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화
거대한 덩치의 아레스가 고래 떼 사이로 날아들었다.
콰득!
지나가며 휘두른 궁니르의 창날에 괴물 고래의 머리가 세로로 쪼개진 다. 사방을 가득히 채운 괴물 고래 들이 악을 쓰며 머리를 들이밀었지 만,나는 거침없이 궁니르를 휘두르 며 개중 한 녀석의 머리를 밟고 뛰
어올랐다.
쿵!
밟힌 고래의 머리가 움푹 찌그러지 며 내 몸이 한층 더 높이 날아오르 자 나는 이제 완전히 고래 떼 사이 로 들어오고 말았다. 위아래 전후좌 우 어디를 봐도 괴물 고래로 가득한 공간.
마치 괴수로 이루어진 바다를 보는 것 같다.
녀석들은 마치 물방울처럼 많았다.
쿠아아!
나에게 접근하는 족족 죽어나가자 작전을 바꾼 듯 고래들이 입을 열어
브레스를 내뱉기 시작한다. 1만이 넘는 고래가 동시에 뿜어내는,‘물 리적으로’ 피할 길이 없는 공격!
이것이 만약 스테이지였다면 나는 어빌리티,〈죽지 않는 황제〉를 사용 해 막아냈을 것이다. 한 마리도 아 니고 1만 마리의 브레스는 휩쓸리기 만 해도 내 목숨을 앗아갈 테니까.
그러나 아레스에 탄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좌악!
브레스 안으로 뛰어든다. 당연히 밀려나고 박살 나야 하지만 마치 물 안에 뛰어들기라도 한 것처럼 흐름 을 타고 위로 솟구쳤다.
닿는 모든 것을 태우고 녹이는 파 괴적인 브레스가 부글부글 들끓으며 덤벼들었지만 아레스를 휘감고 있는 반투명한 막을 넘어서지 못한다.
그렇다.
이까짓 공격으로는 아레스의 ‘기본 배리어’도 넘어설 수 없다!
위이잉!!!
신급 아이언 하트가 미친 듯이 영 자력을 뿜어댄다. 아이언의 특이하 고도 절대적인 성질. [상성 우위]가 사방에서 휘몰아치는 온갖 악의와 저주를 모조리 떨쳐내 버린다.
꾸드득!
브레스를 가로지르며 온몸을 비틀 어 궁니르를 든 손을 뒤로 당긴다.
그리고 그대로,쏘았다.
푸확!
일순간 사방을 뒤덮고 있던 브레스 가 모조리 증발하고 나를 기준으로 일직선상에 있는 모든 고래가 횡액 을 당했다. 궁니르가 뚫고 지나간 녀석들의 몸에는 직경 5미터짜리 구 멍이 뚫려 있다.
쩌저적! 쩡!!
저 멀리에서 굉음과 함께 머리에 궁니르를 박은 고래가 주변 녀석들 과 충돌하는 모습이 보인다.
[손맛 좋고!!]
[비행 거리 11.5킬로미터! 관통된 적은 314개체입니다!]
두 관제인격의 목소리를 들으며 오 른손을 든다. 저 멀리서 허물어지는 고래 머리 위에 박혀 있던 궁니르가 사라지더니 내 손에 잡힌다. 주변에 있던 고래 녀석들이 발작하듯 덤벼 들어 날 물어뜯으려 했지만 그보다 더 빨리 창이 발사된다.
과과광!!!!
고래 녀석들이 뭔가 한 듯 내가 있던 자리에서 폭음이 일었지만 나 는 창을 던진 반작용을 이용해 1킬
로미터도 넘게 이동한 상태다.
“다시!”
푸확!
손에 잡히는 궁니르를 잡아 투척한 다. 그것으로 또다시 수백의 고래가 죽는다.
후오오오---!!!
궁니르 전체에 강대한 신력이 휘몰 아친다. 사실 궁니르를 가졌다 해도 이 정도까지 활용하기는 쉽지 않다. 아레스가 [위대한 명장]이면서 [초 월자]가 아닌 조종사를 태우지 않는 것처럼(물론 나는 그냥 태워줬지만) 궁니르에도 엄격한 사용 조건이 있
기 때문이다.
궁니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창술 로 초월지경에 이르러야 한다. 특히 나 투창에 대단한 업적과 역량을 가 지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딘]의 신혈 을 이어야 했다.
혈통이 얼마나 짙은지도 따지기 때 문에 대우주 전체를 뒤져도 궁니르 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이가 흔 치 않은 상황이지만 아레스의 만병 지왕(萬兵之또)을 활용할 수 있는 나에게는 상관없는 일이다.
‘아. 그때 뺏은 게 궁니르가 아니 라 대규모 전투에 적합한 무기였으
면 더 좋았을 텐데.’
사실 궁니르는 대규모 전투에 어울 리는 무기가 아니다. 궁니르의 가장 강력한 특성은 바로 [빗나가지 않는 다]인데 지금처럼 대량 살상이 필요 한 상황에서 별 의미 없는 능력이었 기 때문.
그러나 그렇다 해도 궁니르는 초월 병기이며.
넘버링(Numbering). 그러니까 우 주에 존재하는 무수한 초월병기 중 에서도 1,000위 안에 들어간다는 신 화적인 무구다.
〈전신의 위세〉
〈전쟁의 신〉
패시브 형태의 어빌리티와 초월기 가 아레스의 전신을 화려하게 감싼 다. 특히나 전신의 위세의 효과가 엄청났다. 어디까지나 어빌리티에 불과한 녀석이었지만,주변에 깔린 [적]과 [아군]의 수와 힘에 따라 버 프를 받는(본래 아이언 하트쯤 되어 야 판정이 되지만 19레벨의 우주 괴수들은 거의 성급에 맞먹는 출력 을 가지고 있다) 기능이 그야말로 미쳐 돌아가고 있었다. 농담이 아니 라 초월기인 전쟁의 신과도 비빌 수 있을 정도의 버프가 아레스의 내구 와 아이언 하트의 출력을 높이고 있
다.
[으—— 아아아!!! 힘이!! 넘친 다!!!]
홍분한 듯 소리치는 아레스의 고함 을 들으며 달려드는 괴물 고래의 입 을 찢어버린다. 그리고 녀석을 박차 고 날아오른다.
파앙!
창을 던질 때마다,주먹을 휘두르 고 포격을 가하고 들이받을 때마다 무더기의 적이 죽어나간다.
그러나 그럼에도.
“제길.”
많다.
억 단위의 적.
[하하하! 이만한 단계의 원시 우주 괴수가 이렇게 많다니! 그로테스크 녀석들이 봤으면 아주 좋아 죽겠 군!]
그야말로 개미처럼 많고 하찮아 보 이는 녀석들이지만 하나하나가 결코 약하지 않은 존재다.‘만일 그랬다면 그 숫자가 아무리 억 단위라 해도 광역 포격으로 녹여 버렸을 텐데.’
그러나 그들은 19레벨.
핵폭탄을 맞아도 버틸 정도의 내 구. 웬만한 도시 하나쯤 한 방에 날 려 버릴 파괴적인 숨결. 머리가 터
져 나가도 움직여 덤벼들 정도의 전 투 지속력. 마치 우주선처럼 상하좌 우 상관없이 시속 수천 킬로미터의 속도로 움직이는 기동력까지.
아무리 아레스에 탄 나라 해도 일 격 일격에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죽 일 수 없는 괴물이 바로 녀석들이 다.
‘몇 달 전에 이런 괴물이 지구에 나타났다면 단 한 마리가 지구 전체 에 대공황이 을 법한 피해를 입혔을 텐데.’
농담이 아니라 웬만한 나라 수십 개는 밀어버리고 수많은 군인과 능 력자들이 죽어나가고 나서야 간신히
잡을 수 있었을 것이다.
나는 계속해서 녀석들을 죽였다. 다행히 내가 난장을 치자 괴물 고래 녀석들 역시 도시에 브레스를 뿜던 것을 멈추고 나에게 덤벼들고 있는 상태다.
“지니! 대피 상황은?”
[현재 생존자 3억 3,744만 8,8기명 대피 진행 98%. 대피가 완료된 쉘 터부터 폐쇄에 들어가고 있으며 전 투 가능한 980만의 파일럿이 산개 후 재집결 중입니다.]
“제길 3억이라니.”
그 짧은 사이에 고유세계 인원의
70%가 죽었다는 사실에 기가 막혔 으나 대피가 거의 완료되었다는 것 은 희소식.
“지니,대피 완료까지 얼마나 걸 려?”
[3분이면 충분합니다.]
“좋아. 그럼… 터트려.”
[라의 분노. 가동합니다.]
원래 고유세계에는 광원이 없다. 마치 우주 공간처럼 보이는,고유세 계의 천장이라 할 수 있는 장소에서 보이는 미약한 빛이 있긴 하지만 그 래 봐야 별빛에 불과한 수준.
때문에 나는 고유세계의 고도가 충
분하다고 생각되었을 때 꽤 많은 자 원을 할애하여 인공 태양,라(RA) 를 발사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태양이 점점 밝아진다.
고고고고고-----!!!
하늘을 가득히 메운 고래들 때문에 어두컴컴했던 하늘이 점점 밝아지는 것을 느끼며 땅을 박찬다.
번쩍!!!
인공 태양,라가 폭발하자 어마어 마한 열풍이 하늘을 태워 버린다.
[구웨에에에!!]
[고오오옹--!!]
하늘 가득히 떠 있던 괴물 고래들 이 휘청거리기 시작한다. 보통 사람 이라면 바라만 보는 것으로 실명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광량과 열기!
그러나 한 마리도 안 죽는다.
“아,진짜 튼튼하네!”
하기야 핵폭탄에 직격해도 안 죽을 녀석들이 이런 광범위 공격에 죽어 나가길 바라는 것도 욕심이겠지.
그러나 그렇다고 타격이 전혀 없는 건 아니어서 녀석들의 [기능]에는 문제가 생겼다.
정확히는 비행 능력에.
“하압!!”
마치 술에 취한 듯 휘청거리면서도 나를 향해 덤벼드는 녀석들을 그대 로 찢어버린다.
베고,찌르고,밟고 뛴다.
던지고,쏘아내고,뿜어냈다.
그리고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음?”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기묘함에 의 아해하면서도 미친 듯이 싸웠다.
창을 던진다. 300의 적이 죽었다. 창을 던진다. 350의,400의,500의 적이 죽었다.
주먹을 휘두른다. 하나의 적이 죽 는다. 둘의,셋의 적이 찢어져 나간 다.
뛰어오른다. 2킬로미터를 이동했 다. 3킬로미터를,4킬로미터를 이동 했다.
“뭐야?”
점점 감각이 날카로워진다. 감정이 고조되고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아레스의 출력이 점점 더 강해진다. 어빌리티의 위력이,내가 가진 이능 의 위력이 점진적으로 증폭되었다.
우우웅!!
들어 올린 궁니르가 새파랗게 빛난
다.
경천칠색, 청.
꿍!
허공에 창날이 걸린다.
[뭐야,방어 능력이야?]
“아니.”
다시 경천칠색. 나는 이번엔 주먹 으로 창날이 막혔던 자리를 후려쳤 다.
꾸우응—!!!
허공이 일렁인다. 나는 그 순간 경 천칠색의 경지가 한 단계 올랐다는 것을 알았다.
공간 그 자체를 뒤흔드는 흔들림.
[차원 진동]이다.
우르릉-!!!!
거대한 몸을 마구 뒤틀며 내게 달 려들던 괴물 고래들이 갈가리 찢겨 사방으로 흩어진다.
나는 소리쳤다. 경천칠색의 성장이 원인이 아니라 결과일 뿐이라는 걸 눈치챘기 때문이다.
“야,아레스!! 이거 그거지?!”
[하하하!!! 이렇게 잘하고 있으면 서! 그래! 전신위광(戰神威光)이다! 내가 말했지? 초월지경으로 가는 가 장 완벽한 길이라고 U
나는 마구 끓어오르는 힘을 느끼며 황당해했다.
“아니,따로 수련도 안 했는데 이 렇게까지 성장했다고?”
[따로 수련할 필요가 없지! 왜 전 신위광이 수련법이면서도 공이라든 가 법이라든가 술 같은 명칭이 없는 지 생각해라! 전신위광은 전장에서 빛나면 빛날수록 성장하는 힘이다!]
위광(威光).
나는 전신위광이 힘을 발휘할 때마 다 마치 부작용처럼 따라오는 펄펄 끓는 듯한 홍분이 어디에서 오는 것 인지 깨달았다.
그것은 나를 보는 자들,그러니까 신도들의 홍분과 경이였다.
“신도라니.”
싸우고 있는 날 바라보는 수많은 시선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것을 의 식하자,내 주위에 늘어져 있는 수 백 수천만의 선이 [보였다].
나는 그것을 잡았다.
-으… 으으 철가면 님…….
-이기세요! 철가면 님!
-당장,지금 당장 가서 그분을 도 와드려야 해!
-무서워… 구해주세요…….
-살려줘!
수많은 목소리가 머리가 윙윙 울리 도록 몰아친다.
그러나 나는 그것에 휩쓸리는 대 신,숨 쉬듯 자연스레 그것을 컨트 롤했다.
‘내가 줄 수 있는 게 뭐가 있지?’
힘은 무리다. 아레스에 탑승한 내 영자력이 무지막지하다 해도 진짜 무한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음? 대하,지금 너 뭐 하려는 거 야?]
[함장님! 영자력이 주변으로 방출 되고 있습니다!]
두 관제인격이 느닷없는 내 상태에 당황해 말을 걸었지만 나는 신경 쓰 지 않고 정신을 집중했다.
다행히 내 주위를 뒤흔든 차원 진 동의 여파로 일순간이나마 고래들이 내 위치를 놓친 상태.
나는 어빌리티를 발동했다.
〈전신의 군세〉
구름처럼 일어난 영자력이 나와 연 결된 무수히 많은 선으로 흡수되었
다.
나는 받아들이는 이들이 혼란에 빠 지지 않도록 친절하게 [가히의 내 용을 적어주었다.
[철가면의 가호.]
철가면의 군세에 편입된다. 승낙과 동시에 2개의 어드밴티지가 주어진 다. 대상이 원할 시 언제든 중단 가 능.
조종술의 가호 - 철가면의 조종술 이 깃든다.
오늘의 어빌리티 - 랜덤 어빌리티 1개가 주어진다.
거기까지만 적고 나는 다시 전투를 이어나갔다.
나는 할 수 있는 데까지 했으니 이제 그들이 선택할 일이다.
나의 [신도]이며,고유세계에 있으 며,그리고 기가스를 탄.
1,700만 명이.
다음 화에 계속...
< 당신의 머리 위에 2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