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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머리 위에 2부-77화 (194/249)

77 화

결국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사실은 당연히 예상하고 있었다. 기본적으 로 종말 프로젝트의 업데이트 속도 는,절대 인류가 감당하기 불가능한 구성으로 설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완성자(10레벨)가 어떠한 경지인 가?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이 경지는 인류 최정상에 위치한 강자들이나

올라설 수 있는 위치였다.

예컨대 소드마스터.

천재적인 자질을 타고난 자가 검 하나에 인생을 다 내던지고 사선을 건너며 깨달음까지 얻어야 마침내 도달할 수 있는 게 완성자의 경지인 것이다.

전투계 완성자의 전투력은 그야말 로 킬링 머신.

현대 병기로 무장한 일개 사단이 몰려들어도 소드마스터와 충돌하면 그저 학살당할 뿐이다. 탱크의 복합 장갑도 뚫어버리는 검기와 대포를 맞아도 견디는 호신기. 총알을 피할 정도의 기동력은 현대의 군인들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것이니까.

과거 한국 최강의 검사라 불리던 천검(天劍) 이종우의 레벨이 11이었 으니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그러나 지금.

11렙. 12랩을 지나 13레벨의 적을 쓰러뜨리는 것은.

간신히 [1 인분]을 했다는 뜻에 불 과하다.

-모든 시험이 끝났습니다!

-스테이지가 클리어되었습니다! 기 여도에 따라 보상이 주어집니다.

-당신의 순위는 공동 1위(1만 122

명) 입니다.

-사망 처리를 변경 없이 적용합니 다.

-남은 [사망 처리]의 숫자.

-9 억 1,113만 5,211명.

종말 프로젝트가 마침내 이름값을 하기 시작했다는 느낌이 든다.

그렇다.

인류는… 정말 종말에 접어들고 있 다.

[미국 플로리다주의 한 슈퍼마켓에 서는 물자를 두고 총격전은 물론 플

레이어들끼리 전투까지 벌어졌습니 다. 영국 길거리에서는 높은 정의 랭크를 가지고 있던 싱가포르 출신 대학생이 습격당하는 사건이 발생했 고 프랑스에서는 동양인을 사냥하는 폭력 집단까지 출현했습니다. 종말 론의 확산 속에서 바닥을 드러낸 인 간성. 한혜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인간성이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 는지를 두고 경쟁이라도 하는 듯 눈 살을 찌푸리는 장면이 곳곳에서 속 출하고 있습니다. 세계 각지에서 벌 어진 폭력시위로 인해 엄청난 숫자 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의회에서는 계엄령에 대한 이야기

도 나왔지만,플레이어들의 수준이 크게 오르고 국방부가 와해 직전의 상황에 처하게 되면서 그 실효성이 의심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 공화국이 공식적으로 ‘소멸’되었음이 확인되었 습니다. 부르키나파소는 총인구 1천 400만에 달하던 나라였는데요. 마땅 한 플레이어 전력이 없었던 부르키 나파소는 총인구의 90% 이상끼 사 망하여 사체들을 처리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참혹한 지경에 빠져들 었습니다. 이런 국가는 비단 부르키 나파소뿐만이 아니라…….]

“업데이트가 계속 되는 이상 이렇

게 될 수밖에 없긴 했지……

13레벨 하급 시험이 끝나고,가뜩 이나 줄어든 인류의 숫자는 더더욱 줄었다. 전 세계는 그야말로 혼란의 도가니. 지금껏 간신히 나라 꼴을 유지하고 있던 수많은 나라들의 사 회시스템도 마침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대마법사의 안배도,삼신의 제약도 공포에 이성을 잃은 사람들을 완전 히 통제하지는 못한다.

“야! 뭘 멍 때리고 있어? 빨리 가 서 털자!”

“그래! 움직여!!”

나는 벤치에 앉아 아이스커피를 마

시며 은행 문을 부수고 들어가는 사 내들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고작 열 명 정도의 인원에 총 한 자루 없는 강도들이지만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물론 경찰들조차 감히 그 앞을 막아 서지 못했다.

그 열 명의 인원 모두의 머리 위 에 이런 글자가 떠 있기 때문이리 라.

[11 레벨]

내 눈에 보이는 그들의 역량은 고 작 7〜9레벨에 불과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일반인들의 눈에는 항거할

수 없는 강자로 보이는 모양이다.

‘일반인 중에서 플레이어가 그렇게 많지 않네.’

스테이지는 전 인류를 대상으로 진 행되고 있다. 사실 상식적으로 생각 하면 인류의 절반 이상은 플레이어 여야 하는데,주변에서 비명을 지르 며 숨는 사람들 중에는 어찌 된 게 플레이어가 하나도 없는 것 같다.

[정확히는 고레벨이 없는 것이지요.]

‘그래. 그러고 보니 5레벨 이하는 꽤 많이 보이네.’

그러나 그 이상의 플레이어는 거의 없다. 지금 스테이지 진행이 인류 전체의 역량이 아니라 소수의 엘리

트 중심의 역량으로 진행되고 있다 는 증거이기도 하다.

“저거 어떻게 해요! 경찰에 신고 했어요?”

“신고는 했는데 경찰이 온다고 저 걸 막을 수 있어요?”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들.

그리고 그때였다.

“모두 멈추십시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은행을 털던 플레이어들의 뒤에 한 명의 인영이 내려선다. 나는 그를 보고 입을 벌 렸다.

“•"스님.”

그렇다. 스님이다. 파르라니 깎은 머리에 장삼을 입고 그 위에 가사까 지 걸친 진짜배기 스님. 산속에 있 는 절도 아니고 이런 도시 한가운데 에서 보기에는 너무도 이질적인 존 재다.

“너 뭐야?! 꺼져!!”

이런 곳에서 강도질이나 하는 머저 리들인 만큼 바로 공격해 들어갈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녀석들은 스님을 경계하며 자세를 잡았다.

‘완전 바보들은 아니군.’

왜냐하면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 다. 아무것도 아니던 자신들이 총알 을 피하고 은행의 두꺼운 철문을 부

술 수 있듯,아무런 힘이 없어 보이 는 스님 역시 완성자 이상의 강자일 수 있다. 자신들에게 있어 가장 큰 위협은 경찰이나 군인이 아니라… 지나가던 고렙 플레이어인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뭘 졸고 있어 바보야! 레벨을 봐! 8랩밖에 안 된다!”

“어,그러네? 아니 이 노친네가 미 쳐 가지고! 너무 갖춰 입은 땡중이 라 지나가던 고수인 줄 알았잖아?!”

새파랗게 불타는 검을 든 사내가 으르렁거리며 땅을 박찬다. 더 이상 의 말도 필요 없다는 듯 조금의 망 설임도 없는 참격!

그러나.

쩡!

“멈추시오. 지금 이 행동들로 그대 들의 악업만이 쌓이고 있다는 것을 모르겠소?”

우우웅!!! 우우우웅一!!!

“윽! 으아악!!”

“크윽! 이게 뭔……?!”

황금색 파동과 함께 덤벼들던 플레 이어들 전부가 바닥을 뒹군다. 온화 한 종류의 기운이었기 때문에 크게 다친 이는 없었지만,그야말로 상식 을 벗어나는 힘이다.

‘뭐야? 힘을 숨겼나?’

그러나 내 눈에 보이는 정보도 크 게 다를 게 없다.

[성불사]

[7 레벨]

[일선행자 명월]

“뭐지?”

무심코 중얼거리던 난 이내 그가 사용하는 힘의 출처를 발견했다. 그 것은 그의 손에 들려 있는 지팡이. 그것을 발견한 것은 나뿐이 아닌 듯 플레이어들에게서부터 비명이 터져 나온다.

“저스티스 웨폰이다!”

“아니,시발! 8레벨짜리가 저 막대 기 하나 들었다고 이 정도까지 강해 진다고?”

“티어가 대체 어떻게 되는 거야?!”

비명을 지르면서도 그들은 맹렬한 기세로 덤벼들었다. 그들 역시 공포 와 싸우며 스테이지를 클리어해 온 플레이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 황이라면 더욱더 빨리 결단을 내려 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퍽!

명월의 어깨에 단검이 박힌다. 명 월은 이를 악물며 정의봉을 휘둘렀

다.

후옹-!

해일처럼 일어난 기운이 플레이어 들을 날려 벽에 충돌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도 죽는 사람은 없다.

'바보 같은.’

힘을 조금만 집중해도 두 명씩 끊 어서 처리할 수 있을 텐데 명월은 철저히 제압만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문제는 그가 그렇게 자비를 보일 수 있을 만큼의 강자는 아니라는 점 이다. 강력한 저스티스 웨폰을 들고 있다 하더라도 스스로의 역량이 부

족하니 한계가 분명하다.

'땡중 새끼야!!”

아스팔트 바닥이 물결쳐 명월이 넘 어지게 만든다. 지팡이를 잡고 버렸 지만 결국 넘어졌고,살아 있는 생 물처럼 몸을 일으킨 아스팔트가 명 월의 몸을 집어 삼키려 들었다.

“합!”

그러나 기합과 함께 명월이 바닥을 치자 바닥에서 삽시간에 나무가 자 라나 그의 몸을 뒤덮는다.

“좋아 땡중! 거기 딱 그러고 있어 라!”

화악!

불덩이가 만들어진다. 강도 무리에 마법사가 있었던 것. 명월은 대경해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여전히 땅이 흔들리고 있다.

그리고 그 순간.

푸욱!

“끄… 억.”

불덩이를 만들었던 마법사의 입에 서 피가 울컥 뿜어져 나온다. 깜짝 놀란 플레이어들이 고개를 돌렸을 때 보인 것은 기다란 쇠꼬챙이를 들 고 있는 강철 난쟁이다.

“고블린! 이,이런 시발! 조종사를 찾!”

퍽! 퍽퍽!

화살이 쏟아진다. 나는 근처 건물 옥상에 자리 잡고 있는 헌터들을 발 견했다.

쿵쿵!

두 기의 버서커가 모습을 드러내 달리기 시작한다. 녀석들의 손에는 자판기에서 본 적 없는 디자인의 병 기. 그러니까 광선 검이 들려 있다.

‘저스티스 웨폰이다.’

촹황!!

“큭! 아,안 돼! 도망쳐야……!”

몇 번의 충돌에 중과부적을 느낀 플레이어들이 몸을 돌리려 했지만

광선 검은 그들을 놓아주지 않았다. 화살은 계속 쏘아졌으며,작은 체구 의 고블린들이 날렵한 움직임으로 치명적인 일격을 날린다.

눈 깜빡할 사이에,강도들은 전부 시체가 되었다.

“이,이런……

죽음을 각오한 듯 눈을 감았던 명 월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피바다가 된 도로를 바라보았다.

“괜찮으십니까?”

날카로운 디자인의 헬멧을 쓰고 있 는 사내가 명월에게 다가온다. 내가 재석이에게 아바타 시리즈를 넘겨주 며 같이 넘겼던 조종기. 아바타 시

리즈를 움직이는 소프트웨어는 어디 까지나 지니의 배틀 시였던 만큼 다른 사람이 사용하려면 반드시 필 요한 물건이다.

“괘,괜찮소이다. 하,하지만… 어 떻게. 다,다 죽이다니.”

“제압하기에는 너무나 위험한 녀석 들이었습니다.”

“아니,플레이어들의 생명력은 보 통이 아니지 않소? 부상을 입히는 정도만 해도.”

창백한 얼굴로 항의하는 명월.

그리고 그때였다.

-악을 멸하는 것은 정의의 첫걸음. 김소향. 충분히 정의를 실행한 너에 게 나의 신기를 내리노라.

묵직한 목소리와 함께 하늘에서 빛 나는 단검이 내려온다.

덜컹!

근처에 주차되어 있던 자동차의 문 이 열린다.

황급히 튀어나와 빛나는 단검을 받 은 건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꼬맹 이였다.

“와! 저스티스 웨폰! 저스티스 웨 폰이에요!”

떨어져 내린 무기를 받아 든 꼬마 가 활짝 웃으며 방방 뛰었다.

명월이 창백한 얼굴로 물었다.

“서,설마"•…. 저 꼬마가 고블린을 조종한 것이오? 저렇게 어린 아이가?”

“•♦•아바타 시리즈는 신체 능력이 모자라도 조종할 수 있으니 어린아 이도 조종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어린아이들이 적응이 빨라 조종술에 서 더 좋은 결과를 내는 편이지요.”

“말,말도,말도 안 되오! 저렇게 어린 아이를 이런 끔찍한 현장에 데 려왔단 말이오? 저렇게 어린 아이에 게 살인을 시켰단 말이오? 어떻게? 대체 어떻게?”

명월이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듯 손을 덜덜 떨었다. 하늘에서 내려온. 마치 장난감처럼 생긴 단검을 품에 꼭 안고 있던 소녀. 소향은 겁먹은 표정으로 명월을 바라보았다. 자신 을 바라보며 덜덜 떠는 노인의 모습 에 어쩔 줄 몰라 한다.

“저,저기. 제가 잘못한 건가요?”

“아니,그렇지 않다. 소향아,어서 셀리를 데리고 차로 돌아가거라.”

“네!”

소향은 도도도 하고 달려 땅에 뿌 려진 피와 시체를 피해 맨 처음 마 법사의 가슴에 꼬챙이를 꽂아 넣었 던 고블린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응차. 하고 고블린을 안아 들더니 다시 달려 자동차로 돌아간다.

이제 보니.

그녀가 안고 가는 고블린의 머리에 분홍색 리본이 매어져 있다.

나는 그 모든 모습을 가만히 지켜 보았다. 나뿐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 이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헬멧을 쓰고 있는 사내가 말했다.

“명월 스님,우리는 종말을 앞두고 있습니다.”

“하,하지만. 하지만.”

“스님.”

사내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 역시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보 였다. 이 모든 건 정부의 승인 하에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든지,이 혼란 스러운 시국에 악인들을 즉시 처벌 하지 않으면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것이라든지. 저스티스 웨폰 의 성능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이 어 린아이들은 다음 스테이지에서 죽게 될 것이라든지. 뭐 이런저런 이유들 이 있겠지.

그러나 결국 그가 꺼낸 말은 그리 길지 않았다.

“인류는 살아남기 위해 뭐든 해야 합니다.”

대답하지 못하는 명월을 두고 사내 가 떠나간다. 연예인들이나 탈 법한 승합차에 올라탔고 그런 승합차의 지붕에 두 기의 버서커와 3기의 헌 터. 8기의 고블린이 자리 잡는다.

부릉!

떠나가는 승합차. 그때까지도 명월 은 멍하니 자리에 앉아 있었다.

“어떻게.”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그는 간신히 말을 내뱉었다.

“어떻게 이럴 수 있단 말이오. 세 상이 어떻게… 어떻게… 으흑……

다 늙은 노인이 펑펑 눈물을 쏟아 내기 시작한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 이 그런 그의 모습을 더 지켜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린다.

나는 지니에게 물었다.

‘지금 남은 인류의 숫자는 어떻게 되지?’

[40억이 채 되지 않습니다. 그리 고… 다음 스테이지에서는 더욱 줄 어들겠지요.]

펄럭!

그녀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돌리니 때마침 펄럭이는 현수막이 시야에 들어온다.

그곳에는 이렇게 써 있었다.

-군사정권 때 불법 고문당하고 40 년 만에 무죄판결.

-눈물을 쏟던 밤에서 마침내 평안 을 찾기까지.

-절망의 끝에서 희망을 찾는 이야 기

-명월 스님 [행복한 대화] 선착순 무료 입장!

-매일 오후 2시 달라달라 문화센 터

-(명월 스님은 다이아 랭크 정의 봉의 소유자이십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시간을 확인 했다.

오후 5시 30분. 13레벨 중급 스테 이지까지 고작 1시간 30분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다음 화에 계속...

< 당신의 머리 위에 2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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