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화
15레벨 최상급 스테이지가 별다른 희생자 없이 클리어되었다.
그리고 다음 주,16레벨 하,중, 상,최상 스테이지가 클리어되었다.
문자 그대로 무난한 클리어.
다시 다음 주.
17레벨 하,중,상급 스테이지가 클리어되 었다.
그리고.
그렇게.
11월이 되었다.
“와,원래대로라면 수능 쳐야 할 즈음이네.”
“수능… 큭큭. 같이 고3이었던 철 수가 마흔 살이 되었는데 말이야.”
“너도 서른은 되지 않나?”
“몰라. 시간이 완전 뒤죽박죽이라.”
“스테이지와 평생을 함께한 것만 같은데 지구 시간으로는 이제 겨우 2달밖에 지나지 않았다니……
콰르릉!!!!
한탄하는 플레이어들의 등 뒤로 청 색이 번뜩인다.
후욱--!
자욱하던 홁먼지가 흩어지고 전장 의 모습이 드러난다. 30미터의 거인 이 자신의 몸보다 길다란 창을 들고 있는 초현실적인 광경.
그 앞에 있는,기괴한 형상의 괴물 들이 겁을 먹고 주춤거리는 모습이 보인다.
그것들 하나하나가 엔간한 나라 정 도는 한 시간이면 다 밀어버릴 최상 급 마족이라는 사실을 감히 누가 믿 을 수 있을까?
물론 그가 정말로 그것들을 혼자 상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포격! 개시!!!”
“포인트 벌어보자!! 발사!!!!”
쿠쿠쿵!!!
성벽 안쪽에 위치하고 있던 포대에 서 마력탄이 쏟아진다. 그들뿐이 아 니다.
“결계 유지해!!! 저것들 원거리 공 격 날린다!”
“으아! 철가면 님하고 싸우면서 곁 다리로 날리는 건데 왜 이렇게 무겁 냐!!”
“빨리 교대 좀 해줘!”
“으,마력 딸려… 난 이제 가서 쉰 다……
“가서 빵 먹고 물마시면서 쉬어!”
“으어어 그놈의 빵,물……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고함과 비 명. 그런데 그들 중에서 비교적 태 평하게 쉬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전장을 살펴보며 담소를 나 눈다.
“최상급 마족 미쳤네. 레알. 개쎄 진짜.”
“그나마 철가면 님이 계셨으니 버 티는 거지 안 계셨으면 그냥 뚫리고 죽었겠다. 저것들 1:1로 상대할 수
있는 플레이어가 열 명도 안 된다면 서?”
“철가면이 인간이라 얼마나 다행인 지……
감탄하던 플레이어들 중 한 명이 문득 말한다.
“…그런데 철가면 님이 인간이긴 해?”
“사실 나도 전해 들은 말인데 말이 야. 저분이 선천신족인가 뭔가 하는 거라던데. 어떤 신하고 인간 여인하 고 맺어져 태어났다는……
“무슨 그리스 로마 신화도 아니 고.”
“하지만 설득력이… 있어!”
“저분 나폴레옹 처음 만들 때 봤 어? 진짜 무슨 영화의 한 장면이던 데. 신으로서의 자신을 각성하는 그 런……
“후광 봤냐. 후광? 나 진짜 그거 볼 때 다리가 막 풀리더라고.”
“오버하긴,뭘 다리가 풀려?”
“넌 아냐?”
“난 좀 쌌지.”
“에라이!”
쿠과광!!!!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도 폭음이 멈
추지 않는다. 쏟아지는 포격이 짜증 났는지 최상급 마족들이 고위 마법 을 쏟아내고 개중 몇은 성을 향해 달렸지만 그들 중 누구도 거대한 창 을 들고 있는 워 로드를 뚫지 못한 다.
그리고 그렇게 적들의 기세가 확 죽을 때쯤.
여태껏 담소만 나누고 있던 이들이 몸을 일으킨다.
“좋아,슬슬 되겠다.”
“자자,서둘러! 파밍하러 가자!”
“염동력 부대도 붙어! 우리가 쳐내 는 동안 다 챙겨야 해!”
“성문 열어!”
기기기긱--!!
대화를 나누고 있던 플레이어들이 성문을 통해 전장으로 급파된다. 싸 우기 위한 목적은 아니었고 대하가 죽인 마족들이 드람한 빵과 식수를 회수하기 위해 움직이는 것.
쿠광! 광!!
근접전에 특화된 기가스들이 동시 에 하나의 특성을 발동시킨다.
“〈과부하〉!”
“〈과부하〉!”
“〈과부하〉!”
성벽을 통해 뛰쳐나간 1만 기의 기가스의 몸이 동시에 빛난다.
그리고 그들을 그들보다 훨씬 더 큰,족히 8미터는 되는 거인이 이끌 며 달려 나간다.
“〈이순신〉님! 혈염산하 써주세 요!!”
“지랄 말고 따라 달리기나 해! 그 리고 이순신 님이라고 부르지 말고 재석이라고 이름 부르라니까!”
드디어 생산이 시작된 인급 기가스 에 탑승한 재석이 파밍 팀을 이끌고 최상급 마족 무리로 파고든다.
쿵!!!!
과부하를 사용해 한순간 5배 이상 의 출력을 가지게 된 기가스들은 무 지막지한 힘으로 최상급 마족들의 밀치고 때리고,가끔은 죽이기도 하 면서 바닥에 떨어진 식빵과 물을 파 밍 했다.
그들의 전투는 길지 않다. 과부하 의 시간제한 때문이다.
“자자,빠집시다!!”
“으아아 과부하 너무 힘들어! 단전 이 타버릴 거 같아!”
“난 서클이 팽팽 돌다보니 머리도 팽팽 돈다!!”
“코어 터진다 코어 터져! 우리 붉
은 곰 아야 하는 거 봐라!!”
서로서로 소리 지르고 악을 쓰며 몸을 돌려 후퇴한다. 염동 능력에 의해 파밍된 빵들과 식수가 새 떼처 럼 그들을 따라 날아간다.
[건방진!!! 인간 놈들 어딜 제멋대 로 설치고 도망을!!!]
[죽여 버려!!!]
최상급 마족들이 눈이 뒤집혀 플레 이어들을 쫓는다.
그러나 몇 번이나 그래 왔듯,그들 은 목적을 이루지 못한다.
투광!!!
쏘아진 투창이 수백의 최상급 마족
을 갈기갈기 찢어버린다. 고작 창 하나 던져서 만들어냈다고는 믿을 수 없는 위력에 마족들이 주춤하는 순간 창을 집어 던졌던 워 로드가 대지를 박찬다.
과과광!!!
인간을 잡겠다고 진형을 무너뜨렸 던 마족들 중 태반이 죽어나간다. 마족들이 절망감에 비명을 지른다.
“제기랄!! 이거 초월자 아냐?! 어 째서 성급 기가스가 이만한 힘 을……!”
“저 창 뭐야?! 왜 막을 수가 없 지?!”
혼란스러운 전장.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있 었다.
“어마어마하군. 한자리에 최상급 마족이 10만 단위로 모여 있는 건 나도 처음 보는데… 설마 레벨이 오 르는데 전투조의 숫자를 오히려 늘 려 버릴 줄이야.”
최상급 마족이 마족 중에서도 귀족 이라 할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생각 하면 사실 말이 안 되는 광경이다. 세계의 섭리를 어그러뜨리는 언네임 드가 아니면 재현할 수 없는 광경이 리라.
우주 전체에 위명이 쟁쟁한 대영 응. 물질계를 대표했던 인중신. 만능 의 초인으로 올마스터라 불리던 밀 레이온은 사람들 사이에 섞여 그 모 든 광경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스테이지에 참여한 건 이렇게 구경이나 하기 위해서가 아니었지만 상황이 그가 예상했던 것과 전혀 달 라 함부로 움직일 수가 없다.
“17레벨에… 사실상 생존자가 35 억.”
25억이라 생각했을 때에도 어이가 없었는데 고유세계라는 장소에 추가 로 10억이 더 있었다니 그야말로 기가 막힌 일이다.
400년 전. 대전쟁이 터지고 대우주 가 혼란의 시기로 빠져들었을 때.
종말 프로젝트는 셀 수 없이 많은 문명을 멸망으로 몰아갔다. 개들 중 에는 종말 프로젝트의 손에 그대로 멸망한 문명들도. 어떻게든 [클리에 하여 문명을 종속한 이들도. [이탈] 하여 종말 프로젝트에서 도망간 이 들도 있다.
그러나 그 어떤 문명도.
이렇게 막대한 생존자를 지켜낸 적 이 없다.
“하물며 게임 형식으로……
이건 그저 클리어해서,혹은 이탈
해서 살아남는 것과도 차원이 다르 다.
왜냐하면 종말 프로젝트의 힘으로 플레이어들이 레벨링 하고 영단을 먹고 스킬을 구매하고 자원을 구매 하는 만큼 종말 프로젝트의 [설정] 이 영구적으로 소모되는 것이나 다 름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물며 그 수가 수십억이라니?
지금껏 그 어떤 문명도 그렇게 하 지 못했다. 그 위세가 대단해 다수 의 초월자를 보유한 제국급 문명들 도 종말 프로젝트가 터지면 해당 행 성을 포기하고 달아나기에 급급했을 정도인데 3문명에도 들어서지 못한
34지구가 종말 프로젝트를 순조롭 게 클리어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남은 레벨은 고작 3개뿐.”
그리고 지금 이 기세로 가면 그들 이 소모시킬 설정은 그야말로 상상 을 초월할 것이다. 그리고 만약 그 렇게 된다면.
그들이 [클리에에 성공하게 된다 면.
그때가 바로… [종말]이라는 거대 한 [서사]를 가진,온갖 신적 존재 들조차 잠시 패퇴시킬 수 있었을 뿐 끝내 존재 자체를 없앨 수는 없었던 종말 프로젝트가 이 세상에서 사라 지는 순간일 것이다.
“이 와중에 분신 녀석은 대체 어디 있는 거야? 걱정하고 있던 문제긴 하지만… 설마 진짜로 숨어버리다 니.”
수십 년 전 밀레이온은 특별한 운 명의 힘을 타고난 여아를 살피기 위 해 자신의 분신을 만들어 그녀에게 붙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녀는 무신(武 神) 다크에게 패퇴당해 종적이 묘연 하던 리전의 지배자,디카르마를 만 나 그의 아이를 출산했다. 그때까지 만 해도 아직 분신이 이상행동을 보 이기 전이었던 만큼 밀레이온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예의 주시하던 일이
다.
밀레이온은 성급 기가스를 타고 최 상급 마족을 학살하고 있는 대하를 바라보았다.
최상급 신격이었던 기계신과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 34지구가 종 말 프로젝트를 상대로 펼치고 있는 이 믿을 수 없는 선전의 상당 부분 이 바로 그로 인한 것이다.
“그리고… 언네임드 신격이 하나 더 있다.”
처음에는 34지구에 추가된 [변수] 인 줄 알았지만 삼신에게서 언네임
드 특유의 법칙 파괴의 냄새가 진하 게 난다.
“원래대로라면 제거해야 하겠지.”
그러나 지금처럼 그 언네임드의 행 동이 종말 프로젝트를 방해하고 있 는 상황에서 섣불리 움직이는 것도 어리석은 일이리라.
“어휴. 바빠 죽겠는데.”
밀레이온은 한숨 쉬며 창을 휘두르 는 거인의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일사불란하게 그를 따르는 사람들 도.
참으로 순조로운 진행이지만… 종 말 프로젝트는 그런 진행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든 플레이어들 을 잡아먹어 소모한 설정을 회수하 려 들겠지.
“좀 더 지켜보자.”
나직이 중얼거린 그의 모습이 사람 들 사이로 사라져 버린다.
-축하합니다! 스테이지가 완벽하게 클리어되었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주어집니다.
-당신의 순위는 1위입니다.
17레벨 최상급 난이도가 끝났다.
최초 만 명에서 최후 백만 명까지 늘어난 전투조의 소음으로 시끌시끌 하던 스테이지가 단숨에 침묵에 잠 긴다.
팟!
그리고 내 앞에 나타나는 자판기.
-클리어 보상으로 4해 5,775경 3,6기조 8,750억 1,223만 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포인트는 거래의 수단이며 [각성 포션],[경험치 포션],[장비],[도 구],[재료] 등을 구매할 수 있습니
다.
보상이 경을 넘어 해 단위로 가버 렸다. 최대한 양보했음에도 이 지경 이라니 정말 어마어마한 수준.
‘종말 프로젝트,이렇게 퍼줘도 괜 잖은 거야?’
이젠 살 것도 없다. 영약은 이제 먹으면 몸에서 탈이 나는 수준에 이 르렸고 자판기에서 살 수 있는 장비 들보다 내가,혹은 고유세계에서 생 산되는 장비들이 훨씬 강력하니까.
결국 레어 메탈이랑 바위 목재들이 나 왕창 사려고 하는데 새로운 문구
가 추가된다.
-상점이 업데이트 됩니다.
-도구가 추가됩니다.
“이제 와서… 추가라고? 그것도 도 구만?”
뭔가 싸한 느낌에 눈살을 찌푸리면 서도 내용을 확인한다.
업데이트 내역은 단 하나다.
도구 슬롯에 영약.
만년불사단(萬年不死丹): 만년의
삶을 위한 단환. 복용 시 수명이 1 년 늘어난다. 최대 만 회 복용 가 능.
“…아니,아니,뭐라고?”
어처구니없는 내용에 순간 할 말을 잃고 버벅거린다. 지니 역시 상당히 놀란 듯 곁에서 거든다.
[수명이 늘어나는 단환이라니… 물 론 그런 게 세상에 없는 건 아니지 만 이건 말도 안 됩니다. 수명을 만 년까지 늘릴 수 있는 영단 따위 대 우주 어디에서도 확인된 적 없습니 다. 대우주의 법칙을 거스르는 일입 니다!]
그러나 아레스는 진지하게 말한다.
[대우주 법칙 X까라는 게 바로 언 네임드의 특징이잖아?]
[아니,그런. 아무리 그래도 이런 걸 뿌리면 명계가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기막혀 하는 지니의 목소리.
나는 정신 차리고 설명을 좀 더 자세히 보았다. 다른 영약들이 다 그러하듯 거래 불가 아이템.
그리고 가격은.
“5,000억 포인트.”
그야말로 미쳐 버린 가격이다. 철 광석을 5,000억 킬로그램이나 구매
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가격!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노려볼 만 한 가격대이기도 했다.
17레벨 몬스터인 최상급 마족을 한 마리 죽이면 1,525억 포인트를 얻을 수 있었고,다음 레벨의 18레 벨 최상급 마족을 죽이면 7,629억 포인트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레벨 플레이어들이 늙어 죽어가 는 것이 중대한 사회문제인 인류 입 장에서는 그야말로 가뭄에 단비 같 은 아이템!
하지만… 종말 프로젝트가 왜 이런 아이템을 추가해 준단 말인가?
나는 몰려오는 찜찜함에 인상을 찡 그렸다.
“이 자식,뭘 하려는 거지?”
다음 화에 계속…
< 당신의 머리 위에 2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