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화
12월 중순쯤 고유세계에 쳐들어온 모든 괴수가 죽었다.
최초의 11억 마리를 죄다 잡아 죽 인 이후,3억 3천만에서 최종적으로 는 2억 8천만까지(쉘터가 브레스에 파괴되어 추가 사망자들이 나왔다) 19번 반복 리젠되어 대략 70억 마 리의 우주 괴수가 죽은 셈이다.
그리고 그중 80% 이상이 내 손에
죽었다.
“나 참 70억이라니… 요새 숫자 개념이 이상해지는 것 같은데.”
우주전에서도 쉽게 나오지 않는 규 모의 사상자다.
물론 거주 콜로니에 극대소멸탄이 우르르 쏟아진다든지,행성에 핵폭 탄을 우르르 떨어뜨린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숫자지만 서로 간의 전력이 그 정도로 차이 난다면 보통 한쪽이 항복을 하거나 도망치게 마련이다. 이런 미친 수준의 킬 로그(Kill log) 를 가진 존재는 세상 어디에도 흔치 않으리라.
기이잉一一一! 철컹!
“거기! 철근 좀 들어서 옥상 위에 올려주세요!”
“제 푸른 매 출력 다 떨어졌어요!”
“지니 양! 다음은 어디로 가야 하 나요?”
어린아이를 제외한 고유세계의 모 든 인원이 힘을 모아 센터 시티를 재건하고 있다.
최근에는 위성도시의 숫자가 10개 가 넘어간 상황이었지만,고유세계 인구가 너무 줄어 물자를 정리하고 남은 모든 인원을 센터 시티 한곳으 로 집중시킨 상황이다.
“차단벽에 주문 확실하게 걸어주세
요! 20레벨 스테이지에서 한 방에 뚫리는 꼴 보기 싫으면!”
재건축에 들어간 센터 시티는 그야 말로 요새 도시라는 말로밖에 표현 할 수 없는 형태로 변해가고 있다.
직경이 20킬로미터가 넘는 도시 전체에 꽃잎처럼 생긴 철판이 둘러 져 있는데 비상시가 된다면 그 철판 들이 모조리 도시를 감싸 수십 겹의 외벽을 가지게 된다.
마법사들은 철판 하나하나에 인첸 트를 걸고 있고 기술자들은 지니의 안내와 설계도에 따라 온갖 첨단무 기들을 설치하고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전투용 기가스뿐이 아니라 작업용 기급 기가스 수만 기가 부지런히 움 직이며 도시를 건설하자 무슨 빨리 감기 영상처럼 빠르게 도시가 건설 된다.
인챈트를 걸고 있던 마법사 한 명 이 말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게 헛수고일 수 있지.”
옆에서 용접을 하고 있던 금속성의 차크라 사용자가 말한다.
“그러면… 정말 좋겠군. 이 모든 게 헛수고일 수 있다면.”
본래 상급 난이도에서는 해당 레벨
의 몬스터 10마리와 1레벨 높은 보 스 몬스터가 등장한다.
그러나… 19레벨 상급 난이도에서 1레벨 높은 보스 몬스터,그러니까 20레벨 몬스터가 나오는 일은 없었 다. 그냥 19레벨 몬스터가 20번 역 속으로 나오고 끝난 것이다.
결국 플레이어들로서는 이런 생각 을 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종말 프로젝트라도 20레 벨은 구현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그래. 20레벨은 초월지경이라잖 아. 도달하는 순간 신의 경지에 오 르는 거라고 했어. 지구에서도 오직 철가면 님이 그 경지에 올랐을 뿐인
데 어떻게 신을 몬스터로 소환하겠 어?”
안타깝게도 그들의 말에는 오류가 있다. 나는 여전히 초월지경의 문턱 에 걸려 있을 뿐 초월지경은 아니었 기 때문이다.
물론… 내 특수한 혈통과 아레스, 궁니르라는 사기급 병기들의 힘으로 인해 거의 황제 클래스에 가까운 힘 을 가지고 있다는 게 함정이긴 하지 만.
[함장님,수리가 완료되었습니다.]
“•"그래.”
캡슐 안에서 체력과 영력을 회복시
키고 있던(좌는 이미 언랭크가 되어 한동안 쓸 수 없다) 나는 디스플레 이로 도시를 살피던 것을 멈추고 의 식을 전환했다.
팟!
지구에 있는 몸으로 의식을 던진 다. 어느새 나는 회색으로 가득 찬 세상,이면세계에 서 있었다.
푸확!
쿠과과광!!!
덩치 큰 고래들이 한강을 타고 올 라와 미사일처럼 땅으로 쏘아진다. 심지어 땅 위에 올라와서도 펄떡이 다 죽는 것이 아니라,대지에 거대
한 고랑을 만들며 질주하는 것이 아 닌가?
그 숫자가 수십 수백이니 마주하는 것만으로 압박감이 느껴질 정도다.
“장전!!”
그리고 그렇게 몰려드는 고래들 맞 은편에는 수만 기의 기가스가 포진 하고 있다.
“발사!!”
외침과 함께 무지막지한 포격이 고 래들을 후려친다. 수만 기의 기가스 가 쏘아대는 포격의 위력은 상상 이 상이라 표적지나 다름없는 고래 녀 석들의 가죽이 찢어지고 살이 터져
나간다.
스테이지 최상급 난이도에서 매일 하던 게 포격 지원이었던 만큼 플레 이어들의 공격은 결코 무시할 수준 이 아니다.
만일 고래 녀석들이 멀쩡한 상태였 으면 날아서 회피하거나 브레스를 뿜어 다 죽여 버렸겠지만 두 개 모 두 금지된 상태이니 그야말로 샌드 백 신세.
물론 그런 공격에도 고래들은 쉽게 죽지 않았지만… 상당한 타격을 입 고 돌진을 멈추는 것은 어쩔 수 없 는 일이다.
“길어지겠군……
[스테이지 목표는 분명 ‘100시간 안에 불안정한 우주 괴수 20기를 제거하십시오’였는데 말이지요.]
“그 100시간 안에 할당량을 다 채 우지 않으면 불합격이라는 말이지. 대신 요번에는 [사망처리]가 없는 거고……
사실 상황으로 보면 요번 불합격 인원이 스테이지에서 제외되어 다음 레벨에 참가 못 한다거나 하는 제약 이 있는 게 맞지만 종말 프로젝트가 그럴 리는 없겠지.
시간이 지난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현실의 시간이.
“눈이다!”
“와… 이게 눈이구나. 교과서에서 나 봤는데.”
“메리 크리스마스!”
고유세계가 어느 정도 안정된 뒤 전투조를 현실로 파견했다. 고래 녀 석들이 마족과 충돌하며 사방으로 흩어져 제거에 시간이 걸렸기 때문 이다.
“봄이다!”
시간은 계속 지난다.
“으아 더워!”
계속.
고래의 숫자는 계속 줄어갔고,그 시간 동안 사람들은 파괴된 지구를 복구해 나갔다. 가끔 관측되지 않은 고래의 습격으로 사상자가 나기도 했지만,이미 사람들에게 그건 항상 봐오던 일상에 불과하다.
그래도 처리 속도는 생각보다 빨랐 다. 괴물 고래 녀석들이 인간뿐 아 니라 마족들과도 충돌했기 때문이 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면세계의 마 족이 거의 괴멸되었다.
[뜻밖의 낭보로군요.]
“낭보라고 할 것도 없지. 이 미쳐
버린 파워 인플레의 피해자일 뿐이 니까.”
[마족이 피해자라니…….]
과거의 이면세계는 사실 마족이 지 배하는 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 었다. 대마법사의 지원을 받은 인간 들이 은신처나 요새 등을 만들어 영 역으로 삼았지만 그래 봐야 이면세 계 전체의 넓이에 비하면 한 줌에 불과했으니까.
이면세계를 가득 채우고 있던 수십 억의 마족!!
심지어 가장 깊은 곳에는 괴물 중 의 괴물,마족들의 귀족인 최상급 마족까지 존재한다는 소문이---!
‘다 소용없는 소리지.’
이제는 그냥 스테이지 한 번에 십 억 단위의 적이 쏟아지는 상황.
심지어 그놈들 하나하나가 최상급 마족보다 더 강하다.
[고위 마족이 거의 다 죽긴 했습니 다. 죽지 않은 이들도 다 마계로 도 망가 버리고…….]
“탈출 안 했으면 내 손에 다 죽었 지.”
물론 그렇다 해도 이면세계에는 여 전히 마족이 많다. 이성도 뭣도 없 는 하급 마족들이 여전히 쏟아져 들 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위 마족들은 이면세계에 들어오 려면 이런저런 수고가 드는 모양이 지만 마계에서 거의 무한히 발생하 는 하급,최하급 마족들은 그야말로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 처럼 괄괄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물론 그렇게 들어와 봐야 길 가던 애들한테도 맞아죽는다.
-축하합니다! 스테이지가 클리어되 었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주 어집니다.
-당신의 순위는 1위입니다.
최종적으로 지구에 남은 인원은 7 억 3천. 고유세계의 인원은 2억 8천 만까지 더하면 대략 10억의 사람들 이 살아남았다.
이번 습격을 받으면서 노약자와 재 능이 모자라던 저레벨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농담이 아니라 무장을 했다고 가정 할 시,지구 평균 레벨이 15가 넘을 거라 예상될 정도.
[진짜 마경은 여기였군요.]
이게 얼마나 미친 상황이냐면 기나 긴 시간 동안 이가의 수호신으로 광 화문 광장을 지켜온 영혼거병 세종
과 순신이… 이제는 그냥 길 가던 아무나,그러니까 식당 아줌마나 고 등학생하고 싸워도 비등비등할 정도 다.
그야말로 드래곤볼이 울고 갈 파워 인플레이션!
스테이지에서 거의 무한대로 팔고 있는 영약. 그리고 그 영약을 살 수 있는 포인트를 벌어주었던 내 공략. 비전이라는 게 없을 정도로 완전히 공개되어 있는 이능들. 그리고 그렇 게 강화된 이들에게 주어지는 강대 한 출력의 기가스까지…….
온갖 특이 사항과 돌발 변수로 인 한 34지구의 전투력은 지금 당장
대우주로 나간다 해도 문제가 없을 정도다.
‘물론 그것도 최종적으로 살아남았 을 때의 이야기겠지만.’
-축하합니다! 스테이지가 클리어되 었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주 어집니다.
-당신의 순위는 1위입니다.
역시나 19레벨 최상급 난이도 역 시 쉽게 넘어갔다. 최상 난이도는 원래 없던 난이도가 아니던가? 하, 중,상 난이도에서 정의의 요람,고
유세계 등으로 전투를 피한 이들을 빌미로 진행되었던 업데이트였던 만 큼 지금처럼 제외 인원이 없는 상황 에서는 무용지물이다.
그리고 마침내.
그날이 왔다.
“후.”
나는 아레스에 탄 채 호흡을 골랐 다.
Q Q.--
눈을 감자 육체를 강화하는 생체력 이 느껴진다.
온몸을 휘감고 변형시킬 수 있는 오오라도.
관제인격 아레스와 연결되어 경지 그 이상의 힘을 발휘하는 정령력까 지.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하나로 묶는 거대한 [바탕]까지.
“나 참.”
생체력을 수련할 때에는 매 순간 벽을 느꼈다. 정령력은 그냥 막막하 기만 하다. 가장 나에게 걸맞은 이 능이라 할 수 있는 오오라 역시 초 월경을 넘보기에는 한참 모자라다.
그러나 다르다.
전신위광은 달랐다.
“아레스.”
[응,대하야.]
“전신위광이 원래 이런 힘이야?”
[물론 아니지. 전신위광은 물론 대 단한 영능이지만… 굳이 말하면 보 조 계열이니까. 자가 버프라고 해야 하나? 보통 어떤 이능을 중심으로 두고 돕는 역할이 정상인데.]
그러나 보조해야 할 전신위광이 모 든 영능을 집어삼켜 자신의 안에 두 는 것이 느껴진다. 그리고 전신위광 안에서 나머지 세 영능이 부족하면 부족한 만큼,넘치면 넘치는 만큼 보정되어 거대한 하나로 융합되고 있다.
[고위 신혈을 이어서 그런가? 나도 꽤 많은 녀석들한테 전신위광을 익 히게 했지만 이런 현상은 처음 본 다.]
녀석의 말을 들으며 호흡을 고른 다.
후우욱-!
숨결이 영기(靈氣)로 변해 조종석 안을 휘감다 사라진다. 온몸이 펄펄 끓어오르는 것이 느껴진다.
잔뜩 긴장한 신도들의 기도가 들려 온다.
나는 내 안의 무언가가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걱정할 것 하나 없다.’
20레벨 초월자 나타난다 해도 감 히 내 상대는 아니다. 아레스에 타 궁니르를 든,거기에 새로운 신성 (神聖)을 만들기 시작한 나는 황제 클래스에 근접한 존재니까.
그리고 내가 초월지경에 오르는 순 간.
나는 황제 클래스조차 넘어서는 존 재가 될 것이다.
-스테이지 (Stage)가 오픈됩니다!
-레벨 20. 하급(下級)이 설정되었 습니다.
-???를 제거하십시오.
-10초 후 스테이지가 시작됩니다.
-10. 9. 8. 7…….
[시작되었습니다.]
“모두 바짝 긴장하라고 해.”
그렇게 말하고 나는 센터 시티 상 공에서 적을 기다렸다. 이미 센터 시티는 보호벽을 탄탄히 세우고 1킬 로미터 이상 땅으로 파고들어 간 상 태다.
그리고 고유세계 곳곳에 준비되어 있는 벙커들에 전투조들이 대기하고 있다.
대기했다.
1시간이 지났다.
“음?”
그러나 적이 나오지 않는다.
[함장님, 플레이어들이 술렁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지가 떴잖아? 대기하라 고 해.”
[명대로.]
그녀에게 말한 뒤 제자리에서 기다 린다. 영력은 이미 최고조다. 초월자 급의 적과 몇 번 싸워본다면 어떤 선을 넘어설 수 있을 거라는 직감이 들 정도.
그러나 하루가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나도…….
적이 나오지 않는다.
“아니… 이번에는 또 무슨 수작이 야? 심지어 패치 내역을 공지도 안 한다고?”
무려 한 달 동안이나 아레스 안에 탄 채 대기하고 있던 나는 불현듯 몰려오는 허탈감에 혀를 차고 말았 다.
지니가 말했다.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는 20레벨 몬 스터를 구현하지 못해서 스테이지가
끝난 게 아니냐는 말들이…….]
“말도 안 돼. 스테이지 시작이 정 식으로 알람이 왔는데?”
[처치해야 할 몬스터 이름이 물음 표인 것도 문제인 듯합니다.]
“뭐 하자는 거지.”
최고조에 이른 영력이 허망하게 타 오르며 오히려 상태가 점점 안 좋아 지는 상황.
나는 지니에게 말했다.
“나도 센터 시티에 들어가 있을게. 문제가 생기면 알려줘.”
[네,함장님.]
지니의 말을 들은 뒤 사철의 바다
를 뒤덮고 있는 거대한 철판 위에 선다.
그리고 그러자.
위이잉!!!
바닥이 열리며 땅속 깊은 곳으로 이동한다.
철컹!
아레스가 멈춘다.
“내려줘.”
[나 참. 허탕이라니.]
아레스의 머리가 열리고 땅으로 내 려선다. 아발론 시스템으로 인해 씻 을 필요도,생리현상을 걱정할 필요 도 없지만 긴장 상태에서 한 달이나
허탕을 치니 심력 소모가 이만저만 이 아니다.
“음?”
그런데 아레스의 손에 잡혀 바닥에 내려선 내 앞에 웬 꼬마가 있었다.
“넌 뭐야? 꼬마야? 여기에는 어떻 게 들어왔어?”
[함장님?]
[꼬마라니 무슨 소리야?]
난데없는 내 말에 당황하는 두 관 제인격.
나는 온몸의 털이 일어서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 순간!
푸욱!!!
새까만 무언가가 심장을 뚫고 지나 간다.
“내가 엄청엄청엄청엄청엄청엄청엄 청엄청엄청 고민해 봤는데 말이야.”
꼬마가 말했다. 녀석의 입꼬리가 귀밑까지 주욱 찢어진다.
“너만 없으면 되는 거 같아.”
“끄… 윽? 이,미친. 은신형 초월 자라고……?"
-신살검 효과 발동! 부활 불가! 영 멸 효과가 작동합니다!
-영겁의 저주가 발동합니다! 모든 축복과 가호를 무시합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과득!!! 푹!!!
성급 기가스,워 로드의 외장갑을 뚫고 빛나는 검이 현실의 육체에 틀 어박힌다.
내 가슴에 검을 박은 사내가 꾸벅 고개를 숙인다.
“미안하다. 그리고 지금까지 인류 를 수호해 줘서 고마웠다.”
“너,너,너… 후안.”
숨이 턱 막힌다. 최고조로 타올랐 던 영력이 거짓말처럼 꺼져가는 것 이 느껴진다.
‘이게 뭐야. 동시에… 현실과 고유 세계에서 동시에 죽인다고?’
신음하는 순간.
세상이 어두워진다.
다음 화에 계속...
< 당신의 머리 위에 2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