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화
스테이지 1레벨 하급 스테이지를 1회 클리어해 얻을 수 있는 포인트 는 1이다.
중급은 그 5배인 5. 상급은 10배 인 10.
스테이지 2레벨 하급 스테이지를 1회 클리어해 얻을 수 있는 포인트 는 전 레벨의 5배인 5다.
중급은 그 5배인 25. 상급은 10배 인 50.
그리고 레벨을 올리기 위해서는 해 당 레벨의 하급. 중급. 상급을 클리 어한 포인트의 합산만큼의 경험치 포션을 구입해야 했다.
즉,1레벨에서 2레벨이 되기 위해 서는 16포인트가 필요하고,2에서 3 레벨이 되기 위해서는 80포인트가 필요한 것으로,이 [5배] 비율은 레 벨이 올라가도 그대로 유지되기 때 문에 레벨이 오르면 오를수록 획득 하는 포인트도,레벨 업에 필요한 포인트도 미친 듯이 증가하게 된다.
‘마치 옛날 온라인 게임의 고랩이
1레벨 올리려면 1레벨에서 지금까 지 얻었던 경험치 총합 이상을 벌어 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지.’
길게 설명했지만,결국 간추리면 이런 말이다.
요번에 공략으로 13레벨 중급 스 테이지를 클리어하는 데 성공했다 면.
설사 그는 원래 1레벨이었다 해도 단번에 13레벨이 될 수 있다.
“내가 자릿수를 다 기억한다니까. 12억 2,070°} 3,125포인트라니. 손 주가 알려주는 스킬들 다 찍고 초능 력을 각성하고 영단도 사 먹었는데 도 남아서 10레벨을 찍더라고.”
“와. 할머니도 클리어하신 거예요?”
“아니,이 녀석이 할미를 무시하 네? 고작 암기인데 못 할 건 또 뭐 니? 내가 왕년에는 공부 좀 했거 든?”
할머니가 녹두부침개를 접시에 담 아주며 재석을 타박한다. 재석이가 녹두부침개를 집어 먹으며 손을 내 저었다.
“에이! 감탄이죠. 감탄! 막 잘 나 가던 엘리트라는 검사나 기자들 중 에도 아직 8레벨을 못 넘긴 사람이 수두룩한데.”
“쯔쯔. 그건 그놈들이 쓰레기같이
살아서 그렇지. 일단 정의의 요람에 접속만 할 수 있으면 누구든 공략을 보고 쩔 수 있었어. 그 철가면이라 는 양반이 대단하긴 대단하거든.”
사실 내가 만든 공략이 마냥 편리 한 종류는 아니다.
일단 외워야 할 게 너무 많다.
파밍 포인트를 외우는 건 양반. 시 간별로 몬스터들이 이동하는 순서를 전부 외워야 한다. 어디 그뿐인가? 맵이라는 시스템 자체가 없는 스테 이지의 지형을 눈 감고 머릿속으로 그릴 수 있어야 한다.
제일 심각한 건 듣도 보도 못한 이세계의 언어를 외워야 하는 것.
주 무기인 황금 거울이야 일종의 퍼즐로 얻어낼 수 있지만 그 탄환이 라 할 수 있는 보석들은 책상 서람. 사물함. 금고 등에서 얻어야 하고, 그 자물쇠를 풀려면 이세계의 언어 를 알아야 한다.
그나마 내가 수집해 놓은 질문과 답만 외우면 되지만… 그마저도 절 대 적지 않은 분량.
“저는 외우기 힘들더라고요.”
“그거야 당연하지. 어이구 머리 깨 지는 줄 알았어.”
만일 이게 일반적인 게임이었다면 사람들은 이런 공략을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무슨 시험을 치르듯 공부해야 하고,지루하고 재미없는 플레이를 해야 하니까.
‘하지만 스테이지는 다르지.’
그렇다. 다를 수밖에 없다.
지루하다? 재미가 없다? 그야말로 개소리.
죽기 싫으면 해야 한다.
하물며 그들은 스테이지를 클리어 하지 못한 20억 이상의 인간이 죽 는 걸 직접 보고 들어온 사람들이 아닌가?
“그나저나 정의 포인트는 얼마나 쌓였어?”
“쓸데없이 많이 쌓였지.”
“그래그래. 주지 말란 말은 들었고 실제로 필요 없는 걸 아는데도 못 참겠더라고.”
“배재석 너마저……
나와 재석은 광화문 광장에 있는 포장마차에 앉아 식사를 하고 있다. 광화문 광장의 광경은 불과 몇 달 전과 완전히 다르다. 앞뒤로 통제된 차도에는 테이블과 의자들이 죽 늘 어서서 사람들의 쉼터가 되고 있고 그 중간중간에는 노점상이 펼쳐져 있다.
“부침개 좀 더 주실래요?”
“어이구 젊은 친구들이 잘 먹네! 자자 내가 튀김도 좀 줄게!”
“앗! 감사합니다!”
재석이가 굽신굽신하며 튀김을 받 아 들 때였다.
따랑! 따랑!
종소리와 함께 한 무리의 사람들이 긴 행렬을 이루어 광화문 광장으로 접근하는 모습이 보인다. 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지만 소란을 일으 키지 않고 차분히 줄을 맞춰 걷는 사람들.
철판에 식용유를 콸콸 붓고 있던 할머니는 작게 한숨 쉬었다.
“오늘은 완벽 클리어라서 안심했는 데 그래도 장례식은 하는구나.”
“어쩔 수 없죠. 어제 죽은 사람들 도 있을 테고. 아직 처분 못 한 시 체들도 있으니까요.”
“그나마 자원봉사자가 많아서 다행 이야. 다른 때 이런 일이 났으면 전 국에서 썩어가는 시체가 한둘이 아 니었을 텐데.”
“인류 역사상 자원봉사자가 가장 많은 시기죠.”
묵직한 분위기 속에서 셀 수 없이 많은 관들과 그 관들을 따라 걷는 사람들의 행렬이 경복궁 안으로 들
어선다.
이제 저들은 단체로 약식 장례를 치르게 될 것이다. 그중 합의가 끝 난 시체는 사령 마법의 재료로 사용 될 테고,아닌 것들은 화장을 하게 되겠지.
“정말 말세 분위기이긴 하네.”
“그래도 한국 정도면 멀쩡한 편이 지. 은행 강도가 다 있을 정도잖 아?”
“하긴.”
은행을 턴다.
이성을 상실한 플레이어들이 폭주 하는 모습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건
그만큼이나 한국이 멀쩡하다는 이야 기이기도 하다.
왜 강도 짓을 하는가?
그것은 돈이 가치가 있기 때문이 며,은행 강도란 결국 화폐의 존재 를 긍정하는 이들이다.
“다른 나라는 은행 강도 같은 게 문제가 아니야. 무제한적인 강간과 살육. 약물복용으로 미쳐 돌아간다 고 하더라고. 별 이유도 없이 건물 을 부수고 불을 지르는 또라이들이 득세하고 있지.”
재석의 표정이 진지하다. 현재 그 는 대한민국,아니,세계 정상급 강 자. 뉴스에 실리지 않는 정보들도
습득할 수 있는 위치다.
“그뿐이 아냐. 미국 일부 주나 멕 시코 같은 곳에서는 불의한 자들이 총화기로 무장하고 정의 무구의 소 지자를 사냥하고 있다고 해.”
“왜? 무슨 이득이 있어서?”
“이미 버린 몸이라 이거지. 이제 와서는 무슨 짓을 해도 불의 상태에 서 벗어날 수 없으니 막가는 거야.”
상식적으로 정의 무구의 소지자를 사냥하는 건 그냥 미친 짓에 불과하 다. 소지자를 죽여 정의 무구를 빼 앗을 수 있다면 이해하겠지만 현실 은 전혀 그렇지 않으니까. 정의 무 구를 가진 이를 죽이면,오히려 악
업만 폭발적으로 중가한다.
“그걸 국가들이 가만히 두고 보 나?”
내 물음에 재석이 피식 웃었다.
“국가들이 나설 것도 없지. 미국 쪽에서 저스티스 리그가 발족했거 든. 그 유명한 악멸 사냥꾼 알렉스 가 들어간 조직이야.”
“저스티스 리그라.”
이름만 들어도 뭐 하는 녀석들인지 알겠다.
“정의 무구의 소지자들이군?”
“국제적인 무력 단체지. 저스티스 리그의 손이 닿지 않는 국가들에도
비슷한 단체들이 무수히 만들어지고 있어. 그 미친놈들이 아무리 독하건 눈이 돌아갔건 결국 사멸할 운명이 야.”
과거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 무리 그 대상이 악하다 하더라도 법 치국가라면 사적 제재는 용납하지 않게 마련이니까.
게다가 사람이 사람을 살해해 자신 의 무기를 강화한다니?
부처가 연쇄 살인마를 죽여도 게거 품을 물 사람과 단체가 한둘이 아니 라는 걸 생각해 보면 이게 얼마나 이해받기 어려운 능력인지 알 수 있 겠지.
‘하지만… 세상이 바뀌었어.’
20억이 넘는 [손실]을 겪은 인류는 몇 달 전의 인류와 전혀 다른 존재 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몇 달의 시간 동안,인류의 인식과 정의는 뿌리부터 뒤바뀌어 버렸다.
“뭐, 그것도 결국 네 덕이지.”
영문을 알 수 없는 재석의 말에 고개를 갸웃한다.
“왜 그게 내 덕이야?”
“네가 정의로운 자들에게 힘을 줬 으니까.”
예상치 못한 말이었지만 그렇게 생
각할 수도 있겠다. 요번 [공략]으로 정의 포인트를 가진 억 단위의 사람 들이 과거와 비교조차 할 수 없는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당장 우리에게 부침개를 부쳐주고 있는 할머니조차 10레벨이 되지 않았던가?
정의롭게 살았다면,그가 노인이든 장애인이든 초인의 힘을 얻을 수 있 는 시대가 되었다.
-명예 랭크가 상승합니다!
-그랜드 마스터 (Grand master) -> 챌린저 (Challenger)!
-현재 챌린저의 숫자는 총 1명입 니다.
“음?”
“왜?”
“흠. 아냐.”
재석의 의문을 대충 뭉개고 생각했 다.
‘그랜드 마스터가 끝이 아니었구 나. 그런데 그랜드 마스터 다음 단 계가 왜 챌린저지? 뭐를 향한 도전 자인데?’
영문을 알 수 없어 고개를 가웃거 리면서도 자리에서 일어난다. 재석
이 지갑을 꺼내 들었다.
“잘 먹었습니다! 여기 얼마죠?”
“2만 5천 원이야.”
할머니의 말에 재석이 눈을 동그랗 게 떴다.
“와. 족히 30인분은 먹은 것 같은 데요?”
“내가 뭐 여기 돈 벌러 나왔나. 재 료값이나 준다고 생각해.”
“잘 먹었습니다!”
인사하고 자리를 뜬다. 오늘도 사 람으로 바글바글한 광화문 광장을 가로질렀다.
“자자! 다들 공중 부양에는 익숙해
지셨나요? 아직 초보라 할 수 있는 여러분은 전투 기술을 배우시려 해 도 늦었습니다! 공략을 따라 가시려 면 공간 이동과 공중 부양. 그리고 은신,이 세 가지만 미친 듯이 파셔 야 합니다!”
“저,저기. 그럼 공격은 어떻게 하 죠?”
“좋은 질문입니다! 공격은 물리적 인 존재건 영적인 존재건 공평하게 대미지가 들어가는 소울 스트라이크 에 올인 하세요!”
잔디에 옹기종기 모인 사람들이 어 떤 초능력자에게 공개 교육을 받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러니까! 망령룡 레플리의 숫자 는 그리 많지 않다는 거예요. 여러 개의 방송을 같이 보시는 분들은 느 꼈겠죠. 레플리가 여러 명의 스테이 지를 관통하며 지나간다는 걸!”
“오! 신기하네요. 그런데 이걸 이 용할 데가 있을까요?”
“그,글쎄요. 철가면님이 찾아주시 지 않을까요?”
스테이지 공략에 대해 대화를 나누 는 사람들도 있다.
“철가면! 철가면! 철가면!”
“왜 철가면님을 부르세요?”
“네? 아,아뇨 제가 어떻게 철가면
님을 부르겠어요. 기합이죠. 기합.”
“철가면님 이름 세 번 부르면 하는 일이 다 잘되고,기분이 좋아지고, 키가 커지고,피부가 고와지고……
그리고 영문을 알 수 없는 뻘 소 리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까 지.
“저녁이 다가오니 사람들이 긴장하 는 게 보이네.”
“그래. 아무리 네가 있어도 무서운 시간이니까.”
히든 포인트에 시간제한이 생기면 서 2차 시험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 어져 버렸다. 아무리 잘 숨어 다니
더라도 너무 오랫동안 전투를 하지 않으면 무조건 적이 찾아오는 시스 템이 되어버린 것.
그렇기에… 오후 7시. 그러니까 해 가 져가는 시간은 모두에게 긴장과 두려움의 시간이다. 단 한 번의 기 회에 삶과 죽음이 갈리게 되기 때문 이다.
“종말 프로젝트 말이야. 역시 패치 했겠지?”
“들어가 봐야 알겠지.”
그 말대로다.
-스테이지 (Stage)가 오픈됩니다!
-레벨 13. 상급(上級)이 설정되었 습니다.
-800시간 안에 악령나무를 파괴하 십시오.
-10초 후 스테이지가 시작됩니다.
-10. 9. 8. 7…….
쿠과과과광!!!!!
엄청난 폭음과 함께 대지가 흔들린 다. 나는 히든 포인트에서 나가,멀 어지는 레플리의 뒷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파괴된 건물들과.
멀쩡한 성벽의 모습까지.
“아이템 업데이트나 좀 하라고 망 검 시발. 이런 것만 업데이트가 칼 같네.”
욕이 절로 나왔지만 예상하던 일이 었기에 다시 공략을 시작한다.
벽이란 벽은 다 치고 다녔다. 숨겨 진 공간은 없다.
가구들을 모아 8층이 넘는 높이까 지 올라가 보았다. 악령나무를 먼 거리에서 황금 거울로 비추고자 하 는 시도였지만 저격이 날아온다.
성벽을 타고 올라가 넘어가 보려 시도했더니 성벽보다 더 튼튼한 무 형의 막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러다가.
보상 상자를 거울로 비췄다.
-아프…….
과직!
비명이 터져 나오기 전에 축복받은 단검을 보상 상자에 찔러 넣는다. 단검을 두 개 찔러 넣자 13레벨로 추정되는 악령이 소멸한다.
황금 거울을 보니 코스트가 감소하 지 않았다. 망령을 죽인 것은 거울 이 아닌 단검이었기 때문이다.
“오……
불현듯 떠오르는 가설이 있었다. 나는 몇 가지 실험을 더 해보았다.
가설들이 하나둘 맞아간다.
“…이것 봐라?”
아무래도 될 것 같다.
‘딜 뻥’이.
나는 즉시 게시판에 접속해 게시물 을 하나 썼다.
-1 시간 후 5레벨도 클리어할 수 있는 13레벨 상급 공략 올릴 예정. (철가면)
내용도 작성했다.
-보세요.
거기까지 한 나는 스테이지의 시작 점인 북문으로 돌아왔다.
스테이지의 넓이는 중급 때보다 훨 씬 넓어졌다. 어지간한 도시를 넘어 서는 크기라서 그냥 중앙 도로를 따 라 남문까지 달려도 반나절은 걸릴 정도.
당연하지만 공략이 있어도 클리어 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모될 것이 다.
“분위기를 보니 종말 프로젝트가 개인을 콕 집어서 불이익을 주지는
못하는 모양이란 말이지.”
저격 패치,버그 수정은 할 수 있 어도 영구 밴이나 블록을 먹일 수는 없는 분위기.
그렇다면 문제는 없다.
“어디 누가 이기나 해보자.”
꼬우면 게임을 잘 만들든가.
다음 화에 계속...
< 당신의 머리 위에 2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