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 화
리콜을 이용해 알바트로스함으로 돌아간 후 워프 기능을 이용해 미국 으로 이동했다.
“음메〜”
“꼬꼬!!”
도착한 곳에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가축들이 자리하고 있다. 약속했던 대로 물과 사료를 양껏 먹인 녀석
들. 주변에 따로 대기하고 있는 사 람은 없다. 미국 정부와 이야기해서 가축을 모아놓기로 약속한 장소였기 때문이다.
팟팟팟팟!!
가축들을 터치하며 지나간다. 가축 들은 그대로 사라져 고유세계로 이 동했다. 고유세계의 나는 지니가 지 정해 주는 위치로 가축들을 보냈다. 녀석들은 도축되거나 축사로 이동해 고유세계에 고기와 가죽. 그리고 뼈 를 제공할 것이다.
“그나저나 아바타 시리즈는 다 나 눠 줬어?”
[고블린 1억 대. 헌터 3천만 대. 버
서커 2천만 대 분배 완료했습니다.]
“작동률은?”
가축들을 고유세계로 보내며 묻자 지니가 답한다.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약 45% 입니다.]
“생각보다 빠르네. 인재가 많아서인 지 다들 절박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버서커 8억 대가 남아 있는 데 이건 나눠 주지 않아도 괜찮은 걸까요?]
'스테이지가 4랩이나 5렙이었다면 모르겠지만 13레벨이야. 막 뿌린다 고 될 문제가 아니지.”
어차피 스테이지를 클리어하지도 못할 무력이라면 줘봐야 의미가 없 다. 남아돈다고 미친 듯이 뿌려봐야 사고만 터질 뿐일 테니.
재석은 뉴스에 나와서 자신이 스테 이지에서 60년의 시간을 보냈다는 것을 밝히고 그 안에서의 경험과 장 시간 버틸 수 있었던 노하우에 대해 담담하게 늘어놓았다.
그리고 나에게 받은 [아바타 시리 즈]의 이름과 성능. 그리고 그것을 분배하는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그 모든 과정을 일성의 인프라를 이용 해 수행하리라는 것도.
효과는 엄청나서 단박에 다이아 랭
크의 명예를 손에 넣었다고 한다.
“대전쟁 최고 점수는?”
[27만 4,000점입니다.]
“10만점 이상 인원은 어떻게 되지?”
[74명입니다.]
“멀었네……
[아직 시간이 모자라겠지요. 스테이 지를 진행하며 점점 많아질 겁니다.]
“그 스테이지를 진행할 수 있을지 없을지를 모르겠단 말이야. 아무리 아바타 시리즈를 조종한다 해도 시 작이 13레벨이니.”
나는 아바타 시리즈도 많이 풀었지 만 조종기는 그것보다도 두 배 이
상. 정확히는 5억 대나 풀었다. 그 리고 이 조종기는 아바타 시리즈와 링크되지 않더라도 하나의 계정이 되어 알바트로스함의 시스템에 접 속. 일종의 가상현실 게임기로서 작 동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들이 해야 할 게임은 [대전쟁]이다.
‘왠지 그립기까지 한 이름이구만.’
만성 조종사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레온하르트 제국은 우주 곳곳에 조 종사 육성 시물레이션을 뿌린 후 조 종사의 자질을 가진 이가 그것을 플 레이해 일정 점수 이상을 내면 찾아 와 그들을 스카우트해 갔다.
참고로 대전쟁 랭킹 시스템에서 10만점 이상의 점수를 획득하게 되 면 예비 조종사 자격을 얻을 수 있 고.
50만점 이상이면 숙련된 파일럿으 로 취급하여 당장 기가스 탑승이 가 능.
100만점 인(人)급 이상의 기가스를 탈 수 있는 일류 파일럿으로.
1,000만점 이상이면 성(星)급 이상 의 기가스를 탈 수 있는,기간트 마 스터 (Gigant Master)자질을 가진 파 일럿으로 분류한다.
참고로 나는 12억 8,000만 점을
따는 바람에 해킹범으로 몰렸었다.
[그래도 인원이 꽤 나오는 편입니 다. 정품 대전쟁과 달리 조종사로서 의 재능,그러니까 어빌리티 유무는 신경 쓰지 않고 오직 조종술만 보니 까요.]
“아바타 시리즈는 기가스가 아니니 까.”
어빌리티는 가지고 있어도 작동시 킬 수 없으니 시물레이션에서도 배 제해 놓았다. 당장 그들이 신경 써 야 할 것은 기가스의 조종법뿐이다.
팟! 팟!
계속해서 사라지는 가축들. 정신
놓고 집어넣다 보니 어느새 거의 다 사라진 상태다.
“그런데 이쯤 되면 너무 많은 거 아냐?”
아무리 내가 많이 먹는다지만 이미 고유세계의 규모는 어느 선을 넘어 섰다. 내가 그냥 계속 먹기만 해도 다 못 먹을 수준에 도달한 건 물론 이고,이젠 그 안에서 생태계가 만 들어질 정도인데 이 상태에서 설비 들이 아닌 가축을 계속 넣는다니.
그러나 지니는 당연하다는 듯 답했
[확인을 위해서입니다.]
“확인?”
[그렇습니다. 신뢰도가 그리 높지 는 않지만 역사에 남아 있는 고유세 계의 전승에 따르면…….]
그때 였다.
[특성 고유세계 (Legend++++) 가 랭 크 업 합니다!]
[B랭크 一 A랭크]
나는 고유세계의 규모가 한 차원 더 거대해지는 것을 느꼈다.
미친 듯이 팽창하는 사철의 소행
성.
소행성의 중심부에서부터 쏟아진 엄청난 양의 사철에 소행성이 계속 해서 부풀어 오른다. 구획별로 분류 되어 있는 건물들이 폭풍을 만난 조 각배처럼 출렁거린다.
그리고 잠시 후.
“와.”
[오,넓다. 이 정도면 알바트로스함 도 들어올 수 있겠는데?]
“진입 중량 때문에 어림없지.”
난 아레스의 어깨에 올라 고유세계 를 한 바퀴 돌았다. 아레스가 비교 적 빠른 속도로 비행을 했음에도 불
구하고 한 바퀴 도는 데 상당한 시 간이 걸렸다. 대부분이 이미 개발된 상태였던 고유세계가 다시 황량한 사철의 대지가 되었을 정도로 무지 막지한 확장.
농담이 아니라 나라 한두 개는 집 어넣을 수 있을 정도의 넓이다.
[역시 그렇군요.]
“역시라고?”
[네. 전승에 따르면 고대의 고유세 계 소유자들은 많은 생물과 무생물 을 고유세계에 진입시키는 것으로 고유세계를 성장시켰다고 합니다.]
“이게 정상적인 방법이라는 건가.”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고유세계는 아레스의 영력을 소모하거나 내가 문을 열어서 영력을 각성시켰을 때 만 성장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게 정상적인 성장과정일 리는 없다. 그 렇다면 고유세계는 일방적인 방식으 로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뜻이겠지.
[짐작하건대 무생물만 받아들이거 나 생명체만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는 성장시킬 수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무생물만으로 가능했다면 벌써 최고 랭크를 찍었을 테니까요.]
“하긴.”
내가 스테이지를 진행하면서 자판 기에서 구매한 목재,석재,철광석의
규모는 그야말로 무지막지하다. 부 족한 것이 있다면 당연히 진입시킨 생명체의 숫자일 것이다.
[함장님,현재 시각 시간은 6시 30 분입니다.]
13레벨 중급 스테이지까지 고작 30분이 남아 있다는 말.
“이제 와서 추가적인 가축을 구하 긴 좀 그렇고… 차라리 이 기회에 물을 구해놓는 게 낫겠다.”
나는 남아 있는 가축들을 모두 진 입시킨 뒤 주변에 있는 강으로 다가 갔다.
“잠깐 기다려.”
쿠오오오오!
강에 몸을 담그고 고유세계와 연결 하자 강물이 고유세계에 준비되어 있던 거대한 수조에 담기기 시작했 다.
그런데 그 양이 상상을 초월한다.
“오.”
한순간 푹 줄어드는 수량에 놀라 눈을 크게 떴다. 고유세계의 랭크가 올라갈수록 진입 중량의 증가량이 늘어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그렇 다 하더라도 상상 이상의 양이다.
잠시 후. 강물이 바닥을 드러냈을 때쯤 한계 중량까지 물을 받아들였
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많이 먹고 많이 마시는 편이군.”
“성장기다 보니.”
갑자기 끼어드는 목소리에도 놀라 지 않고 답했다. 그의 은신은 여기 처음 온 순간부터 알고 있었다.
모습을 드러낸 이는 구면이다. 물 론 지인이라는 말은 아니다.
[어벤저스]
[15 레벨]
[악멸(惡滅)사냥꾼 알렉스]
자신의 키만큼이나 거대한 대검을 메고 있는 건장한 체구의 서양인은 예전보다 높은 레벨,그리고 늙은 얼굴을 하고 있다.
철컥!
알렉스는 등에 메고 있는 대검 대 신 허리에 차고 있던 권총을 뽑아 나를 겨눴다.
파르르…….
나를 겨누고 있는 총구가 흔들린 다. 나는 그것이 그의 심적인 고뇌 나 망설임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안 다.
그는 분명히 방아쇠를 당기려고 했
다.
그러나 그러지 못하고 있다.
그가 들고 있는 것은 저스티스 웨 폰. 정의 무구라 불리는 저 무기는 불의한 자가 아니면 공격할 수 없다 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째서. 어째서 네가 불의하지 않 을 수 있는 거지? 너는 수만이 넘 는 사람을 학살한 살인마인데. 설마 정의는 살인이 별것 아닌 악업이라 생각하는 건가?”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표정에 나는 잠시 고민했다.
그러나 이제 와서 무슨 말을 조심
하겠는가?
“알렉스,당신은 채식주의자인가?”
“…무슨 말을 하는 거지?”
“대답해 봐.”
“물론 고기를 좋아한다.”
대답하면서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는 표정에 나는 웃었다.
“그럼 소나 닭이 보기에 너는 무수 한 동족을 죽여 집어삼킨 학살자겠 군?”
“무슨 미친 소리… 설마?”
그가 순간 발끈했지만 금세 뭔가를 깨닫고 눈을 크게 치켜뜬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답은 영격(靈格)이다.”
나에게는 [정의]의 가호가 없다. 그러니까 정의의 무기. 저스티스 웨 폰을 얻을 수 없다는 것.
그게 정의가 나를 싫어해서는 당연 히 아니다.
그저,업(業)의 작동 방식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저 녀석은 예전에도 나에게 따져 물었었지.’
“하지만 그래도 나는 묻고 싶다. 수천수만 명을 학살한 악인(惡人)이 여.”
“왜 꼭 그래야만 했지? 굳이 그들 을 몰살시키지 않아도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는 듯한데. ”
“그리고 왜 그런 학살을 저지른 너 에게 조금의 악업도 쌓이지 않는단 말이냐?”
나에게는 단 하나의 문신도 없다. 코 역시 전혀 길어지지 않았다.
‘사실 말이 안 되는 일이지.’
나는 이미 1,000만 명이 넘는 인 간을 죽였다.
사람을 죽인 걸로 악업이 쌓인다면 그 누구도 감히 내 앞에 이름을 내
밀지 못할 것이다. 그 어떤 연쇄 살 인마도. 설사 히틀러가 와도 내 앞 에서는 애송이일 뿐이겠지.
그러나 살충제를 뿌려 셀 수 없는 벌레들을 죽인 농부를 악인이라 할 수 있을까?
매일매일 땀 홀려 그물을 걷는 어 부를 학살자라 할 수 있을까?
아니다.
업(業)이 쌓이는 기준은 도덕이 아 니라 법칙이며,그 법칙상 업은 대 상과의 영격이 차이 나면 쌓이지도 깎이지도 않는다.
인간이 개미를 학살하고 치킨을 1
년에 300마리씩 먹어도 지옥에 가 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그런……. 설마 네가 인간 이상의 존재라는 말인가?”
“선천신족이라 부르지. 뭔가 대단 하거나 훌륭한 존재는 아니야. 그냥 신의 핏줄을 타고났을 뿐이니까.”
내 말에 알렉스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반인반신이라는 건가? 헤라클레스 같은?”
“옛날 옛적에 멸망한 올림포스 신 족을 가져다 붙일 필요는 없어.”
“•••무슨 말이야. 마치 제우스가 정
말로 있었다는.”
“됐고.”
나는 버벅거리는 말을 끊어버리고 물었다.
“여긴 왜 온 거지? 이 시국에 그 저 징징거리려고 온 건 아닌 것 같 은데.”
단호한 내 말에 잠시 머뭇거리던 알렉스가 말했다.
“지킴이분들의 접촉을 거절했다고 들었다.”
“딱히 필요가 없으니까.”
전에 민경이 찾아왔던 게 바로 그 지킴인가 하는 녀석들 때문이었지만
당연히 까버렸다. 용건도 안 알려주 고 그저 ‘보자’라니 웃기는 녀석들 아닌가?
그런데 알렉스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미국에서 아크 프로젝트를 발동했 다.”
“그게 뭔데?”
“방주를 만들어 우주로 떠나는 계 획이지. 극비 사항이지만… 지구를 벗어나면 스테이지에서도 벗어난다 는 게 확인되었거든.”
“오호.”
모르던 정보에 휘파람을 분다. 이
건 꽤 흥미로운 정보다. 최악의 상 황이 되면 알바트로스함에 사람들을 태워 지구를 떠나는 것도 가능하다 는 말이기 때문이다.
‘물론 채우고 채워봐야 인류 전체 에 비하면 극히 일부겠지만.’
“하지만 지금 이대로는 아크 프로 젝트로 구원할 수 있는 인간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과학과 영능의 힘 을 총집결한다 해도 시간이 너무 부 족하니까.”
“그래서?”
“아크 프로젝트의 진정한 완성을 위해서는 지킴이들의 도움이 필요한 데 그들이 너의 방문을 조건으로 걸
었거든. 다른 건 필요 없고 한번 찾 아와 주기만 하면 된다고 한다.”
“참으로 납득이 가는 이유네. 너무 납득이 가서 수상한 느낌이 먼지만 큼도 없다 그치?”
“게다가 좋게 말하고 있지만 결국 웃대가리들끼리만 도망가자는 말 아 냐?”
비웃는 내 목소리에 알렉스가 이를 악문다.
“그럼 어떻게 한단 말이냐? 그 위 대하고 위대하시던 대마법사님이 20레벨이었다고 하는데! 만일 이대
로 스테이지가 20레벨까지 진행되 면… 홀로 인류 전체와 대적할 수 있었던 대마법사님이 수십억은 있어 야 클리어가 가능……
“에이. 아무리 그래도 20레벨은 아 니겠지. 지금 남은 흔적들만 봐도 20대 후반은 될 거 같은데.”
“너! 인류가 멸망을 피하고자 하는 발버둥이 웃긴단 말이냐?”
발끈하는 그의 모습에 나는 다시 웃었다.
그리고 물었다.
“글쎄. 그런데 인류가 정말 멸망할 까?”
“…뭐라고? 그게 무슨 뜻이지?” 흔들리는 그를 보며 나는 후안을 생각했다.
[내]가 핵폭탄을 투하해 인류를 멸 망시키려고 했을 때 녀석은 그것을 막기 위해 찾아왔었다. 녀석이 정말 로 인류를 사랑하는지는 알 수 없지 만 인류 멸망이 녀석이 바라는 바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이미 인류는 충분히 추려졌다.
녀석은 분명 움직일 것이다.
“너무 조바심 내지 말고 할 수 있 는 만큼 해. 나도 최선을 다해볼 테 니.”
“잠깐! 대체 무슨 소.”
팟!
알렉스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리콜을 발동시켜 알바트로스함으로 돌아온다. 이제 남은 시간은 고작 10분 남짓.
'그러고 보니 여기에서는 문제없이 스테이지 진입이 가눙했었지. 아예 위성궤도에서도 벗어나야 스테이지 에서 벗어나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며 식사를 마친 난 알바트로스함의 거주 구역을 통째로 밀어버리고 만들어놓은 거대한 공동 의 중앙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묵빛의 거인이 서 있다.
텅!
진동의 주입과 함께 나이트의 등이 열리고 조종석이 드러난다. 즉시 탑 승한 후 라이트닝 하트를 일깨운다.
기이이잉----!
[라이트닝 하트 기동. 시스템 올 그린. 드래곤 나이트. 작동합니다.]
지니의 안내와 함께 한쪽 무릎을 꿇고 있던 거인이 몸을 일으킨다. 초기형에서 몇 번의 개량을 거쳐 완 성된 중량 7.5톤. 신장 4.5미터의 수(獸)급 기가스.
카캉!
쇳소리와 함께 드래곤 나이트와는 비교도 안 되게 작은 기가스가 드래 곤 나이트의 몸을 박차고 뛰어올라 어깨에 내려선다. 중량 3킬로그램. 길이 18센티미터의 수급 기가스.
‘슬슬 인급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어렵네. 설계도가 다 있는데도 안 되다니.’
그렇게 투덜거리고 있을 때.
그대로 13레벨 중급 시험이 시작 되었다.
다음 화에 계속...
< 당신의 머리 위에 2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