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머리 위에 2부-106화 (223/249)

106화

15레벨 하급 스테이지가 끝났다.

얼마 걸리지도 않았다.

-사망 처리가 모두 취소되었습니 다!

-축하합니다! 스테이지가 완벽하게 클리어되었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주어집니다.

-당신의 순위는 1위입니다.

“확실히 도전자 수가 줄어드니 빠 르네.”

제법 진심으로 데스나이트 킹들을 쳐 죽였는데도 고작 270기밖에 잡 지 못했다. 저레밸 스테이지를 넘어 선 이후로는 겪지 못했던,[사망 처 리]의 수가 모자라 스테이지가 금방 끝나는 현상.

예전처럼 인류 평균보다 스테이지 가 쉬워서가 아니고 인류의 태반이 지구에 없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에덴이 내려온다!”

“자자! 표시된 자리 비워주세요!! 다들 바쁜 몸인데 얼른 지구 일도 마무리해 놓아야죠!!”

“구경할 틈 없어요!! 지구에서 해 야 할 일들 빨리빨리 해두세요!”

모함,에덴에 탑승해 약 1시간의 우주여행을 마친 승객들이 지구로 돌아온다.

내 생각은 아니고 에덴의 승객들이 낸 의견을 받아들인 결과다. 확실히 스테이지가 발동하는 그 순간에만 지구에서 벗어나면 스테이지에 휩쓸 리지 않으니 6시 30분쯤 출발해 우 주로 나갔다가 7시 30분에 지구를 돌며 각자 원하는 장소에 내려준다.

우주여행 자체야 1시간뿐이어도 탑 승과 하선의 과정에 한나절은 걸릴 정도로 번거로운 일이었지만 에덴에 물자를 실을 필요가 없고,무엇보다 우주에 인력을 아예 올려 버리는 대 신 잠시 나갔다 돌아옴으로써 발전 소나 금융 등 기반시설의 인력을 유 지할 수 있다.

물론 그 과정 중에 에덴이 지구 전체를 날아다녀야 한다는 문제가 있지만 에덴을 들고 다니는 알바트 로스의 수고가 조금 문제일 뿐이니 충분히 감수할 만하다

호로록.

나는 핫초코를 마시며 생각을 정리

했다.

“현 생존자는 35억. 그중에서도 지 구에 있는 인간의 수는 25억 7천 만……

그런데 우주에 갔다 돌아온 에덴의 승객이 5억 1천만이다.

정의 무구를 지닌 플레이어의 수가 19억 7천만이다.

아카데미를 수료하여 수급 등의 기 가스를 가지고 지구로 튀어나온 고 유세계 출신이 1천만 명.

설사 죽더라도 지구에서 죽겠다는 인원이 8천만.

그리고 끝.

그렇다.

지금 지구에는 스테이지에 억지로 끌려가야 할 인간은 단 1명도 존재 하지 않는다. 원래라면 지구에 남아 플레이어에게 부담이 될 10억의 인 구는 모두 고유세계에 들어있는 상 태이기 때문이다.

[드디어 ‘지원자’만으로 스테이지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군요.]

종말 프로젝트는 전 인류를 대상으 로 한 강제 이벤트.

갓난아이도,노인도,겁쟁이도,병 자도 끔찍한 괴물과 싸워야 하는 스 테이지에 강제로 끌려갈 수밖에 없

었다.

얼마나 많은 인간이 죽었던가?

얼마나 많은 인간이 고통 받았는 가?

“물론 내가 그 사실을 대단히 안타 깜게 여기거나 한 건 아니지만.”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34지구가 함장님께 구원받았다는 사실은 변하 지 않습니다.]

부담스럽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지니는 이 순간,틀림없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하지만 나 혼자의 힘은 아니지.’

나는 단지 도왔을 뿐,인류의 의지

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 같 은 개소리를 하려는 건 당연히 아니 다. 의지야 당연히 세워야지 뭐 대 견스러울 게 있겠는가? 살고 싶으면 열심히 해야 하는 게 당연.

내가 생각하는 건 다른 녀석이다.

‘후안.’

녀석이 만들어낸 삼신의 권능과 힘 은 어마어마하다. 농담이 아니라 어 딘가의 신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거 늘 이들이 그저 도구로밖에 느껴지 지 않으니 이게 가능한 일이란 말인 가?

어쨌든 나의 공략과 고유세계,그 리고 후안의 삼신으로 인해 스테이

지 진행은 정상 궤도를 완전히 벗어 나 버렸다.

‘제작자의 예상을 훨씬 추월한 추 진력이라 할 수 있겠지.’

종말 프로젝트에 [게임]이라는 속 성이 추가된 이상 ‘무조건’ 전멸하 는 스테이지는 있을 수 없다. 아무 리 어려워도 해당 스테이지 안에서 클리어가 가능해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종말 프로젝트의 목표는 [종말]이 다.

지구의 게임으로 치면 소울 라이크 류의 게임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

인다. 클리어 자체는 가능하지만 기 본 설계부터가 플레이어의 [죽음]을 염두에 둔,수없이 죽어가며 배우지 않으면 원 코인 클리어 따윈 있을 수 없는 그런 방식의 게임.

내가 보기에 종말 프로젝트에서 생 각하는 ‘적절한’ 클리어 인원은 1명, 많아봐야 10명 안쪽이다.

절대 25억+10억이 아니다.

지금 상황은 종말 프로젝트에게도 비상 상황.

“분명 뭔가 하겠지.”

그러나.

나 역시도 충분한 준비를 했다.

-스테이지 (Stage)가 오픈됩니다!

-레벨 15. 중급(中級)이 설정되었 습니다.

-사망 처리가 모두 취소되었습니 다!

-축하합니다! 스테이지가 완벽하게 클리어되었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주어집니다.

-당신의 순위는 1위입니다.

-스테이지 (Stage)가 오픈됩니다!

-레벨 15. 상급(上級)이 설정되었 습니다.

-사망 처리가 모두 취소되었습니 다!

-축하합니다! 스테이지가 완벽하게 클리어되었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 상이 주어집니다.

-당신의 순위는 1위입니다.

이제는 스테이지 클리어에 예전처 럼 수십 년이 지나거나 하지 않는 다. 인류 전체의 역량과 무장이 예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화되

었기 때문이다.

혹 스테이지 진행을 따라가지 못하 는 자가 있다면?

그냥 고유세계에서 살거나 우주로 나가면 된다.

그리고 패치가 있었다.

[스테이지 오픈 시간이 길어졌군요.]

“이제 일주일에 1레벨씩 오르네.”

[하급,중급,상급,최상급 해서 일 주일에 네 번 스테이지가 열리는 셈 이지요.]

원래 스테이지 레벨은 일주일에 2 레벨씩 올랐다. 일월화,수목금 저녁 7시마다 진행되고 토요일에 쉬었던

것.

그러나 15레벨은 하급 난이도가 일요일에. 월요일 쉬고 화요일에 중 급 난이도. 수요일 쉬고 목요일에 상급 난이도가 진행되었다.

그리고 짐작하기로 금요일을 쉬고 토요일에 최상급 난이도.

이건 무조건 좋은 일이었다. 그냥 순수하게 쉬는 시간이 추가된 것이 기 때문이다.

[플레이어들 좋으라고 했을 리는 없고 최상 난이도를 만든 부작용인 가 보네.]

툭 끼어드는 아레스.

그런데 녀석이 묘하게 힘들어 보인

“뭐야? 너 무슨 일 있어?”

[몰라. 얼른 최상 난이도나 했으면 좋겠다.]

나는 홍미진진해하는 아레스의 아 바타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이 녀석,요새 뭐 하고 있는 거 야?’

아레스의 본체가 중앙 광장에 자리 잡고 앉아서 센터 시티의 명물이 되 었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도무지 목적을 모르겠다. 아레스가 나한테 해가 되는 일을 할 리는 절대 없기

에 가만히 보고 있기는 하지만.

슈아아!!!

부르릉!!

내가 그렇게 느긋하게 있는 와중에 도 사람들은 바쁘게 움직인다. 하늘 에 비행형 기가스가 뭔가를 들고 날 아다니고 땅에서도 물자를 실은 트 럭들과 사람을 태운 버스들이 분주 히 움직인다.

특수한 능력을 가진 기술자들이 상 하수도 등의 인프라를 정비하고 지 금껏 고유세계에 들어오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상황을 안내한다.

예상하지 못했던 스테이지 사이의

텀을 사람들은 제법 잘 이용했다. 그리고 그렇게 이용한다는 것은 그 들이 이제 희망을 가지고 있다는 것 을 뜻하기도 한다.

종말 프로젝트가 무사히 클리어될 것이라는 희망을 말이다.

“자자!! 조금 있으면 최상급 시작 합니다!!! 플레이하실 분들 다 배 든든히 채우고 가세요!”

“들어가면 또 한동안 배고파요!”

“이번엔 꼭 사망자 없도록 합시 다H 파이팅!!”

-스테이지 (Stage)가 오픈됩니다!

-레벨 15. 최상급(最上級)이 설정 되었습니다.

-제한 없음. 데스나이트 킹과 리치 부대를 전멸시키시오.

-10초 후 스테이지가 시작됩니다.

-10. 9. 8. 7…….

단숨에 배경이 변한다. 스테이지에 진입한 것이다.

“움직이세요!!”

“땅부터 파요!!!”

“10분 뒤 리젠 시작입니다!! 서두 르세요!”

자세를 잡고 있던 달리기 선수들 앞에서 땅! 하고 출발 신호탄을 쏘 기라도 한 것처럼 플레이어들이 땅 을 박차고 튀어 나간다. 그들은 미 리 약속한 대로 각자의 역할을 수행 한다.

광! 광! 광!!

폭음과 함께 대지가 갈라지고 여기 저기에서 거대한 구덩이들이 생겨난 다.

-8분 뒤 웨이브가 시작됩니다. 1 시간 간격으로 반복됩니다. 리젠 횟 수는 할당된 적이 모두 소진될 때까

지입니다.

-인원 분류는 인연 레벨 기준입니 다.

-리젠되는 적의 숫자는 모여 있는 플레이어 숫자에 비례합니다.

“더,더! 더 빠르게!”

“아직 성벽은 오버예요!! 땅부터 파요!”

추리고 추린 1만의 정예가 움직이 자 삽시간에 거대한 원이 그려진다.

그러나 그들이 아무리 공사의 달인 이라 하더라도 10분 만에 1만의 플 레이어를 지킬 만한 크기의 성을 만

들기란 불가능하기에 5분쯤 지나서 는 요격 부대가 외곽으로 이동한다.

고유세계에서 건설 장비들을 잔뜩 꺼내 뿌려 버린 나 역시 앞으로 나 선다.

“나폴레옹!”

드래곤 하트를 꺼내 집어 던진다.

거대한 은빛의 거인이 삽시간에 몸 을 구성해 나를 집어 삼킨다.

-1 웨이브.

- 시작.

후웅-!

몰아친 흑풍과 함께 데스나이트 킹 들이 소환된다. 일반 데스나이트보 다 훨씬 다양한 바리에이션을 가진 상대였기에 14레벨 최상급과도 차 원이 다른 난이도여야 하지만 긴장 하는 이는 적다.

“좋아! 적어!”

“허접 뼈다귀 놈들! 무서워할 거 하나도 없다!”

우리의 숫자와 마찬가지로 그들의 숫자는 겨우 1만! 물론 데스나이트 킹 1만은 절대 적은 수가 아니지만, 십억 단위로 소환되어 파도처럼 몰

아치던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 다.

쿵!

앞으로 튀어 나간다. 붉은색 망토 를 휘날리며 나폴레옹의 몸이 날아 오르자 전장(戰場)에 있는 모든 이 들의 시선이 한 점에 모인다.

“나폴레옹이다!!”

“철가면 님!! 관대하 님!! 고고!!”

“하하하!!! 다 죽었다!!!”

신나서 소리치는 사람들.

그리고 그때였다.

웅!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거대한 고양 감이 내 영혼 깊숙한 곳에서부터 끓 어오르는 게 느껴진다. 심장이 쿵쿵 뛰고 마구 소리 지르고 싶은 욕망이 불처럼 타올랐다.

명백한 이상 상황.

그러나 그 상황에 기쁨의 비명을 지르는 자가 있었다.

[좋았어! 됐어! 성공이야! 하하하! 역시 될 줄 알았다니까! 지금 이 순 간에도 20억이 보고 있고,이 전쟁 이 그들의 전쟁이기도 한데 안 될 리가 없지!]

“아니,아레스 이것아,지금 뭘 한

거야?”

[기뻐하라고! 넌 신의 기예라 불리 는 전신위광을 완성자부터 시작하는 거야!]

“아니,그 전신위광 아직 포기 안 했었냐?”

기막혀하면서도 나폴레옹을 조종한 다.

“첫 타는 거창하게!!”

경천칠색 (篇天七色).

청 (靑).

거대한 마력과 영자력을 받아들인 나폴레옹의 전신이 파랗게 빛난다. 하늘로 솟구쳤던 나는 그대로 나폴 레옹의 진동을 통제하며 1만의 데스 나이트 킹 한가운데로 몸을 집어 던 졌다.

이어 어빌리티까지 작동시킨다.

〈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

번쩍!

청색이 터져 나온다. 데스나이트들 은 일사불란하게 몸을 날려 낙하하 는 나에게서 거리를 벌렸다.

그러나 소용없다.

쿵!

대지를 내리찍는 순간 30미터나 되는 거체가 땅을 후려치는 충격력 까지 모조리 진동으로 변해 반경 수 킬로미터를 모조리 휩쓸어 버린다. 데스나이트 킹들의 경공이 아무리 뛰어나도 도저히 벗어날 만한 범위 가 아니었다.

돠섹•돠•과!!!!!!

폭풍과도 같은 진동이 모든 것을 갈기갈기 찢어버리며 퍼져 나간다. 하나하나가 달인급의 검술을 사용하 는 데스나이트 킹이었지만 이런 재 앙급 파괴 활동 앞에서는 아무런 소 용이 없다.

그리고 삐걱거리는 몸을 일으켜 세

웠을 때,사방에 가득하던 데스나이 트 킹들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다.

“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

끓어오르는 고양감에 취해 유쾌하 게 웃자,잠시 조용하던 지니가 조 심스럽게 묻는다.

[저기,함장님. 괜찮으신 건가요?]

“괜찮냐니 당연한 소리를! 나는 지 금 그 어느 때보다……

나는 거기까지 말하다 멈칫했다.

온몸이 완전히 탈력 상태다. 내 스 스로의 영력은 물론이고 나폴레옹의

아이언 하트까지 텅텅 비어버린 것 이 느껴진다.

‘아니,이게 무슨. 지금 내 모든 힘 을 한 방에 다 쏟아부었다고?’

지금 이 장소에서 수십 년을 싸워 야 할지 모르는데 한 방에 다 소모 해 버리다니?

물론 무지막지한 위력이긴 했다. 15레벨 데스나이트 킹 1만을 한 방 에 날리는 위력은 일반적인 기술의 범주를 한참이나 넘어가는 것이었으 니까.

하지만 근거리 적이 상대라면 안전 하게 폭격을 떨구는 게 당연하지, 왜 온몸을 적진으로 집어 던진단 말

인가?

그러나 내 황당함을 아는지 모르는 지 아레스가 신나는 목소리로 묻는 다.

[하하하! 어떠냐! 대하! 죽이지! 한 방에 다 날려 버렸다고!]

“…아니,지금 뭘 한 거야?”

[이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전신위 광! 전신의 위엄과 권위를 빛내는 찬란한 권능의 편린이다!]

“이런 어이없는. 아니,게다가 나 정신계 면역 아냐? 와,이거 예전에 익혔으면 진짜 큰일 났겠네.”

그렇게 기막혀하는 순간이었다.

두근!

심장이 뛴다.

“이,이번에는 또 뭐야? 아니,이 제 힘없어!!”

기막혀하는 와중에도 스스로를 다 잡는다. 또 전신위광인가 뭔가를 발 동하기에는 남은 힘이 너무나 모자 랐기 때문.

그러나 이번에 뛴 심장은 내 것이 아니었다.

두근!

“아니,드래곤 하트가……?”

나폴레옹의 코어 역할을 하던 드래 곤 하트가 맥동하기 시작한다. 그러

더니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벌어지 기 시작했다.

-좌(座)로의 접근이 확인되었습니 다.

-전쟁신의 위상이 확인되었습니다. 천왕(天王)급 보정.

-전쟁신의 권능이 확인되었습니다. 천왕(天王)급 보정.

-해당 기체의 [전쟁] 속성이 확인 되었습니다.

-어빌리티 체크. 클리어.

-싱크로을 체크. 클리어.

-모든 조건이 클리어되었습니다.

-충격에 대비해 주십시오.

“•••뭐야. 아레스! 뭘 한 거야?”

[뭘 하다니 이미 다 했는데? 이제 전신위광이 완전히 자리 잡았으니 전쟁을 진행하며 천천히 수련해 나 가면…….]

“아니,그게 아니라 이거 어디에서 들리는 소리……

[함장님! 드래곤 하트의 마력이 폭 증하고 있습니다!]

너도나도 정신없는 와중에도 맥동 하는 드래곤 하트.

그리고.

- 전쟁성좌(戰爭星座).

- 기동.

나폴레옹의 은빛 육신이 진화(進 化)하기 시작했다.

다음 화에 계속...

< 당신의 머리 위에 2부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