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 화
정보와 문명의 신이었던 친부는 영 락(琴落)하여 기계신 디카르마가 되 었다.
되돌아보면 이상한 이야기다. 영락 해 떨어져 내린 결과가 어떻게 최상 급 신일 수 있는가? 최상급 신은 온 우주를 뒤져도 몇 없는 존재이 고,육계의 지배자라 할 수 있는 절 대신들도 권한과 위치를 제외하면
결국은 최상급 신이라 할 수 있는 존재인데.
‘즉,원래 그 이상의 존재였다는 말이다.’
과릉!!
쏟아지는 벼락을 받아 문양으로 바 꾼다. 어마어마한 전압의 뇌전은 그 저 한 글자의 [정보]가 되었을 뿐이 다.
휘우우우--.
레플리의 갈비뼈 중 하나가 통째로 날아와 물결친다. 나는 그것 역시 받아서 문양으로 바꾸었다. 십 수 톤의 질량 역시 한 글자의 정보로
치환되었다.
‘그렇구나.’
이미 내 눈은 빛을 받아들여 시신 경을 통해 시각 정보를 전달하는 그 모든 기능을 멈춰 버린 상태다. 왜 냐하면,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오직 정보.
초월적인 인지가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을 읽어낸다.
내가 깔고 앉아 있는 레플리의 척 추가,주변에 있는 건물들이,그 아 래 쓰러져 있는 키메라가 빛으로 화 한다. 그 모든 것이 한 글자의. 혹 은 한 줄의 문자가 되었다.
세상이 변하는 것이 아니다.
세상을 보는 내 [시점]이 바뀌고 있다.
과릉!
고오오오!!!
[죽여! 죽여! 죽여어어어어!!!!]
[키아아악!!]
새카만 악의가 보인다. 거대한 질 량의 키메라들이 미친 듯이 몰려드 는 것이 느껴졌다. 그 숫자는 감히 측정조차 불가능할 정도.
실로 무시무시한 기세였지만……. 나에겐 의미 없는 발버둥에 불과하 다.
팟!
힘겹게 싸우는 대신 그것들 전부를 정보 덩어리로 바꾸어 버렸다. 어차 피 스테이지에 있는 대부분의 존재 는 [진짜]가 아니니 [정보 치환]을 견디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파스스스!
모두 가루가 되어 흩어진다. 가루 가 되었다고 하지만 그들이 서 있던 자리에는 먼지조차 남지 않는다.
당연하다. 애초에 그들은 존재하지 않았으니.
‘알겠어.’
그렇다. 나는 알게 되었다.
세계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정보.’
나는 내가 지금껏 봐왔던 칭호가 세계를 읽어내는 능력의 산물이라 생각했지만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듯 대략적인 파악이었을 뿐이다.
그래. 지금껏 내가 봐왔던 칭호는 고작 이름표 따위가 아니다
칭호는 존재 그 자체다.
그리고 그것을 편집할 수 있는 나 는.
나는…….
쩡!!!
“악!!’,
엄청난 격통과 함께 시야가 급변한 다. 초월적인 인지 전부가 날아가 버리고 인간의 감각이 돌아온다. 어 마어마한 상실감이 영혼을 좀먹는 것 같다.
“안 돼!”
분노해 화내는 대신 다시 눈을 감 고 집중에 들어간다. 지금 이 감각 을 놓치면 안 된다는 절박감이 몰려 온다.
그러나.
-크아아아앙!!!
강렬한 포효와 함께 무언가 거대한 기둥 같은 것이 음속을 아득히 초월 하는 속도로 휘둘러지는 게 느껴졌 다.
깨달음이고 나발이고 무방비하게 그걸 맞으면 죽을 것이라는 사실도.
“이,제기,랄!!!!!”
나는 결국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경천칠색 (W 天七色).
녹(緣).
꼬리와 오른손이 충돌하는 순간 강 렬한 녹색이 온 세상을 뒤덮을 듯 폭발한다. 나는 손에 닿은 레플리의 꼬리를 단단히 붙잡은 뒤,일순간 만들어진 거대한 진동을 [힘]으로 바꾸어 망령룡 레플리를 땅으로 던 져 버렸다.
쿠과과과광H!!
도시를 다 박살 내며 뒹구는 망령 롱.
그러나 나는 통쾌함을 느끼는 대신 악을 썼다.
“이 똥망겜 운영 진짜!!! 망령룡 더 이상 안 나온다면서!!!!”
너무 화가 나서 머리가 핑핑 돈다. 아니,자기가 공지까지 때려놓고 이 게 무슨 꼬장이란 말인가? 물론 그 전에도 악령이나 키메라들을 닥치는 대로 보내긴 했지만 이건 경우가 다 르다. 스테이지 몬스터들과 전혀 다 른 메커니즘으로 만들어진 망령롱은 [정보 치환]이 먹히지 않는 존재이 기 때문이다.
“아,아 제길.”
놓쳐 버린 초월적 인지가 마치 자 고 일어났을 때의 꿈처럼 빠르게 사 라지는 게 느껴진다. 나는 필사적으 로 그것을 잡으려 애를 썼지만,그 것은 마치 신기루를 잡으려는 것처
럼 무의미한 노력이다.
고오오---!
“윽?”
땅 쪽에서 느껴지는 마나의 폭풍에 식겁해 여태껏 내 몸을 고정하고 있 던 척추뼈를 박차고 뛰었다.
쿠아!!
새까만 브레스가 내가 서 있던 장 소를 뒤덮으며 하늘까지 한 줄기 선 을 그린다. 나는 조금만 늦었어도 그것에 휩쓸렸으리라는 사실을 알았 다.
당연하지만, 그렇게 되었다면 그 결과는 죽음이리라.
“젠장. 아무리 열받아도 일단 상황 에 집중해야겠다.”
나는 일단 땅에 내려섰다.
-크르르…….
그리고 그런 내 앞에 15층 아파트 한 등만 한 크기의 망령롱이 내려선 다. 대체 무슨 사연으로 종말 프로 젝트에게 살해당했는지는 모르지만 살아 있을 적에는 노블레스들 사이 에서 콧방귀 꽤나 뀌었을 거라 짐작 되는 고롱. 이제는 죽어 19레벨이 되어버렸지만,여전히 강력한 괴물 중의 괴물.
솔직히 버그로나 잡았지 내가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그래.
어제 정도에는 그랬다는 말이다.
팟!
나는 고유세계에서 드래곤 나이트 를 꺼냈다. 기가스 콜(Gigas Call)을 사용하지는 않았다. 기가스 콜은 단 순히 고유세계에 있던 기가스를 불 러내는 능력이 아니라 기가스를 불 러내고 거기에 힘을 부여하는 모든 과정을 프로그래밍한 능력이었으니 까.
그냥 껍데기만 있으면 되는 지금, 기가스 콜은 필요 없다.
-크앙!!
그 순간,망령롱이 거대한 날개를 휘둘러 나를 공격한다. 삽시간에 드 래곤 나이트에 탑승해 뒤로 물러났 지만,휘둘러지는 날개 이후에 불어 오는 광풍이 드래곤 나이트를 쳐 날 려 버린다.
쾅!
한쪽에 있는 건물을 박살내며 바닥 을 뒹굴던 나는 그대로 오른손을 들 었다.
팡!
탄환처럼 날아온 무언가가 내 손에 잡힌다.
은빛으로 빛나는 그것은 레플리의 드래곤 하트다.
“시간이 없네. 시간이.”
느긋하게 제작의 시간을 가지고 싶 지만 이미 망령룡의 입에 새카만 기 운이 몰려드는 상황.
주변의 모든 마나가 용의 들숨에 빨려 들어가는 것을 느끼며 나는 라 이트닝 하트가 만들어지던 위치에 드래곤 하트를 끼워 넣었다.
우웅一!!
물론 이렇게만 해서는 그저 드래곤 나이트의 출력이 오르는 효과밖에 볼 수 없다. 우연히도 이 기가스의
이름 역시 [드래곤 나이트]이지만 그래 봐야 수급 기가스에 불과하니 까.
‘사실 다른 기가스 제작자들이 보 면 비웃겠지. 고작 이런 기체에 드 래곤을 가져다 붙이냐고.’
수급 기체에 초월종이나 환상종의 이름을 가져다 붙이는 경우는 그 기 체가 수급 기체 중에서 특별히 강하 거나 강렬한 개성을 가진 경우뿐이 다. 알바트로스함에서는 천둥롱이 그랬었지.
“책.”
그리고 그렇기에.
나는 이미 존재하던 기가스의 설계 를 활용하기로 했다.
파라라락--!
말과 동시에 눈앞에 나타난 책이 자동으로 펼쳐져 페이지를 넘긴다.
책의 표지에는 아무런 글자도 없지 만,펼쳐진 페이지에는 [나폴레옹]이 라는 소제목이 쓰여 있다.
웅!
책이 흐릿하게 변하더니 드래곤 하 트에 녹아든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브레스가 뿜어졌다.
쿠과과과광!!!!!
뿜어진 브레스가 모든 것을 파괴한 다. 무지막지한 물리 대미지와 영혼 대미지를 동시에 가하는 망령의 숨 결!
그러나 통하지 않는다.
고오오오---!
몸 주위를 휘돌던 영자력 실드가 한 번 반짝인 후 사라진다. 어빌리 티,〈죽지 않는 황제〉.
“후.”
가볍게 심호흡한다.
그리고 명령한다.
“일어나라.”
우우우우!
드래곤 하트가 맹렬히 마나를 뿜어 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안에 홉 수된 책. 그 안에 자리하고 있는 무 형의 아이언 하트가 맥동했다.
“나폴레옹.”
푸확!!!
드래곤 나이트의 가슴팍에서 댐이 터지듯 은빛 물길이 쏟아져 나온다.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쏟아진 은빛 은 드래곤 나이트의 전신을 휘감은 후 그 크기를 쑥쑥 키웠다.
고작 수 미터에 불과하던 드래곤 나이트는 눈 깜빡할 사이에 30미터
까지 확장됐다.
우우웅---!
철컹! 철컹!
외장갑이 씌워진다. 투구와 갑주, 두터운 장갑과 부츠가 만들어졌다. 투구 안쪽에는 프리즘이 일 정도로 강렬한 안광이 뿜어진다.
[제길. 여기에 내가 있어야 하는 데…….]
투덜거리는 아레스의 목소리에 가 법게 나폴레옹을 움직여 보다 웃었 다.
“봐주라. 아직 내가 능력이 부족해 서 그래.”
방해가 없었다면 어쩌면… 하는 생 각에 절로 인상이 찡그려졌지만 고 개를 흔들어 떨쳐낸다. 이제 와서는 다 소용없는 소리다.
[쳇.“….]
구시렁거리는 녀석을 두고 정면을 본다.
망령롱 레플리가 새까만 숨결을 머 금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너,그거 이상의 공격 기술이 없 는 모양이구나?”
쿠과과과!!!!
브레스가 뿜어진다. 나는 피하는 대신 돌진했다.
〈마렌고의 질주〉.〈죽지 않는 황 제〉.
뿜어지는 용의 숨결을 정면으로 거 스르며 짓쳐 들어간다. 아직 숨결을 뿜는 중이었던 레플리는 고개조차 돌리지 못했다.
쩌엉!!!
어퍼컷이 녀석의 턱을 후려치자 충 격파만으로 주변에 있던 모든 건물 이 박살 난다. 도시를 좌악 가르며 하늘까지 솟구치는 검은 줄기. 나는 왼손으로 녀석의 목을 붙잡은 뒤 오 른손을 높이 들어 올렸다.
경천칠색 (繫天七色).
청 (靑).
거대한 마력과 영자력을 받아들인 오른손이 파랗게 빛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거기에서,나폴레옹의 성명 절기가 작동한다.
〈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
번쩍!
찬란한 청광과 함께 오른손이 내려 찍힌다.
쿠콰과쾅!!!!!!
레플리를 중심으로 거대한 크레이
터가 만들어진다.
“당연하지만 한 방으로 안 끝난 다!”
번쩍!! 쿠과과쾅!!!
번쩍!! 쿠과과광!!!
때린다. 때리고 또 때린다. 레플리 가 박살이 날 때까지 쉴 새 없이 후려쳤다. 아직도 살아 움직이는 레 플리가 미친 듯 발버둥 쳤지만 녀석 과 맞먹는 질량을 가진 나폴레옹의 몸을 뒤집지는 못한다.
“이 그지 같은 놈!!! 거기에서 방 해를 하는 게 말이 돼?! 어?! 강호 의 도리 뭐 그런 것도 모르냐?!”
날아간 기회를 생각하면 가슴이 타 들어가는 것 같다. 물론 깨달음의 편린을 이미 맛봤으니 결국에는 그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 거라 믿지 만,그게 언제일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과지직!
그렇게 잠시 후려쳤을까? 결국 버 티지 못한 레플리의 갈비뼈가 박살 나며 내부 형태가 드러난다.
그 안에서 빛나고 있는 드래곤 하 트까지.
‘물론 이미 놓친 깨달음을 이거 하 나 먹는다고 복구할 수는 없겠지
만……
[대하!! 조심해!]
“뭐? 이번엔 또 뭐-”
쾅!
순간 뭔가가 날아들어 내 몸을 후 려쳤다. 무지막지한 충격을 제대로 흩어버리지도 못하고 바닥을 몇 바 퀴나 구른다.
기가 막혀 고개를 들어 올리니.
나를 향해 숨결을 뿜는 또 다른 레플리의 모습이 보인다.
“아니,이 미친---”
쿠과광!!!
황급히〈죽지 않는 황제〉를 펼쳐 막는다. 유니크급 어빌리티를 너무 자주 사용한 탓에 속이 울렁거리는 게 느껴진다.
“도대체 이놈의 브레스는 몇 방 째 야?!”
이를 갈며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 다음 공격을 방지하기 위해 온 마력 과 영자력을 일으켰다.
그러나.
자욱하게 일어난 흙먼지를 뚫고 올 라온 것은 공격이 아니었다.
펄럭!
두 마리의 망령통이 하늘로 날아오
른다.
그중 한 마리의 손에는 박살 난 망령롱의 몸통이 들려 있다. 어찌나 급했는지 머리통하고 날개는 챙기지 도 못했다.
파앙!
삽시간에 음속을 뛰어넘어 멀어지 는 망령롱들.
나는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았 다.
“도,도망.”
기가 차서 말을 더듬는다.
“도망,도망.”
헛웃음이 나온다.
“도망을 간다고……?"
멍하니 서서 하늘만 올려다본다. 급하게 만든 나폴레옹에 포격 시스 템 따위가 있을 리 없다.
쭉쭉 멀어지더니 어느 선을 넘는 순간 사라져 버리는 망령롱들.
나는 망부석처럼 서서 그 모습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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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 없는 사람들의 경탄만이 뒤늦 게 떠오르는.
어느 가을날의 일이었다.
다음 화에 계속...
< 당신의 머리 위에 2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