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 화
그의 죽음은 시작일 뿐이었다.
“마탑주님… 벌써 돌아가시다니요. 아직 배워야 할 게 많은데……
“스테이지에서 워낙 고생하셨지요. 오히려 마지막 순간에 평화로우시군 요•…“
지고 마탑의 탑주,신인화가 수많 은 마법사들의 추모를 받으며 눈을
감았다. 얼마 뒤 천공 마탑의 탑주 역시 눈을 감았고, 영혼 마탑의 탑 주 역시 죽음을 눈앞에 두고 스스로 를 리치화 했다.
“하지만 리치가 되고도 여전히 스 테이지에 도전할 수 있을까?”
“알 수 없는 일이지……
여기저기에서 장례식이 시작된다. 사실상 전멸이나 다름없는 삼대 마 탑의 탑주들과 다르게 오대 무파의 문주들 중에서는 아직 죽은 이가 없 다. 이는 수련한 영능에 따른 수명 차이 때문이다.
어떤 영능을 수련해야 가장 수명이 길어질까?
정답은 생체력이다. 왜냐하면 생체 력은 수련자가 바라는 대로 육신을 진화시키는 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상에 자신이 단명하길 바라는 사람은 없지.’
정적인 수련법을 익힌 생체력 수련 자 중에는 300년 넘게 사는 경우도 있다.
‘다음은 오오라. 다음은 무공. 차크 라 뭐 그런 순서였지. 대체로 육체 를 강화시키는 수련법들이 장생에 도움이 돼.’
그런 면에서 마법은 장생에 크게 도움 되는 능력은 아니다. 리치화
같은 추가적인 조치가 없다면 200 년을 넘기가 어려운 수련법이다.
[좋지 않군요.]
“아주 좋지 않지……
사실 장례식은 계속 있어왔다. 고 유세계에 들어온 이들 중에는 노인 역시 많았으니까.
문제는 고레벨들이 죽기 시작했다 는 것.
이는 지구의 평균 레벨이 떨어질 정도로 심각한 문제다.
심지어 문제는 또 있다.
바로 [레벨 한계].
과르릉!!
땅이 크게 울린다. 눈을 움직여 디 스플레이를 확인하니 수천 기의 데 스나이트 앞에 서 있는 현무의 모습 이 보인다.
현무의 양 팔을 감고 있던 뱀이 풀려나와 그 대가리를 땅에 묻어버 리자 대지가 흔들린다.
쿠르릉!!!!!
대지를 통해 거대한 충격파가 퍼져 나간다. 데스나이트 중 일부는 점프 해 대지와의 접촉을 피함으로써 그 것을 회피했지만,그러지 못한 녀석 들은 막대한 충격을 그대로 얻어맞 았다.
“가르쳐 준 적도 없는데 결국 저 방향으로 가는군.”
내 손에 죽은 레온하르트 제국의 개국공신. 하워드 공작은 단 한 번 의 발구름으로 지진을 일으켜 어스 퀘이커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지금 재석의 재주를 감히 그와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방향 성은 같다고 할 수 있으리라.
[일성]
[17 레벨]
[현무 배재석]
“아,이래도 18레벨이 안 되네.”
[아무리 특별품이라도 수급 기가스 로 그 이상은 힘들 것입니다. 사실 이 정도면 웬만한 인급 기가스를 넘 어서는 강함이지요. 그 성능 대부분 을 조종사의 강함에 기댄다는 것이 문제긴 하지만… 배재석 군 정도면 훌륭한 조종사이기도 하니까요.]
지니의 말대로 이제는 재석이도 충 분히 훌륭한 조종사다. 기가스를 타 고 스테이지를 클리어해 온 시간도 벌써 수십 년인 만큼 엄청난 숙련도 를 쌓은 것.
거기에 기가스에 탑승하고도 마음 껏 생체력을 활용할 수 있는 재석의
역량은 그야말로 전성기의 그것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하지만.’
지금의 그가 전성기라는 것은.
바꿔 말해 그에게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재석이뿐이 아냐.’
[레벨 한계]라는 건 바꿔 말하면 재능의 한계를 말한다. 미친 듯 을 라가던 지구의 평균 레벨이 점점 정 체되기 시작한 것.
아무리 스스로를 연마하고,영약을 먹고 깨달음을 얻어도,어느 순간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는 구간이 찾
아온다.
누군가는 10레벨에서, 누군가는 15 레벨에서 성장이 멈춰 버린다. 아무 리 죽어라 노력해도 넘어서지 못하 는 재능의 벽을 만나는 것이다.
영능을 수련하다 보면 무수히 만나 게 되는 벽들과는 좀 다른 느낌의. 완벽한 환경에서 늙어 죽을 때까지 수련해도 결국 넘지 못하는 진짜 벽… 지고의 마탑주가 결국 8클래스 의 경지를 넘어서지 못했듯 아주 특 별한 깨달음이나 기연이 없는 이상 영원히 발버둥 쳐도 벗어날 수 없는 재능의 한계가 사람들을 가로막는 다.
즉. 이대로 고유세계를 더 유지해 봤자 플레이어들이 계속 강해지기는 커녕 늙어 죽기만 할 것이라는 사 실.
그러나 고유세계에 오직 절망만 있 는 것은 아니다.
[이것으로 아이언 아카데미 5기 졸 업식을 마치겠습니다!]
“와아아!!!”
“졸업이다!!”
“으앙! 결국 1,000등 안에 못 들었 어. 일단은 기급 기가스로 실력을 키워서 수급 기가스를 받도록 해봐 야지……
죽어가는 사람만큼.
태어나는 이들도 있다.
기가스가 넘치도록 많은 고유세계 였던 만큼 그들은 아주 어린 시절부 터 쉽게 기가스를 접하고, 기가스 조종사로서의 꿈을 꾸고,기가스 조 종에 적합한 방향으로 이능을 수련 했다.
20년째.
이제 스테이지에서는 백만 명이 넘 는 [전투조]가 운영되고 있었다.
고유세계의 인구수는 4억을 돌파했 다.
고유세계에 존재하는 마법사들 중
주류가 되어버린 인첸트 학파는 [마 도황네의 구슬에서 계속 쏟아지는 주문을 배우는 것을 넘어 자신들이 원하는 인첸트를 만들어내기까지 하 는 수준에 이르렀다.
고유세계의 지배자라 할 수 있는 나를 동경한 이들을 주축으로 생산 직들의 수준도 크게 증가했다. 놀랍 게도 개중에는 내 특성을 흉내 내는 이들조차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25년째.
고유세계의 인구수가 10억을 돌파 했다.
시험을 처음 시작할 때보다 인구가 더 많아진 것은 정의의 요람에 머물
고 있던 이들이 뒤늦게라도 스테이 지에 진입. 나를 만나 고유세계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와 1만 배 감속을 걸고 꽤 버렸 는데 아직도 스테이지가 진행되고 있었다니.”
“세상에 여기 봐. 너무 멋지다……
“거기 거기!!! 신입들 식빵하고 물 먹고 들어와!!”
“할당량! 빠뜨리면 지니 양한테 혼 나요!”
그리고 그렇게.
30 년.
-축하합니다! 스테이지가 클리어되 었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주 어집니다.
-당신의 순위는 1위입니다.
첫 최상급 난이도가 끝났다.
“후.”
어느새 나는 광화문 광장에 앉아 있다.
“우왓?! 뭐야? 왜 이렇게 사람이 없어?”
“설마 스테이지 망한 건가요??? 최상급 난이도라?”
“아니,그러면 시체라도 떨어져야 하지 않나요? 왜 아무것도 없어?”
광장 이곳저곳에 서 있는 플레이어 들이 당황해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정의 무구를 얻어 정의의 요람에 접 속했지만 싸울 수준은 되지 않아 감 속을 최대치까지 설정하고 그냥 스 테이지를 넘겨 버린 사람들이다.
“저런 사람들이 있을 거라고는 생 각했지만 생각 이상으로 많네. 감속 을 해도 중간중간 확인했다면 고유 세계의 존재를 몰랐을 리 없는데.”
스테이지를 시작할 때에 꽉 차 있 던 광화문 광장은 이제 믿을 수 없 을 정도로 한산하다. 거의 텅 비어
있다고 느껴질 정도.
그러나 당연한 일이다.
광화문 광장뿐이 아니라 전 세계 인류의 [대부분]이 내 고유세계에 들 어와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 사실을 알게 되자. 문득 궁금해졌다.
“그런데 아레스,넌 종말 프로젝트 를 몇 번 봤다고 했지?”
[그렇지. 이것하고는 좀 다른 형태 였지만.]
“그럼 말이야.”
나는 텅 비어 있는 광화문 광장에 사람들을 내려놓는 대신 아레스에게
물었다.
“내가 이대로 고유세계에 사람들을 머물게 하고 지구에서 도망쳐 버리 면 어떻게 돼?”
콰르릉!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천둥소리 가 나더니 훤칠한 키의 미남이 모습 을 드러낸다.
특이하게도 연두색으로 빛나는 머리 칼을 허리까지 늘어뜨리고 있는 그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동물의 가죽과 금
속을 정교하게 연마해 만들어진 옷을 입고 있었는데 몸에 착 달라붙는 가 죽옷 안쪽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문 양들이 슬쩍슬쩍 보인다.
“결국 직접 오게 되었네. 안 그래 도 바쁜데.”
마치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듯 고요히 떠 있는 사내의 이름은 밀레 이온 더 윈드리스.
대우주 전체에 위명이 자자한 대영 응으로 [올마스테라는 이명을 가진 황제 클래스의 강자이다.
원한다면 일검에 행성 하나를 쪼개 는 것조차 가능한 초강자.
그러나 그만한 힘을 가지고 있음에 도… 그는 땅에 내려서는 순간 온몸 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이런. 늦었군.”
대전쟁의 시대를 살아남은 그는 [종말 프로젝트]에 대해 알고 있다. 실제로 그것에 의해 멸망하는 문명 을 여럿 봐오기도 했으니 당연한 일 이다.
위잉!!
손짓조차 없이 고위 마법이 발현하 고,그는 세계로부터 정보를 다운로 드했다.
“종말 프로젝트… 컨셉 호러…
MMORPG? 이런,게임으로 한 건 가?”
종말 프로젝트를 [순정] 상태로 받 아들이고 살아남은 문명은 거의 없 다. 해당 문명의 공포를 끊임없이 증 폭하고 또 실체화하는 그 방식은 그 야말로 [종말 병기]라는 위명에 걸맞 은 파괴력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때문에 대전쟁 시절의 문명들은 살 아남기 위해 온갖 방법을 연구했고, 그중 가장 성공적인 방법이 바로 컨 셉을 추가하는 것이었다.
밀레이온은 꽤 많은 컨셉을 목격했 다.
가장 흔한 것은 [책]이다. 모험소
설,연애소설,동화,심지어 만화나 웹툰 등. [영상물] 역시 존재했다. 영화나 드라마 등의 세계를 구현해 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은 끔찍했다. 종말 프로젝트는 종말을 위한 것이 며,그렇기에 어떤 방향성을 잡아도 [호레 컨셉을 뗄 수가 없었기 때문 이다. 로맨스 소설을 컨셉으로 잡아 도 [호러 로맨스 소설]이 되어버리 는 식.
하지만 이렇게 컨셉을 추가하는 방 식이라면 그나마 생존 가능성이 생 긴다. 심지어 컨셉을 [클리에하는 경우 해당 문명의 30%나 생존하는
경우도 있었다.
공포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 버둥 쳤던 만큼 해당 문명 전부가 PTSD에 시달린다는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생존은 한다는 것.
그러나 지금 이곳. 34지구가 선택 한 [게임] 컨셉은 다르다.
“위험한데.”
종말 프로젝트에 게임 컨셉을 추가 한 문명도 꽤 있었다.
언뜻 굉장히 좋아 보이는 방법이 다. 왜냐하면 대우주의 모든 법칙을 무시하는 언네임드의 불가해한 힘으 로 문명 그 자체를 강화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게임이란 결국 레벨 업이 기본 아 니던가?
그러나 게임 컨셉은 너무나 위험하 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 부 르기에도 위태로운 컨셉이었다.
심지어 종말 프로젝트를 [클리에 하여 이겨낸 경우에도 그렇다.
“클리어하는 과정에 대부분 죽어버 리니까.”
밀레이온은 종말 프로젝트 게임 컨 셉을 [클리에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모든 생명체가 죽어버린 멸망한 문
명.
그리고 그 멸망 위에 남아 울부짖 는.
단 한 명의 초월자.
종말 프로젝트 게임 컨셉은 그 업 데이트가 너무나도 빠르다. 해당 문 명의 영능학이 아무리 발달했다 해 도 해당 인류 전체가 그 업데이트 속도에 발맞추어 가는 것은 불가능 한 일이다.
오직 탁월하고 탁월한,거대한 운 명과 악마적인 재능,그리고 무엇보 다 초월의 가능성을 품은 극소수의 인원만이 그 컨셉을 이겨낼 수 있는 것.
“심지어 게임 컨셉은 도망조차 힘 들지.”
종말 프로젝트가 자리 잡은 행성에 서 해당 문명의 모두가 도망쳐 종말 프로젝트의 [클리에에 실패하게 되 면,종말 프로젝트는 [불완전한 종 말의 마수]로 진화하여 해당 문명의 탈출자들을 추격한다. 종말 프로젝 트가 완전해지기 위해 그들을 잡아 먹는 것.
문제는,게임 컨셉을 진행한 문명 은 게임을 플레이하며 그동안 받아 먹은 스탯과 스킬이 일종의 [마케 가 된다는 점이다.
언터쳐블에 맞먹는 권능과 힘을 가
진 [불완전한 종말의 마수]는 마커 를 우주 끝까지 쫒아간다. 맘씨 좋 은 언터쳐를(그런 존재가 있을지는 모르지만)의 영역으로 도망가지 않 는 이상 생존은 불가능하다.
“어디 보자… 아이고. 벌써 지구에 25억밖에 안 남았잖아?”
밀레이온의 얼굴이 심각해진다. 34 지구의 인구 역시 다른 지구들이 그 러하듯 60〜70억 정도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레벨은 대충 5레벨? 아 니,8레벨 정도인가? 양자 녀석을 구하려면 결국 내가 종말 프로젝트 에 참가해야 할 텐데.”
그렇게 중얼거리며 세계의 정보를 받아들이던 중.
문득 그의 표정이 멍해진다.
“어?”
믿을 수 없는 정보가 그의 머릿속 으로 홀러 들어오고 있었다.
“어어어???”
-스테이지 (Stage)가 오픈됩니다!
-레벨 15. 하급(下級)이 설정되었 습니다.
-신규 인원 확인!!! 레벨이 변경됨 니다!
-레벨 1. 하급(下級)이 설정되었습 니다.
-레벨 1. 하급(下級)부터 레벨 15. 하급(下級)까지 연속으로 진행합니
그것은 스테이지 중간에 끼어든 신 규 인원의 편입이다. 밀레이온뿐 아 니라 고유세계에서 태어나 지구로 나간 이들 역시 겪는 과정.
다만 신규 인원인 만큼 그들은 각 자의 시간대에서 스테이지를 클리어 하기에 추가 클리어를 할 수도,누 군가 죽음을 취소해 줄 수도 없다.
15레벨 스테이지를 따라잡기까지 자 신의 스테이지만 진행해야 하는 것.
그러나 밀레이온에게 중요한 건 편 입 과정 따위가 아니다.
“아니,이게 무슨… 15레벨? 15레 벨이었다고? 25억 명이 살아 있는 데?”
“캬아악!!”
1레벨 하급 몬스터,시체 꼬마가 밀레이온을 보며 괴성을 지르더니 그대로 돌진한다.
밀레이온은 어이없어하며 그것을 바라보았고.
“캬아---!!!”그 눈길에 그만 시체
는 불타 사라지고 말았다. 아무리 스탯이 제한되어도 저깟 언데드 따 위,올마스터 앞에서는 먼지만도 못 한 존재다.
“아니,아니,대체……
그리고 흩어지는 시체 앞에서 밀레 이온이 멍하니 중얼거린다.
“25억 인류 평균이… 15레벨이기 라도 하다는 말이야??”
다음 화에 계속...
< 당신의 머리 위에 2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