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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머리 위에 2부-90화 (207/249)

90화

최종적으로,고유세계에 들어온 인 간의 수는 9만 명 정도였다.

엄청난 숫자다. 이마저도 내가 물 건까지 잔뜩 집어넣어 줄어든 숫자 라는 걸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랭 크 업마다 고유세계의 크기가 기하 급수적으로 커지듯 고유세계로 진입 시킬 수 있는 있는 질량도 늘어나고 있다.

[영혼로의 정상 작동을 확인하였습 니다. 영자 발전기 또한 제대로 작 동하기 시작했으니 아레스 님의 영 자력을 쓰느라 혼나지 않아도 되겠 군요.]

[작작 가져가야 참지,작작 가져가 야! 애초에 너 고유세계에 너무 과 몰입한다고!]

[어차피 펑펑 솟아나시면서 치사하 긴. 그 작은 몸으로 저랑 비슷한 영 자력을 생산하실 수 있으면 좀 주셔 도 상관없는 거 아닌가요?]

고유세계에서 기나긴 시간을 보내 서인지 꽤 친해져 있는 두 관제 인 격의 대화를 들으며 나는 고유세계

에 존재하는 단 하나의 도시,센터 (Center)를 보았다.

그곳에는 외부에서 들어온 사람들 이 잔뜩 모여 있다. 물론 전부는 아 니고 어린아이들은 제외한 숫자.

나는 고유세계에 사람들을 받아들 이며 두 가지 조건을 걸었다.

1. 이차원에 갈 수 있는 건 오직 몸뚱이 하나뿐. 그렇기에 고유세계 에서는 현실의 권력도,재산도 인정 하지 않는다.

2. 고유세계는 현실의 법과 도덕을 인정하지 않는다. 고유세계 안은 자

체적인 법과 규칙에 따라 운영되며 그것을 어길 시 처벌받는다.

아주 간단한 조건이다. 동시에 받 아들이기 힘든 조건이기도 하다. 어 딘지도 모를 정체불명의 차원에 알 몸으로 건너가 모든 처분을 상대에 게 맡기고 살아가야 한다는 이야기.

몇 달 전 이런 조건으로 사람을 모았다면 모두가 미심쩍은 시선으로 추궁하거나 관심을 끊었을 것이다. 탐험심이 출중하거나 세상에 미련이 없는 막장 인생들이나 모였겠지.

그러나 지금.

상황은 전혀 다르다.

“남은 지원자의 숫자는 48만 7천 명가량이며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 다. 순번은 저희 이가에서 관리하고 있지만 대하 님께서 원하신다면 언 제든 다 갈아엎으실 수 있음을 통지 하였습니다.”

“예상 이상으로 반응이 좋네.”

“이런 시절이니까요. 심지어 아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던 VIP들 중에서도 상당수가 지원하고 있습니 다. 일각에서는 이 과정을 노아 프 로젝트. 고유세계란 곳을 에덴이라 부르더군요.”

“크게 기대하면 실망할 텐데.”

나는 그렇게 말하며 시간을 확인했 다. 오후 6시. 14레벨 시험을 시작 하기 1시간 전이다.

“다들 파이팅!!! 우리는!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힘내세요!! 잘 부탁드려요!!”

“제발. 제발 이번에도 완벽 클리어 에 성공하기를……

광화문 광장은 삼삼오오 모여서 서 로를 응원하거나 기도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밥을 든든히 챙겨 먹는 사람들도,그들을 먹이는 사람들도, 서로 이야기를 하거나 입맞춤을 하

거나 사랑을 속삭이는 사람들도 있 다.

어떻게든 서로의 힘과 의욕을 일으 켜 세우려 전력을 다하는 사람들. 그러나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하급 난이도는 공략도 불가능해. 철가면 님조차 우리를 도 울 수 없어.”

“또 많은 사람이 죽겠군.”

“제길. 정의 무구 등급을 골드까지 높였으면 내 힘으로 클리어를 노려 볼 수도 있었을 텐데. 나도 악인 사 냥에 참가해야 했을까?”

“그것도 살인이야! 아무리 형법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세상이 되었 다지만 살인을 못 한 걸 아쉬워하는 게 말이 돼?!”

“그럼 어떻게 하라고! 제길,내 목 숨만 목숨이냐?! 나한테 기대를 걸 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으,이렇게 된 이상 배정받은 버 서커나 믿어보는 수밖에. 정의 무구 를 들려주고 정언력으로 보조한다면 어떻게든……

지구는. 그리고 인류는 변하고 있 다.

어쩌면 그것은 인류가 늘 해오던 일을 반복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 다.

적응.

그렇다. 인류는 새로운 환경에 적 응하고 있다. 인간은 무엇에나 적응 하는 동물이라는 도스토예프스키의 말처럼 그들은 이 극단적인 상황에 도 적응하고 있는 것이다.

고유세계에 들어온 외부인들 역시 그러하다.

“저희는 어떤 일을 해야 합니까?”

[당장 모두에게 일이 주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정확히는,여러분들 중 당장 유의미한 일을 할 수 있는 인력이 많지 않지요. 합당한 교육을 이수하셔야 그런 일이 가능할 것입

니다.]

고유세계에 들어온 9만 명의 사람 들 중 약 5만 명 정도가(4만 명은 아이들이다) 한자리에 모여 지니의 안내를 듣고 있다.

‘신기할 정도로 내가 생각한 그림 과 다르네.’

나는 이곳에 들어온 사람들이 새로 운 환경과 룰에 혼란스러워하거나 반발할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왜 그런 일을 해야 해?’

‘네 정체가 뭐야! 이야기를 들어보 니 AI 같은데 우리한테 명령을 내린 다는 게 말이 돼?! 철가면 데려와!!’

‘내가 누군 줄 알아?!’

•"등등.

내가 이런 그림을 떠올린 건 그저 편견이나 클리세 때문이 아니라 이 곳에 들어온 사람들의 기본 조건 때 문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악인 (惡人) 이니까.’

그들은 인류 평균에 크게 못 미치 는 레벨을 가지고 있다. 정의의 요 람에 접속하지 못하는 그들은 내 공 략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정의 포인트를 선물 받으면 악업을 지우고 아이언 등급의 정의 무구라

도 얻어 요람에 접속하겠지만… 그 것도 악업이 얼마 안 되는 이들이나 가능하지 악업이 어느 선을 넘으면 꿈도 못 꿀 일이다.

기본적으로 정의 포인트 선물이라 는 것 자체가 효율이 나쁜 기능이 다. 받은 사람은 한 번 쓰면 끝인데 선물한 사람은 회복하는 데 시간이 꽤 걸리기 때문이다.

혹여 누군가 스스로를 희생해 페널 티를 감수하고자 한다 하더라도 한 계는 명확하다. 선물 가능한 정의 포인트는 전체 정의 포인트양의 1% 로 고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 당장 마련된 일자리도

존재합니다.]

“그것은 무엇입니까?”

[보육교사와 건설 인부 등입니다.]

“보육교사야 당연한 일이지만 건설 인부는 어째서입니까? 이 세계에는 엄청난 중장비가 많아 보이는데요.”

[그럼에도 사람이 필요한 과정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들어오신 분 들은 알고 있겠지만 고유세계가 크 게 확장되어 개척할 공간이 가득하 거든요. 앞으로 들어올 후발 주자들 을 위한 거주 시설 또한 필요하고 요. 신청은 각각 나눠 드린 디바이 스를 통해 가능하고,1차 심사에 통 과된 인원을 대상으로 면접 후 채용

할 것입니다.]

알바트로스함은 10만 명 이상의 선원이 상주하던 테라급 함선.

사람 다루는 일에 익숙한 지니는 일사천리로 사람들을 이끌었다.

[이곳에 오신 모든 분들에게는 기 본적인 의식주가 제공됩니다. 하지 만 보시다시피 고유세계의 자원은 한정되어 있으므로 그 이상을 원하 신다면 우주 공용 화폐인 게럴트를 사용하셔야 합니다. 게럴트는 주어 진 임무,교육 등을 완수하거나 업 무나 작업 등의 보수로 획득하실 수 있습니다.]

“우주 공용 화페.”

“우주 공용 화폐……

“맙소사,이곳을 둘러보면서 대충 느끼긴 했지만. 정말.”

사람들이 술렁인다. 그러나 그렇다 고 그들이 폭주하거나 성질을 부리 는 일은 없다. 그들은 각오했다는 듯 호홉을 고른 뒤 질문을 계속했 다.

“외부와 연락은 가능합니까?”

[물론입니다. 미리 안내했던 사항 이기도 하지요. 지금 이 순간에도 연락하시는 분들이 상당수계시니 걱 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다만 중계기의 역할을 하는 것이 함장님의 육신인 만큼 종종 끊기거 나 제한될 수 있음을 숙지해 주시길 바랍니다.]

안내가 끝나고 사람들이 흩어진다. 그들은 각각 준비된 자신의 집으로 찾아가거나 도시에 조성된 공원에 앉아 서로서로 이야기를 나눴다.

“디바이스 봤어? 1게럴트가 한화 로 치면 대충 1만 1,000원이래. 게 럴트에 다른 단위는 없고 그 이하는 0.1 게럴트. 0.()1 게럴트 이런 식으로 구분되나 봐.”

“보육교사 경쟁 빡세네. 그래도 건 설 인부는 채용 인원이 많아서 웬만

하면 채용되겠다.”

“당장 직업을 구하는 것보다 이 장 소와 시스템에 대해 알아야 해. 교 육을 이수해야 하는 건 물론이고 틈 나는 대로 다 공부해야지.”

처음 받아보는 디바이스를 제법 능 숙하게 조절하며 의견을 나누는 사 람들이 보인다.

“아… 그래도 난 일단 좋다. 스테 이지 때마다 죽음의 공포를 느끼던 때에 비하면.”

“완전 독재국가 느낌이 나긴 하지 만… 철가면 님이면 그리 악독하게 하지는 않으실 거야.”

“그래,그렇게 기도하는 수밖에 없 긴 하다.”

여기저기 늘어지며 한숨을 토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나는 센터의 중앙에 위치한 건물 안쪽에서 그 모습을 보며 황당해했 다.

“아니,너무 순조로운 거 아닌가?”

솔직히 소란을 걱정했는데 이렇게 얌전하게 굴 줄은 몰랐다.

[당연한 일입니다.]

“당연하다고? 저들은 악인인데?”

[살아남은 악인들이지요.]

세상에는 수많은 악인들이 있다. 쾌락을,혹은 재산을 위해 사람을 죽인 살인마도 악인일 것이고 사람 을 때리고 다니던 깡패나 양아치도 악인일 것이다. 노동법 따위 무시하 며 직원들 등골을 뽑아먹는 중소기 업 사장 중에서도 악인이 나올 수 있으며,하루 종일 인터넷이나 하며 사람들의 기분을 잡칠 악성 리플이 나 달고 다니는 사람도 악인일 수 있겠지.

“악인들이 많이 죽었나?”

[어떻게 정의 무구 사용자들이 이 렇게 늘었다고 생각하십니까?]

“…듣고 보니 그러네.”

당장 13레벨 중급 스테이지와 상 급 스테이지 때만 해도 정의의 요람 에 접속한 사람의 숫자가 차원이 다 르다. 13레벨 상급을 클리어했을 때 에는 나에게 경탄한 플레이어의 숫 자가 20억이나 되었던 것!

그러나 잘 생각해 보면 누구나 이 상하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을 것 이다.

이제 남은 인류의 숫자라고 해봐야 40억이 안 되는데 어떻게 정의 무 구의 소지자가 20억이 넘을 수 있 는가? 인류가 언제부터 그렇게 ‘평 균적’으로 정의로웠던가?

“악인들을 처단한 거야.”

[그렇습니다. 정의 포인트의 획득 원리가 파악되는 순간 전 세계에 있 는 사형수 태반이 살해당했지요. 그 다음에는 강력범. 그 다음에는 잡범 들까지. 구분은 쉬웠을 겁니다. 아무 리 가려도 가릴 수 없는 낙인이 피 부에 새겨지니까요.]

“그게 끝이 아니었겠군.”

[네. 모든 범죄자가 소모된 다음에 는 사회 활동을 하던 악인들까지 살 해당하기 시작했습니다. 법에 의해 처벌받지 않았을 뿐,악업을 잔뜩 지고 있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었 으니까요.]

어쩌면 악인들이 잔뜩 모여 정의

무구의 소지자를 죽이고 다녔던 것 도 그런 이유 때문일지도 모른다. 죽기 전에 오히려 죽이겠다는 마음 이었겠지.

결국 전 세계적인 역량을 가진 정 의 무구의 소지자들에 의해 몰살당 했지만 말이다.

“후안 이 녀석… 인류야말로 희망 을 품을 존재라고 생각한다더니만.”

이런 걸 정의라 하는 건 좀 이상 하다.

굳이 인권운동가가 아니라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생 각할 것이다. 특히나 자신의 아들이 나 딸에게 무기를 들려 자신이 제압

한 악인을 죽이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었다면,더더욱 그렇게 생각했겠 지.

그러나 후안이 그것을 [정의]라 규 정한 순간.

사람들은 그것을 이용할 수밖에 없 었을 것이다.

적응하기 위하여.

살아남기 위하여.

[지금 이곳에 온 이들은 악인이지 만 스스로를 지킬 인맥과 힘이 있는 이들입니다.]

판사나 검사를 생각해 보자.

지금 대한민국은 사법 체계가 무너

질 정도로 대부분의 구성원이 빠져 나간 상태다. 검사들 중에는 강력한 정의 무구를 얻어낼 정도로 정의로 운 인물들도 많았지만,그 이상으로 얼굴도 못 들고 다닐 정도로 악업을 쌓은 사람들이 많았다.

언론인을 생각해 보자.

이쪽은 검찰과 비교도 안 될 정도 로 상황이 심각했다. 하기야 인터넷 악플조차 상황에 따라 악행이 되는 와중에 악질적인 기사가 어떻게 규 정될지는 더 이야기할 필요도 없겠 지.

어디 그뿐인가?

약값 등을 가지고 장난치던 기업들

을 생각해 보자. 기업 사냥 등을 하 던 금융인들을 생각해 보자. 어려운 자를 도우라는 기부금을 중간에 빼 먹던 세계적인 자선단체들을 생각해 보자.

하물며 재벌들은?

하물며 정치인은?

그들은 엄청난 악업을 쌓았지만 그 럼에도 그들 중 상당수가 대대적인 악인 사냥에서 살아남았다. 악한 것 과 별개로 그들은 그만한 능력을 가 진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힘과 세력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머리가 나쁘고 분위기 파 악을 못 하던 이들은 죄다 죽어나가

던 와중의 일이다.

“즉 여기에 온 사람들은.”

[네. 악인이라 할지라도 나름 거르 고 거른 인재들이라는 말이지요.]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광 장에 서 있던 지니를 향해 한 여인 이 다가선다.

“저기,죄송하지만 철가면 님에 대 해서 알 수 있을까요?”

지니는 즉시 대답했다.

[함장님께서는 대한민국에서 태어 난 평범한 고등학생이었습니다.]

“정말 그분이 평범한 고등학생이었 다고요? 외계인 같은 게 아니라?”

지니가,정확히는 이제 언제나 센 터의 광장에 대기하기로 한 지니의 메탈 바디가 답했다.

[네. 그분은 지구의 평범한 고등학 생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우주 적인 단체. 레온하르트 제국이 만들 어 배포한 조종사 육성 시물레이션 을 마주하게 되지요. 그분은 거기서 12억 8천만 점이라는,레온하르트 제국 역사를 뒤져봐도 전례를 찾아 볼 수 없는 점수를 기록하셨고… 그 리하여 그는 전쟁에 참여하게 되었 고… 제국의 황녀 세레스티아를 만 나게 되어……J

마치 기다렸다는 듯 주르륵 정보를

읊기 시작한다.

어느새 지니의 주변에는 수백이 넘 는 사람들이 모여 그 이야기를 경청 하기 시작했다.

“아,아니,지니! 안내를 저렇게 하 면 어떻게 해? 무슨 위인전을 읊고 있어?”

황당해하는 내 말에 지니가 물었 다.

[뭐,틀린 말 있습니까?]

그렇게 말하면 또 할 말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어쨌든 지니는 나에 대한 이야기를

줄줄이 늘어놓았다. 심지어 그 방향 성이 옆에서 듣고 있는 내가 다 낯 뜨거워질 정도!

“와아!”

“대단해!”

갑자기 환호가 터져 나온다. 뭔가 클라이맥스였나 보다.

이제 보니 지니의 옆에 자료 화면 까지 떠 있는 상황.

나는 그만 두 눈을 가리고 말았다.

탄식이 절로 나온다.

“아이고.”

다음 화에 계속...

< 당신의 머리 위에 2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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