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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머리 위에 2부-115화 (232/249)

115화

“뭐지? 왜지?”

달 표면에 앉아 지구를 향해 총구 를 겨누고 있던 하와는 방아쇠에서 손가락을 떼버렸다. 어째서인지 아 담이 수면기에 들어가면서 그녀의 권능과 힘이 많이 복구된 상태인데 도 스스로의 상태를 파악할 수가 없 다.

“왜 못 막았지?”

그녀는 대하에게 약속했다. [아버 지]의 유품인 열쇠를 사용하지 않는 다면,그 어떤 상황에서건 적어도 목숨만은 지켜주겠다고.

언네임드 언터쳐를 놈이 함부로 칼 질을 하려 했을 때,그녀가 녀석의 머리통에 회피도,방어도,부활도 불 가능한 [설정파괴탄]을 갈겨주는 것 은 절대 사심이 섞인 돌발행동이 아 니라 합당하고도 정당한 절차라는 것!

그러나 그럼에도 그녀는 그러지 않 았다.

아니,그러지 못했다.

“이거 이대로 가면… 큰일 나는 데.”

현재 대하의 신성은 넘버링 기가스 에 봉인되어 있다. 물론 스스로의 의지로 분리해 둔 것이기 때문에 안 정되어 있는 상태지만… 만일 그가 죽게 된다면 연결이 끊어지며 신성 이 폭주하게 되겠지.

그리고 그렇게 되면… 신성 그 자 체를 품고 있는 [기겨n인 신급 기가 스 따위 당장 신성에 먹혀 기계신에 한없이 가까운,그러나 이성을 잃어 버린 괴물이 되어 최상급 신들이 대 부분 떠나버린 대우주를 엉망으로 헤집고 다닐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될 것이라면.

왜 그녀는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을 까?

“죽지… 않았기 때문에?”

그러나 말이 되지 않는다. 상급 신 위,신성,신격 모두를 가진 하와는 대하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그는 죽었다.

그의 육신은 파괴되고 영혼 역시 소멸되었다. 육체 복원 따위의 껍데 기 같은 부활 능력은 여러모로 빈틈 이 많았고,대하의 적들은 그것을 정확하게 찔렀다. 애송이라 하더라

도 후안은 타고난 언터쳐블이며 종 말 프로젝트는 온갖 노블레스와 엘 로힘,심지어 언터쳐블들조차 잡아 죽인 종말 병기였으니 간단한 일이 었으리라.

하지만 그럼에도.

“안 죽었어… 아니,말이 안 되는 데. 현실에서도 죽고 그 강철계인가 뭔가 하는 곳에 있는 육체도 틀림없 이 죽었는데.”

그녀의 표정이 복잡해진다.

“그러고 보면… 종말 프로젝트가 파괴되었던 것도 아버지 때문이었 지”

400년 전 창조신의 이면 아수라가 소멸하며 디카르마는 기계신이라는 형태로 물질계에 강림했다.

그는 리전을 우주의 주인이자 정명 한 존재로 만들고자 했다. 자신의 모든 것이었던 권능,[관리자의 작 업실]을 구현하여 우주의 근원에 새 로운 [설정]을 써 넣으려 한 것이 다. 천문학적인 수준의 자원과 제물 이 필요했지만 영락하였음에도 절대 신에 가까운 힘을 가지고 있던 디카 르마로서는 중분히 감당 가능한 수 준.

그것은 거의 성공할 것처럼 보였 다. 그렇다. 그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그랬다.

종족신에 불과한 12지신 중 하나 였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무신(武神) 의 좌에 올라 절대신으로 다시 태어 난, 풍호(風虎),다크가 등장하기 전 까지는.

“망할 놈.”

170년의 싸움 끝에 리전의 간절한 꿈은 무산되고 기계신 디카르마는 무신의 손에 죽고 말았다. 무신 또 한 다카르마에 의해 한쪽 팔이 잘리 는 치명상을 입었지만 그런 상처쯤, 시간만 넉넉하면 결국 회복할 수 있 는 손실에 불과하다.

그리고 기계신과 무신의 전투에,

종말 프로젝트가 휘말렸다.

굳이 말하면 교통사고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무신도,기계신도 종말 프 로젝트가 있는지도 몰랐는데(정확히 는 신경을 안 쓴 것이겠지만) 그저 싸움의 여파에 휩쓸렸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종말 프로젝트 입장에서는 기가 막 힌 일이겠지만 어디 그 싸움에 휘말 린 것이 녀석뿐이던가?

절대신급 둘의 충돌은 그야말로 우 주적인 재앙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

종말 프로젝트는 축적한 모든 힘으 로 [종말의 마수]로 변형,풍호에게

서 달아났지만 상황은 더욱 최악으 로 변했다.

전력을 다한 [종말의 마수]를 위험 인자로 인식한 마법의 신,염룡(炎 龍) 카인이 강림해 버렸으니까.

고오오오오——!!

쓰러진 대하의 몸에서부터 신성이 빨려 나오더니 후안의 몸으로 흡수 된다.

“원시적이네.”

하와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상대를 죽여서 신성을 홉수하다니,고대의 야만신들이나 할 법한 짓이다. 언터 쳐블로 태어나 온갖 권능을 마음대

로 휘두를 수 있는 녀석이 이러나저 러나 아직 인간에 불과한 대하를 상 대로 신앙에서 밀려 저딴 짓을 하고 있다니 너무나 못났다.

설사 저렇게 신성을 흡수한다 해도 그 신앙의 대상은 결코 그가 아니 다. 나중에 반드시 문제가 터질 텐 데 저러고 있다니. 역시나 똥오줌 못 가리는 애송이라 해야 할까.

하와는 지금이라도 그의 머리를 터 뜨리고 대하의 시체를 회수하고 싶 은 욕망을 느꼈다.

그러나 그럼에도 누군가 그녀를 꽉 붙잡기라도 한 듯 움직일 수 없었는

데,어이없게도 그런 강제력에도 조 금의 반발심이 들지 않는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의 강제력.

“…이건.”

불현듯 그녀의 눈이 흔들린다.

-죽을까 걱정되어서.

정령신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 때에는 그저 넘버링에 담긴 기계신 의 신성이 폭주하는 것을 걱정한다 고 생각했다.

그러나 잘 생각해 보면 말이 안

되는 소리다.

기계신의 신성이 폭주한다면,그건 결국 [아버지]의 신성이 두 번 영락 한 결과에 불과하다. 마찬가지로 절 대신의 영역에 서 있으며,한 차원 의 주인인 정령신이 마음만 먹는다 면 얼마든지 제거할 수 있겠지.

아니,사실 그게 아니더라도 정령 신은 물질계의 문제에 무관심한 것 으로 유명한 존재가 아니던가?

-너,모르는군.

“설마.”

하지만 그렇다면 그가 대하의 죽음 을 막아야 할 다른 어떤 이유가 있 었던 걸까?

그리고 그것을 굳이 마주한 그녀에 게 말해주지 않을 이유는?

-모른다면 됐다.

“설마……

나는 문 앞에 있었다.

그 모습이 뭘 뜻하는지 이해 못

하고 잠시 멍하니 바라보았지만,이

내 그 문의 형태를 기억 속에서 떠 올릴 수 있었다.

“진짜 오랜만이네… 내가 죽는 바

람에 나타난 건가?”

요새는 죽어도 그냥 부활하면 부활 했지 문을 보는 건 거의 수백 년(체 감 시간) 만이다.

“저기요! 거기 누구 없어요?”

“..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숨을 멈춘다. 익숙한 목소리.

그것은 [나]였다.

‘무슨 상황이지?’

소리 내 한번 불러볼까 하는 생각 이 들었지만 지금껏 [나]는 내 존재 를 인식조차 못 했다는 사실이 떠오 른다. 아니,사실 이 상황에서는 인 식해도 문제다.

‘일단 모습을 보자.’

나는 정신을 집중해 문의 형태를 바꿨다.

어차피 이 문이라는 건 내 심상이 그려내는 형상.

‘여는 건 위험하다. 그렇다고 완전 히 비치는 것도 위험해.’

때문에 나는 문을 없애거나 투명하

게 하는 대신 그 형태를 아파트에서 흔히 볼 법한 철문으로 바꿨다.

그렇다. 안에서 밖을 볼 수 있는 외시경이 달린 형태.

나는 문에 바짝 붙어 외시경으로 밖의 모습을 보았다.

“저기요!!”

책장들 사이에서 나를 닮은 아이가 뛰어다니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뛰 어도 책장의 끝에 닿을 일은 없다.

거대한,마치 산맥을 보는 듯 압도 적인 규모의 책장.

빼곡히 들어차 있는 책들의 수는 감히 헤아리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그렇게 소리칠 필요 없다.”

“헉?!”

깜짝 놀라는 [내] 앞에 한 사내가 서 있다.

전체적으로 호리호리한 체격의 그 는 전형적인 학자풍의 인상을 가지 고 있다. 그의 한 손에는 고급스러 워 보이는 표지의 책 한 권이 들려 있었는데 그는 그것을 덮고 책장에 다시 꽂았다.

그리고 한숨 쉬었다.

“다시 만났을 때에는 좀 더 자라서 오길 바랐는데……

그러나 그와 마주하고 있는 [나]의

모습은 그야말로 어린애다. 외향이 바뀌었다는 것이 아니다. 녀석이 짓 고 있는 표정,말투,그리고 품고 있는 격 자체가 녀석이 어리다는 것 을 알려주고 있다.

“•••아버지?”

“그래.”

“아버지!!!”

[나]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뛰어 나가 와락 사내의 몸에 안겼다. 이 내 들려오는 훌쩍거리는 소리.

사내는 고요한 눈으로 그런 [나]를 내려다보았다.

“적에게 당했구나. 어마어마한 손

실을 입었어. 이런… 목적에 거의 가까워져 있었군. 안타까운 일이 야……

사내가 [내] 머리칼을 부드럽게 쓰 다듬는다. [나]는 울먹이며 말했다.

“그놈들이 나를 칼로 찔렀어요! 후 안! 후안 그 녀석 내가 좋게 봤는데 나를 배신했어요! 친구라고 생각했 는데!”

“실패작 놈들… 고생이 많았구나. 그때 다 밟아 없앴어야 하는데.”

사내는 자애롭게 [내] 머리칼을 쓰 다듬으며 등을 두들겨 주었다. 그리 고 그런 위로에 [나]는 더욱 서럽게 울었다.

“으아아앙!”

“그래그래……

등을 토닥이는 그의 표정은 차분하 다. 뭔가를 깊이 생각하는 듯 허공 을 보는 눈동자.

그는 [나]를 꼭 안은 채로 말했다.

“내가 도와줄까?”

“그럴 수 있어요? 난 죽었는데?”

“우리는 죽을 수 없는 존재다. 육 신은 우리를 가두던 감옥에 불과하 지. 하지만 안타깝구나.”

그렇게 말하며 사내는 [나]를 바라 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뭐가요?”

“거의 다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한참 더 걸릴 거라는 사실이 말이다.”

“저기,아버지. 지금 무슨 말을 하……

푸욱!!

“컥… 으억… 아,아버지?”

“정말.”

사내의 손이 [나]의 가슴을 뚫고 나온다.

거기에는 박동하는 심장이 들려 있

다.

두근! 두근…….

심장의 그 형태가 변하더니 한 권 의 책으로 화한다. 그리고 그러자… 신음하던 [나]의 몸이 가루로 변해 그 책으로 빨려 들어간다.

“정말 안타까워.”

볼품없이 얇은 책자를 대충 훑어보 던 사내가 한숨과 함께 책을 책장에 꽂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세상이 변한다.

[네놈----!!! 감히!!!]

[긴급 프로세스 가동!! 시설 폐쇄 를 시작합니다!]

지니와 아레스는 대하가 칼에 찔리 고서야 적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 지만 당황하거나 머뭇거리는 대신 즉시 행동에 들어갔다.

거대한 아레스의 주먹이 느닷없이 나타난 꼬마의 몸통을 후려친다.

이미 준비되어 있던 센트리 건이 정확한 조준으로 탄환을 뿜는다.

쩌엉!!!

그러나 꼬마가 손을 가볍게 휘젓는

것만으로 모든 탄환이 바닥에 떨어 지고 거대한 아레스의 몸이 날아가 벽을 우그러뜨리며 박힌다.

[뭣?!]

[이게 무슨……!]

벽이 열리며 10기의 황금기사단 (人)에,50기의 황금사자(默) 부대가 쏟아져 들어온다. 그러나 소용없는 일이었다.

과과광!!!

모조리 파괴되어 벽에 처박힌다!

[아니, 이게 무슨?! 20레벨 적이라 면서!]

신급 기가스인 아레스는 조종사가

없어도 어지간한 초월자만큼 강하 다. 그런데 20레벨 스테이지 하급에 서 등장한 적을,그것도 이렇게 유 리한 환경에서 몰아붙이는데도 일방 적으로 밀리다니?

그러나 아레스가 어찌 알 수 있을 까.

20레벨 하급 스테이지에서 나타난 [적]은 오직 하나이며.

그 하나가 10억의 20레벨이 가지 고 있어야 할 힘을 다 가지는 폭거 를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히히히! 그래! 이래야지! 이래야 해! 종말은 종말이야! 종말은 절망 과 무력감이어야 해! 클리어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신나서 소리치는 소년의 몸에서 어 마어마한 기운이 뿜어져 나온다.

“지금! 너무 많아! 너무 많다고! 스테이지가 다 끝나 가는데 10억은 말도 안 돼! 원래 흘러갈 합당한 흐 름으로 고쳐야 해!”

[이,쓰레기 같은. 그따위로 할 거 면 이딴 게임을 왜 만들었냐?]

“닥쳐! 네가 뭘 알아? 그래! 10명! 10명이 좋겠어! 일단 생존자를 10 명까지 줄이고.”

“후.”

“후. 어?”

신나서 소리치던 소년의 몸이 굳어 버린다.

그의 뒤에 쓰러져 있던 대하가 몸 을 일으키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그렇구나. 이제 알겠다. 너,[투 쟁]의 아이로구나.”

“이게… 무슨?”

후안의 앞에 쓰러져 있던. 신성까 지 모조리 빨린 대하가 자리에서 일 어난다.

아니,사실은 다르다.

고유세계에서도,현실에서도 사실 대하의 몸은 여전히 죽은 채로 널브

러져 있다.

그리고 그런 그의 시체 앞에.

새로운 대하가 서 있었다.

다음 화에 계속...

< 당신의 머리 위에 2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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