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화
[마수의 숲 ‘네임드 ? 라큘’을 처치하였습니다.]
[파티원 모두에게 균등 분배가 적용됩니다.]
[25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경험치 10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라큘의 어금니(재료)를 획득하실 수 있습니다.]
[라큘을 죽임으로서 마수의 숲의 입구를 열었습니다. ‘업적 - 숲의 입구를 열다’를 획득하였습니다. 근력 스텟이 2포인트 상승합니다.]
[7/400]
보스 몬스터가 아니라 그런지 눈에 띄는 아이템이나 보상은 없었지만, 적지 않은 양의 포인트와 레벨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경험치 1000포인트는 당장 투자하는 대로 스킬의 위력을 올릴 수 있으니 환영할 만한 보상이었다.
거기다 그래도 네임드 몬스터를 잡았다고 업적을 하나 달성할 수 있었는데, 그 보상이 꽤 쏠쏠했다. 스텟 포인트가 무려 2개나 상승했다는 건, 250포인트 이상 가는 추가 보상으로 볼 수 있었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군.’
아니, 나쁘지 않은 정도가 아니었다. 포인트 추가 획득 보상은 모든 플레이어들이 바라 마지않는 보상이었다. 지금은 그저 ‘나쁘지 않다’정도로만 생각하지만 우성은 물론이고 다른 일행들 모두 이 보상이 가지는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 모르고 있었다.
네임드 몬스터도 고작 마수 1마리로 취급된다는 게 아쉽긴 했지만 다른 보상을 생각해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라큘의 어금니’라는 재료를 획득할 수 있다고는 하는데, 아무래도 직접 뽑아야 하는 모양이었다.
“저건 어떻게 하지?”
그냥 두고 가자는 표정이 역력했지만 우성은 혜미의 의견을 묵살했다.
“……뽑아야지.”
“누가?”
“…….”
잠시 이어진 침묵. 끈적거리는 침과 피가 묻어 있는 라큘의 머리를 건드리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순간.
“남자는 주먹! 가위 바위…….”
**
[라큘의 어금니(재료)]
* 마수의 숲 입구에 서식하는 희귀 마수 라큘의 어금니입니다. 라큘은 오우거와 비견되는 마수 중 하나로 강인한 근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수의 숲에서 오랜 세월 살아온 라큘의 어금니에는 적지 않은 마기가 깃들어 있습니다.
* 장신구(목걸이, 반지, 팔찌, 발찌)로의 개조가 가능합니다. 무기에 녹여들 경우, 근력 상승 효과를 추가로 얻을 수 있습니다.
* 소지 시 근력이 1만큼 상승합니다.
라큘의 입을 벌리고 뽑아낸 어금니는 아쉽게도 착용이 아닌 재료 아이템이었다. 어금니의 개수는 총 4개였는데, 눈에 띄는 효과는 소지만 해도 근력이 1만큼 상승한다는 것이었다.
아쉽게도 재료 아이템이라서 그런지 소지 효과는 중복이 되지 않았다. 한 개의 어금니를 챙긴 우성은 다른 일행들에게도 라큘의 어금니를 하나씩 소지하도록 했다. 고작 1포인트에 불과하지만 스텟 하나가 끼치는 영향은 그리 작지 않았다.
“으으 더러워…….”
“오빠 가위바위보 진짜 못한다.”
가위바위보에서 혼자만 주먹을 내는 바람에 라큘의 어금니를 뽑은 안현수는 피 묻은 손을 나무에 닦았다. ‘남자는 주먹!’이라며 자신 있게 낸 결과인지라 그의 표정은 더더욱 울상이었다.
안현수의 손에 묻은 피야 어쨌든 라큘을 잡음으로서 꽤 수확을 챙겼다고 볼 수 있었다. 포인트와 레벨 포인트, 그리고 근력 2포인트와 소지 능력이 있는 재료 아이템까지. 얻어맞은 몸이 아직 욱신거리긴 하지만 그래도 꽤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다들 레벨 포인트는 올렸어?”
“당연하지.”
“아니요.”
우쭐해 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안현수와는 달리, 혜미와 혜정은 합창하듯 입을 모아 대답했다. 하긴, 유니크 직업을 가진 안현수야 올릴 스킬이 보이겠지만 혜미나 혜정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자세한 스킬들을 모르는 우성으로서는 무어라 조언을 해 주기도 애매했다. 그렇다고 당장 한 단계 강해질 수 있는 레벨 포인트를 아끼기도 애매했다. 지금은 조금의 전력이 아쉬운 판이었으니까.
“올릴 스킬이 없으면 특성이라도 올려.”
“특성?”
“으음…….”
두 사람을 고민하는 듯하더니, 이내 혜정이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네. 그럴게요.”
“별로 고민 안 하네?”
“헤헤. 그래도 제 플레이어 특성, 꽤 좋은 편인 거 같아요.”
그러고 보니 혜정의 플레이어 특성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었다. 이름이 <축복>이라고 했던가? 그러고 보니 혜미의 플레이어 특성 <심연>도 썩 잘 아는 건 아니었다.
“두 사람 플레이어 특성에 대해서 좀 말 해봐.”
일행의 플레이어 특성에 대해 알아두는 것도 중요할 것 같았다. 안현수 역시 꽤 궁금증이 동하는 듯 주위를 경계하다 말고 귀를 쫑긋 세웠다.
“제 플레이어 특성 이름은 <축복>이에요.”
“그건 알아. 효과는?”
“설명은 되게 긴데… 요약하면 ‘모든 이로운 사용 스킬에 추가 보정’이라고 할 수 있어요.”
“……모든 이로운 효과에?”
“네. 제가 사용하는 힐(Heal)이나 스트랭스(Strength), 헤이스트(Haste), 전부요.”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지는 특성이 아닐 수 없었다. 혜정의 특성 효과에 우성은 ‘뭐 이런 사기적인 스킬이 다 있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마다 효율은 다르겠지만 만약 혜정의 특성을 우성이 가지고 있었다면 그만한 쓰레기 특성도 없을 것이다. ‘이로운 사용 스킬’이란 곧 버프 스킬이나 치유 계열 스킬, 그리고 방어 스킬 등을 의미했다.
하지만 우성의 스킬은 하나같이 공격적인 성향을 강하게 띄고 있었다. 물론 공격력의 상승 역시 이로운 스킬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직접적인 공격 스킬이 <축복> 특성의 영향을 받을 것 같진 않았다.
“완전히 사제 전용 특성이군. 사기야, 사기.”
“헤헤. 그렇죠?”
안현수의 칭찬에 혜정은 쑥스러운 듯 혀를 내밀고 머리를 긁적였다. 왜 오더가 혜정에게 사제를 그렇게 권유했는지 알 것도 같았다.
심플하지만 대단한 특성이다. 우성은 혜정에게 반드시 플레이어 특성을 올릴 것을 권하고는, 혜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혜미 네 플레이어 특성이 <심연>이던가?”
“응. 그런데 사실… 이 특성은 나도 잘 모르겠어.”
“모르겠다니?”
우성은 모르겠다는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게임과 같은 시스템을 가진 아포칼립스는 스킬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나와 있었다. 설명을 읽고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는 건가?
“특성 설명에는, 어둠을 내다볼 수 있다고 되어 있거든.”
“그랬지.”
배치고사에서 혜미 덕분을 보았던 걸 떠올리며 우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이게, 어둠만이 아니라 뭐랄까… 특성을 활성화 시키면, 보이지 않는 게 보인다고 할까?”
“보이지 않는 거?”
“예를 들어 저기, 저 앞으로 조금만 더 가면 몬스터가 나올 거야. 수는 잘 모르겠는데… 그리 큰 놈은 아니야.”
우성 역시 조금 떨어진 곳에 몬스터가 있나 싶어 경계하던 차였는데, 혜미는 그것을 정확하게 짚어냈다. 바스락 거리는 소리에 ‘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우성과는 달리, 혜미의 말투는 확신에 차 있었다.
어느새 그녀의 눈, 검은자위 위로는 푸르스름한 빛이 어려 있었다. 눈에 마력을 집중한 건가도 싶었는데 아무래도 그런 문제는 아닌 듯했다.
‘마력’ 스텟의 운용은 다른 스텟에 비해 고난이도의 컨트롤이 필요했다. 마력 스텟 자체가 높아지고 스킬의 도움을 받은 덕분에 간신히 무기에 마력을 담는 방법을 터득했지만, 눈에 마력을 집중시키는 건 우성조차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무리 마력에 민감한 마법사 직업이라지만 벌써부터 푸른 빛이 보일 정도로 눈에 마력을 집중 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생각할 수 있는 건 <심연> 특성이었다.
“특성 활성화 시, 어둠은 물론 보이지 않는 게 보이게 돼. 저 멀리 있는 수풀에 가려진 몬스터들이나 어둠 속, 그리고… 약점 같은 것도.”
“약점?”
“응. 어디가 약하다던가, 뭐에 약하다던가, 그런 거. 예를 들어 진거미 녀석들은 불에 약하다는 게 보였거든.”
“라큘은?”
“그 녀석은… 안 보였어.”
“그래?”
안 보인 게 아니라 아마도 혜미의 플레이어 특성의 레벨과 숙련도가 낮아서 볼 수 없었던 것이리라. ‘약점’을 볼 수 있다는 건 꽤 유용한 장점이기도 했으니, 혜미의 플레이어 특성도 괜찮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죽은 플레이어들의 시체를 발견한 것도 혜미였다. 아무래도 그 때 역시 플레이어 특성을 활성화 시켰던 모양이었다.
혜정에 비해 썩 좋다고 볼 수는 없지만 혜미 역시 플레이어 특성을 올릴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보면 각자 플레이어들은 자신에게 알맞은 플레이어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둘 다 올릴 스킬 없으면 특성부터 올리지 그래? 낭비는 아닐 것 같으니까.”
“네.”
“알았어.”
망설임 없이 대답하는 두 사람을 보며 우성은 떨떠름한 기분이 들었다. 1000포인트의 레벨 포인트를 자신의 의견에 따라 망설임 없이 투자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 자신의 뭘 믿고 저러나 싶기도 했다.
“현수 네 특성은 뭐지?”
“나? 궁금하냐?”
“그래.”
“글쎄? 궁금하면 네 특성부터 알려 주던지.”
먼저는 안 밝히겠다는 모습에 우성은 옅게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어차피 혜미나 혜정이 특성의 효과를 밝힌 이상, 우성도 일행인 만큼 공개할 생각이었다. 가감 없이 밝히기로 결심한 우성은 자신의 특성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래. 내 특성은 <불굴의 의지>다. 이름만 들어도 뭔지 알겠지?”
우성이 먼저 자신의 플레이어 특성을 밝히자, 안현수는 앞의 혜미와 혜정보다 더 호기심이 들었는지 눈을 반짝이며 자세히 물어왔다. 우성은 <불굴의 의지>특성의 자세한 효과를 밝혔다. 맷집과 체력, 정신력이 상승하며 특히 정신력 부분에 큰 영향을 미치는 특성이라고.
“정신력이라… 너랑 잘 어울리는 특성이네.”
우성이 가진 마검의 위험성을 아는 안현수는 그의 플레이어 특성이 높은 정신력을 필요로 하는 그의 직업과 잘 어울린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우성도 그런 생각에서 앞으로 불굴의 의지를 올릴 생각이었기에 고개를 끄덕여 공감할 수 있었다.
“내 플레이어 특성은 <최후의 일격>이다.”
“……뭔가 거창한 이름인데?”
“그렇지?”
이름만 들어서는 어떤 특성인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단지, 공격적인 면에 특화되어 있는 특성 이겠구나 정도만 짐작할 뿐이었다.
안현수 역시도 자신의 특성이 이름만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간단히 말해, 찌르기에 특화된 특성이야.”
“찌르기?”
안현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플레이어 특성, <최후의 일격>. 효과는 상대의 현재 체력이 적을수록, 그에 비례한 추가 퍼센트 데미지를 입힌다. 그리고 공격 시, 면적에 반비례한 추가 데미지를 입힌다.”
짤막하게 특성에 대해 설명한 안현수는 어깨를 한 번 으쓱여 보였다.
“지금 당장은 추가 데미지가 그렇게 크진 않지만, 이만하면 꽤 괜찮아. 창을 사용하는 만큼 찌르기가 주 공격 수단이기도 하고, 만족하고 있어. 뭐, 체력에 비례한 데미지가 어느 정도인지는 자세히 나와있진 않지만.”
“……네 특성도 사기군.”
“그러게. 난 운도 좋아. 킥킥.”
실실 웃으며 말했지만 안현수의 플레이어 특성은 혜정만큼이나 사기라고 할 수 있었다. 창을 다루는 안현수에게 모든 찌르기 효과에 추가 공격력이 붙는다니.
‘<불굴의 의지>가 초라해 보이는군.’
비록 우성에게는 최고의 특성이지만 만약 다른 플레이어가 우성의 특성을 가지게 된다면 그렇게 쓸 만한 데가 별로 없을 것이다. 게임 초기인 지금에는 정신력 같은 스텟보다는 직접적인 공격력이나 스킬에 영향을 주는 특성이 훨씬 효율적이라 할 수 있으니까.
“넌 그럼 레벨 포인트를 플레이어 특성에 투자하고 있는 거냐?”
“아니. <최후의 일격>은 2순위야. 1순위는 따로 있고.”
“그게 뭔…….”
“오빠.”
1순위가 뭐냐고 물으려던 우성의 팔을 혜미가 툭툭 건드렸다. 무슨 이유인지 알 것 같아 우성은 일단 입을 다물었다.
“아아, 그래.”
우우웅-.
아포피스가 모습을 드러내며 우성의 손에 쥐어졌다. 앞에 숲 속에 숨어 있던 몬스터들이 기다리다 지쳤는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슬슬 숲의 입구를 벗어났기 때문일까? 오래간만에 만나는 몬스터들과의 조우에 우성은 까닭 모를 즐거움이 밀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