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화
- 전쟁성좌(戰爭星座).
- 기동.
나폴레옹의 은빛 육신이 진화(進 化)하기 시작했다.
꾸드득!!
드래곤 본으로 이루어진 기체가 뒤 틀리고 찢긴다. 마치 거대한 손이
빨래를 짜듯 배배 꼬이면서 압착되 고 근원의 모습인 수은으로 변해 펄 펄 끓는다.
“윽!”
[함장님! 괜찮으십니까?]
“약간 따끔한 정도니 걱정 마.”
문제는 고통이 아니라 지금 벌어지 고 있는 상황 그 자체다. 내가 드래 곤 하트에 [기억]시킨 나폴레옹의 형상과 수십만 명이 넘는 인챔터들 이 피땀 흘려 박아 넣은 부여 주문 들이 근본부터 뒤틀리고 있었다.
“전쟁성좌라니,이게 무슨… 일단 분위기는 인급에서 성급으로 진화한
다는 거 같은데.”
하지만 이해가 안 가는 일이다.
진화라니?
아무리 신비(神秘)로 가득한 기가 스라 해도 그 근본은 공산품이다. 새로운 무장을 장비하거나 기능을 추가하는 업그레이드라면 몰라도 한 차원 다른 수준의 기체를 만들어내 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완전히 다르 게,나사나 볼트 하나부터 차원이 다른 설비와 공정이 필요하다.
자전거를 오토바이로 개조하는 건 어찌어찌 가능해도 비행기로 개조하 는 건 불가능한 것과 마찬가지.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나폴레옹은 분명하게 변하고 있었다.
뿌득! 뿌드득!!
30미터의 거체가 점점 축소된다. 그 과정의 나는 그야말로 위태롭기 짝이 없었지만 적은 전멸했고,리젠 간격이 1시간이었기에 덤비는 적은 없다.
‘물론 저번처럼 룰이고 뭐고 무시 한 채 망령롱을 보낼 수도 있지만… 당장 그럴 기미는 없다.’
나는 두 눈을 감은 채 기체와의 싱크로율을 강화했다.
두근! 두근!
미친 듯이 맥동하며 마력을 뿜어내 는 드래곤 하트.
그리고 그 순간.
드래곤 하트에 뭔가가 깃드는 게 느껴진다.
“•••이건.”
그것은 별 (star).
우상(idol)의 힘이다.
고오오——!
드래곤 하트에서 뿜어진 마력이 마 치 피처럼 괄괄 쏟아져 드래곤 본 속을 흐르고,금속으로 만들어진 기 체가 살아 있는 것처럼 생기를 띠기 시작한다.
그것은 마치 생체 병기, 아니,그 냥 강철로 이루어진 생명체 같다.
전혀 ‘공학적’이지 않은 과정.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깨달을 수 있었다.
-당신은 챌린저(Challenger) 랭크 입니다.
전투 중이 아니었기에 좌의 힘을 활용할 수 있는 상황.
나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특성 부여를 시작했다.
“[강철 근육].”
근육을 구성하기 시작한다. 대흉근 이나 소흉근부터 상완이두근. 대퇴 직근 등등.
대체로 운동능력을 위한 골격근 (skeletal muscle)들.
그뿐이 아니다.
[동심원],[강화],[복원],[가속], [중압],[진동 흡수].
[화염 저항],[빙결 저항],[뇌전 저 항]•”….
미친 듯이 오오라가 소모되었다가 명예의 좌의 효과로 회복되기를 반 복한다.
그 와중에 아레스가 불쑥 말을 걸 었다.
[대하! 나,할 수 있을 것 같다!]
“월?”
[이 기체,내 본체와 연결할 수 있 어! 정령력 써도 되나?]
“뭐,그래.”
대답과 동시에 조종석 한쪽의 드래 곤 본이 움푹 뜯겨 나오더니 금속과 번개의 정령,아레스가 소환된다.
녀석은 나타나기가 무섭게 일말의 망설임 없이 나폴레옹 안으로 스며 들었다.
“지니,재석이 불러서 날 성안으로
옮겨달라고 해. 최대한 조심하라고 하고.”
[네,함장님.]
말을 전한 뒤 다시 특성 부여에 집중한다.
[마력 증폭]. [마력 흡수]. [항마 력]. [정령 친화]. [전광석화]…….
원래 일정량의 금속에 부여할 수 있는 특성에는 한계가 있다. 금속의 영성이 약하면,그 질량과 크기가 작으면 부여할 수 있는 특성의 힘 역시 보잘것없는 것.
그러나 지금.
특성이 끝도 없이 부여된다.
“자자! 조심해서 옮겨! 대하 녀석, 깨달음을 얻는 중이래!”
“나폴레옹이 꾸물꾸물거려요… 대 체 무슨 깨달음이기에 기체까지 변 화를 시키는 건지……
“그렇게나 강하신데 아직도 더 강 해지다니.”
웅성거리며 다가온 수십 대의 기가 스가 나를 들어 새로 건설되고 있는 성안으로 옮긴다. 포클레인과 트럭 들이 흙을 퍼낸 후 옮기고 있었고, 내가 미리 꺼내놓았던 인챔트 걸린 철판들이 일정 거리를 두고 설치되 고 있다.
고오오——!
그리고 그런 와중에도 변화는 멈추 지 않는다.
‘그렇군.’
나는 별의 힘이 [설계]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성급 기가스의 설 계도 따위 이미 예전부터 알고 있던 것들이니 헷갈릴 이유가 없다. 심지 어 나는 신급 기가스인 아레스를 항 상 옆에 두고 있는 이가 아니던가?
즉,중요한 건 설계 그 자체가 아 니다.
별의 힘의 진짜 기능은 [그릇]을 제공하는 것.
마치 신급 기가스의 [위상]이 신들 의 권능을 흉내 내듯,[전쟁성좌]의 힘이 성급 기가스의 어빌리티와 스 팩을 견딜 수 있는 밑바탕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황금성좌와는 좀 다르군.’
나는 제국으로부터 골드리안의 제 조법을 전달받았지만 그것을 따라 제작하지는 못했다. 제작에 실패하 는 그런 수준이 아니라 시도조차 하 지 못했다.
황금성좌가 왜 황금성좌겠는가?
제작을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인력 과 금력을 때려 박아야 한다. 제국
클래스의 세력이 아니면 감히 넘볼 수 없는 엄청난 설비가 필요한 것이 다.
쿠구구!
[윽! 작아! 아니,이거 왜 이렇게 작아졌지?]
아레스의 불평에 나는 물었다.
“지니, 지금 기체 크기가 어떻지?”
[현재 10.5미터입니다.]
“나폴레옹의 크기군.”
나폴레옹은 원래 10미터짜리 기가 스였다. 인급 기가스인 나폴레옹에 게는 오히려 그 정도가 적당한 크 기.
그럼에도 드래곤 본으로 만들어진 나폴레옹의 몸이 30미터나 되었던 것은 아레스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 이리라.
[작—— 아니!!]
과르르르!!!
“우왁!! 나폴레옹이 다시 커진다!”
“뒤로 빠져!”
“거기,그만 신경 쓰고 자리 잡 아!! 슬슬 리젠 시간이다!”
주변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내 가 지금 상황에 집중하지 않기 때문 이 아니다. 점점 의식이 선명해지고 확장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쿵!
그리고 마침내.
회색의 거인이 몸을 일으킨다.
- 전쟁성좌(戰爭星座).
-워 로드(The War Lord).
-인스톨 완료.
그 말을 끝으로 할 일을 끝냈다는 듯 별의 힘이 멀어진다.
이어 환호성 소리가 들린다.
[성공이다!]
“어?!”
나폴레옹,아니,워 로드에게서 들 리는 목소리에 깜짝 놀란다.
“아레스? 아니,너 뭐야?”
[뭐긴 뭐야. 나도 드디어 싸울 수 있다는 거지! 하하하!]
나는 녀석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워 로드의 어빌리티를 확인했다.
〈전신안〉
〈만병지왕〉
〈전신의 위세〉
“엠?”
어빌리티의 상태가?
“아니,잠깐! 아레스! 이 워 로드, 어빌리티가 네 어빌리티인데?”
당연히 성급 기가스의 새로운 어빌 리티를 볼 거라 생각했던 나는 기겁 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신급 기 가스의 어빌리티가 왜 튀어나온단 말인가?
[그게 다가 아닐걸?]
“그게 무슨 소……
거기까지 묻다 그만 굳어버리고 말 았다.
〈전신의 보물 창고〉
〈전신의 군세〉
〈전쟁의 신〉
“아니,이건. 미친.”
그것은 초월기다.
전쟁의 신 아레스에게 내장되어 있 는 고유의 초월기.
[멋지지?]
“아니,이건 말이 안 되잖아?”
기가 차서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는 다. 고작,아니,성급 기가스를 고작 이라고 평하면 안 되긴 하지만. 어 쨌든 성급 기가스일 뿐인데 어떻게
초월기가 튀어나온단 말인가?
나는 조금 진정한 후 워 로드의 칭호를 살폈다.
그리고 알았다.
“워 로드 이 녀석, 본래 가진 어빌 리티는 한 개뿐이야.”
그렇다. 단 한 개.〈강신체〉이다.
“이거,설마.”
이름만 봐도 대충 느낌이 왔지만 그 내용을 읽는다.
강신체 (降神體).
신의 힘을 내려 받을 수 있다. 강
신 중 본체의 어빌리티와 초월기 봉 인.
그릇의 한계로 동시에 발동할 수 있는 어빌리티는 2개,초월기는 1개 이다.
“•••아니,이게 무슨 워 로드야. 전 쟁 신의 사제지 사제.”
나는 강신체가 전쟁성좌의 원래 어 빌리티가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서 아레스가 간섭해 만들어진 결과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실 엄청난 리스크를 가진 어빌리 티다. 단독으로는 거의 불구나 다름
없는 기능이 아닌가? 사실상 기체 그 자체로는 어빌리티가 하나도 없 는 게 지금의 워 로드인 것.
그러나… 그 뒤를 받쳐주는 신급 기가스가 있다면 상황이 완전히 달 라진다.
“나폴레옹이 일어났다!”
“어? 그런데 저거 나폴레옹 맞나? 모습이 바뀌었어.”
“어디서 보던 외양인데… 아! 저거 혹시 중앙 광장에 있는 그거 아니 야?”
“아레스? 아레스라고?”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발동시
킨다.
초월기를.
〈전신의 보물 창고〉
공간이 열리고 이쑤시개만 한 창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것은 잡아채기 가 무섭게 40미터 이상으로 확대되 어 워 로드가 들기에 적당한 크기가 되었다.
‘전신의 보물 창고를 켜는 순간 모 든 어빌리티와 초월기가 비활성화된 다.’
그러나 상관없다. 이미 무기를 들 었으니 보물 창고의 효용은 끝. 바 로 닫아버린다.
〈만병지왕〉,〈전신의 위세〉.
두 어빌리티를 발동하자 워 로드에 막대한 버프가 들어가는 것이 느껴 진다. [전쟁이 벌어졌을 시 전투에 참여한 아이언 하트의 수만큼 막대 한 버프]라는 전신의 위세 설명에 불안했지만 다행히 아이언 하트가 아니라 코어도 카운트되는 모양이 다.
팟!
“앗.”
그러나 이내 들고 있던 창이 사라 져 버린다.
“아,이런. 보물 창고로 물건 막
꺼낼 수 있나 했더니.”
투덜거리며〈만병지왕〉과〈전신의 위세〉를 꺼버리고 다시 창을 꺼내 들었다. 두 어빌리티가 아무리 강해 도 초월병기를 추가로 드는 것만큼 의 전력 상승을 일으킬 수는 없기 때문.
다시 40미터짜리 창을 드는 나에 게 아레스가 물었다.
[감상이 어때?]
“감상이 어떠냐고?”
나는 성벽 밖을 보았다. 잔뜩 몰려 온 데스나이트 킹들이 맹렬하게 성 을 공격하고 기가스에 탑승한 1만의
정예가 그들을 막아내고 있는 모습 이 보인다.
쿵!
가볍게 땅을 구른 것뿐인데 워 로드 의 거체가 수백 미터 이상 날아오른 다. 그리고 날아오른 자세 그대로--
번쩍!
청광(靑光)을 내뿜는 창을 벼락같 이 휘둘렀다.
[저,괴물이----!!]
[막! 아!]
[아니,피……!]
데스나이트 킹들이 오러 블레이드 를 뿜어내며 대응하려 했지만 어림
없는 소리다.
아무리 뛰어난 검의 달인이더라도 30미터짜리 거인이 휘두르는 40미 터짜리 창을 어찌 막아낼 것인가?
과르릉——!!!!!!
단 일격.
별다른 부담 없이 휘두른 공격에 수백의 데스나이트 킹은 물론이고 그들이 서 있던 지표면이 마치 과자 껍질처럼 박살 나 흩어진다.
나는 웃었다.
“어떠냐면… 개사기네 진짜.”
[적절한] 조종사가 탑승했다고 가 정할 때.
기급 기가스는 숙련된 능력자, 그 러니까 5~9레벨에 준한다고 평가된 다.
수급 기가스는 완성자 이상,그러 니까 10〜13레벨에 준하며.
인급 기가스는 최상급 능력자,그 러니까 14〜17레벨에 준한다고 평가 되고.
성급 기가스는 초월자 바로 아래, 그러니까 18〜19레벨에 준한다고 평 가된다.
그러나 나는 어떤가?
인급 기가스인 나폴레옹을 처음 만 들었을 때… 나는 이미 19레벨이던
망령룡을 압살했다.
“지니,고유세계에서 스테이지 구 경하고 싶다는 사람 지원받아.”
[얼마나 받을까요?]
“무제한. 다 받아. 하,설마 여기에 서… 성급 기가스라니.”
잠시 예전 이야기를 하자면.
과거 전투 시물레이션 [대전쟁]을 플레이했을 때,나는 10만 점이면 합격인 스코어에서 12억 8000만 점 을 찍어버리면서 점수를 조작했다는 오해를 받았다.
어떻게 그런 말도 안 되는 점수가 가능했던가?
답은 골드리안이다.
그때 나는 황금성좌 골드리안을 타 고 전장을 초토화시켜 버리고 적의 테라급 전함 [징벌]에 침투해 함선 자체를 포획해 버렸다. 실로 믿을 수 없는 업적이라 할 수 있겠지.
그러나 함선 포획이라는 건 사실 점수에 반영이 되지 않는다. 애초에 목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내가 12억 8000만 점을 얻을 수 있던 것은,함선을 포획했기 때문이 아니라 함선의 포획을 방해하던 녀 석들을 모조리 살해했기 때문이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는가?
알바트로스함에 백곰,천현일 소장 이 있었듯 징벌에도 당연히 함장이 있다.
그리고 그 역시 당연히 초월자.
“진짜 개사기야.”
즉,그런 말이다. 성급 기가스에 탄 나는. 초월자를 조질 수 있다.
다음 화에 계속...
< 당신의 머리 위에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