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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플레이어-67화 (67/258)

67화

<잠시 돌아가다>

퍼억-.

힘껏 내려친 아포피스는 박윤성의 목을 반쯤 베어냈다. 완전히 잘라낼 생각이었는데, 맷집 스텟이 어지간히도 좋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팔, 다리도 아니고 목을 반쯤 베이고도 멀쩡한 사람이 있을 리 없었다. 고통으로 눈을 크게 떴던 박윤성의 눈이 까뒤집히고, 입에 피거품이 부글부글 올라왔다.

잠시 숨을 연명하던 박윤성이 곧 간신히 치켜들었던 고개를 떨어뜨렸다.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을 노려보는 듯한 박윤성의 독기에 우성은 오소소 소름이 끼쳤다.

[대천사 ? 미카엘의 주구를 처치하였습니다.]

[20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759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업적 ? 대천사의 씨앗을 제거하다’를 획득하였습니다.]

[PP스텟 포인트가 50포인트 상승합니다.]

[마력 스텟 포인트가 3포인트 상승합니다.]

[자유 스텟 포인트가 5포인트만큼 생성됩니다. 24시간 내에 사용하지 않으면 랜덤으로 분배됩니다.]

어마어마한 보상에 우성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적당히 3천 포인트 정도만 해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보상이라 생각했는데 들어오는 보상은 우성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들이었다.

‘미카엘의 주구’는 아무래도 박윤성의 직업 이름인 모양이었다. 아니면 악마 진형에서 박윤성을 부르는 이름일 수도 있고. 특별한 직업을 처치한 덕분인지 2000포인트의 업적 보상과 박윤성을 처치한 추가 포인트 보상으로 거의 1만 포인트에 가까운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었다.

PP스텟이야 어떤 스텟인지 아직도 알 수 없지만, 부족하다 느꼈던 마력 스텟이 상승하고 추가로 올릴 수 있는 스텟 포인트가 생성되었으니 충분히 만족, 아니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보상이었다.

‘대박이다.’

함박만 하게 입을 벌리고 있던 우성은 이내 안현수를 포함한 다른 일행을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함께 있던 일행들을 생각하는 것이냐?”

막 달려가려던 우성을 볼락이 멈춰 세웠다.

“그쪽이라면 내 종속들이 가 있을 게다. 여기 있는 놈은 종속들로는 상대할 수 없을 것 같아 직접 온 것이고.”

“아… 그렇습니까?”

다행히 박윤성과 함께 있던 두 명은 그만큼 강하진 않은 모양이었다. 하긴, 아무리 고회 차 플레이어라고 해도 이 정도 수준의 플레이어가 흔하지는 않을 것이다.

볼락의 종속이라면 최소한 중급 악마 이상. 어쩌면 상급, 혹은 남작 급의 고위 악마가 포함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들 사이에서 우성 한 명이 포함된다고 해도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다.

달려가려던 다리를 멈추자 우성은 볼락과 단 둘만 남게 되었다. 무슨 생각인지 볼락은 지긋한 눈으로 우성을 바라보며 박윤성에 의해 가로로 깨끗이 베어져 있는 나무 위에 앉았다.

잠시 시간이 지나고, 우성은 어색함에 눈을 돌렸다. 무슨 말을 해야 될지도 모르겠고, 뭘 해야 될지도 모르겠다.

‘뭐지 이 새끼? 설마 남색하나?’

참다 참다 계속 시간이 흐르니 엉뚱한 생각까지 들었다. 계속해서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볼락의 시선에 우성은 부담감을 느꼈다. 그 때, 다행히도 볼락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 무기는 어디서 얻은 것이냐?”

화두가 꺼내지자 우성은 답답함이 한결 가심을 느끼며 대답했다.

“그냥… 우연한 계기로 얻게 됐습니다.”

“우연한 계기?”

“거기까지 대답해드리긴 어려운데… 이방인들끼리의 이야기인지라.”

특전에 관해 자세히 설명할 길이 없어 우성은 적당히 얼버무렸다. 다행히 ‘이방인’이라는 단어에 수긍할 수 있었는지 볼락은 더 깊게 파고들진 않았다.

“그런가? 하여튼 이방인들은 참 신기한 게 많단 말이지. 설마하니 그 검까지…….”

‘그 검?’

아포피스에 대해 알고 있는 듯한 말투였다. 궁금증이 들어 우성이 입을 열려던 찰나, 그에 앞서 볼락의 말이 이어졌다.

“쯧쯧. 그런데 마력(魔力)이 형편없군. 그래서야 마검의 힘을 만분의 일이라도 쓰겠나.”

“마력……?”

볼락의 말에 우성은 혹시나 하는 표정으로 아포피스를 바라봤다.

그러고 보니 아포피스는 아직 완벽한 게 아니었다. 반(半) 마검인 만큼 아직 더 성장할 단계가 남아있었다.

마검이 성장하게 되는 열쇠는 주인인 우성의 몫이었지만, 그 성장이 정확히 어느 정도를 의미하는지,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그저 시간이 지나 스텟이 오르면 되겠지 하며 막연히 생각할 뿐이었다.

마력(魔力) 스텟은 마법사인 혜미, 암흑사제인 혜정에게는 뗄 레야 뗄 수 없는 스텟이었다. 다른 근력이나 민첩, 반사능력 스텟이 아무리 높아도 마력 스텟이 떨어지면 무용지물(無用之物)이었다.

반면 마검을 사용하는 검사 계열인 우성에게는 마력스텟만이 아니라 근력, 민첩, 반사능력 등 강해지는데 필요한 스텟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오히려 근력이나 민첩에 비해 마력 스텟이 가지는 비중은 조금 떨어진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하지만 볼락의 말을 들어보면 아포피스를 성장시키는 데 필요한 스텟은 바로 마력 스텟이었다. 하긴, 이름만 들어도 딱 마(魔)자가 들어가니 마검과 딱 어울리긴 했다.

‘마력이라…….’

이번에 박윤성을 죽이면서 얻은 마력 스텟 3포인트 덕분에 우성의 마력은 정확히 30이 되었다. 그 중 3포인트는 ‘여왕개미의 팔찌’를 착용한 덕분에 오른 스텟이었지만, 이만하면 충분하다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포피스를 성장시킬 수 있는 열쇠의 스텟이 마력이라면, 우성은 다른 스텟보다 먼저 마력 스텟을 올려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아포피스를 다루려면, 더 강한 마력이 필요하다는 말입니까?”

우성의 질문에 볼락은 별 이상한 걸 묻는다는 표정이었다.

“당연하지 않나? 마검인데.”

“…….”

이해는 가지 않지만 반박할 만한 말이 없었다. 아포피스를 뚫어져라 보던 우성은 곧 자신의 플레이어 정보를 확인했다.

[플레이어 정보]

이름 : 우성

직업 : 아포피스의 대리자

국적 : 대한민국

진형 : 악마

성별 : 남자

칭호 : 생존자

클레스 : S

[능력치]

- [근력 : 35] [민첩 : 36] [체력 : 38] [맷집 : 32] [반사능력 : 26] [마력 : 32] [정신력 : 46] [PP : 1857]

: (+5), (- 100p)

* 플레이어 특성 : 불굴의 의지 Lv.4 <상세정보>

* 업적 : 죽어가는 숲의 생존자, 숲의 입구를 열다, 개미소굴을 소탕하다, 대천사의 씨앗을 제거하다.

* 포인트 : 19595p

* Lv. 포인트 : 2458

* Life : ****

“어?”

생각했던 것보다 높은 마력 스텟, 그리고 정신력 스텟에 우성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높아진 체력과 맷집, 그리고 정신력 2포인트 정도야 <불굴의 의지> 특성의 레벨이 올라갔으니 이해가 갔지만 그보다 더 높아진 스텟은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그것뿐만 아니라 생각했던 것보다 포인트와 레벨 포인트도 꽤 높았는데, 미처 생각하지 못하던 부분이 있었다.

‘여왕개미!’

업적, 개미소굴을 소탕하다를 본 순간 우성은 스텟의 변화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여왕개미를 잡은 순간 정신을 잃었는데, 그에 대한 보상을 미처 확인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스텟의 변화와 포인트의 변화를 생각해 보면 여왕개미를 잡고, 던전을 클리어하며 얻은 보상은 마력과 정신력이 각각 2포인트, 경험치 포인트가 2000, 일반 포인트가 500이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추가 보상에 우성은 마음이 넉넉해졌다.

‘그럼 내 기본 마력 능력치가 29라는 소린데…….’

스텟 아래쪽에 추가로 생성된 (+5)는 아마도 남아있는 스텟 포인트인 듯했다. 24시간이 지나면 랜덤으로 분배된다고 했으니, 그 시간 안에 결정하여 신중하게 사용해야 할 것이다.

우성은 우성 근력과 민첩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아무래도 싸움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스텟이나 보니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일단 보류해 두고 다음으로는 가장 빈약한 ‘반사능력’으로 눈길이 돌아갔다.

반사능력 스텟은 처음에는 준수한 편이었으나 달리 성장할 만한 여지가 없어 지금에는 마력이나 맷집보다도 뒤떨어진 상태였다.

‘지금 당장은 필요 없겠지.’

반사능력이라는 스텟은 마력, 정신력, 맷집과 같이 당장 올린다고 해서 어떤 효율을 볼 수 있는 스텟은 아니었다. 스텟 포인트가 올라가면 감각이 날카로워지는 느낌은 들었지만, 당장 부족하거나 필요한 스텟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뭘 그리 고민하지?”

스텟 포인트에 대해서 알지 못하는 볼락은 고민에 빠진 우성의 표정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생각에 잠겨 볼락의 존재를 잊고 있던 우성은 그의 도움을 구하기로 했다.

“아포피스를 다루는 데 필요한 게 마력입니까, 아니면 정신력입니까?”

“그런 고민이었나?”

우성이 최종적으로 눈길을 돌린 스텟은 두 가지였다.

마력, 그리고 정신력.

근력이나 민첩, 체력과 같은 스텟도 중요하지만 일단은 아포피스를 자유롭게 다루는 게 먼저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볼락의 말대로 마력 스텟과 아포피스에게 자아를 빼앗기지 않기 위한 높은 정신력이 필요했다.

볼락 역시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쉽게 정의를 내리지 못하겠는지 잠시 턱을 괴고는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잠시 생각하던 그가 내린 결론은 바로.

“정신력이겠지.”

“역시…….”

“하지만 지금 당장은 마력이다.”

우성은 뒤에서 말을 바꾸는 볼락을 빤히 바라봤다. 무언가 설명을 더 원하는 눈빛이었다.

“장기적으로 볼 때, 마검에게 정신을 먹히지 않으려면 정신력이 우선적으로 필요하지. 하지만 네 마검은 아직 본래 위력은 십분의 일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야 마검은 무슨. 좀 좋은 검이지. 쯧.”

안타깝다는 듯 혀를 차던 불락이 말을 이었다.

“다른 걸 생각하기보다는 마검의 힘부터 이끌어 내라. 그런 대단한 비보를 가지고 그저 쇳덩어리처럼 사용하는 게 말이 되겠느냐?”

“……그렇습니까?”

“그렇다.”

고민이 사르르 사라지는 말이었다.

확실히, 우성에게 있어서 정신력 스텟은 지금 당장 크게 필요한 스텟은 아니었다. 아니, <대리인>스킬을 사용하기 위해서나 혹시 모를 위험을 대비해서 필요하긴 하지만 당장 필요한 건 역시 ‘힘’이었다.

그 부분에 있어서 근력과 민첩을 올릴 생각을 했지만 볼락의 말을 들어보면 단기간에 강해지기 위해서 필요한 스텟은 바로 ‘마력’스텟이었다.

‘만약 여기서 아포피스가 한 단계 더 성장한다면…….’

아포피스는 지금도 충분히 사기적인 아이템이었다. 만약 여기서 아포피스가 한 단계 더 성장하게 된다면, 어떤 효과를 낼지 상상할 수도 없었다.

기대감으로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우성은 결심을 굳혔다. 아포피스가 한 단계 더 성장할 때까지, ‘마력’스텟에 집중하기로.

‘어차피 20000이나 되는 포인트도 사용하긴 해야 할 테니…….’

보유하고 있는 20000포인트도 이대로 마냥 모아두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몇 개 스텟을 올려도 되고, 다른 여러 방향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을 것이다. 이대로 마냥 모아두고 있는 건 아무래도 비효율적이었다.

우성은 일단 박윤성을 죽여 업적 보상으로 얻은 자유 스텟 5개를 사용했다. 막 우성이 마력 스텟 하나를 올렸을 때였다.

[마력 : 33]

- 한참 부족하다, 어린 주인아.

귓가로 들려온 익숙한 목소리. 어딘가 모르게 불만이 가득한 목소리였다.

‘아포피스?’

마력 스텟을 올리던 우성의 손이 우뚝 멈췄다. 아포피스의 목소리를 직접적으로 듣는 건 <대리인>스킬을 사용했던 때 이후로 처음이었다.

-하지만 이만하면, 아주 나쁘진 않군.

[띠링-! 고정 마력 스텟 포인트 30을 달성하였습니다.]

[반(半) 마검 아포피스가 진(眞) 마검 아포피스로 상향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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