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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플레이어-2화 (2/258)

2화

<시작>

덜컹-.

족히 4, 50키로는 되어 보이는 무거운 돌무더기를 짊어진 남자는 힘겹게 계단을 올랐다. 한 여름의 무더운 열기에 온 몸에 흐르는 땀이 온 몸에 흥건했다.

스물 후반쯤이나 되었을까 싶은 청년이었다. 고된 일을 오래 한 탓인지 나시티 사이로 드러난 몸에는 여기저기 쓸린 상처들이 가득했다. 한 걸음 한 걸음 돌짐을 지고 올라간 남자는 건물의 옥상에 도착했다. 쓰러지듯 바닥에 주저앉은 남자를 향해 공사 중이던 인부가 말했다.

“우성씨, 수고했수다! 그거면 오늘 일은 다 끝난 거지 아마?”

“아, 예! 아저씨도 수고하셨습니다!”

우성은 환한 얼굴로 인사하며 어깨에 메고 있던 짐을 내려놓았다. 천근처럼 무거웠던 짐을 내려놓자 몸이 깃털이 된 것처럼 가벼운 느낌이 들었다. 그대로 눕고 싶은 기분을 억누르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우성이 잠시 휘청거렸다. 그 모습을 본 인부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저런, 괜찮어?”

“예. 괜찮습니다. 잠깐 다리가 풀려서…….”

“이 일 말고도 새벽일도 있다며? 일도 좋지만 조금씩 쉬어가면서 해야지.”

“괜찮습니다. 그럼, 저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힘든 몸을 이끌고 우성이 올랐던 계단을 내려갔다.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흔들리는 몸이 위태해보였다. 우성의 뒷모습을 보던 인부들이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속닥였다.

“젊어서 그런가? 힘도 좋아. 어제도 아침부터 나와서 해 지기 전까지 열 두 시간은 일하더니.”

“벌써 몇 달째, 하루도 거르지 않고 나오잖우. 게다가 밤에도 그 술집 같은데서 따로 일도 한다던데, 잠은 제대로 자고 다니는지 몰라.”

인근 공사장에서 우성은 꽤 유명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막노동이라는 힘든 일을 해내는 젊은이가 얼마나 있겠는가. 그것은 공사장에서 수십 년을 넘게 살아온 인부들도 힘든 일이었다.

게다가 우연히 알게 된 계기로 우성이 늦은 밤중에 술집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 공사장 인부들 사이에서 퍼졌다. 그 소문은 인부들 사이의 화젯거리였다.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막노동을 끝낸 후 쉬지 않고 또 다른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온 몸이 저릴 정도였으니까. 보통 사람이라면 하루도 못 견디고 포기할 최악의 스케줄이었다.

“그런데 저 녀석은 왜 저리 악착같이 일을 하는 거요? 저러다 몸 상하지 않을까 걱정시려.”

“그 소문 못 들었는가?”

“무슨 소문?”

“그게 우성에게 말일세…….”

&

“아이고 삭신이야…….”

작업복의 단추를 잠그던 우성이 눈살을 찌푸렸다. 온 몸의 근육이 비명을 지르는 통에 제대로 옷을 입을 수가 없었던 탓이다. 와이셔츠를 입으려고 팔을 뻗으면 어깨에 굳어있는 근육이 걸렸다. 꽉 쪼이는 바지는 움직일 때마다 종아리의 굳은살을 괴롭혔다.

그래도 하나 위안이라면 이쪽 일은 낮의 막노동처럼 힘들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정신적으로 힘든 경우가 종종 생기긴 하지만 말이다.

“우성아! 아직 준비 안 끝났냐!”

“네, 갑니다!”

손목 쪽 단추를 마지막으로 준비를 마친 우성이 밖으로 나갔다. 직원실을 나가자마자 우성의 귀에 들리는 소리는 시끌벅적한 음악과 흥겨운 비트소리였다. 남들에게는 그것이 몸을 들썩이게 하는 음악이겠지만 우성에게는 듣는 것만으로도 피곤한 시끄러운 소음이었다. 클럽이란 그곳을 찾는 손님에게는 즐거운 여흥의 장소겠지만 우성에게는 직장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못했다.

“13번 룸, 빨리빨리 움직여!”

“성재형, 저 방금 막 왔는데 너무 막 굴리시는 것 아니에요?”

성재는 우성이 일하고 있는 클럽의 카운터였다. 서른이 넘는 나이라고 믿을 수 없는 훤칠하고 조각 같은 얼굴과 매끄러운 말빨로 클럽의 얼굴마담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동시에 그는 우성과 같은 직원들의 관리도 맡아서 하고 있었는데, 한 마디로 우성이 얼굴을 부딪치는 사람들 중 가장 실세라고도 할 수 있었다.

“인마, 잘리기 싫으면 부지런히라도 움직여야지. 요즘은 이런데도 다 젊은 녀석들 쓰는 것 몰라?”

“네, 알겠습니다. 그놈의 잘라버린다는 협박은 좀 넣어 주시죠.”

우성은 툴툴거리며 과일 안주와 고급스러운 양주가 올려져 있는 쟁반을 들어 올렸다. 처음에는 이 작은 양주 한 병이 수십 만 원을 호가한다는 사실에 팔이 부들부들 떨릴 지경이었는데, 이제는 익숙해져서 그러려니 했다.

13번룸에 도착한 우성은 조심스럽게 문을 열어 젖혔다. 코를 찌르는 담배 향은 이미 익숙해진지 오래였고, 그보다 우성의 눈을 찌푸리게 하는 것은 익숙해질 수 없는 불쾌한 장면들이었다.

“……술과 안주는 여기 두고 가겠습니다.”

탁-.

조금은 신경질적으로 문을 닫은 우성은 지친 듯 문 앞에서 쪼그려 주저앉았다. 잠시 고개를 숙이고 있던 우성의 입이 천천히 벌어졌다.

“아아…….”

시발.

시작부터 일진이 좋지 않았다. 한 두 번 보는 것도 아니건만 볼 때마다 불쾌한 장면이었다. 할 거면 모텔이나 호텔 같은 데로 가서 조용히 하던가. 처음엔 어찌해야 할지 몰라 그대로 얼어붙었었다.

나지막이 욕지거리를 내뱉은 우성이 고개를 들었다. 아무리 기분이 나빠도 할 일은 해야 했다. 성재의 말대로 우성이 잘리지 않은 이유는 일처리가 확실하고 손님들의 평이 좋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더러운 일이라도 꾹 참아내야 한다. 우성에게는 그래야 할 이유가 있었다. 그 생각을 다시금 상기시키자 우성의 다리에 힘이 들었다.

“일 해야지, 일.”

왼쪽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담배 갑을 꺼내며 우성이 직원실로 걸음을 옮겼다.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라이터를 가져가는 우성을 본 성재가 물었다.

“웬 일이냐? 벌써부터 담배질이고.”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그래? 기왕 피는 거 느긋이 피우다가 나와라.”

“어쩐 일입니까?”

“얼마 전에 알게 된 건데, 넌 하루 한 개비밖에 안 피우더라고. 그 정도 쉬는 시간쯤은 자비롭게 줄 수 있어, 인마.”

“……헐.”

성재의 말은 즉, 그동안 직원들이 담배 핑계로 얼마나 농땡이를 피우나 감시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평소에도 직원들이 노는 꼴을 못 보던 사람이긴 했지만 설마하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한숨을 푹 쉬며 우성이 터덜터덜 직원실로 들어갔다.

탁-.

치이익-.

힘겹게 문을 닫은 우성 담배 갑에서 한 개비 담배를 꺼내 곧장 입에 물었다. 편의점에서 싼값에 판매하는 싸구려 라이터로 불을 붙이자 이내 담배 끝이 붉게 변했다.

후우-.

슬로우 모션처럼 느리게, 아주 느리게 담배 연기를 내뱉은 우성은 온 몸이 나른해지는 느낌에 몸을 벽 쪽에 기댔다.

하루 중 우성이 제대로 쉬는 시간은 거의 이 시간뿐이었다. 남들처럼 푹 자는 시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술과 놀이로 피로와 스트레스를 푸는 것도 우성에게는 바라기 힘든 일이었다. 하루 한 개비, 담배 한 모금. 이 정도가 우성이 가지는 유일한 쉼터였다.

“아, 맛있다.”

눈앞에서 흐려지는 담배 연기를 바라보며 우성이 중얼거렸다. 입으로는 맛있다고 중얼거리지만 사실 맛있을 리가 없다. 담배는 맛으로 피우기보다는, 끊지 못해서 피우는 것이 정답이니까.

처음 담배를 접한 사람들은 멋있어 보이니까, 친구들이 피우니까 등과 같이 맛과는 거리가 먼 이유 때문에 담배를 시작한다. 그런 이유로 하나 둘 담배를 시작하고, 결국 몸이 시키는 단계에 이른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단순히 끊지 못해서 담배를 피우지는 않았다. 우성과 같이 스트레스를 잊고, 괴롭고 힘든 일을 잊기 위해 담배가 필요한 사람들도 있었다.

그 때, 무의식중에 점점 타고 있는 담배 끝을 바라보던 우성의 눈앞에 한 가지 문구가 떠올랐다.

띠링-.

[담배]

-건강을 해치는 기호식품. 일시적으로 정신을 맑게 해주는 성능이 있지만, 중독성이 강하다.

*가치 : 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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