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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머리 위에 2부-109화 (226/249)

109화

18레벨 하급 난이도의 적은 역시 나 최상급 마족이다.

대규모 전투에서 억 단위로 죽어나 가니 우습게 보일지 몰라도… 그건 플레이어들이 기가스를 비롯한 미래 병기(염동포,레일건,양자탄,역장 결계 등등)로 무장하고 유리한 환경 에서 싸우기 때문이지 절대 최상급 마족이 약해서가 아니다.

최상급 마족이 얼마나 강하냐 하면 남은 인류 중에서 18레벨 하급을 스스로의 힘으로 클리어할 수 있는 인원은 10명도 채 되지 않을 정도 이며.

과득!

[건… 방… 진… 인간 놈 키키킥!]

심지어 성급 기가스를 타고 있는 나마저도 까딱하면 죽을 수밖에 없 다.

[타이틀. 마족의 절멸자(최상급)의 효과가 발동합니다!]

[부활합니다!]

마치 시간이 거꾸로 돌아가듯 날아 갔던 머리가 원상복구 된다.

그것은 [슬레이에,[사냥꾼],[학살 자],[재앙]을 넘어선,살해 계열 최 상위 칭호의 힘이다.

[마족의 절멸자(최상급)]

-근력,체력,마법력,마력 +200

-사망 시,부활. 현재 남은 횟수 9 회.

-적 처치 시 카르마 적립. 카르마 가 일정량을 넘어설 때마다 부활 스 택(stack) 저장 가능(최대 10회).

-당신은 너무나 많은 마족을 죽인 나머지 마족의 전체 개체수에도 영 향을 줄 정도가 되었습니다. 당신과 같은 자가 여럿 있다면 마족은 보호 종으로 등록되어 보살핌을 받아야 할 존재가 되어버릴지도 모르지요.

1억이 넘는 마족(최상급)을 학살한 당신은 마족들에게 마왕보다도 더한 영향력을 가진 존재일 것입니다.

스테이지에 등장하는 마족들을 죽 여 얻은 절멸자 칭호의 효과는 부 활. 어이없는 것은 데스나이트를 1 억 넘게 죽여 얻은 데스나이트의 절 멸자 칭호 역시 그 효과가 부활이라

는 점이다.

‘왜 고위 칭호는 효과가 다 부활이 야?’

물론 부활 능력이 사기라는 건 인 정하지만 타이틀 효과가 죄다 중복 이니 바꿔 끼는 맛이 없다.

[함장님!]

[이런 제길. 대하,괜찮아?]

“안 괜찮아. 아오,머리야… 아 미 친,너무 방심했네. 설마 그 와중에 드래곤 본 장갑을 뚫어버릴 줄 몰랐 어.”

나는 조종석 앞쪽에 뚫린 구멍을 통해 박살 나 쓰러지는 최상급 마족

의 모습을 보았다.

“크로스 카운터라니.”

어이없게도 녀석은 궁니르를 막거 나 피하는 대신 모든 힘을 반격에 쏟아 부었다. 말하자면 동귀어진의 수

물론 그렇다 해도 평소의 나였다면 충분히 피하거나 막아냈을 만한 공 격에 불과하지만……. 아쉽게도 지 금 나는 제 컨디션이라 볼 수 없는 상태다.

“지겹다… 몇 마리째지?”

[이걸로 5,411마리입니다.]

“하,아직도 반이네.”

집중력이 자꾸 떨어진다. 차라리 대규모 전투에서 잔뜩 모아놓고 일 망타진하는 게 낫지,이렇게 한 마 리씩 잡는 건 너무나 많은 시간과 심력을 소모하는 일이다.

“아,노인네들 진짜. 그냥 다 죽게 놔둘까 보다.”

사실 요 근래에는 지금처럼 ‘추가 클리어’를 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최상급 난이도가 처음 열리고 그래 서 애매하게 끼어 있던 플레이어들 이 전부 고유세계에 들어오게 되면 서 스테이지 진행은 오직 [지원자] 로만 유지되었기 때문이다.

바로 전 레벨인 17레벨 하급 스테

이지만 해도 진행자가 고작 천 명 단위에 불과했다는 걸 생각해 보면 나 혼자 5천 번을 돌고 있는 이 상 황은 절대 정상이 아니다.

[어차피 죽을 거라면 도전해 본다 는 사람들이 많은 상황입니다.]

“마음이야 이해하지만……

모자란 능력으로 아무 변수도 없는 하급 난이도에 도전해 봐야 승산이 있을 리 없지 않은가?

설마 이게 종말 프로젝트가 노리는 바인가? 포인트 욕심에 사람들이 마 구 죽어나가는?

-사망 처리가 모두 취소되었습니

다!

-축하합니다! 스테이지가 완벽하게 클리어되었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주어집니다.

-당신의 순위는 1위입니다.

그러나 도전자가 미친 듯 많지는 않아서 7천 정도에서 스테이지가 끝 난다.

완벽 클리어로 사망자도 없다.

“•"뭐야, 이게.”

나는 언제나처럼 북적이는 광화문 광장에서 음료를 마시며 사람들을

구경했다. 인류의 절반이 죽고 남은 절반 중 1/3이 고유세계에 들어간 상황에도 광화문 광장은 여전히 사 람들로 북적인다,한국 전체로 보면 아파트 중 태반이 비고 사람 하나 없는 유령 마을도 상당한 상황이라 지만,오히려 그렇기에 남은 사람들 은 한 장소로 모인다.

“결국 종말 프로젝트가 노리는 게 뭐지?”

좀 피곤하긴 했지만 그거야 내 개 인의 문제일 뿐 하급 난이도에서 죽 은 사람이 없다. 하급 난이도에 도 전해 보고 어림없다는 걸 깨달은 사 람들은 중급 난이도를 포기할 것이

다.

지니는 포인트가 남아돌던 상위 플 레이어들이 만년불사단을 구매했다 는 것을 알려주었다. 특히나 경은이 보다 먼저 죽을까 두려워하던 재석 이는 벌써 10년도 넘는 수명을 구 매했다고 한다. 혹시나 부작용이 있 지 않을까 칭호들을 살펴보았지만 그런 것도 없다.

결국,새로운 상품의 추가는 인류 에 일방적으로 좋은 일이라는 말.

하지만 종말 프로젝트가 인류만 좋 을 짓을 해줄 이유가 없지 않은가?

-스테이지 (Stage)가 오픈됩니다!

-레벨 18. 중급(中級)이 설정되었 습니다.

-100시간 안에 최상급 마족 5기를 제거하십시오.

-10초 후 스테이지가 시작됩니다.

-10. 9. 8. 7.

그리고 시작된 중급 스테이지.

역시나 문제가 터진다.

-경고. 34억 8,111만 2,831명의 [플레이에가 스테이지에 참여하지

않고 있습니다.

-시스템이 일부 업데이트됩니다.

-스테이지에 참여하지 않는 행위 를 포기로 간주합니다.

-스테이지가 끝나도록 참여하지 않 는 인원을 [사망 처리]합니다.

“••.뭐?”

잠시 공지사항을 이해하지 못하고 멍하니 바라보았지만 애초에 어려운 내용이 아니다.

[함장님,이건…….]

[작정했군. 이런 식이면 정의의 요 람이든 고유세계든 상관없다는 말이

잖아?]

스테이지를 18레벨까지 진행하였 지만 인류 전체의 역량이 18레벨인 건 당연히 아니다. 전 국민이 축구 를 한다고 전 국민이 국가대표급 축 구선수일 수는 없는 것처럼 개개인 의 역량은 천지 차이이기 때문이다. 내가 아무리 첨단무기와 기가스를 만들어 뿌린다 해도 모든 플레이어 를 초인으로 만들 수는 없다.

결국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고 있는 건 소수의 엘리트이며,그것을 가능 하게 하는 것은 플레이어를 [이탈] 시키거나,스테이지 참여 여부를 [선 택]할 수 있게 하는 정의의 요람과

고유세계.

그런데 스테이지에 참여하지 않으 면 사망 처리라니?

“말도 안 돼. 이런 걸 할 수 있으 면 진작 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여태 안 하다가 이제 와서 할 수 있다고?”

정의의 요람이 처음 생겼을 때나 내가 스테이지로 사람들을 끌어들였 을 때 반응이 없기에 손댈 수 없는 영역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는 말 이다.

결국 떠오르는 건 새로 추가된 만 년불사단이다.

‘설마… 유저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만큼 악의적인 패치도 가능해지는 건가?’

제멋대로 유저에게 불리한 조건을 붙인 다음 뒤늦게 자판기에 레어 메 탈 등의 물품을 추가한 것처럼.

그 반대도 가능하다는 뜻.

‘그러고 보면… 수명은 엄청난 가 치를 가지면서도 전력 상승은 크지 않은 요소야.’

물론 고레벨 유저가 오래 살면 살 수록 스테이지 진행에 도움이 되지 만 이제 남은 스테이지가 얼마 안 될 것으로 짐작되는 시점에서 수명

이 10년이 늘어나든 100년이 늘어 나든 당장의 전투력은 크게 상승하 지 않는다.

‘거기에 포인트 회수에 중점이 있 을 수 있다.’

자판기를 이용하는 건 결국 우리가 포인트를 지불하고 뭔가를 사는 것.

그 포인트가 종말 스테이지에게 뭔 가를 할 수 있는 자원이 된다면…….

[크아아아!!!]

“닥쳐.”

[객!]

봉인을 풀자 괴성을 지르며 일어나 던 최상급 마족의 머리통에 궁니르

가 박힌다. 미사일을 맞아도 생체기 좀 나고 말 정도의 내구를 가진 최 상급 마족이지만 넘버링 초월병기. 신이 자신의 힘을 덜어내 만들어냈 을 것으로 추측되는 궁니르를 막아 내기에는 역부족이다.

‘뭐,사실 이것도 궁니르를 제대로 쓰는 건 아니지.’

지금의 나는 궁니르를 말 그대로 그냥 쓰고 있을 뿐 궁니르에 담긴 힘을 제대로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내가 창술의 극의에 이른 것도 아니 고,그렇다고 오딘의 피를 이었다거 나 한 것도 아니니 당연한 일이다.

‘어빌리티〈만병지왕〉이 있으면 상

황이 좀 다르겠지만.’

그러나 워 로드로는 초월기를 하나 켜면 용량이 다 차버리기 때문에 궁 니르를 들고 만병지왕을 발동시키는 건 불가능하다. 스테이지에 한정된 제약이지만,내 주 전장이 스테이지 니 소용없는 이야기다.

[함장님,스테이지의 플레이어들이 혼란에 빠졌습니다. 아무래도 저 공 지가 그들에까지 닿은 것 같습니 다.]

“야단났구만……

최상급 마족을 소환하고,죽이고. 다시 최상급 마족을 소환하고 죽이 기를 반복하면서 잠시 고민한다.

‘그 방법’을 써야 하는가?

20렙도 19렙도 아닌 18레벨. 그것 도 상급도 아닌 중급에?

“젠장.”

나는 혀를 찼다. 어쩔 수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농담이 아니라… 지금 이 구도로 스테이지가 진행되면 34억이 넘는 인간이 죽고 말 것이다. 내가 아무 리 날고 기어봐야 ‘정상적’으로 플 레이하는 내게 할당되는 반복 횟수 는 고작 1만에 불과하니까.

그래,고작 1만.

사실상 나를 제외한 플레이어들의

다회 차 클리어가 거의 없어진 18 레벨 스테이지에서 내가 구할 수 있 는 건 고작 한 줌에 불과하다.

“지니,고유세계에 정의 무구 소지 자가 몇이나 되지?”

[현재 8,413명입니다.]

그들은 최상급 스테이지에서 내 옆 으로 등장,이후 고유세계로 진입해 그냥 눌러앉은 이들이다. 정의 무구 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이미 스테 이지의 진행을 놓쳐 싸우기를 포기 한 사람들.

“전부 모은 다음 각자 정해진 사람 을 시청하는 방식으로 스테이지 상 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

필요하다면 그 내용을 방송해서 불 안감을 죽이면 좋고. 지금 스테이지 진입 안 하면 다 죽는 분위기니 너 무 겁먹지 말고 진입하라고 해. 죽 어도 스테이지 안에서 죽으면 살려 줄 수 있으니까.”

[살려줄 수 있다니…….]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한 듯 어리둥 절해하는 지니를 두고 뚜벅뚜벅 걷 는다. 새롭게 최상급 마족의 봉인을 풀고,머리통에 창을 꽂아준다. 그대 로 반복.

-클리어!

-다음 전투를 시작하시겠습니까? 연속으로 적을 쓰러뜨릴 경우 클리 어 숫자만큼 [사망 처리]가 취소됨 니다. 스테이지 종료 시 취소되지 않은 [사망 처리]는 [확정]으로 변해 되돌릴 수 없습니다.

안내를 무시하고 걷는다. 다행히 요번 스테이지는 별로 크지 않다. 아니,요번뿐이 아니라 공략이랄 게 없이 하급 난이도를 반복하는 방식 으로 바뀐 이후 스테이지의 규모는 죽 운동장 이하. 30미터의 덩치를 가진 워 로드로는 몇 발짝만 걸어도 끝에 도착한다.

턱.

손을 뻗어 벽을 짚는다. 언뜻 보기 에는 허공으로 보이지만 절대 지나 갈 수 없는 차원의 벽.

‘아마 종말 프로젝트 녀석도 이걸 알고 있었겠지.’

망령룡 레플리는 특별한 몬스터였 다.

그것이 19레벨이라 특별하다는 것 이 아니다. 이미 스테이지가 18레벨 까지 온 시점에서 19레벨은 까마득 한 레벨이 아니니까. 다음 주면 수 십억 단위로 나오는 게 바로 19레 벨이 아니던가?

망령룡 레플리가 특별한 이유는 그 강함에 있는 게 아니라 여러모로 스 테이지라는 틀을 [초월]한 요소들 때문이다. 해당 스테이지 레벨과 상 관없는 고유 레벨. 그리고.

스테이지를 넘나드는 능력.

'그래. 종말 프로젝트가 어떻게든 망령룡을 지키고자 했던 것도 그 이 유다. 그 후에는 내가 눈치 못 첸 줄 알고 그냥 놔둔 모양이지만.’

본래라면 알 수 없는 일이었겠지만 [시청]으로 여러 스테이지를 관측할 수 있었던 플레이어는 망령롱이 정 기적으로 리젠되는 게 아니라 여러 개의 스테이지를 관통해 지나다닌다

는 것을 알아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았을 때.

나는 망령룡의 심장과 뼈로 만든 기가스에 탄 나 역시 그 능력을 이 용할 수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팟!

스테이지를 넘어선다.

그곳에는 한참 최상급 마족과 싸우 고 있는 기가스의 모습이 보인다.

퍽!

“으악?! 뭐야?”

갑자기 날아든 창에 최상급 마족의 머리통이 터져 나가자 꽤 고생한 듯 잔뜩 우그러진 장갑의〈이순신〉이

나를 돌아본다.

“안녕.”

“뭐,뭐야? 너 왜 여기서 나타나?”

팟!

초월기〈전신의 보물 창고〉를 해 제하자 최상급 마족을 꿴 채 바닥에 박혀 있던 궁니르가 사라진다.

고오오오오---!

워 로드의 몸을 회색의 영력이 휘 감았다가 이내 사방으로 뿜어지기 시작한다.

수십,수백을 넘어 천 개가 넘는 회색의 빛은 하나하나가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회색빛의 거인들.

“야,내가 조종하는 수급 기가스 셋이 보조하면 최상급 쉽게 상대할 수 있지?”

“뭐 지금도 어떻게든 상대하고 있 으니… 아니,잠깐. 근데 무슨 소리 야? 네가 조종하는 수급?”

“열심히 해. 가급적 만 번 깨라.”

재석이에게 세 대의 수급 기가스를 남기고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간다.

이번에는〈세종대왕〉에 탑승한 민 경 선배다. 아는 사람 위주로 연결 되는 걸 보니,이 스테이지라는 것 역시 인연 레벨인가 뭔가를 중심으 로 연결되어 있는 모양이다.

“대하 님?”

“그쪽도 셋이면 되겠지. 만 번 깨 라. 알았지?”

경은이도 만났다.

“너〜 어〜 는……. 그래. 다섯은 필요하겠다. 그래도 만 번 깨라.”

기가스들을 마구 뿌리며 스테이지 를 이동하기 시작한다. 3대,5대,혹 은 인급 기가스 1대.

원래 초월기,〈전신의 군세〉는 성 급 기가스 1기와 인급 기가스 10기, 그리고 수급 기가스 1,000기를 만들 어내는 능력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성 급 기가스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아

무래도 신급 기가스가 휘둘러야 할 능력을 성급이 휘둘러서 그런 모양 이었다.

‘뭐,그 아래가 구현된 것만 해도 감지덕지지.’

“철가면 님?!”

“헉! 철가면H 당신이 왜 여기에?!” 반가워하거나,당혹스러워하는 사 람들을 만나 기가스를 뿌린다.

‘언제 패치할지 몰라.’

약간의 초조함을 느끼며.

나는 계속 스테이지를 넘었다.

다음 화에 계속...

< 당신의 머리 위에 2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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