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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머리 위에 2부-80화 (197/249)

80 화

골목을 빠져나가는 순간이었다.

퍽!

빛살 같은 속도로 뭔가가 어깨를 후려친다. 몸이 붕 뜰 정도로 강렬 한 타격! 나는 일단 뒤로 구르면서 골목 안쪽으로 빠졌다.

“저격?!”

황당하게도 내 몸을 뒤덮고 있는

드래곤 나이트의 장갑이 조금의 방 어도 해주지 못했다. 시커먼 무언가 가 강철 장갑을 그냥 뚫고 들어온 것이다.

[탄종 확인! 사령탄(死靈彈)입니다! 영적인 손상에 대해 확인해 주십시 오!]

“사령탄? 제길,영적인 공격이라 갑주를 뚫고 들어온 건가.”

다행히 영적인 손상을 걱정할 필요 는 없다. 생체력으로 진화한 육신은 [모든] 속성에 저항하기 때문으로, 생체력 수련자인 난 사령탄에 영적 인 손상 대신 물리적인 상처를 입었 다.

[환부 압박을 완료했습니다. 잠시 간 휴식해 주십시오.]

“기껏 만든 드래곤 나이트가 아무 도움도 안 되다니.”

마음 같아서는 고유세계에 다시 넣 어놓고 싶지만 물을 잔뜩 집어넣은 직후 스테이지에 들어왔기에 질량 제한에 걸린다. 24시간이 지나야 넣 을 수 있으리라.

‘그나마 근력 보조 기능이 있으니 까.’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굉음과 함께 한쪽에 있던 문이 박살 난다. 주변 에 있던 몬스터 중 하나가 사령탄에

맞아 바닥을 구른 내 인기척에 달려 온 모양이다.

[오. 이게 누구야! 인간이로구나!]

“오. 이게 누구야. 소대가리구나.”

[캬캬캬! 유쾌한 녀석이로구나!]

[종말 프로젝트]

[13 레벨]

[상급 키메라 도알]

다행히 나타난 녀석은 키메라였다. 13레벨 하급에서 만났던 녀석과는 종류가 다르지만 수준은 동일한 녀

석.

[참신하게 생겼네.]

[다리가 많군요.]

녀석은 특이하게도 인간의 것으로 보이는 다리를 8개나 달고 있었는 데,그걸로도 모자라 몸통은 벌레의, 머리는 소의 것을 달고 있다.

쿠과과!

녀석이 충돌하는 모든 것을 밀어버 리며 돌진한다. 기묘하게 달린 8개 의 다리는 언뜻 혼란스러워 보이는, 그럼에도 뭔가 규칙성을 가진 보법 을 밟고 있다.

쿵!

피하지 않고 충돌한다. 드래곤 나 이트의 왼손에 장착된 방패와 녀석 의 뿔이 충돌하자 충격파가 폭발해 주변 건물들을 박살 낸다.

[캑!]

충돌의 순간,이득을 본 건 당연히 내 쪽이다. 물리적 충격에 강한 경 천칠색으로 충격을 흡수해 내고 미 리 준비했던 청색이 녀석의 몸통을 후려친 것.

그러나 그 순간 키메라의 몸을 중 심으로 새까만 기운이 터져 나온다.

“저주!”

[캬하하하! 눈치채 봐야 늦었다! 비

명을 질러라! 절망의 노래를 불……J 푸각.

뒤틀린 표정으로 소리를 지르던 녀 석의 목이 그대로 떨어져 바닥을 구 른다. 오른팔에서 튀어나왔던 초진 동 블레이드가 다시 모습을 감춘다.

“좋아. 그래도 키메라는 잡기 쉬운 편이네. 방어력도 좀 떨어지는 편이 고.”

그러나 아무 문제가 없는 건 아니 다.

내 몸 주위로 은은한 어둠이 휘돌 기 시작한 것이다. 아레스가 경고했 다.

[저주다. 상태를 확인해! 몸 상태 는 어떻지? 정신은?]

“저주라.”

나는 가지고 있던 거울을 들어 내 모습을 비췄다.

그리고 상태를 구체화해 저주를 확 인했다.

-레플리의 어둠

저주가 폭발하는 순간 3초에서 15 초 동안 상태 [극도의 공포]를 유발 한다. 이후 몸 주위에 어둠이 맴돌 게 되며 대상이 일정 밝기 이하의 장소에서 머물 시 힘을 얻어 대상에

게 환각을 부여한다. 환각이 충분히 쌓이면 다시 [극도의 공포]가 발동 한다.

1. 해제하기가 몹시 어려운 상급 저주.

2. 정상 상태의 인간이라면 자연 회복까지 12시간.

3. 또다시 공격당할 시 중첩되며 회복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크게 증 가한다.

“아 공포 유발 저주구만. 멘탈 박 살 용도네.”

그러나 당연히 나에게는 아무런 영

향도 끼치지 못한다. 나는 모든 정 신계 이능에 면역이니 상급 저주건 말건 효과를 발휘할 수가 없는 것이 다.

“뭐,다행히 댓글 같은 건 없지만 시청자가 많다니 설명을 드리겠습니 다. 제가 지금 당한 공격은 레플리 의 어둠이라고 하는데……

혼자 중얼중얼 저주에 대해 설명했 다.

“물론 저는 멀쩡합니다. 극한의 정 신력이면 이겨낼 수 있는 모양이네 요. 하지만 아무나 되는 건 아니니 따라 하지 마시고 키메라가 돌진하 기 전에 처리하세요.”

정신계 이능 면역이라는 사실을 설 명하기 힘들어서 대충 개소리로 뭉 개고 주변을 살핀다.

“그나저나 저격이라.”

나는 도시 곳곳에 위치한 첨탑들을 바라보았다. 주변의 다른 건물들보 다 훨씬 높이 솟은 건물들 사이로 눈깔 비슷하게 생긴 키메라들이 보 인다. 아마 저 녀석들이 저격수인 모양이다.

“첨탑의 숫자는 9개인가.”

건물에 숨은 채 고개를 내밀어 도 시의 구조를 파악할 때였다.

-크아아아앙--!

어디선가 날아온 망령룡 레플리가 도시 상공을 낮게 활공해 스쳐 지나 간다. 나는 건물 사이에 숨어 그 모 습을 지켜보았다. 지니가 말했다.

[143분 만입니다.]

“2시간 23분 만에 다시 등장. 쿨타 임인지 지 맘대로 돌아다니는지는 차차 보도록 하죠.”

그렇게 말하며 파밍을 이어나간다. 저격수의 사선(射線)을 신경 써야 했기에 조금 돌아가는 동선을 짜 움 직인다.

파밍 결과는 간단하다.

“주력 무기는 거울. 거울을 충전시 키는 데 보석이 소모되고… 보조 무 기는 축복받은 단검이네.”

거울에 파밍한 보석을 접촉시키면 거울 뒤에 있는 별 모양의 문양이 은은히 빛난다. 즉 보석을 10개까지 충전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

단검은 8개 찾았는데 한 번 사용 하면 축복이 다 소모되는 주제에 길 이가 50센티에 가까워 소지가 불편 한 종류. 나야 드래곤 나이트의 적 재함에 넣으면 되니 상관없지만 다 른 사람들은 바로바로 소모하지 않 으면 짐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음식은… 이거,먹어도 되 는 건가?”

나는 부엌에서 발견한 곰팡이 핀 빵과 물통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그나마 음식 비슷한 거라고는 이것 뿐인데 상태가 너무 안 좋아 보인 다.

“설마 이것도 패치된 건가. 그렇다 면 해도 너무하는 건데.”

혹시 몰라 드래곤 나이트의 적재함 에 집어넣고 파밍을 계속한다.

철컥.

파밍한 열쇠로 자물쇠를 연다. 익 숙한 파밍 과정.

그런데 보관함이 열리며 거기에서 검은 기운이 폭발했다.

광!

강렬한 충격이 내 전면부를 덮친 다. 물리적 충격이었기에 드래곤 나 이트의 장갑을 뚫지 못하고 흩어졌 지만 이게 터졌다는 게 문제다.

“아니,아무 복선 없이 보상 상자 에서 함정이라고?”

심지어 진짜 문제는 그게 아니었 다.

-아파!" 아파!!!! 아파!!!!!

“아,제길 올 게 왔네.”

나는 땅을 박차 뒤로 몸을 날렸다.

[종말 프로젝트]

[13 레벨]

[최상급 망령 썩은 손.]

양 손이 없는 희끄무레한 망령이 허공에 떠서 비명을 지른다.

“당장 공격할 생각도 안 하고 소리 만 지른다? 어그로입니다. 당장 후 려 패야 한다는 뜻이죠.”

경천칠색(W天七色). 자(紫). 드래 곤 나이트의 주먹이 망령을 후려친 다. 그러나 최상급 망령은 그저 온 몸을 한 번 들썩였을 뿐 딱히 대미

지를 먹은 것 같지 않다.

-아프다고!!

좌악!

텅 비어 있던 녀석의 양 손에서 탁기가 흘러나오더니 드래곤 나이트 의 장갑을 뚫고 들어와 살점을 잡아 뜯는다. 심지어 그냥 부상도 아니고 상처에 흉흉한 기운이 감도는 게 느 껴 진다.

“일반 공격에 저주가 담겨 있습니 다. 저항력이 모자라거나 저주가 중 첩되면 상처가 썩어가겠네요.”

다시 한번 자색을 이용해 적을 때 려본다. 역시나 별다른 대미지가 들

어가지 않는다.

‘아,이건 못 이기겠네.’

경천칠색은 물리력 특화 능력이고 그것은 드래곤 나이트도 마찬가지. 가급적 본신의 능력으로도 잡아보고 싶지만 그렇게 하려면 전투가 너무 길어지고,전투가 길어지면 상황이 꼬여갈 게 뻔할 뻔 자.

그리고 안 되는 걸 알면서 들이대 는 건 미련한 짓이다.

-꺄아아악!!

거울 안에 녀석의 모습을 비추자 비명과 함께 최상급 망령이 비틀거 린다. 화살처럼 측면으로 돌아 다시

공격해 들어오는 망령. 그러나 그 앞에 기다리는 건 녀석을 비추는 거 울이다.

-꺄아악!

같은 과정을 2번 더 반복하자 최 상급 망령이 한 줌의 재로 화한다.

“최상급 망령이 고작 네 번 비췄다 고 죽어버리다니.”

스테이지에서 주는 주력 무기들이 대체로 그렇지만,그야말로 개사기 아이템이다. 성물(聖物)이라고 불러 도 부족함이 없으리라.

“황금 거울의 최대 충전은 10회에 최상급 망령을 잡으려면 4번 비춰야

합니다. 빗나갈 위험도 있으니 2마 리와 붙는 상황은 절대적으로 회피 하세요.”

대충 그렇게 말한 다음 다시 음직 이기 시작한다. 다시금 저격수들의 사선을 피해서…….

“음?”

그러다 문득 생각한다.

“왜 거울이지?”

나는 금색으로 은은하게 빛나는 거 울을 잠시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러 다가 첨탑들을 바라보았다.

첨탑의 숫자는 9개.

“아하.”

나는 좀 전에 쓰러뜨렸던 키메라를 한 손에 집어 들고 광장을 향해 달 렸다. 가장 넓고 탁 트인 광장에는 오히려 골목보다도 더 몬스터가 없 다.

“웃차!”

달려가다 골목을 벗어나기 직전 키 메라의 사체를 집어 던진다. 키메라 의 몸이 투포환처럼 날아간다.

퍼버버버벅!

키메라의 몸을 향해 지체 없이 날 아드는 다섯 발의 사령탄! 나는 아 직 허공에 떠서 날아가고 있는 키메 라의 몸에 바짝 붙어 달렸다.

그리고 그런 나를 다시 사령탄들이 노렸다.

“재장전 1초 내외.”

낮게 읊조리며 황금 거울을 잡아 들었다.

그리고.

파파파파팟H

빛이 번뜩인다.

그리고… 날아든 모든 사령탄이 반 사되었다.

“오케이.”

달리기를 멈추고 잠시 제자리에 서 있어본다. 그러나 더 이상의 사령탄

은 날아오지 않았다. 바로 직전 사 격으로 위치를 파악했던 눈깔 키메 라 녀석들에게 사령탄을 되돌려 줬 기 때문이다.

“역시. 거울에는 저주의 힘을 반사 하는 능력이 있었어. 저격을 반사로 해결하라고 거울이 주어진 거라는 말!”

[그거 아닌 거 같은데.]

[애초에 어딜 노릴지 어떻게 아셨던 거죠? 음속을 훨씬 넘어섰는데…….]

두 관제 인격이 기막혀 하는 순간 이었다.

-10억 3,453만 8,829명이 당신에 게 경탄합니다!

-정의 포인트가 55억 4,132만 8,924 점 누적됩니다!

“아,뭐야. 못 쩔 것 같은 사람들 한테 점수 주라니까.”

혀를 찬다. 그나마 다행인 건 경탄 과 정의 포인트 알림이 계속 날아드 는 게 아니라 한 방에 몰아서 나온 다는 점이다. 뭐만 하면 억대인 걸 보니 따로 분리해서 알렸다면 플레 이에 지장이 생길 정도로 시끄럽게 알람이 울렸으리라.

그러다 문득 기묘한 사실을 깨닫는 다.

“왜 인원이 늘었지?”

정의 요람의 총 인원이 9억인데 어떻게 10억 명이 감탄할 수가 있 을까? 나는 허리에 차고 있던 권총 에 손을 올렸다. 권총은 그사이에 또 모습이 변해 있다.

-당신은 마스터(Master) 랭크(임시) 입니다!

-정의의 요람에 접속합니다!

-11 억 6,551만 1,441명이 당신을 시청 중입니다!

역시나 시청 인원이 늘었다.

-정의의 요람에 오신 것을 환영합 니다.

-당신의 정의 포인트 0점.

-부여받은 정의 포인트 100억 5,245 만 2,248점

-(게시판 읽기), (플레이 시청), (코멘트 확인),(설정)

-현재 정의의 요람 접속자. 9억 3,321만 5,566명

-외부 접속자 4억 2,221만 5,521명

“뭔가 자꾸 바뀌네. 실시간 업데이 트도 아니고.”

코멘트 확인과 설정이 생겼고 외부 접속자라는 항목이 추가되었다. 외 부 접속자가 뭘 뜻하는지는 고민할 필요도 없다.

‘플레이어들이다.’

아마 내가 아까 그랬던 것처럼 히 든 포인트에 들어가 쉬고 있는 플레 이어들이 정의 무구를 이용해 요람 에 접속. 플레이 시청으로 나를 보 고 있다는 뜻.

나는 혹시나 해서 플레이 시청을

눌러보았다.

-1 위. 철가면(11억 6,551만 1,441 명 시청 중)

-2위. 아르트랑의 저격 플레이. 포 인트 찾으며 진행 중.(1억 423만 3,442명 시청 중)

-3위. ☆쇠렌의 마법사 플레이! 마 법사라면 참고!女(9,911만 3,311명 시청 중)

순위는 10위까지였지만 어차피 1 위 이하로는 시청자 수가 다 고만고 만한 수준.

“아니,나는 아이디건 방송 제목이 건 정한 적도 없는데.”

기막혀 하며 설정을 확인한다. 방 제목 변경을 비롯한 몇 가지 설정들 이 보인다.

심지어 그중에는 [방송 중지]도 있 다.

“자동으로 방송을 시킬 게 아니라 하고 싶은 사람만 방송을 시켜야지. 쯧.”

투덜거리며 창을 꺼버린다. 한두 명도 아니고 11억 명이 방송을 보 고 있는데 이제 와 꺼버리기도 애매 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꽤 재미있어 보이네. 12 레벨은 다 때려잡고 매크로만 돌려 서 이런 플레이가 신선하다.]

‘12레벨 때에도 공략 영상 찍을 때 는 제대로 했거든?’

[나한테는 그게 수백 년 전이란 다.]

‘아,그러너V

잡담을 나누며 진행을 계속한다.

어려울 건 없다.

키메라는 직접 때려잡고 망령은 거 울을 이용해 해결했다. 메탈 에일리 언 때처럼 깽판을 치고 다닐 수는 없지만 어차피 [공략]을 할 거라면

상관없는 일이다. 나는 3레벨 대상 으로 10레벨 이상의 스테이지 공략 을 짰던 남자다.

‘그 공략을 제대로 배운 녀석이 거 의 없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지.’

-최초 클리어!

-다음 전투를 시작하시겠습니까? 연속으로 적을 쓰러뜨릴 경우 클리 어 숫자만큼 [사망 처리]가 취소됨 니다. 스테이지 종료 시 취소되지 않은 [사망 처리]는 [확정]으로 변해 되돌릴 수 없습니다.

결국 별문제 없이 스테이지를 클리 어하자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최초 클리어라는 문구가 날 반긴다. 아직 모든 유저들의 플레이가 끝나지 않 았음에도 재도전이 가능한 것도 특 이점.

이어서 새로운 텍스트가 떠오른다.

-7억 2,111만 4,782명이 당신에게 경탄합니다!

-정의 포인트가 11억 2,344만 1,122점 누적됩니다!

“아,좀.”

또다시 떠오르는 텍스트에 나는 그 만 눈살을 찌푸리고 말았다. 경탄하 는 인원수에 비해 포인트 비중이 줄 어든 걸 보니 부여 포인트양을 줄인 듯했지만 그렇다 해도 억 단위다.

“그만 주라고.”

왜 이렇게 말을 안 듣는지 모르겠 다.

다음 화에 계속...

< 당신의 머리 위에 2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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