로 어떻게 살아야 되나, 걱정이 들면서도 우성은 일단 초콜렛을 집어 들었다. 서현이에 관한 일이라면 계획도, 걱정도 사라지는 우성이었다.

그래도 서현이에게 초콜렛을 선물할 생각에 가슴 한 구석이 흐뭇해지며 우성은 곧장 계산대로 향했다.

“이거 계산이요.”

“이거 계산이요.”

우성과 거의 동시에 비타민 음료수 세트를 계산대 위에 올려놓은 여성이 당황하며 입을 열었다.

“아, 먼저 계산…….”

“……?”

말을 하던 여성의 입이 천천히 크게 벌어졌고, 우성 역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익숙하긴 하지만, 현실에선 만날 일이 없다고 생각한 얼굴이었다.

“……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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