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머리 위에 2부-79화 (196/249)

79 화

-스테이지 (Stage)가 오픈됩니다!

-레벨 13. 중급(中級)이 설정되었 습니다.

-200시간 안에 악령나무를 파괴하 십시오.

-10초 후 스테이지가 시작됩니다.

-10. 9. 8. 7…….

도착한 곳은 중세로 짐작되는 도시 다. 중세라고는 하지만 전체적인 분 위기가 그렇다는 것이지 지구의 중 세와는 100만 광년은 떨어져 보이 는 광경.

4〜5층이 넘는 건물들과 그 두 배 이상 높이까지 치솟아 있는 첨탑(洪 塔). 무기들을 잔뜩 늘어놓은 상점 들과 도시 곳곳에 박혀 있는 기묘한 분위기의 토템들까지.

하지만 당장 내 눈에 들어오는 것 은 그런 배경보다 텍스트 내용이다. 클리어 조건이 지금까지와는 달랐기 때문이다.

“설마… 이 미친놈이 또 업데이트

를 한 건가?”

지금까지의 스테이지는 목표가 언 제나 똑같았다. 중급 스테이지는 해 당 레벨 5개체의 적을. 상급 스테이 지는 해당 레벨 10개체의 적과 그 보다 1레벨 높은 보스를 잡는 방식 이었던 것.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중급 주제에 시간을 200시간이나 주다니.”

‘지금부터 플레이 더 여유 있게 하 세요. 같은 친절일 리는 절대 없으니 플레이 타임이 길어진다는 소리다. 바꿔 말하면 다회 차 플레 이가 더욱 힘들어진다는 말.

“게다가 몇 마리 잡으라는 말은 없 고 악령나무 파괴만 있다… 적을 안 죽이는 플레이도 가능하다는 건가?”

그러나 느낌이 싸하다. 평소 하던 게임이 대대적으로 업데이트를 했다 면 당연히 좋아했겠지만 이 종말 프 로젝트는 무조건 최악의 방향으로만 업데이트를 해왔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니 열받는다.

“똥망겜 똥망겜 했더니 진짜 똥 같 은 업데이트만 하네. 아니,업데이트 를 할 거면 장비나 아이템부터 업데 이트해야 하는 거 아니냐? 얼탱이가 터져서 진짜”

자판기의 장비. 소비 아이템 등등 은 사실상 10렙이 만랩이다. 1레벨 스테이지 이후로 목록에는 업데이트 가 없는 상태.

재료 아이템도 목재,석재,철광석, 마나석이 전부라서 미스릴이나 아다 만티움 같은 레어 메탈은 구경도 못 하는 상황.

직업 시스템도 별게 없다. 스테이 지 전용 칭호 같은 것도 없다. 그나 마 오거 슬레이어 같은 건 있었지만 메탈 에일리언의 경우는 수억 마리 를 죽여도 칭호가 없을 정도니 그야 말로 유저 관련 시스템은 만들다 말 았다는 느낌.

그런데 그런 주제에 스테이지 난이 도 관련해서는 저격 패치도 하고 대 규모 업데이트도 한단 말인가?

정말 이쯤 되면 죽으라고 고사를 지내는 수준이다.

-크아아아앙--!

“뭐,뭐야?”

심장을 죄어오는 포효에 놀라 몸을 숨긴다. 소리가 들려온 곳은 하늘.

고개를 내밀어 하늘을 올려다본 나 는 보이는 광경에 할 말을 잃었다.

[종말 프로젝트]

[19 레벨]

[망령룡 레플리]

“•••19 레벨?”

기가 차서 입만 쩍 벌렸다. 아니, 13레벨 스테이지에 왜 19레벨이 튀 어나온단 말인가? 황당하기까지 한 일이었지만 게임 하루 이틀 하는 게 아니었던 난 금세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플레이 방식을 강제하는 용도로 군.”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때 공략 따윈 전혀 없이 그냥 레벨빨로 플레이하 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는 지킴 이라는 녀석들이 그렇고,나 역시 후반에 탱뺑이를 돌 때에는 그런 식 으로 했었지.

그러나 지금… 하늘에 저런 게 날 아다닌다면 나타나는 적을 다 때려 죽이며 일직선으로 맵을 돌파하는 짓거리는 할 수가 없게 된다. 저런 괴물의 시선을 끌었다가는 무슨 일 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19레벨이라면 초월자 직전이라는 뜻이군요. 덩치로 보아 성룡인 것 같은데 초월지경이 아니라는 건…

죽게 되어 레벨이 다운되었다는 뜻 이겠지요.]

레벨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손상 을 입으면 당연히 다운된다. 예를 들어 검사인데 팔이 하나 잘렸다든 가,마법사인데 마나홀이 파괴되었 다든가 하면 지식과 경험이 있더라 도 전투력과 역량은 떨어지게 마련 이니까.

그렇다면 레벨을 다운시키는 손상 중 가장 심각한 것은 무엇일까?

‘당연히 [죽음]이지.’

초월자라 하더라도 죽음은 죽음이 다. 살아 있을 때에는 초월자라 하 더라도 죽은 다음에는 초월자‘였던’

망자일 뿐이라는 것.

경복궁에서 중국 녀석들이 소환한 악령이 그런 케이스였다. 초월자였 고,또 초월의 힘을 일부 다루기는 하지만 그보다 훨씬 격 떨어지는 모 습밖에 보여주지 못했지. 죽음마저 초월하기 위해서는 언터쳐블(상급 초월자. 40레벨.)의 경지에 오르거나 아주 특수한 종류의 깨달음을 얻어 야 하는 것이다.

끼아악!

잠시 분위기를 살피고 있는데 벽을 통과해 반투명한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낸다.

[종말 프로젝트]

[5 레벨]

[이름 모를 악령]

퍽!

경천칠색(薦天七色). 자(紫).

드래곤 나이트의 손가락이 악령의 몸을 가리키자 [닿지 않는 존재]까 지 진동시키는 기예가 단박에 악령 을 터뜨려 죽인다.

“레벨이 완전 뒤죽박죽이군… 그나 저나 설마 악령도 나올 줄이야.”

13레벨 하급 난이도에서 등장한

적은 키메라였기에 안심하고 있었는 데 분위기를 보니 이번 스테이지의 컨셉은 [흑마법]인 모양. 이렇게 되 면 경천칠색이 거의 힘을 못 쓴다.

“상성으로 꿀 빨 때는 좋았는데 이 젠 반대인가.”

경천칠색의 기예 중 비물질적인 적 을 공격할 수단은 오직 자색뿐. 그 나마도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있는 체면치례 기술이기 때문에 효 율이 극도로 떨어진다. 동랩의 악령 이 나오기라도 하면 아무것도 못 하 고 맞기만 해야 하는 게 경천칠색인 것이다.

“게다가 역상성인 건 아바타 시리

즈도 마찬가지네.”

프레데터는 어쩔 수 없는 문제다. 극도의 효율을 위한 메탈 에일리언 의 카운터 기체가 바로 프레데터였 기 때문이다.

문제는 드래곤 나이트.

“시끄럽게 굴면 저 망령롱인가 하 는 녀석이 와버리겠군. 지니,은폐 모드로.”

[은폐 모드 활성화. 압축 특성 활 성화로 출력이 60%까지 감소합니 다.]

묵빛이었던 드래곤 나이트의 장갑 이 빛마저 빨아들이는 칠흑으로 변

하고 4.5미터였던 신장 역시 압축되 어 2.5미터까지 줄어든다.

이렇게 되어도 여전히 큰 덩치지만 고개를 숙이면 문을 열고 들어갈 정 도는 된다.

“파밍부터 해야지.”

나는 주변을 뒤져서 벽에 쓰여 있 는 글자나 서적들. 그리고 쪽지들을 조사했다. 주변에 있는 집들을 죄다 뒤지다 보니 기묘한 점이 발견된다.

“어라? 건물들 구조가……

“크워……

“아,꺼져봐.”

어둠 속에서 몸을 일으키던 키메라

의 머리통을 박살 낸 뒤 십여 미터 뒤로 이동해 전체적인 형태를 살핀 다.

“그러네. 대칭이야. 근데 이건 너무 큰 그림 아닌가?”

나는 다시 건물들 안에 들어가서 엉망으로 흩어져 있는 내부 구조를 동일하게 맞추기 시작했다. 종종 나 타나는 키메라나 악령들은 잡아 죽 였다. 다행히 10렙 이상의 악령과는 아직 만나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후.

우우웅--!

대여섯 개의 건물을 돌아다니며 가

구 구조를 재배열하자 건물들의 한 가운데에 마법진이 생겨난다.

나는 거기에 근처 서적이나 쪽지들 에서 발견한 문자들을 새겨 넣었다. 무슨 글자인지는 몰라도 서적과 쪽 지들의 내용을 참고하니 순서는 대 충 맞출 수 있었다.

윙!

마법진이 낮게 울더니 그 위로 황 금으로 만들어진 거울이 떠오른다.

[".와. 잘 찾고 잘 푸네.]

가만히 보고 있던 아레스가 감탄한

“뭘,이쯤이야 누구나 하지.”

조금만 고민 해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퍼즐이다. 나는 그걸 조금 빨 리 찾을 뿐이지.

나는 구석에 박혀서 황금 거울을 조사했다. 별다른 특이점은 없어 보 인다. 그저 거울 뒤편에 별 모양을 상징화한 문양이 10개 새겨져 있을 뿐이다.

“분위기를 보니 이게 주력 무기 같 은데.”

일단 챙기고 다시 파밍을 시작한 다. 주변을 뒤지다 보니 가끔 잠겨 있는 자물쇠들이 있다.

자물쇠는 특이하게도 문자를 쓸 수

있게 만들어져 있고 그 위에도 문자 가 쓰여 있다.

“아… 그렇군. 말하자면 위쪽 문자 는 비밀번호 찾기 질문이고 아래는 답변이야.”

[하지만 모르는 언어잖아?]

“기다려… 기다려 봐. 그래. 책들에 문자들이 있었지. 그래. 그것들 중에 는 일기도 있었고 편지도 있었어. 그중에서 이 위쪽 질문에 해당하는 내용을 찾으면 답변도 알 수 있겠 지……

그러나 아직 스테이지 전체를 뒤지 지 못한 만큼 내가 이 자물쇠의 답 을 구하는 데 필요한 문서를 가지고

있다 장담할 수 없는 상황.

때문에 나는 문자들을 때려 맞추는 대신 내가 찾은 문서들의 칭호를 확 인했다.

[종말 프로젝트]

[얀의 편지]

내용을 본다. 당연히 읽을 수 없는 문자. 때문에 나는 칭호를 분류하고 또 분류한 후,그 내용과 문자들의 형태를 하나하나 비교해 문자의 뜻 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머리가 팽팽 돌았지만,못 할 정도

는 아니다.

“샐… 리를… 처음 분양 받았던 날 짜는?”

다행히 가지고 있는 문서 중에 답 이 있었다. 어이없게도 날짜라고 해 놓고는 숫자가 아니었다.

“참월이 첨탑 끝에 머물던 날.”

철컥!

열쇠가 열린다.

[아니,이게 말이 되나? 이렇게 해 석을 한다고?]

[역시 함장님이시군요. 어떻게 이 런.]

놀라는 아레스와 지니.

그런데 놀라는 건 녀석들뿐이 아니 었다.

-7억 8,993만 5,521명이 당신에게 경탄합니다!

-정의 포인트가 45억 1,112만 3,324 점 누적됩니다!

“응? ”

영문을 알 수 없는 텍스트에 의문 을 표할 때였다.

우웅-!

내 눈앞의 공간이 갈라지더니 화려

한 디자인의 권총이 생겨난다. 들여 다보니 익숙한 디자인이다.

“저스티스 웨폰 아냐? 보석으로 치 장된 걸 보니 다이아 랭크인가?”

손을 뻗어 그것을 잡았다.

■당신은 다이아몬드(Diamond) 랭 크(임시) 입니다!

-정의의 요람에 접속합니다!

-8억 111만 4,851명이 당신을 시 청 중입니다!

“아니,이게 뭔 소리야. 날 보고 있다고? 그것도 이렇게 많은 사람

이?”

기막혀 하면서도 생각했다.

‘역시. 후안이 뭔가 했군.’

슬슬 그럴 타이밍이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역시나 전혀 예상 못 한 방 향으로 일을 벌인 모양. 나는 상황 파악을 위해 일단 주변에 있는 창고 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몸을 숨겼 다.

-히든 포인트에 들어섰습니다! 히 든 포인트에는 몬스터가 접근하지 않습니다.

“음? 원래 그랬잖아. 왜 이걸 안내 해 주지?”

난데없는 친절에 황당해했지만 새 롭게 떠오른 텍스트가 그 이유를 알 려준다.

-히든 포인트 사용 시간 앞으로 6 시간.

-사용 시간을 모두 사용 시 12시 간의 대기 시간 동안 히든 포인트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아. 진짜. 개치사하게 구네. 이것 도 건든다고?”

이번에는 종말 프로젝트의 간섭이 다. 6시간마다 히든 포인트에서 나 가야 한다면 히든 포인트에 숨어서 스테이지가 끝날 때까지 버티는 것 도 불가능해진다. 이렇게 되면 2차 시험이라는 것 자체가 사라져 버리 니 내가 늘 하던 공략 배포에도 의 미가 없어지겠지.

스테이지를 간신히 1번만 클리어하 던 인원들이 다들 공략 이용자라는 걸 생각해 보면,실로 절망적인 패 치다.

“그나저나 정의의 요람은 또 뭐 야?”

손을 뻗어 눈앞에 떠오른 텍스트를

건들자 새로운 창이 떠오른다.

-정의의 요람에 오신 것을 환영합 니다.

-당신의 정의 포인트 0점.

-부여받은 정의 포인트 45억 1,112 만 3,324점

-(게시판 읽기),(플레이 시청)

-현재 정의의 요람 접속자. 9억

3,321만 5,566명

“정의의 요람 접속자라. 스테이지 접속자면 고작 9억일 리 없는데.”

스테이지는 전 인류를 대상으로 강 제로 진행되는 시험이기 때문에 예 외란 있을 수 없다. 미국에서 아크 프로젝트를 하는 것도 결국 지구를 벗어나서 스테이지에 안 끌려오려는 것 아닌가?

나는 게시판 읽기를 선택했다.

벌써 게시물이 몇 개 올라와 있다.

-여긴 뭔가요? +133(아람)

-플레이어분들에게 알립니다. +522 (톰)

-지금까지 확인한 업데이트 내용 +1,222(쇠 렌)

-철가면님! 철가면님! 너무 멋져요!

진짜 천재!!!! +888料온)

게시물을 읽어본다. [지금까지 확 인한 업데이트 내용]은 내가 이미 들어와서 눈치 첸 정보들이었기에 별 영양가가 없었지만 [플레이어분 들에게 알립니다.]라는 게시물에는 모르는 내용이 많았다.

-정의 무구를 지니신 분들은 알고 계시겠지만 정의와 불의의 천칭에서 조금이라도 정의 쪽에 기운 모든 사 람들에게는 스테이지 진입 시 [선택 지]가 떠올랐습니다. 그것은 스테이 지를 진행할 것인지 아니면 요람에 입장할 것인지 묻는 내용이었고,스

테이지를 클리어할 자신이 없던 저 는 요람으로 들어왔습니다.

요람은 독립되어 있는 10평 정도 의 공간입니다. 이곳에서는 스테이 지를 진행 중인 플레이어의 모습을 시청할 수도,게시판을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혹은 그냥 잠을 잘 수도 있지요. 들어왔을 때 아주 기본적인 식사가 준비되어 있었는데 이게 정 기적으로 주어지는 것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현재 스테이지에 들어가는 대신 요 람에 입장한 인원은 9억 3,321만 5,566명입니다. 플레이어분들의 부 담이 줄어들기를 기도합니다.

추신- 요람에 있는 사람들은 뒤늦 게라도 스테이지에 진입할 수 있습 니다. 플레이어들의 플레이를 보고 추가적으로 진입하는 인원들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스테이지가 시작하는 순간 사 람들을 다른 차원으로 보내 스테이 지에서 이탈시켰다는 말이군. 그리 고 그들이 가진 정의 무구를 포인트 로 만들어서 다른 사람을 지원하는 데 쓸 수 있다.’

나를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좀 기분 나빴지만 꽤 괜찮은 방법이 다. 당장 예비 사망자만 10억 명 가

까이 줄었고 그들의 정의 포인트로 남은 플레이어를 지원할 수 있게 되 었으니 그 효과는 엄청나리라.

“결국 지금도 사람들이 보고 있다 는 말인데… 들리는지 안 들리는지 모르지만 정의 포인트인가 뭔가는 다른 사람한테 쏘세요. 나는.”

확인이 끝났기에 다시 몸을 일으켜 창고를 나선다.

“그런 거 없어도 깨니까.”

다시 공략 시작이다.

다음 화에 계속...

< 당신의 머리 위에 2부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