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머리 위에 2부-110화 (227/249)

110화

18레벨 중급 시험을 완벽 클리어 했다.

스테이지를 오가며 인급 기가스 10기와 수급 기가스 1,000기를 뿌 렸고,그들이 1만 회 클리어에 성공 하거나,혹은 죽어서 스테이지가 닫 히면 다시 새롭게〈전신의 군세〉로 불러들여 뿌리는 일을 반복하는 과 정은,상상 이상으로 효율적이고 빨

탔다. 내가 소모하는 시간은 스테이 지를 넘나들며 기가스를 뿌리는 것 뿐이고,클리어는 그 보조를 받은 플레이어들이 알아서 진행하는 것이 기 때문이다.

다만 문제가 있었다.

“음?”

아니,이걸 문제라고 할 수 있을 까?

“뭐야.”

18레벨 상급 시험을 완벽 클리어 했다.

“…왜 안 막지?”

인원수대로 몬스터 리젠이 되는 최

상급 난이도를 걱정했지만 괜한 걱 정이었다.

왜냐하면 최상급 난이도에서 몬스 터가 끝도 없이 쏟아지던 것은

-스테이지 종료까지 영역을 벗어 나 있는 인원의 할당량이 단체 전투 에 적으로 추가됩니다.

라는 특징 때문이었으니까.

애초에 하,중, 상급 난이도에서 스 테이지를 벗어난 인원이 하나도 없 자 최상급 난이도에 등장하는 몬스 터의 숫자 자체가 별로 안 되었다.

대규모 전투라는 특성상 사상자가 아예 없을 수는 없었지만 최상급 난 이도를 벌써 수십 년이나 경험해 온 플레이어들은 고작 수만 명 정도의 사상자로 스테이지를 클리어했다.

심지어 거기서도 패치가 안 되어서 19레벨 하급 난이도에 입장,90% 이상 진행했다.

거기까지 걸린 시간도 그리 길지도 않다. 고작 11년.

이쯤 되면 눈치 챌 수밖에 없다.

“이것 봐라. 설마 안 막는 게 아니 라 못 막는 건가?”

내 손에 레플리의 시체가 들어오는

걸 그렇게 필사적으로 방해한 주제 에 스테이지의 벽을 넘어서는 걸 막 는 패치를 하지 않는 녀석의 행태에 아무래도 이 빈틈을 내가 모른다고 생각해서가 아닐까? 라고만 예상했 는데 아무래도 틀린 생각이었던 모 양이다.

내 말을 듣고 있던 아레스가 말한

다.

[아무래도 패치를 마음대로 할 수 는 없는 모양인데? 패치를 위해서는 녀석도 뭔가 ‘소모’해야 한다던가.]

즉,녀석은 스테이지 벽을 가로막 는 걸 깜빡한 게 아니라 우선적인 패치를 위해 잠시 외면한 것이다.

“아!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미리 쓸걸!”

후회가 밀려왔지만 잘 생각해 보니 내가 이 수를 아껴뒀기에 녀석이 거 대한 힘을 ‘소모’해서 고유세계와 정의의 요람에 있는 인원을 강제로 끌어오는 대규모 패치를 했다고 생 각할 수 있다. 내가 진작 스테이지 를 넘어 다녔으면 당연히 그것부터 막았을 것이 아닌가?

지니가 말했다.

[함장님과 아레스 님의 초월기가 있었기에 무난히 넘겼을 뿐,사실 무시무시한 패치였지요. 어쩌면 그 때 인류가 멸망했을지도 모를 정도

니까요.]

[아마 이 패치에 소모된 힘도 장난 이 아닐 거다.]

“하긴.”

종말 프로젝트의 요번 패치는 그야 말로 건곤일척의 승부를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마 가진 대 부분의 힘을 소모했겠지.

그리고 그 건곤일척의 승부는… 내 가〈전신의 군세>를 통한 분신으로 타파함으로써 완전히 망해 버렸다. 내가 스테이지를 막 넘어 다니고 있 음에도 막지 못하는 건 녀석의 소모 가 그만큼 극심했다는 뜻이기도 하 다.

-수명 사지 맙시다!!

-수명 구입. 업데이트가 되어 돌아 온다!

-수명 사지 말고 영능을 더 수련 해서 오래오래 삽시다! 전력을 상승 시키면 자연스럽게 수명도 늘어납니 다!

-수명 말고 레어 메탈! 수명 말고 마나석!

중앙 광장에 앉아 사람 구경을 하 는 내 눈에 팻말을 들고 캠페인을 벌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들어온다.

지니가 묻는다.

[좀 더 본격적으로 막지 않으십니 까?]

예전에는 수명을 살 수 있을 정도 의 포인트를 가진 플레이어가 극소 수였기에 상관없었지만 내가 스테이 지를 넘나드는 분신 뿌리기를 하게 되면서 포인트 거부(巨富)가 대거 늘어났다. 전투를 전신의 군세가 대 부분 책임진다 하더라도 그것은 어 디까지나 도움일 뿐,해당 스테이지 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플레이어였기 때문이다.

“뭘 어떻게? 일일이 잡아서 수명을 확인해?”

물론 나도 사람들이 수명을 사는 행위가 크게 보면 인류에 해가 되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모든 인 류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자판기 를 이용하지 않으면 종말 프로젝트 가 내 분신 플레이를 못 막는 이 상황을 마지막까지 끌고 갈 수 있을 테니까.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그저 스테이지 클리어 횟수를 확인 해 그 보상만큼 레어 메탈이나 마나 석을 구매하도록 강제하면 되지요. 그러지 않은 이들을 처벌할 수도 있 고.]

합당한 말이었지만 나는 고개를 흔

들었다.

“됐어.”

다른 것도 아니고 더 살고 싶다는 욕망을 억제하려면 얼마나 무시무시 한 처벌과 압박이 필요할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그건 고유세계의 자원 과 권한에 욕심을 부리는 정치인들 을 처벌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 의 문제.

그리고 그게 아니더라도 그런 식의 정치와 억제를 하고 싶지 않다. 어 차피 남은 스테이지도 얼마 되지 않 을 거라고 예상되는 상황. 악의적인 패치와 업데이트가 생긴다면,그것 을 이겨낼 수 있도록 인류의 수준을

높이는 쪽이 정답이리라.

-당신은 챌린저(Master) 랭크(임시) 입니다!

-현재 챌린저의 숫자는 총 1명입 니다.

-정의의 요람에 접속합니다!

-10억 1,111만 8,841명이 당신을 시청 중입니다!

요람 인원의 절반 정도가 나를 보 고 있다. 물론 그들이 보고 있는 건 고유세계의 내가 아닌 스테이지의 나였기에 신경 쓰지 않고 조각을 시

작한다.

킹!

천천히 조각을 하다 보니 불현듯 빡침이 밀려온다.

“•••그지 같은 놈. 거기에서 방해를 하는 게 말이 돼?”

[그만해라 그만 좀.]

아레스가 지겹다고 타박했지만 어 쩔 수 없는 일이다. 엘리베이터로 99층까지 단번에 올라갔는데 누가 엘리베이터 줄을 끊어버려 1층부터 100층까지 다시 걸어 올라가는 상 황이지 않은가?

기분이 너무나 상큼해 인상이 절로

찡그려질 수밖에 없다.

악성 플레이어인 나는 개발자이자 운영자인 녀석에게 어느 정도 부채 감을 가져야 정상이지만 그때 녀석 이 룰이고 나발이고 닥치는 대로 깽 판 쳐 내 앞길을 막았던 일 때문에 미안한 마음이 1도 남지 않았다.

[함장님,함장님,아침입니다.]

“으아아〜 함!”

일상을 시작한다. 스테이지의 내가 해야 할 일이 전투가 아닌,벽을 넘 고 분신을 뿌리는 것으로 단순화되 자 아레스표 매크로(?)를 굴리는 게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나는 아침 8시쯤 느긋하게 일어나 간단히 아침을 먹고 점심까지 드래 곤 하트를 조각했다. 그 후 점심을 먹고 2〜3시간 동안 여러 금속으로 만들어진 괴들과 프레임 등에 특성 을 부여함으로써 오오라를 수련하고 그 후 5시까지 경천칠색을 수련해 몸을 풀었다.

5시면 퇴근.

그 후에는 저녁을 먹고 그냥 놀았 다. 소설이나 드라마,영화 등도 보 았지만 대체로 게임이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난다.

-스테이지 (Stage)가 오픈됩니다!

-레벨 19. 중급(中級)이 설정되었 습니다.

-100시간 안에 불안정한 우주 괴 수 5기를 제거하십시오.

-10초 후 스테이지가 시작됩니다.

-10. 9. 8. 7…….

스테이지가 다음 단계에 들어섰지 만 여전히 패치는 없었고.

나는 계속해서 일상을 보냈다.

다시 1년,2년,3년,4년… 10년,

15 년.

[늘 느끼는 거지만.]

자신의 일부를 매크로에 할당,아 주 성실하게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고 있는 아레스가 말한다.

[너,시간관념이 무슨 노블레스 같 구나? 보통 인간이면 이만한 시간을 예사로 버티지는 못할 텐데.]

“워낙 좋은 환경이니까.”

게다가 수십 수백 년이 지나도 외 양이 변하지 않는다. 만년불사단이 아니더라도 나에게 수명이라는 게 있기나 한지 의심되는 상황.

그러나 당연하게도.

그건 나에 한정된 이야기일 뿐이

“하아… 하아… 와주셨군요.”

고급스러운 병실에 한 노인이 누워 있다. 많이 웃고 살아온 듯 부드러 운 인상의 노인.

[대마법사 제논]

[0 레벨]

[교장 율]

그는 내가 이능에 입문할 수 있게 도와주었던 선별사,율(律)이다.

“수십 년을 아카데미 학생들을 선 별하면서 보냈다는데 마지막 인사 정도는 해줄 만하지.”

대마법사가 만들어낸 두 개의 율법 단체(律法團體) 중 선별사에 속해 있던 그는 궁극 마법의 부품으로서 인간의 재능을 읽어내는 술법을 사 용할 수 있다.

나는 여태 그의 존재를 신경도 안 썼지만 민경과의 합의 끝에 그는 고 유세계에 들어왔고,어린 나이에 고 유세계에 들어온 신입들과 고유세계 에서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의 재능 을 읽어 알려주는 일을 해왔던 것이 다.

그리고 끝내는 고유세계 최대의 아 카데미를 대표하는 교장의 자리까지 올랐다.

“흐흐. 세상 일 정말 알 수가 없군 요. 대마법사님께서 경고하던 종말 을 항상 두려워하며 살았거늘… 오 히려 그때에 이르러서야 삶의 기쁨 이라는 걸 알게 될 줄이야.”

힘없이 웃던 율은 나를 보며 물었 다.

“제가 했던 말을 기억하십니까?”

“범인과 영웅 말인가.”

“기억하시는군요.”

이면세계에 첫발을 들인 내가 비범

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 을 때 율이 했던 이야기다. 범인(凡 人: 평범한 사람)은 새로운 세상에 그저 적응해 나가지만,영웅은 그 세상을 변혁시키고 이끌어 나간다는 말.

율은 웃었다.

“그러나 당신은… 그런 틀조차 벗 어난 존재였지요. 세상에 적응할 필 요가 없는 존재. 거꾸로 세상이 적 응해야만 하는 존재……

율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침대 아 래로 내려온다.

그리고 나를 향해 정중하게 절했 다.

“우리 어리석은 머저리 같은 인류 를. 이 탐욕스러운 짐승들을 재앙에 게서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계에 달한 육신을 바들바들 떨면 서도 그가 웃는다.

“부디,부디 변함없이 인류를 수호 해 주소서……

나는 엎드려 있는 율을 가만히 내 려다보았다. 그를 살피던 지니가 말 했다.

[죽었습니다.]

“…나 참.”

나는 쓰게 웃으며 방을 나섰다. 그

리고 잠시 후.

“아버지!”

“할아버지!”

“으앙!”

시끌시끌해지는 주택을 떠나 센터 시티의 1/10을 차지하는 빌딩으로 돌아온다. 오직 나 한 명을 위한, 온갖 무장과 설비로 가득한 거대 건 축물.

시간을 확인한다. 오후 4시.

경천칠색을 수련한다. 5시에 퇴근 하고. 다시 하루가 지난다.

하루가 지난다.

또 하루가 지난다.

나는 변함없는 삶을 살았다. 그러 나 동시에,점점 변해갔다.

“웃차.”

가볍게 힘을 주자 수십 톤의 덤벨 이 가볍게 들린다. 진동을 거대한 운동에너지로 변환하는 과정이 점점 매끄러워진다.

치이익!!!

주먹을 뻗자 천둥소리가 사방을 뒤 흔든다. 손날을 휘두르자 두터운 복 합장갑이 시뻘겋게 달아오르더니 녹 아내 린다.

열을 진동으로 변환할 수 있게 되 었다. 또한 진동을 열로 만들 수 있

었다.

전기 에너지를 진동으로 변환할 수 있었다. 또한 전기로 진동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생체력으로 초월지경은… 어렵다.’

경천칠색이 점점 더 능숙해져 갔지 만,동시에 그 너머의 경지를 들여 다볼 수 없다는 사실 역시 뚜렷하게 느껴진다. 금속이 나고 내가 금속이 나 다름없는 금속성의 자질을 가진 나로서는 세상 만물을 진동으로 봐 야 한다는 경천칠색의 관점(觀點)에 깊이 공감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 다.

“아레스!”

좌르륵!!

부름과 동시에 녹아내렸던 복합장 갑이 벌떡 일어나 내 몸을 뒤덮는 다.

‘정령술도 마찬가지야.’

나와 아레스는 깊이 싱크로 하고 있었고 그야말로 자유자재로 정령력 을 휘두를 수 있었지만 구체적인 체 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정령술은 수련 자체가 어렵다. 최대한 많이 사용하고 또 성장도 하고 있었지만 완성자를 넘어선 이후로는 완전히 성장이 막혀 버렸다.

우우웅-!

온몸을 뒤덮는 금속 갑주를 느끼며 오오라를 터뜨린다.

〈죽지 않는 황제〉

〈전광석화>

〈일섬〉

‘그래.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면 이 것뿐이다.’

오오라를 다루는 기술은 거의 극에 이르러서 이제는 전설급이나 유일급 어빌리티도 즉시 특성으로 만들어

부여할 수 있다. 내가 인급 기가스 를 양산(이라고 해도 전부 핸드메이 드지만)할 수 있게 된 것도 오오라 의 경지가 선을 넘어섰기 때문일 것 이다.

“초월급 특성을 부여하는 데 성공 하거나… 성급 기가스를 이 손으로 만들 수 있다면……

나는 경천칠색도 정령술도 그만두 고 오오라에 집중했다. [벽]을 느끼 고 두들겼다. 그 벽만 넘어설 수 있 다면 마침내 내 모든 걱정과 두려움 을 초월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기 때문.

-스테이지 (Stage)가 오픈됩니다!

-레벨 19. 상급(上級)이 설정되었 습니다.

-100시간 안에 불안정한 우주 괴 수 20기를 제거하십시오.

-10초 후 스테이지가 시작됩니다.

-10. 9. 8. 7.

그리고 그렇기에 나는 예상치 못했 다.

-시스템이 일부 업데이트됩니다.

-스테이지 포기 행위를 삭제합니

다. 스테이지에 참여하지 않아도 [사 망 처리]되지 않습니다.

-스테이지가 외계(外界)와 통합됨 니다!

-모든 타임라인을 통합합니다!

이를 악문 종말 프로젝트의 한 수 앞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초월의 힘이 눈 뜨게 될 것이라고는 말이다.

다음 화에 계속...

< 당신의 머리 위에 2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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