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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머리 위에 2부-75화 (192/249)

75 화

나는 민경과 광화문을 지나 길을 건너 광화문 광장으로 들어섰다.

잠시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던 민 경이 말한다.

“경은이와 재석이는 태중 혼약 한 사이였습니다.”

“이가 사람들은 재석이를 장사치 아들이라고 무시하던데?”

“이면세계에 취해서 현실감각을 잃 은 꼰대들이나 할 법한 소리지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 기야 지금은 현대고,금력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힘이다. 아무리 돈 보다 힘이 더 중요한 이면세계라 해 도 막대한 금력을 가진 재벌가는 반 드시 잡아야 할 세력이리라.

“거기에 경은이는 후궁의 자식이니 재벌가와의 정략결혼에 충분히 쓸 법한 카드였지요. 그 결과 경은이와 재석이는 아주 어릴 적부터 가까이 지내게 되었지요.”

결국 저울추가 맞았다는 뜻. 민경 은 한결 차분해진 표정으로 말을 이

었다.

“어른들의 사정으로 시작한 관계였 지만,두 녀석의 사이는 꽤 좋았습 니다. 특히 경은이가… 재석이를 많 이 좋아했지요.”

“뭐?”

전혀 짐작 못 하던 일이다. 왜냐하 면 학교에서 재석이는 경은이만 보 면 바퀴벌레처럼 몸을 숨기기에 급 급했기 때문이다. 경은 역시 재석을 무시하고 경멸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경은이 재석이를 많이 좋아했다고?

“그럼 뭐가 문제였어?”

“선별이 문제였지요. 재석은 완전

무능력자 판정이 나왔거든요. 사실 거기까지도 문제가 없었지만… 경은 이가 파란색 촛불을 피워내 버렸지 요.”

민경의 말에 나는 나 역시 받았던 선별의 과정을 떠을렸다. 그리고 [선 별의 빛] 역시도.

“아. 기억난다. 신마기영응체(神魔 氣靈應體).”

“네. 경은이가 파란색 촛불을 피운 재능은 영력이었습니다. 심지어… 호응력까지 노란색의 재능을 피워냈 지요.”

나는 과거 나를 선별하러 왔던 선 별사 율(律)의 말을 떠을렸다.

“맞습니다. 이 초들은 각각외 재능 을 색으로 구별시켜 주지요. 아,물 론 지금 이게 내 재능이라는 건 아 닙니다. 사실 남색 이상의 재능을 가진 자는 전 세계를 뒤져봐도 한 명도 없거든요.”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의 등급 분 류에서 남색 이상의 재능을 가진 사 람이 전 세계에 단 한 명도 없는데 파란색이라는 게 무슨 뜻이겠는가?

“최상위급 재능이겠네.”

“그 정도를 넘어섭니다. 이 세상에

살아 있는 파란색 재능의 소유자는 100명이 채 안 되니까요. 거기에 호 응력의 재능까지 가진 경은이는… 이가의 가장 강력한 비수라 불리는 심판자의 일맥을 이을 수 있는 유일 한 존재가 되었지요.”

그리고 그 결과,이가와 일성 그룹 의 정략결혼이 박살 나버렸다는 말 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비등 하다고 생각한 저울추가 한쪽으로 급격하게 기울어 버렸으니.

“경은이는 울며불며 저항했습니다. 단식은 물론이고 자해까지… 어린 녀석이 고집이 얼마나 센지 어른도 당혹스러워할 정도였지요.”

“재석이는?”

“그런 경은이를… 설득했지요.”

“아이고.”

나는 대충 그려지는 그림에 혀를 찼다. 재벌가의 사람이었기 때문일 까? 재석이 녀석이 좀 더 현실적으 로 자신의 처지를 파악한 모양이다.

그리고 그것이 경은에게는 상처가 되었겠지.

‘하지만 재석이라고 정말 괜찮았을 리는 없다.’

헤어지기 싫다고 저항하는 소굽친 구를 스스로 설득해 떼어내야 하는 것이다. 다른 것도 아니고 자신의

재능이 너무나 별 볼 일 없다는 이 유로…….

얼마나 비참했을 것인가? 얼마나 세상이 원망스러웠을까?

“그럼 지금은 어때?”

“물론 지금도 가문의 어른들은 불 평할 겁니다. 심판자 일맥에 대한 가문의 자부심은 정말 대단하니까 요. 하지만.”

지금껏 담담하던 민경의 얼굴에 싸 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맺힌 게 많았는지 보기 드문 표정을 보이고 있다.

“이제 와 그것들이 뭐 어쩌겠습니

까? 일반인이었던 재석이가 17레벨 이 되는 동안 완성자도 못 된 버러 지 놈들이.”

“흠. 그래.”

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뭐, 알아서 할 것이다. 인류가 멸망하네 마네 하는 상황에서는 그리 중요한 문제도 아닐 테고.

‘문제가 생기면 재석이가 도와달라 고 하겠지. 자존심 때문에 실리를 버릴 녀석은 아니니.’

그렇게 생각하며 한쪽에 있던 벤치 에 앉는다. 민경은 약간의 간격을 두고 따라 앉았다.

더위가 점점 가시기 시작하는 늦여 름.

나는 사방에 가득한 사람들을 보았 다.

“와글와글하구만.”

하도 많은 사람이 오는 장소였기에 도로까지 폐쇄되어 버린 광화문 광 장은 무슨 단체 시위가 있는 것도 아니거늘 사람으로 빽빽하게 들어찼 다. 사람들은 길을 따라 걸으며,혹 은 준비된 자리에 앉아서 삼삼오오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심지어 서로 모르는 사이여도 거리 낌 없이 자리를 내서 앉아 대화를

나눈다. 그들 중에는 잘 차려입은 사람들도 있었고.

“뉴스 보셨어요? 지금 출석한 국회 의원이 서른 명밖에 안 된다던데.”

“전 좀 달라요. 편견이겠지만 국회 의원은 다 쓰레기라고 생각했거든 요. 정의가 내리는 심판은 권력자에 게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걸 생각하 면… 전 서른 명이나 남아 있다는 게 오히려 기대 이상으로 느껴지네 요.”

중고등 학생들도 보인다.

“여성부 없어졌다는 건 들었냐? 진 짜 개 빵 터진다. 푸하하하하!! 와, 이게 하루 만에 정리가 되네. 사실

절차상 말이 안 되는데 지금 세상 돌아가는 판이 절차 같은 게 없는 판이라.”

“지금 여성부가 문제냐. 국방부를 봐라 국방부를.”

“기부 단체도 다 박살 나서 국가에 서 아예 새로 만든다더라.”

“뉴스에서 오늘 터진 대형 폭로만 3,000건이 넘는대. 너무 많아서 다 기억하기도 힘들다.”

당연한 말이지만 가장 큰 화제는 바로 정의와 진실. 그리고 명예의 등장이 만들어낸 후폭풍이다.

‘아 그래. 이런 일이 있었지. 하도

오래되어서 잊고 있었네.’

물론 화제가 그것만은 아니다.

“철가면 공략 통째로 외우고 갔는 데도 기억이 하나도 안 나네. 이래 서야 어쩌다 죽었는지도 알 수가 없 으니.”

“철가면이 진짜 대박이긴 해. 아니, 10레벨 시험을 어떻게 3레벨로 깨 지? 공략할 시간이 뭐 얼마나 많았 다고.”

“사람이 아냐 신이지. 공략의 신.”

“난 글렀어. 못 깨겠어……. 이제는 한 번을 클리어할 수가 없으니 레벨 업도 스톱이야.”

“아니 근데 10레벨 중급 스테이지 는 어떻게 완벽 클리어가 된 거야? 삼신의 가호가 그렇게 대박인가? 내 주변에는 가호 받은 사람이 없어서 모르겠어.”

광화문 광장은 수많은 사람들의 활 기로 북적거린다. 사람들이 바쁘게 오가고,대화하고,먹고 마시며,강 연을 듣고,공연을 하는 한편,심지 어는 함께 수련도 하고 있다.

그 모습을 보다 보니 문득 궁금해 졌다.

“신기해.”

“뭐가 말씀입니까?”

“사회가 여전히 이렇게 잘 굴러가 고 있잖아.”

인간이 만든 시스템이라는 건 섬세 한 유리와 같아서 어디 한 군데만 잘못 맞아도 사회 전체에 쩍. 하고 금이 가버리기 마련이다.

지금은 그야말로 말세(未世).

국정이 마비되고 사회시스템이 붕 괴하면서 음모론이 퍼지고 시위가 일어나는 게 정상인 상황인데,어째 서인지 기이할 정도로 사회가 멀쩡 히 유지되고 있다. 점점 절망적으로 변해가는 상황에 전체적으로 분위기 가 가라앉고 있는 게 느껴지긴 하지 만,그럼에도 대중교통은 여전히 운

행하고 있고,식당들도 문을 열며, 직장인과 공무원들은 정상적으로 출 근한다.

“필사적인 발악이지요. 절망을 느 끼는 만큼 더더욱 일상을 지켜내고 있는 것입니다.”

“부족해.”

그녀의 말이 완전히 틀렸다고는 생 각하지 않는다. 실제로 내 눈에 보 이는 사람들이 이 악물고 서로를 응 원하며 일상을 지켜내는 모습을 보 여주고 있었으니까.

정말 죽음이 눈앞에 다가오자,그 것도 모두에게 평등하게 다가오자 사람들이 더더욱 필사적으로 살아가

고 있는 상황.

그러나 모두가 한마음으로 그럴 리 는 없지 않은가?

세상에는 구제 불능의 인간들이 존 재하게 마련이다. 아니,존재하는 정 도가 아니라 무수하게 많다. 말도 안 되는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자들. 뇌를 비우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자들. 모든 도움과 선의를 뒤틀리게 받아들이는 이들과 새롭게 얻은 힘 으로 남을 억압하고 싶어 견디지 못 하는 자들까지.

“대마법사님의 안배입니다.”

“안배가 참 많기도 하군.”

“실제로 많습니다. 대마법사님께서 는 모든 경우의 수를 다 대비하셨지 요. 좀비 바이러스,우주 괴수의 강 림,게이트의 등장,최악의 전염병, 기계족 각성……. 저조차 다 알지는 못하지만,아포칼립스 영화에 나올 법한 거의 모든 경우에 대비하셨다 고 하죠. 각 부처는 물론이고 방송, 교통,의료 등등 모든 분야에 대응 매뉴얼이 완성되어 있습니다.”

“그건… 대단하네.”

아무리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다. 초월자라도 이렇게까지 하려면 어지 간한 정성과 노력으로는 어림도 없 을 텐데. 이쯤 되면 거의 안배의 제

왕 아닌가?

“물론,대마법사님의 안배가 모든 걸 해결한 건 아닙니다. 사람들이 그 안배를 제대로 실행할 수 있어야 하죠. 그런 면에서 한국은 전 세계 에서 톱클래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시스템을 거의 온전히 유지하고 있으니까요.”

자부심이 느껴지는 발언. 그리고 그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정권이 붕 괴하고 무정부상태가 되어버린 북 한,나라가 지역별로 쪼개져 버린 중국을 제하더라도 지금 세계 대부 분의 나라는 계엄령을 선포하고 개 인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는 상황이

니까. 선진국 중에서도 대중교통과 문화 사업이 살아 있는 국가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것만 봐도,한국이 종 말 프로젝트에 얼마나 잘 적응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삼신 덕이기도 하지.”

“그건 인정합니다.”

악한 짓을 하면 그것이 문신으로 몸에 새겨진다. 거짓을 말하면 코가 길어지고 불명예스러운 일을 한다면 앉는 자리가 불편해진다.

인류의 이해를 넘어서는 초월적인 존재. 삼신(근神)의 권능은 멸망의 기로 앞에서 미쳐 날될 수 있었던 인류의 정신 줄을 강하게 틀어쥐었

다. 멸망의 시대에 사회시스템을 망 가뜨리는 행동은 대부분 [악행]이 될 수밖에 없고,아직까지 그 어떤 방법으로도 그런 행동에 대해 가해 지는 삼신의 권능을 피하는 게 불가 능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사람들 중에는 삼신을 종말 의 시대에 내려온 구원자로 보기도 했다. 실제로 그들의 존재로 인해 인류 문명이 지켜지고 있었으니까.

물론 모든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기적이 신의 증거는 아니다. 왜냐 하면 기적은 악마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겨드랑이에 성경을 끼고 있는 노인 이 팻말을 들고 서 있다. 일종의 일 인 시위. 누구 보라고 하는 것인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 수 없는 행 동이지만 이 항거할 수 없는 변화 앞에서 그렇게라도 저항하기로 마음 먹은 모양이었다.

“저기 저 사람 좀 봐.”

“뭐 당연히 있을 법한 모습이지. 오히려 뭔 일 터질 때마다 사람들 우르르 몰려나오던 대형 교회 목사 들이 안 보이는 게 신기하다.”

“대형 교회 목사들이 어떻게 광화 문으로 와? 방 밖으로도 못 나오 지.”

“하기야.”

냉소 섞인 사람들의 반응에 움찔하 지만 팻말을 들고 버티는 노인. 나 는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이렇게 잡담을 하려고 찾아온 건 아닐 테고. 용건은 뭐 야?”

내 물음에 민경이 고개를 끄덕이고 답했다.

“지킴이에 대해 알고 계신가요?”

“들어는 봤지.”

그것은 대마법사가 만들었다는 율 법 단체(律法團體)의 이름이다. 이 면과 표면을 구분하려는 대마법사의 뜻을 강제하는 단체,지킴이.

“그들은 규칙의 수호자들입니다. 그들은 한 명 한 명이 인류 최강에 맞먹는 힘을 가지고 있지만 그 힘을 스스로를 위해 쓸 수는 없는 존재들 이지요.”

그녀는 지킴이에 대해 간단히 설명 했다. 이면세계의 능력자들이 제멋 대로의 성향을 가지고 있음에도 표 면세계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 하는 것이 바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규칙을 강제하는 지킴이들이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인류 최강에 맞먹는 힘이라는 게 어느 정도인데?”

내 질문에 민경은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탐을 탈 출할 때 잠시 대적한 적이 있습니 다. 그들 중 하나가 영민이와 대등 하게 싸웠었지요.”

‘15레벨이라는 건가. 그러고 보니 경회지의 이무기 녀석들도 15레벨 이었… 설마?’

순간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 물었

다.

“그 녀석들도 스테이지를 클리어하 는 건가?”

스테이지를 진행할 때 적을 죄다 일격에 쓰러뜨리며 진행했음에도 내 위에 수천 명의 랭커가 있었다. 아 직 스테이지라는 시스템에 적응할 틈도 없을 텐데 도대체 어디에 이만 한 강자들이 숨어 있었나 하는 의문 이 들게 만들었던 정체불명의 존재 들.

“물론입니다. 지킴이는 온갖 사명 으로 억제되고 있어 사욕을 채울 수 없는 존재지만… 그럼에도 인간이니 까요.”

“숫자는?”

“정확히는 알 수 없습니다. 아주 강력한 은폐 능력을 지닌 집단인지 라……

잠시 고민하던 민정이 말했다.

“대충 5천 명에서 1만 명 정도?”

“..r

나는 깨달았다.

‘내가 이상하다 했지!’

역시 그런 놈들이 있었구나!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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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次넓1     、-  _          L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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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머리 위에 2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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