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 화
[보고드립니다,함장님. 바사라의 해적들이…….]
“아,나도 느꼈어.”
그렇게 대답했다가 문득 어이가 없 어 묻는다.
“아니, 그런데 미끼도 없이 너무 미친 듯 낚이는 거 아냐? 이것들 다 정박아 아닌가?”
한국에 쳐들어왔던 바사라의 해적 들은 하교 중이던 고딩들에게 털린 후,뒤늦게 도착한 경찰에게 체포당 했다.
그렇다. 녀석들은 고딩들에게 털렸 다.
대우주 전체에 자자한 바사라의 악 명을 생각하면 기가 찬 일이지만 34지구에서 녀석들에게 납치당할 만한 이들은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신생아와 유아들 정도다.
[해적들은 지금까지처럼 냉동해서 고유세계로 던져 넣고,입수한 아이 언 하트는 구매하겠습니다.]
“그래그래.”
스테이지가 끝난 지 1년이 지났다.
60억이 넘던 인류의 숫자는 5억 이하로 떨어졌다. 인류가 지금까지 경험한 적 없었던 그야말로 파멸적 인 피해라 할 수 있겠지.
그러나 그 결과 남은 5억 명의 면 면은 어떠하던가?
현 인류의 평균 레벨은 10이 넘는 다. 심지어 이 평균은 비전투원인 아이와 노인까지 포함한 숫자이니 누군가 34지구에 와 체감하게 될 평균 레벨은 그것보다도 더 높다.
‘농담이 아니라 엔간한 노블레스에
맞먹는 평균 레벨이란 말이지.’
심지어 34지구의 실질 전투력은 그 막대한 평균 레벨보다도 더 높 다. 왜냐하면 현 인류의 대부분의 기가스 파일럿이며.
지금 34지구,정확히는 내가 보유 한 기가스의 숫자는 그 모든 파일럿 을 감당하고도 수십억 대가 남을 정 도이기 때문이다.
[즉,전체 인구보다 기가스 숫자가 더 많은 상태라는 거지. 뭐 이런 미 친 문명이 다 있냐?]
아레스의 말에 한숨 쉬었다.
“수련도 할 겸 계속 만들었으니까.
게다가 기가스 주인들이 많이들 죽 었으니.”
스테이지가 진행되며 조종사가 죽 어 회수된 기가스만 해도 10억 대 가 훌쩍 넘는다. 게다가 한창(?) 때 의 나는 하루가 다르게 제작 수준이 높아져 있는 기가스도 계속 교체했 기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은퇴해 버린 플레이어도 많잖아?]
나는 전쟁 참여 인원들에게 연금을 약속했다. 그리고 그 결과 인류의 대부분이 그 수혜자가 되었고,스테 이지가 끝난 34지구는 사실상 일하 지 않아도 상관없는 세상이 되어버
린 상황.
그러나 그럼에도… 사람들은 일하 고 싶어 했다. 지구로 돌아가 자신 이 살 곳을 꾸미고 일상을 영위하길 바랐다.
왜냐하면 스테이지가 고통이었기 때문이다.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감내 해야 했지만 끔찍한 괴물과 싸우고, 전쟁을 벌이고,영혼을 짓누르는 영 격을 가진 초월자와 마주하는 경험 을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 있는 사 람은 많지 않다. 수많은 플레이어들 이 PTSD를 겪고 있었고 그건 34지 구가 한동안 감당해야 할 사회문제
이리라.
“하지만 모두 그런 건 아니니까.”
그리고 당연하지만.
스테이지에 [완벽히] 적응한 이들 역시 존재한다.
적성이 맞는 자들,역량이 충분한 자들,태어날 때부터 스테이지가 횡 행하는 세상에서 살아왔기에 평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까지.
스테이지가 끝나자 그들은 새로운 전장을 원했다. 그들 중 일부는 군 인이 되거나 경찰이 되는 것으로 만 족했지만 그 정도로는 만족하지 못 하는 것이다.
[결국 진행하실 생각이십니까?]
“그래,지구야 평화를 되찾았지만 우주에 전장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당장 군벌은 오버고……. 용병단 정 도로 시작해야겠군.”
그리고 그들의 주 고객은 레온하르 트 제국이 되리라. 34지구와 가장 체계가 흡사하고 전 황제인 내가 34지구의 지배자인 만큼 감히 등쳐 먹으려는 녀석이 없을 것이기 때문 이다.
[기체는 어떻게 할까요?]
“나가서 무시당하면 안 되지. 지금 기가스 다 회수하고 아이언 하트를
장착한 동급 기가스로 교환해 줘.”
신성을 획득했지만 기계신은 곁다 리일 뿐이었기에 자체적으로 아이언 하트를 제작할 수는 없다. 물론 시 간과 노력을 기울이면 어떻게든 재 현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굳이 그 럴 이유는 없다.
[함장님! 테케아 연방의 침입을 확 인했습니다!]
“어디에?”
[플래티넘 중학교 수학여행 현장 에… 아! 해결되었습니다!]
“중학생한테도 털리냐……
왜냐하면,지금 이 순간에도 아이
언 하트가 막 굴러들어 오고 있기 때문이다.
[인솔 교사가 공략파 플레이어였습 니다.]
“아,역시 중학생한테 털릴 정도는 아니구나?”
[그저 교사가 끼어들지 않았을 뿐 이지요.]
너무한 취급에 어이를 상실한다. 테케아 연방이면 예전 나를 납치했 던 비인족들의 세력인데 이렇게 된 단 말인가?
“뭐,하지만 이것도 오래가지는 않
으려나?”
[아무래도 그렇게 되겠지요. 지금 의 인류가 강한 건 어디까지나 스테 이지의 보상 때문이니까요.]
인류의 평균 레벨은 10이 넘는다.
그러나 그렇다고 인류 모두가 [완 성자]의 깨달음을 얻은 건 아니다.
‘영약과 스탯의 힘이지.’
깨달음이 부족해도 내공이 미친 듯 많고 스탯이 미친 듯 높으면 완성자 들 넘어서는 전투력을 가지게 된다. 두꺼운 가죽과 덩치를 가진 그리즐 리 베어라면 굳이 무술 같은 거 몰 라도 권투 세계 챔피언을 관광하는
것과 마찬가지.
지구 전체의 역량과 재능의 평균이 완성자가 아니니 스테이지를 경험한 세대가 늙어 죽게 되면 34지구의 평균 레벨도 많이 낮아지게 될 것이 다.
나,[게임 마스테의 신앙이 있는 만큼 형편없이 약해질 일은 없겠지 만 말이다.
위잉!
내가 앉아 있던 테이블 위쪽 공간 이 일렁이더니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핫초코가 모습을 드러낸다.
나는 그것을 잡아 마시며 물었다.
“밀레이온하고 제니카는 어때?”
[회복 중입니다. 완치를 위해서는 아직도 몇 년은 더 쉬어야 한다는군 요.]
하와,그리고 하와에 탑승한 디카 르마와 싸웠던 두 영웅의 부상은 꽤 심각했다. 경지를 넘어서는 전투력 을 발휘했으니 어쩔 수 없는 일.
결과적으로 그들의 덕을 본 나는 고유세계에 그들이 쉴 곳을 마련해 준 상태다. 원래 친분이 있는 듯 그 들은 한 건물에서 쉬며 부상을 회복 하고 있었다.
“아빠랑 엄마는 어때?”
[아! 현재 비행선을 타고 세계 여 행을 하고 계십니다. 다만.]
“다만?”
[좀 더 자주 찾아와 주셨으면 한다 고…….]
아버지는 종말 프로젝트의 힘으로 어머니를 부활시켰다. 아버지가 스 테이지의 [컨셉]의 개발자로서 종말 프로젝트에 녹아들었기에 가능한 일 이었다.
“으음.”
난감함에 신음한다. 물론 한 번도 안 찾아간 것은 아니다. 벌써 네 번 이나 찾아뵈었으니까.
그런데 그것보다 더 자주 보고 싶 으신 모양이다.
‘하지만 고등학생 친엄마라니……
볼 때마다 어색함에 죽어버릴 것 같다. 그나마 어머니를 부활시킨 후 관일한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하고자 했던 아버지의 자살을 막았으니 망 정이지,아버지는 죽고 어머니 혼자 부활했다면 정말 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에휴,그래. 조만간 찾아뵙겠다고 전해드려. 아빠 생일이기도 하니까.”
[알겠습니다.]
거기까지 말하고 나니 다른 지인들
의 소식도 궁금하다.
“재석이는 뭐 해?”
[재석 님과 경은 님은 은퇴해 육아 에 힘쓰고 있습니다. 다만 재석 님 은 제자를 몇 받아들여 경천칠색을 전수하고 있더군요.]
“경천칠색이 여기에서 이어지는 건 가. 하긴,초월지경에는 못 가도 녀 석 정도면 경천칠색의 달인이라 할 수 있으니… 선애는?”
꽤 오래 잊고 있던 짝꿍의 이름을 입에 담는다.
놀라운 적성과 재능을 타고나 그 재능에 가장 걸맞은 기연을 만났던
소녀.
[현재 고아원을 운영 중입니다. 다 만좀 특이점이…….]
“특이점?”
[네,다시 젊어졌습니다. 반로환동 과도 조금 달라 보이더군요.]
선애는 만령자라는 특이한 재능을 타고나 흑마법사들에게 온갖 생체 실험을 당했다.
그녀의 능력은 '무제한적으로 영단 을 흡수’하는 것.
사실 활용이 어려운 능력이다. 웬 만큼 큰 세력을 가진 이들이라도 평 생 영단 구경도 못 하는 게 현실
아닌가? 그러나… 포인트만 있으면 얼마든지 영단을 살 수 있는 자판기 를 만나면서 그녀는 종말의 거인을 맞상대할 정도의 힘을 얻었다.
'만약 강렬한 투쟁심이나 향상심이 있었다면 스테이지에서 깽판을 쳤을 지도.’
그러나 그건 그녀가 원치 않던 삶.
나는 누구보다 그녀의 마음을 이해 했기에 그녀를 풀어주었다. 마지막 전투 때 나와 활약한 것만 해도 그 녀는 할 일을 다 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삐-!
그때 갑자기 날카로운 신호음이 울 린다.
“뭐야?”
[핫라인을 통한 외부 통신입니다.]
“아,핫라인.”
핫라인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그게 작동하는 건 처음이다.
“뭐,연결해.”
-아! 들린다!
수락과 동시에 홀로그램이 작동하 며 새파란 머리칼의 미녀가 모습을 드러낸다.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도 훨씬 성숙해 보이는 모습의 세레 스티아다.
-어이! 전남편!
“아,세레스티아. 오랜만.”
-오랜만! 아니,이게 아니라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34지구가 3문 명에 올라갔다는 보고가 왔어! 아직 백 년은 더 있어야 했던 일인데! 설 마 과학자들 초청해서 기술 전수라 도 한 거야? 함부로 3문명에 올라 서면 위험해!
그녀의 말에 나는 레온하르트 제국 이 34지구의 상황을 거의 모른다는 것을 알았다.
[종말 프로젝트는 시작과 동시에 해당 문명의 정보를 은폐합니다. 외
부의 도움을 막기 위해서이지요. 심 지어 점술 같은 간접 정보 습득 능 력을 사용해도 해당 문명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인식됩니다.]
“아,그래?”
지금껏 외부 도움에 대해 생각도 안 했기에 몰랐다.
‘그러고 보니 드래고니안에 있던 보람과 동민이도 지구 상황을 전혀 모르고 들어왔다고 했었지. 노블레 스가 인식을 못 했을 정도면 다른 세력들은 더 말할 필요도 없겠네.’
그렇게 생각하며 셀에게 말했다.
“종말 프로젝트라는 걸 좀 진행했
거든. 무기들을 좀 만들어서 뿌렸더 니 레벨이 올라 버리더라고.”
-기술 전수도 아니고 나눠 주는 걸로 문명 레벨이 오른다고? 아니… 아니,그보다 종말 프로젝트?! 그거 대전쟁 때 문명 박살 내고 다녔던 언터쳐블 아냐?!
“진짜 하나도 모르는구나……
“대하야!!!”
그때 문이 열리고 영민이 형이 뛰 어 들어온다.
그 뒤로 사색이 된 민경이 따라 들어온다.
“여,영민아! 이,이렇게 함부로 들
어오면 안 돼!”
형이 죽은(?) 뒤 내가 정색을 하고 대했던 데다,내가 신앙의 대상까지 되는 바람에 민경은 여전히 날 어려 워했다. 물론 형은 신경 안 썼다.
한편 함장실에 들어온 형은 세레스 티아의 홀로그램을 보고 눈을 동그 랗게 떴다.
“어? 예쁜 아가씨네. 설마 여친이 야?”
- 대하야?
“아,말했었지? 우리 형이야.”
내 말에 세레스티아가 깜짝 놀라서 자세를 바로 했다.
-앗!!! 안녕하세요! 저,저는 레온 하르르 제국의 세레스티아라고 합니 다! 결혼식 때 부르지 못해서 정 말,.
그녀의 말에 형이 기겁한다.
“대하,너 결혼했어?!”
세레스티아도 기겁했다.
-대하,너 안 말했어?!
“아,어차피 이미 이혼해서.”
별거 아니니 안심하라는 말이었지 만 형은 오히려 더 당황한다.
“이혼도 했다고?!?!”
정신 못 차리는 형의 모습에 세레
스티아의 눈동자도 핑핑 돈다.
-앗! 아앗!! 그래도 나쁘게 이혼한 건 아니에요! 저,저기. 어디까지 아 시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레온하르트 제국의 현 여황입니다. 레온하르트 제국이라는 건 34지구랑은 꽤 멀리 떨어진,행성 수십 개가 모여 만들 어진 세력인데…….
“멀리 떨어진 행성? 아니,뭔 상황 이야? 그럼 지금 네가 언터쳐블이 되어서 연락이 된 건가?”
-누가 언터쳐블이 되었다구요??
어떻게든 차분히 상황을 설명하려 던 세레스티아가 입을 쩍 벌리는 모 습이 보인다.
패닉에 빠진 함장실.
나는 들고 있던 핫초코를 호로록 마시며 중얼거렸다.
“혼란하다 혼란해.”
다음 화에 계속...
< 당신의 머리 위에 2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