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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머리 위에 2부-98화 (215/249)

98 화

예상했던 대로.

편법을 찾기가 힘들다. 버그성 플 레이가 불가능해 보였다.

그건 스테이지가 모든 버그를 완벽 히 잡아낸 갓짐이기 때문이 아니다.

“아니,이런.”

단지.

그저 단지.

“너무 단순하잖아……

기존의 스테이지는 레벨에 상관없 이 유지되는 공통점들이 존재했다. 강력하지만 찾기가 너무나 힘든 소 모성 무기.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 멘탈이 갈려 나가는 두렵고 혐오스 러운 환경. 악질적인 함정. 강점과 약점을 지닌 적 등.

그러나 이젠 다르다.

나는 공동 한가운데 꽂혀 있는 백 색의 성검을 어이없는 표정으로 바 라보았다.

“주 무기가 그냥 대놓고 있네.”

대신에 위력이 약화되었다.

“함정도,헤멜 미로도 없이 그저 하나의 커다란 방으로 이루어진 구 조야.”

대신 몬스터를 기습하는 게 불가능 하다. 검을 뽑으면 눈앞에 이미 나 를 인식하고 있는 몬스터가 소환되 기 때문이다.

“찔끔찔끔. 그것도 힘들게 찾아야 하는 게 아니라 적을 물리칠 때마다 식수와 음식을 풍족하게 제공한다는 말이지.”

대신 몬스터를 피해 갈 길이 없다. 무조건 싸워야 한다.

종말 프로젝트는 스테이지의 난이 도를 낮추는 대신.

공략이라는 행위를 불가능하게 만 들었다.

팅!

바닥에 박혀 있던 성검을 뽑아내자 뽑힌 자리에 새로운 성검이 생겨나 고 그 뒤로 데스나이트가 소환된다.

과득!

나폴레옹의 장검이 소환된 데스나 이트를 일격에 참살하자 텍스트가 떠오른다.

-축! 승리하셨습니다!

-데스나이트 처치 10기 중 9기!

-모든 데스나이트 처치 시 데스나 이트 킹이 출현합니다!

-충분한 식사와 휴식 후 성검을 뽑아주세요!

아주.

아주 친절하다. 그야말로 모든 과 정을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는 상황. 유쾌하기까지 한 설명들은 마치 날 조롱하는 것만 같다.

[너무 단순한 구조라 공략거리가 없군요.]

“아니,이러면 컨셉 무너진 거 아

냐? 이게 무슨 호러 컨셉이야? 데 스나이트랑 싸우면 호러야? 데스나 이트가 시체니까?”

장기와 바둑에는 필승법 따위가 없 다. 새로운 형태의 스테이지 역시 마찬가지다.

하나의 적을 해치우고,쉬었다가 다시 하나의 적을 해치우는 이 과정 은 그냥 하급 난이도를 10번 반복 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 과정 어디 에도 혼란스럽거나,비밀이 숨겨져 있거나 하는 요소가 없다. 그냥 정 면 대결인 것이다.

굳이 공략을 만든다면 데스나이트 의 패턴 공략 정도를 할 수 있겠지

만 그건 내가 아니어도 만들 수 있 는 공략이다.

콰득!

검을 휘둘러 데스나이트 킹을 박살 낸다. 나폴레옹에 탑승한 나에겐 14 레벨의 데스나이트나 15레벨의 데 스나이트 킹이나 별 차이 없는 적이 었다.

-클리어!

-다음 전투를 시작하시겠습니까? 연속으로 적을 쓰러뜨릴 경우 클리 어 숫자만큼 [사망 처리]가 취소됨 니다. 스테이지 종료 시 취소되지

않은 [사망 처리]는 [확정]으로 변해 되돌릴 수 없습니다.

“시작.”

말과 동시에 배경이 변한다. 깔끔 하게 변한 공동 한가운데 성검이 꽂 혀 있다.

팅!

뽑아내자 그 자리에 다시 성검이 생겨난다.

팅! 팅! 팅! 팅!

연속으로 성검을 뽑아낸다. 그리고 그 타이밍에 맞춰 그 뒤에서 데스나 이트들이 줄줄이 소환된다.

팅! 팅! 팅! 팅! 팅!

뽑혀 나간 성검들이 바닥을 뒹군 다. 저것들은 제법 강력한 성물이지 만 나폴레옹에 탑승한 내 입장에선 그저 잡동사니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렇게 10기의 데스나이트 가 모두 소환되는 순간.

〈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

〈전광석화〉.

번쩍!

신장 30미터의,압도적인 덩치를 가진 나폴레옹이 그 덩치에 걸맞은 크기의 장검을 휘두르자 드넓은 공 동이 폭풍에 휩쓸린다.

과자작!!!

일검에 다섯 기의 데스나이트가 쓸 려 나간다. 한 번에 모든 적을 노렸 지만 다섯 기가 쓸려가는 동안 나머 지 다섯 기는 벼락같이 뛰거나 몸을 숙여 공격을 피하고,심지어 반격까 지 노렸다.

까강!!!

그러나 흑색의 검기를 품은 필살의 공격은 나폴레옹의 몸에 그저 가벼 운 기스만을 남겼을 뿐이다.

과자작!!

사방으로 흩날리는 뼈다귀! 단 두 번의 휘두름에 열 기의 데스나이트

가 몰살당했다.

그리고 소환되는 데스나이트 킹!

그러나… 이미 나폴레옹의 검은 녀 석의 머리를 내려치고 있다.

[감히!]

놀랍게도 대사를 읊은 데스나이트 킹은 흑색의 검기를 내뿜었다. 그리 고 놀라운 반사신경으로 나폴레옹의 검을 맞받아쳤다!

실로 신속한 대처. 그러나 그렇다 해도.

과작!!

19레벨 망령룡의 갈비뼈도 박살 내던 공격을 막아내지는 못한다.

“지니,얼마나 걸렸지?”

[재시작 시간 포함 11분 28초입니 다.]

“더 줄일 수 있겠어.”

-다음 전투를 시작하시겠습니까?

-다음 전투를 시작하시겠습니까?

-다음 전투를…….

경천칠색은 투법이지만 어떤 형식 을 가진 무술이라기보다는 그저 진 동을 이용하는 기예에 가깝다. 진동 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 높아질수

록 전투 방식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 문에 어떤 형식으로 스스로를 구속 하기보다 단순하고 직관적인 전투법 이 효과적이라는 식.

그리고 그런 자유로움은 온갖 특수 능력을 가진 내 스타일에 아주 어울 린다.

경천칠색 (篇天七色).

청 (靑).

윙!!

강렬한 진동을 품은 장검이 열 기 의 데스나이트를 찢어버리고 이어

등장한 데스나이트 킹 역시 참살한 다.

[재시작 시간 포함 10분 15초입니 다.]

[재시작 시간 포함 10분 1초입니 다.]

[재시작 시간 포함 9분 24초입니 다.]

8분 58초. 8분 33초. 7분 50초. 7 분 48초. 7분 40초.

그리고.

[재시작 시간 포함 6분 15초! 신기 록입니다!]

“아,슬슬 힘드네. 막상 전투 시간 은 얼마 안 되는데 텍스트 안내에, 소환에,재시작 시간이 5분 가까이 잡아먹으니.”

지니의 안내에 파르르 떨리고 있는 장검을 등에 꽂는다. 롱 소드 형태 의 검이 나폴레옹의 척추에 덧대듯 납검되 었다.

-클리어!

-다음 전투를 시작하시겠습니까? 연속으로 적을 쓰러뜨릴 경우 클리 어 숫자만큼 [사망 처리]가 취소됨 니다. 스테이지 종료 시 취소되지

않은 [사망 처리]는 [확정]으로 변해 되돌릴 수 없습니다.

“지니,내가 몇 번이나 클리어했지?”

[현재 3,749회 진행하셨습니다.]

“3분의 1정도 한 건가. 시간은 얼 마나 지났고?”

[26일 8시간 34분입니다.]

“내가 계속 노가다 하면 100일 훨 씬 안쪽으로 1만 회를 끝낼 수 있 다는 말이네.”

[‘최소’ 100년이 걸릴 거라고 예상 했었는데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 다.]

이번에 업데이트된 이 단순한 구조 가 마냥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공략이 불가능해 능력이 안 되는 이들이 포인트를 얻는 게 불가능해 졌지만,대신 플레이 타임이 짧아져 다회 차 플레이어에게 유리한 구조 로 변한 것이다.

하물며 명예의 좌가 없어도 음식물 이 충분히 주어지는 상황이 아닌가?

-다음 전투를 시작하시겠습니까?

-2분 30초 안에 시작하지 않으시 면 도전이 중단됩니다.

“도전.”

말과 동시에 강철화 발동.

내 의식이 자연스럽게 고유세계로 넘어간다.

슬쩍 시청해 보니 나폴레옹이 성검 을 뽑는 모습이 보인다. 성검은 상 당한 크기를 가진 바스타드 소드 (bastard sword) 였지만 작아졌다 해 도 5미터에 가까운 나폴레옹이 잡아 드니 그저 숏 소드처럼 보인다.

좀 볼품없는 모양새이지만 나와 책 의 보정이 없다면 아이언 하트의 영 자력도,어빌리티도 발휘할 수 없는 나폴레옹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무기

다.

“신입들은 어때?”

[기본 숙소로 배치 완료했습니다. 아직은 교육이나 노동에 들어간 이 들보다는 단순히 휴식을 취하거나 기존 인원의 분위기를 살피는 이들 이 다수입니다. 다만 마냥 게임이나 하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많군 요.]

“뭐,노는 거야 별문제 아니지. 문 제만 안 생기게 해줘.”

나는 그렇게 말하고 욕실로 향했 다. 땀투성이인 스테이지의 육신과 다르게 말끔한 상태의 몸이지만 기 분 전환도 할 겸 욕조에 몸을 담갔

다.

그리고 그렇게 한참 쉬다 물었다.

“지니,요번 스테이지에서 몇 명이 나 죽을까?”

[상당하겠지요. 그러나 걱정하실 만큼은 아닐 겁니다.]

“어떻게?”

[하급 난이도에서 그러했듯 역량이 모자란 이들은 애초에 도전도 안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하급 난 이도 때와는 달리 5천 대의 수급 기가스가 추가되었지요.]

수급 기가스의 추가는 분명 고무적 인 성과를 낼 것이다. 왜냐하면 수

급 기가스는 이미 수백 수천 번의 n회 차 플레이어가 아닌 조종술에 재능을 가진,하위 플레이어에게 주 로 주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공략]이 없어진 틈을 메울 정도일까?

[또 고유세계에서 키워낸 파일럿들 도 있지요. 그들은 제법 뛰어난 인 재들입니다. 레온하르트 제국의 커 리클럼을 이수한 정예들이니까요.]

그녀의 말을 들으며 생각한다.

원한다면,나는 요번 스테이지를 완벽 클리어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미 발견한 빈틈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방법을 사용하면 종말 스테이지가 어떻게든 대처할 거야.’

종말 스테이지는 지금껏 내가 사용 한 편법들에 어떻게든 대처하고 있 다. 아무 언급조차 없던 플레이 횟 수마저 1만 회로 제한한 마당에 '내 가 모든 인류의 스테이지를 다 깨고 다니는’ 상황을 묵과할 리는 없겠 지.

즉,이 방법을 쓸 수 있는 건 오직 한 번뿐이고.

‘이 판단으로 수백 수천만 명이 죽 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그 정도의 비상 상황은 아 니다.

아직 14레벨.

15레벨도 16레벨도 17레벨도 넘어 서야 하는 상황에 이걸 사용할 수는 없다.

“그래… 믿어보자.”

그렇게 말한 후 정의 무구를 이용 해 스테이지에 접속했다.

이미 공략이 없다는 게시물을 작성 한 상태였기에 비교적 적은 시청자 수를 대충 넘기고 전투 장면을 살핀 다.

원래의 크기보다 훨씬 작아진,그

러나 그럼에도 5미터의 거대한 덩치 를 가진 나폴레옹이 아이를 괴롭히 는 어른처럼 데스나이트를 후려치고 있다.

“좋아. 훨씬 강하다.”

기가스 제작 능력이 성장하면서, 또 인챈터 군단의 실력이 성장하면 서 나폴레옹의 성능 또한 끊임없이 업그레이드 되었다.

사실상 사신수와 황금 용 모두의 능력을 다 가진 것이 바로 나폴레옹 이라 할 수 있다.

[망토에 걸린 인챔트만 해도 13종 이지요.]

“그걸 13종이라면 안 되지. 효과가 겹치니 3종이야.”

그 거대한 덩치에도 나폴거리는 나 폴레옹을 잠시 바라보다 조용히 잠 든다.

그리고 꿈을 꾸었다.

나폴나폴 나폴레옹…….

“아,제길 무슨 개꿈을. 겨우 한 달 조종했다고 피곤했나?”

나는 어이없어 하면서도 그대로 일 주일을 쉬었다. 한동안 집중했던 만 큼 마냥 쉬어버린 것.

그리고 어느 정도 정신에 여유가 생긴 후 작업실로 돌아왔다.

“솔직히 작정하면 지금이라도 100 일 안쪽으로 끝낼 수 있지만……

그러나 잘 생각해 보면 굳이 그럴 이유가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미쳐 버린 종말 프로젝트의 업데이 트 속도에 맞춰 걸으려면 이 뒤틀리 고 유리된 시간의 흐름이 필요하다.

그렇게 수개월이 지났다.

이제는 소울 엔진 말고도 온갖 영 역에 인챈트를 활용했다. 이제는 고 유세계의 주류로 우뚝 선 인챈터 군 단의 성장이 그것을 가능케 했다.

다시 반년이 지났다.

기가스들의 무기에,장갑에,스프링

과 나사 하나하나에도 마법이 씌워 진다.

더블 엔진과 트리플 엔진 시스템이 양산되기 시작했다. 쿼드라 엔진도 만들어보았지만 나 말고는 그 어떤 조종사도 통제하지 못한다.

“나중에 소향에게 가져다줘 봐야겠 다.”

그녀에게는 기대하는 바가 많다.

사실상 현 인류 중 유일하게 성급 기가스를 탈 가능성이 있는 존재라 말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그리고 다시 시간이 지난다.

그리고 1년 차.

내가 어떻게 하면 하나의 파츠에 더 많은 특성을 구겨 넣을 수 있을 지 고민하고 있을 때.

내 눈앞으로 텍스트가 떠오른다.

-사망 처리가 모두 취소되었습니다!

-축하합니다! 스테이지가 완벽하게 클리어되었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주어집니다.

-당신의 순위는 7위입니다.

“…어.”

나폴레옹이 이제 간신히 클리어 5

천 회를 넘어섰을 때였다.

“어?”

내가 황당해서 자리에서 일어나거 나 말거나 스테이지가 종료된다.

“어어어?????”

좋은 의미로.

상상도 못 하던 사태가 벌어져 있 었다.

다음 화에 계속...

< 당신의 머리 위에 2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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