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머리 위에 2부-101화 (218/249)

1()1 화

[그야 클리어하지 못했을 테니까

요.]

나는 14레벨 상급 스테이지를 5천 번이나 클리어했다. 당연히 2위부터 6위까지도 5천 번 이상 클리어했을 것이며,소향의 경우는 1만 번이나 클리어했었지. 굳이 우리 같은 최상 위급 플레이어가 아니더라도 스테이

지를 두세 번. 혹은 열댓 번 클리어 하는 경우가 절대 적지 않은 상황이 아니던가?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추가 클리어’는 아무것도 못 하고 죽어나가는 보통의 플레이어들 이 있기에 성립하는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진행되자 우려하 던 질문이 떠오른다.

“과연 최상급에서 죽는 사람들도 추가 클리어로 죽음이 취소될까?”

[아마 그렇게는 안 될 거다.]

“뭐? 왜?”

갑자기 끼어드는 아레스의 말에 반

문하자 녀석이 설명했다.

[종말 프로젝트를 직접 겪은 적은 없지만 언네임드와는 제법 싸워봤지. 종말 프로젝트 같은 녀석에게 사자 소생 능력 따위가 있을 리 없어. 종 말이라는 속성과 가장 반대되는 능 력이니까.]

“하지만 지금까지 죽은 플레이어들 이 수없이 되살아났잖아?”

[다른 세계선 안에서 일어난 죽음 을 ‘없던 일’로 만든 것뿐이야. 지금 처럼 모두 하나의 세계로 들어오면 불가능한 일이지. 스테이지가 왜 죄 다 1인용이었는지,그리고 죽은 이 들이 왜 다들 죽음의 기억을 잃었는

지를 생각해 봐. 설마 종말 프로젝 트가 '사람들이 죽는 경험을 간직하 고 있으면 힘들 거야. 기억을 지워 줘야지’라는 인도적인 생각을 했을 리는 없잖아.]

“하긴.”

만일 사망자가 죽음의 기억을 가지 고 살아났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물며 종말 프로젝트의 컨셉은 호 러.

플레이어는 음침한 장소를 헤매다 끔찍한 외형의 시체에게 습격당해 온몸을 뜯어 먹히는 죽음의 경험을 기억해야 했을 것이다. 바닥에서 튀 어나온 창이,쏘아진 화살이 실•을

찢고 뼈를 부수고 박히는 경험도.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어둠 속에서 수십 시간 헤매고 다닌 경험도,그 러다 와락 튀어나오는 악령에게,나 무 위에서 뛰어내리는 식인 괴물에 게 무참히 살해당하는 경험 역시 마 찬가지 다.

심지어 그런 일을 날마다 겪어야 한다면? 그리고 언제까지 이어질지 도 알 수 없다면?

장담컨대… 스테이지가 10레벨이 되기도 전에 인류 절반이 자살했을 것이다.

모두가 나처럼 공포 게임을 웃으며 할 수는 없다.

키보드와 마우스를 가지고 하는 공 포게임에서도 자지러지고 신경쇠약 에 걸릴 수 있는 게 바로 인간이다.

-2웨이브. 시작.

[전투가 종료되었습니다. 소모 시 간 40분 21초. 데스나이트 전멸. 플 레이어 피해는 사망 25만 명에 부 상자는 4,7기만 명입니다.]

-3웨이브. 시작.

[전투가 종료되었습니다. 소모 시 간 48분 55초. 데스나이트 전멸. 플 레이어 피해는 사망 28만 명에 부 상자는 5,541만 명입니다.]

-4웨이브. 시작.

[전투가 종료되었습니다. 소모 시 간 52분 28초. 데스나이트 전멸. 플 레이어 피해는 사망 15만 명에 부 상자는 3,7기만 명입니다.]

-5웨이브. 시작.

[전투가 종료되었습니다. 소모 시 간 58분 36초. 데스나이트 전멸. 플 레이어 피해는 사망 11만 명에 부 상자는 3,200만 명입니다.]

-6웨이브. 시작.

[전투… 종료되지 않았습니다.]

아직 데스나이트를 전멸시키지도 못했는데 1시간이 지나자 다음 데스 나이트가 리젠된다. 나는 계속해서

폭격을 쏟아냈지만,억 단위로 쏟아 지는 데스나이트들을 모두 감당하기 란 애초에 불가능하다.

“아,제길.”

그 지경에 이르러서야 드디어 깨닫 는다.

아무리 내가 있다 해도. 고유세계 의 지원이 주어진다 해도.

신의 힘을 활용하는 사제들이 돕고 있다 해도.

대우주에서도 보기 드문 엄청난 규 모의 고레벨 플레이어가 훌륭한 무 장을 하고 있다 하더라도…….

“사망자 발생을 막을 수 없어.”

그렇게 줄이고 줄였음에도 우주로 도,고유세계로도 도망가지 못한 이 들이 10억.

100만 명씩 10킬로미터의 거리를 두고 있는 이 미쳐 버린 규모의 전 장.

그 엄청난 숫자가 동등한 숫자의 강적과 싸우는데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그 숫자는.

웨이브를 반복하면 반복할수록 기 하급수적으로 커져가고 있다.

[누적 사망자 150만 7,663명! 누적 부상자 2억 7,559만 432명입니다!]

지니가 안내하는 와중에도 사람들 은 죽고,또 죽여 나간다.

“부상자를 뒤로 빼!!! 제대로 못 싸우는 것들 그거라도 제대로 해니”

“제길 시체! 시체도 치워!! 사령술 사!! 시체 얼른 치워!! 발에 걸린 다!!”

플레이어들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잘 싸우고 있다. 100만 명의 플레이 어가 거대한 원형진의 형태로 진형 을 갖추고 부상자가 생기면 원의 안 쪽으로 집어넣고 대기하고 있던 인 원이 밖으로 나와 싸우는 것!

설사 이들 전원이 군인이라 해도

그들이 정말 어지간한 정예가 아니 면 불가능한 일이다.

누구라고 전열에 서고 싶어 하겠는 가?

누구라고 제 목숨이 아깝지 않겠는 가?

그러나 그들은 소리 지르며 압박하 는 독전관이 없어도 전선으로 뛰어 나갔고 칼을 얻어맞으면서도 부상을 입은 동료를 구했다.

전쟁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기 심과 비겁함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쉽게 할 수 없는 희생과 인내가 어 렵지 않게 눈에 들어온다.

왜냐하면 이기심과 비겁함은 정의 롭지 못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전장에서 악업을 쌓았다가는 옆의 동료에게 ‘처형’당하겠지.’

부상당한 아군을 구하는 행위는 정 의로운 일이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선업을 쌓아 정의 무 구를 얻는다면 그의 전투력이 비약 적으로 상승함은 물론이고… 다음 스테이지부터는 정의의 요람으로 안 전하게 몸을 피할 수 있다. 어떻게 든 더욱더 선업을 쌓으려 들겠지.’

'확실히 후안의 존재는 인류에 도

움이 되고 있다.’

악업과 선업의 존재 때문에 플레이 어들은 기이할 정도로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전투를 이어나갔다. 만 약 악업과 선업이 없었다면 플레이 어들은 저 혼자 살겠다고 난동을 부 리다 데스나이트들에게 각개격파 당 했을 것이다.

“모두들!!! 죽지 마라!”

정언의 힘을 가진 플레이어가 거세 게 소리 지르자 당장이라도 숨을 거 둘 듯 피를 쏟아내던 부상자들의 출 혈이 어느 정도 가라앉는다. 그리고 그렇게 혼절한 플레이어들의 몸이 사람들의 손에서 손으로 옮겨져 원

형진의 한가운데에 놓인다.

실로 대단한 활약이었지만 더 대단 한 건 따로 있다.

번쩍!

어마어마한 빛에 놀라 내려다보자 압도적인 빛의 파도가 수백 수천 기 의 데스나이트들을 후려치는 모습이 보인다.

물론 그걸로 파괴된 데스나이트는 그중 1%도 되지 않았지만,엄청난 충격에 해롱거리는 녀석들이 이윽고 들이친 플레이어들의 손에 박살 나 버린다.

“삼신의 사제들인가.”

지금 이 전장에서 가장 크게 활약 하는 존재를 뽑으라면 당연히 내가 원탑이겠지만 지금 전황이 이 정도 상황이나마 유지할 수 있는 건 그들 의 활약 덕이 크다. 전장 전체에 골 고루 퍼져 있는 사제들은 삼신의 신 성력을 아낌없이 뿜어내고 있다.

-7웨이브. 시작.

-8웨이브. 시작.

-9웨이브. 시작.

-10웨이브. 시작.

웨이브가 계속 진행된다. 스테이지 초반의 혼란을 이겨낸 플레이어들이 점점 효율적으로 데스나이트를 상대

하고 있다.

“밀어냈다!! 땅 계속 파! 빨리!!”

“3미터 이상 파야 해! 서둘러!”

지니를 통해 전술 지시를 받는 플 레이어들이 원형진을 둘러싸는 형태 로 땅을 파낸다. 유리한 지형에서 싸우기 위해 만들어낸,일종의 해자 (域字).

물론 14레벨의 데스나이트들에게 겨우 몇 미터 깊이의 해자 따위 발 구름 한 번이면 뛰어넘을 수 있는 웅덩이에 불과하지만,그 웅덩이 너 머에 기가스에 탄 적이 기다리고 있 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해자를 뛰어 넘기 위해 땅을 박차는 순간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되기 때문이다.

-11 웨이브. 시작.

-12웨이브. 시작.

-13웨이브. 시작.

-14 웨이브…….

지형이 만들어지고 플레이어들의 교대 순서와 방식이 안정되기 시작 하자 점점 사망자가 줄기 시작한다. 나는 부지런히 하늘을 날아다니며 폭격을 계속했다.

고작 인급 기가스로 수백 수천 번 의 폭격을 반복하자 머리가 어질어 질했다.

그리고 마침내.

-24 웨이브.

- 시작.

하루가 지났다.

“지니. 상태.”

[누적 사망자 350만 2,213명! 누적 부상자 5억 1,119만 3,377명입니다!]

24시간을 싸웠다고는 믿을 수 없 을 정도로 적은 사망자.

그러나 문제는 사망자가 아니다.

“부상자가……

나는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오는 비

명과 터지는 핏줄기에 기분이 가라 앉는 것을 느꼈다.

부상자 5억 1천만.

최초 플레이어의 숫자가 10억이었 다는 걸 생각하면 그야말로 미쳐 버 린 비율이다. 아직은 사망자의 숫자 가 350만 명밖에 안 되지만… 지금 이 팽팽한 구도가 계속 유지될 수 있을까? 뭔가 조금만 틀어지게 되면 저 부상자 숫자는 모조리 사망자 숫 자로 전환될 것이다.

하물며.

“목말라! 물 없어?!”

“물이랑 음식을 데스나이트들이 가

끔 드랍하고 있긴 한데……

“제길 전선이 이렇게 짜였는데 녀 석들이 죽은 자리에 떨어지는 보급 품을 어떻게 가져다 먹어?! 악! 저 놈들 물통을 밟아 터뜨리고 있어!”

물과 음식이 모자라다. 명예의 좌 를 가진 이들은 음식을 소환할 수 있지만 그건 타인에게 넘겨줄 수 없 는 귀속 물품이다.

“나,나 좀 자고 올게……

“커억! 마력이……

“더는,더는 못 싸워……

사람들의 체력과 영력과 정신력이 고갈되기 시작했다. 고작 하루를 버

티지 못하느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 만,쉴 새 없이 꼬박 이어지는 24시 간의 전쟁은 초인이라도 견디기 힘 든 극한의 환경이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데스나이트는 1시간마다 계속 생겨나고 있다.

“지니,데스나이트의 숫자는?”

[23억 7천만 기입니다.]

“돌겠군.”

이미 데스나이트 전멸은 옛날 일이 다. 플레이어들이 데스나이트를 죽 이는 숫자보다 데스나이트 리젠 속 도가 더 빨라 점점 데스나이트의 숫 자가 쌓여가고 있는 것.

그나마 동시에 싸울 수 있는 데스 나이트의 숫자에 한계가 있기에 버 티고 있는 상태다. 사실 데스나이트 의 태반이 플레이어와 싸우지도 못 하고 뭉텅이로 모여서 대기 중이니 까.

“…저기가 좋겠다. 지니!”

[네,함장님. 즉시 공지하겠습니 다.]

내가 맨 처음 위치하고 있던 무리 에서 30킬로미터 정도 이동한 나는 부상자가 특히나 많아 보이는 무리 를 발견,매섭게 폭격을 가해 근처 에 공터를 만든 뒤 착지했다.

“나폴레옹이다!!!”

“철가면 님이다!”

“으아아! 우릴 도와주세요!!”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오는 비명을 한 귀로 듣고 흘리며 무리의 중앙으 로 이동한다. 30미터의 거인을 본 사람들이 알아서 길을 텄기에 어려 움은 없었다.

“철가면 님!! 지니 님의 말씀대로 가장 심한 부상자들을 모아놨습니 다!”

나에게 달려와 외치는 사람은 한국 인이다. 내 무리에서 꽤 이동했지만 아직은 한국인들이 위치한 자리.

나는 나폴레옹의 가슴팍을 열고 나 와 부상자들에게 접근했다.

전신의 뼈가 다 박살 난 사람. 피 를 너무 많이 흘려 쇼크로 기절한 사람. 심지어 팔다리가 다 잘려 나 간 사람까지.

당연하지만 그들을 치료하기 위해 온 것은 아니다. 나에게 그런 능력 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스테이지에 진입하고 24시 간이 지난 지금.

나는 그들을 치료하는 대신 치료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보낼 수 있는 힘 이 있었다.

팟! 팟! 팟!

빠르게 이동하며 부상자들을 고유 세계로 던져 넣는다. 고유세계 안에 서는 대기하고 있던 의료 인력이 그 들을 받아 수술을 시작했다.

나는 부상자를 모조리 고유세계로 옮겨 버린 뒤 다음 무리로 향했다.

팟팟!

팟팟팟!!

부상자를,혹은 도저히 전투가 불 가능해 보이는 저레벨들을 고유세계 로 던져 넣는다. 내가 지나간 자리 에는 오직 그들이 장비하고 있던 무 구와 기가스만이 남았다.

‘물론 이렇게 옮길 수 있는 숫자에 는 한계가 있어. 최대한으로 받아들 이고 나면 다시 24시간을 버려야 할 텐데 과연 그때까지 얼마나 되는 사 람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특성 고유세계 (Legend++++) 가 랭 크 업 합니다!]

[S랭크 一 SS랭크]

본격적인 판이 깔렸다.

다음 화에 계속...

< 당신의 머리 위에 2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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