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머리 위에 2부-100화 (217/249)

100화

“출격해!”

외침과 함께 스테이지에 있는 내 위로 수십 기의 기가스들이 솟구친 다. 그것은 푸른 매. 비행형 기가스 들이다.

파파팟!!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푸른 매들의 등에 청색의 빛이 뿜어지고

기체가 가속한다. 나는 잠시 걱정하 며 그 모습을 바라보았지만 다행히 천장의 높이가 상당한 듯 충돌음 따 위는 들리지 않았다.

“지니.”

[통합 전술망 작동 개시. 접속 가 능한 모든 기체와 연결 중입니다. 5. 4. 3. 2. 1……. 연결 완료. 현 접속망 연결 기체 2,240기입니다.]

“많이 모자란데?”

[아직 정의의 요람에 남아 있는 인 원들이 있을 겁니다. 그들 역시 새 로이 진입하는 대로 연결하겠습니 다.]

그녀의 말에 나는 정의 무구를 꺼 내 들었다.

정의의 조각칼.

사실 이제 이걸 무구라 부르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조각칼에서 무기 의 형태로 바꾸려면 추가적인 힘의 소모가 필요한데,결국 후원(?)받은 정의 포인트에는 제한이 있는 만큼 형태를 바꾸지 않고 제작 도구로만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와 더불어 지금처럼 정의의 요람 에 접속할 때에도 쓰인다.

-당신은 다이아몬드(Diamond) 랭

크(임시) 입니다!

-정의의 요람에 접속합니다!

-11 억 3,211만 9,331명이 당신을 시청 중입니다!

한때 그랜드 마스터에 가까웠던 정 의 랭크는 지속적인 소모로 다이아 몬드 랭크까지 떨어졌다.

-정의의 요람에 오신 것을 환영합 니다.

-당신의 정의 포인트 0점.

-부여받은 정의 포인트 15억 1,115 만 4,561점

-(게시판 읽기), (플레이 시청), (코멘트 확인),(설정)

-현재 정의의 요람 접속자. 19억 3,321만 5,566명

-외부 접속자 442만 3,331명

정의의 요람 전체 접속자는 20억 가량. 그런데 그중 19억이 남아 있 다는 말은 아직 대부분의 인원들이 요람 안에서 밖의 상황을 살피고 있 다는 뜻이리라.

팟!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는 내 옆으 로,회색의 거인이 내려선다.

쿵!

묵직하게 땅이 울린다. 회색의 거 인은 자신의 몸보다도 거대한 강철 의 배낭을 메고 있었는데 그 무게가 어찌나 무거운지 강대한 출력을 가 진 기가스가 휘청거렸을 정도다.

후두두둑!!

강철의 배낭이 분리되더니 이내 수 백 기의 고블린으로 변해 쏟아져 내 려온다. 그 후 내 앞으로 다가온 회 색의 기가스,백호에서 높은 목소리 가 들린다.

“왓!!! 와! 와아! 진짜 철가면 님 옆으로 나타날 수 있어요!!”

“소향아?”

나는 기가 막혀서 회색의 기가스를 멍하니 바라봤다. 아니,이 녀석 어 디에서 나타난 거야?

그러나 그녀가 끝이 아니었다.

팟! 팟! 팟! 팟!

“와! 철가면 님! 와,실물을 보게 되다니!”

“우와! 진짜 여기서 나타난다! 단 체전이니 이런 게 가능하구나!”

내 근처로 사람들이 쏟아지기 시작 하자 이를 보고 있던 지니가 말했 다.

[정의의 요람에 있던 사람들이 함

장님을 기준으로 진입하고 있는 모 양입니다.]

“아,안녕하세요! 철가면 님! 관대 하 님! 저 진짜진짜 팬입니다! 싸, 싸인……

“이 등신아! 철가면 님께 폐가 되 잖아!! 이제 5분 뒤에 전쟁 시작이 야!”

“추한 모습 보이지 말고 진형에 참 가해!”

“아오,진짜 이러지 좀 말자! 생방 송 스튜디오에 난입하는 사생팬들이 랑 다를 게 뭐냐?! 팬이라면 매너를 지켜야지!”

나에게 다가오려던 몇몇 인원이 새 롭게 나타난 다른 인원들에게 질질 끌려 사방으로 흩어진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모습에 커다란 덩치의 백호가 나에게 꾸벅 고개를 숙인다.

“자,잘 부탁드려요! 백호 진짜진 짜진짜 짱 좋아요! 잘 쓰고 있습니 다!”

그렇게 말하고 쿵쿵 멀어져 간다. 계속 기가스에 타고 있던 만큼 처음 부터 끝까지 그녀의 얼굴도 보지 못 했지만 그럼에도 빠릿빠릿하게 웃는 소녀의 모습을 본 것 같은 기분이

“그래. 이런 식이구만.”

이렇게 접속 위치를 자유롭게 설정 할 수 있다면 굳이 그들을 닦달해서 불러낼 이유가 없다. 물론 전력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만 그들이 접 속하면 한 번에 나타나는 데스나이 트의 숫자도 늘어나지 않던가?

차라리 자유롭게 접속할 수 있다는 장점을 활용해 필요한 장소에 투입 하는 게 나을 것이다.

콰드득!

진동을 담은 손으로 바닥을 한 번 쓸자 바닥이 부서지며 다섯 줄기의 고랑이 생긴다.

“다행히 파괴되네. 재질은 석재인 가. 금속이면 좋았을 텐데.”

혹시나,정말 혹시나 침묵의 스테 이시호 같은 배경이었다면 가능했을 〈무한 포탑〉빌드는 버려야 할 모 양.

‘하긴 그렇게 형편 좋게 될 리가 없지.’

나는 고유세계에 있는 기가스를 계 속 꺼내며 생각했다.

‘적의 규모는 어떻게 될까?’

14레벨 상급 난이도가 시작될 때 의 공지 내용은 이랬다.

-경고. 22억 1,211만 4,331명이 영역을 벗어나 있습니다.

-시스템이 일부 업데이트됩니다.

-난이도 [최상]이 추가됩니다.

-스테이지 종료까지 영역을 벗어 나 있는 인원의 할당량이 단체 전투 에 적으로 추가됩니다.

그리고 최상급 스테이지의 공지는 이랬다.

-레벨 14. 최상급(最上級)이 설정 되었습니다.

-제한 없음. 데스나이트와 데스나 이트 킹 부대를 전멸시키시오.

꽤나 친절한 안내다. 대규모 전투 가 벌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주 었고 그 방식이 어떨지,적이 누구 일지,또 그 숫자는 어떨지 대략적 으로 짐작할 수 있게 해주었으니까.

‘그나마 14레벨 적만 와서 다행이 다. 13레벨이 일월화,14레벨이 수 목금으로 같은 주라서 토요일인 최 상급에 13레벨 몬스터까지 같이 오 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리고 그렇다면 악령과 저주 대책

은 제외해도 될 것이다. 부라부랴 준비한 노■력이 아깝지만 그리 완벽 한 대책도 아니어서 차라리 안 쓰는 게 좋은 상황이다.

‘공지에는 영역을 벗어난 숫자가 22억이라고 했지만 최종적으로 그 숫자는 줄어들었었지.’

왜냐하면 조금 전 소향을 비롯한 플레이어들이 그러했듯 정의의 요람 에서 상황을 살피다 추가적으로 스 테이지에 참여하는 이들 역시 상당 했기 때문이다.

14레벨 상급 시험 때 최종적인 이 탈자는 약 15억 명이었다.

‘즉,추가적인 적의 수는 150억 데

스나이트와 15억 데스나이트 킹일 거야. 14레벨 상급 스테이지에서 나 오는 데스나이트가 10기에 데스나 이트 킹 한 기였으니까.’

엄청난 숫자지만 그마저도 14레벨 상급에서만 추가된 규모.

‘그리고 이번에는 에덴에 태워 우 주로 날려 보낸 5억이 추가되니 20 억의 이탈자가 있다고 판단해야겠 지. 상급 난이도에도 참여 안했는데 최상급에 도전하기는 어려울 테니 까.’

맘 같아서는 더 태워 보내고 싶었 지만 물리적으로 무리였다. 사람들 이 제대로 통제되지도 않았을 뿐더

러 그만한 숫자가 에덴에 타는 데에 도 상당한 시간이 소모되었기 때문 이다.

사실 하루 만에 에덴에 5억이나 태운 것도 거의 마구잡이로 욱여넣 은 결과다. 그저 사람만을 넣었을 뿐이니 스테이지가 끝나면 다시 지 구로 내려 물자부터 보급해야 하리 라.

‘뭐 어쨌든.’

그렇게 생각하면 총 200억의 데스 나이트와 20억의 데스나이트 킹이 추가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 다.

그러나 어디 나타날 게 추가적인

적뿐일까? 추가는 그저 추가일 뿐이 다.

‘즉 최상급 자체에 깔려 있는 적들 도 있을 텐데 이건 가늠이 안 돼. 중급이 5기,상급이 10+1기니… 최 상급은 그보다 더 심하면 심했지 덜 하진 않을 텐데.’

대충 가늠하니 그야말로 눈이 핑핑 돌 정도로 어마어마한 숫자. 그나마 ‘리젠되는 적의 숫자는 모여 있는 플레이어 숫자에 비례"한다고 했으 니 저 숫자가 한 번에 덤비거나 하 지는 않을 것이라 기대할 만하다.

“시작입니다! 진형을 갖추고 대비 하세요!”

“으아아! 사람 너무 많아!!! 아니 바둑판처럼 사람을 좍좍 흩어놓았는 데 한 무리마다 백만 명 실화냐?!”

“떠들지 말고 자신 없으면 진형 안 쪽으로 들어가세요!”

5분이라는 시간은 그야말로 눈 깜 빡할 사이에 지나갔다.

그리고.

-1 웨이브.

-시작.

적이 등장했다.

후웅-!

한순간 새까만 광풍이 몰아치더니 셸 수 없이 많은 데스나이트들이 플 레이어 무리 사이사이에 나타났다.

하늘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푸른 매 들의 시야로 보면 마치 바둑판 위에 한 칸씩 떼고 늘어져 있던 바둑알 사이사이에 흑돌이 놓이는 것 같은 광경이다.

[스캐닝이 완료되었습니다. 현재 스테이지 진행 인원 10억 7천만 명 입니다. 등장한 데스나이트 숫자 역 시 동일하며 데스나이트 킹은 없습 니다.]

플레이어들과는 대략 2킬로미터 정 도 거리를 두고 등장한 데스나이트 들은 소리 높여 기세를 일으키거나 플레이어들을 위협하거나 하지 않았 다.

그저,칠흑의 검기를 두른 검을 들 고 파도처럼 밀려왔을 뿐이다.

“막아!!!”

“방어형 기가스 타신 분들 다 앞으 로!!!”

“아,제길 솔플밖에 안 해봤는데 파티플도 아니고 대규모 전쟁이 웬 말이야!”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오는 비명과

함께 검과 검이 충돌하고 화살이 쏘 아졌다. 마법이 구현되고 염동력과 정령력이 태풍처럼 몰아친다.

그리고 그렇게.

데스나이트가 쓸려 나가기 시작한 다.

“어?”

“어,뭐야? 데스나이트 다 어디 갔 어?”

“와. 나 칼도 안 휘둘렀는데.”

광쾅!!!

쿠과광!!!!

굉음과 함께 뼈들이 박살 나는 모 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푸른 매랑 푸른 코끼리만 만들길 잘했군. 효과가 좋아.”

[어느 정도 대비한 상황이니까요.]

연신 포격을 뿜어내던 포격 전문 기가스,푸른 코끼리들이 달아오른 포구를 식힌다.

데스나이트 부대는 군대로 말하자 면 100% 검병으로만 이루어진 부대.

우리 쪽에 제대로 된 [포병]이라는 병과가 끼어드는 순간 전쟁 수행 능 력이 비교조차 되지 않는 수준으로 벌어져 버린다.

백만 데스나이트의 두터운 병력 한 가운데에 포격을 쏟아내니 밀집된

녀석들이 그 놀라운 검술을 활용조 차 못하고 쓸려 나가는 것이다.

“와! 무슨 기가스가 끝도 없이 나 와? 게다가 그게 다 포격 특화라니 저런 기종은 들어본 적도 없는데.”

“기존 스테이지에서는 비효율적인 형태니 나눠주지 않았겠지요.”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들으면서도 스 테이지 상황을 계속 살핀다.

내가 포함된 백만 명의 무리는 고 작 수백의 부상자가 발생하였을 뿐 사망자도 없이 전투를 끝내 버렸다. 고유세계의 지원을 받는 전투는 그 만큼 압도적이라는 말.

그러나……. 모든 인류가 그런 지 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폴레옹.”

드래곤 하트를 꺼내 하늘로 집어 던지자 마치 물 폭탄이 터지듯 드래 곤 본이 쏟아져 미리 잡아놓은 형태 로 굳어진다.

그리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30미 터의 거대한 신장,은빛의 육신,그 리고 적색의 망토를 차고 있는 거 인.

여기저기에서 탄성이 터져 나온다.

“나폴레옹이다!!”

“와! 실물을 직접 보게 될 줄은!”

“크다! 엄청 커! 와 이렇게 컸나?”

“멋지다!”

전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어서인 지 시끄러운 사람들의 환호성을 뒤 로한 채 바닥을 박찬다.

한 번 말했듯 나폴레옹에는 사신수 와 황금용의 모든 기능이 다 적용되 어 있다.

비행은,당연히 포함된 기능이다.

쿠아아!!

망토를 펄럭이며 솟구친다. 속도는 삽시간에 음속을 뛰어넘었고 그대로 수십,수백만의 사람들 위를 지나친 다.

내가 포함되었던 100만 명 무리의 동서남북에 있던 모든 데스나이트가 푸른 코끼리의 포격에 괴멸적인 타 격을 입은 덕에 주위 다른 무리들 모두가 쉽사리 전투를 마쳤지만 수 십 킬로미터 이상 비행하니 아직 전 투가 끝나지 않은 무리가 보이고 100킬로미터 이상 벗어나니 오히려 데스나이트에게 밀리는 무리들이 보 인다.

*오늘의 어빌리티!

[가속]

[중압]

[점멸]

[저격]

“마지막에 저격이라도 붙어서 다행 이다. 이왕이면 포격 전문 어빌리티 가 있으면 더 좋을 텐데.”

아쉬워하면서도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데스나이트를 타게팅한다.

그리고 그대로.

나폴레옹의 양손에 달린 여덟 개의 포구에서 영자력탄이 쏟아지기 시작 한다.

두두두두두!!!

과과과과광!!!

폭격을 쏟아낸다. 내가 일렬로 죽 긋고 지나갈 때마다 그 아래 있는 데스나이트들은 제대로 저항도 못하 고 쓸려 나간다.

그야말로 무자비한 학살!

그러나 그럼에도.

나 혼자서 수억의 군세가 뒤얽힌 모든 전선을 완벽히 커버하는 건 불 가능한 일이다.

[전투가 종료되었습니다. 소모 시 간 35분 11초. 데스나이트 전멸. 플 레이어 피해는 사망 32만 명에 부 상자는 6,211만 명입니다.]

“첫 웨이브에?! 그것도 겨우 30분 동안 싸웠는데……

[대규모 전쟁입니다,함장님. 10억 대 10억이 싸웠는데 이 정도 교전 비율이면 그야말로 압승이지요.]

“아무리 그래도… 지금껏 살아남은 플레이어라면 기본적으로 생존 전문 가들 아냐? 지금까지 스테이지는 어 떻게 클리어한 거지?”

기막혀하는 나에게 지니가 말했다.

[그야 클리어하지 못했을 테니까요.]

다음 화에 계속...

II

< 당신의 머리 위에 2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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