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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머리 위에 2부-70화 (187/249)

70 화

[최단 4시간. 최장 9시간입니다.]

“…뭐라고?”

나는 너무나 극단적인 단축에 할 말을 잃어버렸다. 고블린이 최단 54 시간에 최장 77시간이고 거기에서 획기적으로 줄인 헌터가 최단 37시 간에 최장 44시간인데 어떻게 갑자 기 10시간 안쪽이 뜰 수가 있다는 말인가?

[놀랐냐?]

놀리는 듯한 아레스의 말에 나는 황당해하며 말을 쏟아냈다.

“말이 안 되잖아? 아니,공략을 어 떻게 해야 10시간 안쪽으로 해? 이 정도면 거의 스테이지를 뛰어다니는 수준 아닌가? 설마 진짜 뛰어다님?”

황당함에 물었지만,사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10레벨 스테이지의 배 경이 어디인가?

바로 ‘침묵’의 스테이시호.

이 침묵이라는 단어는 괜히 붙어 있는 게 아니다. 침묵은 10레벨 스 테이지 전체를 관통하는 컨셉인 것

이다.

'메탈 에일리언 놈들이 워낙 귀가 좋아서.’

발소리만 조금 크게 내도 저 멀리 에서 괴성을 지르며 달려온다. 메탈 에일리언 놈들이 서로의 괴성을 신 경 쓰지 않아서(자기들끼리도 심심 할 때마다 한 번씩 질러주기 때문인 것 같다.) 괴성과 동시에 모든 에일 리언이 한자리에 몰리는 상황은 벌 어지지 않지만,전투가 길어져 소란 스러워지면 농담 아니고 1 : 5의 상황이 되는 경우도 왕왕 나온다.

[하지만 함장님은 30분도 안 걸리 시지 않습니까?]

“아니,나는 상황이 다르지.”

10레벨 스테이지에서 나는 주 장 비도,보조 장비도 파밍하지 않는다.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나에게 메탈 에일리언은 그야말로 호구.

그 때문에 그냥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어그로를 끌고 오는 놈들 을 잡아 족치면 스테이지가 끝난다. 아직은 10레벨 중급 난이도지 상급 난이도가 아니라서 스테이지의 넓이 도 감당할 만한 수준이니까.

그러나 금속의 속성력도,경천칠색 도 없는 아바타-1761의 상황은 전

혀 다르다. 녀석이 9레벨의 성능을 가지게 된 것은 물론 놀라운 일이지 만,안타깝게도 메탈 에일리언은 그 보다 높은 10레벨의 괴물이니까.

가장 대표적인 [벽]이라 불리는 완 성자의 경지를 가르는 것이 10레벨.

9레벨과 10레벨의 차이는 단순히 1레벨의 차이가 아니다. 정면 대결 로는 아바타-1761이 다섯에서 열은 덤벼야 메탈 에일리언을 감당할 수 있겠지.

[마침 요번 스테이지가 끝났군요.]

“음?”

지니의 말에 나는 쓰고 있던 우자

트를 조작해 스테이지 안을 들여다 보았다. 스테이지 안에 있는 내 육 신을 중계기 삼은 연결이다.

보이는 것은 쓰러져 있는 마지막 메탈 에일리언의 모습.

-다음 전투를 시 작하시 겠습니 까? 연속으로 적을 쓰러뜨릴 경우 클리 어 숫자만큼 [사망 처리]가 취소됨 니다. 스테이지 종료 시 취소되지 않은 [사망 처리]는 [확정]으로 변해 되돌릴 수 없습니다.

내 눈앞에도 보이는 안내. 그리고

그러자.

[시작.]

철상으로 변해 있는 내 손에 들려 있던 스피커가 답한다. 스테이지는 아바타-1761이 다 깼어도 시험을 치르는 주체는 나이기 때문에 답은 몸 쪽에서 해야 한다.

팟!

단번에 배경이 변한다. 이번에도 시작 지점은 침대 위다.

윙.

순간 내가 앉아 있던 공장장의 의 자가 영력을 혹,하고 빨아들인다. 그와 동시에 내 앞에 서 있던 아바

타⁻1761이 사라진다.

팟!

철상 상태인 내 몸 앞에 나타난 아바타-1761은 조금의 소리도 나지 않을 정도로 날렵하게 침대 위에 내 려섰다.

그리고 그렇게 잠시 멈춰 서 있다.

“뭐 하는 거야?”

[공기를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이 물질이 없도록 철저히 정제까지 하 고 있지요.]

공기를 왜? 라는 의문을 떠올리는 순간 떠오르는 단어가 있었다. 그러 고 보면 아바타-1761은 앞의 두 기

체와는 몸의 형태가 전혀 다르다.

“…공압식? 설마 공압식 인공 근육 을 만든 거야?”

[그렇습니다. 스테이지가 팍팍한 건 사실이지만……. 적어도 공기는 있으니까요.]

“왜 이렇게 커졌나 했더니 그런 이 유였나. 하지만 왜? 특성 [강철 근 육]이 있잖아?”

보통 기가스의 운동능력은 유압 구 동으로 작동하는 인공 근육에서 나 온다. 내유성(耐油性)을 가진 튜브 에 초고강도를 자랑하는 섬유 편직 직물을 감고 유압으로 튜브를 팽창 시키면 피복 튜브가 길이 방향으로

수축하는 인공 근육이 된다.

크게는 수십,수백 톤. 적게는 수 킬로그램의 섬세한 힘의 제어가 가 능한 인공 근육은 링크 기구 등과 결합하면 관절처럼 구동할 수 있어 기가스를 제작하고자 할 때 당연히 고려했었다, 갑주처럼 입는 방식에 는 별 필요가 없지만 스스로 움직이 기 위해서는 당연히 사용해야 하는 기술이었기 때문.

다만 결국 나는 인공 근육을 포기 했다.

내가 쓸 수 있는 재료가 나무,돌, 철뿐이었기 때문이다.

튜브가,섬유 편직이 없는 것은 물

론이고 무엇보다 기름이 없다.

‘기름이 뭐야. 물도 없는데.’

자판기에서 파는 액체라고는 현실 로 가지고 나갈 수 없어 당장 써야 만 하는 영약이나 포션류뿐. 그 때 문에 지니와 아레스는 아예 유압식 인공 근육이 아니라 공압식 인공 근 육을 만든 모양이다.

유압식에 비하면 부피는 커지지만, 최소한 작동은 할 테니까.

‘하지만 그래 봐야 강철 근육의 출 력을 따라오지 못할 텐데……

내 내심을 짐작한 듯 지니가 긍정 한다.

[강철 근육이 편하긴 합니다.]

[강철 근육]의 효과는 간단하다. 그냥 금속에 수축하고,또 이완하는 특성을 부여하는 게 전부.

그러나 이 간단한 특성이 가진 효 과는 너무나 막대해서 이 특성을 가 진 금속을 재료로 한다면 운동능력 을 가진 기가스를 간단히 만들어낼 수 있다. 특히 부여하는 영자력이 강하면 강할수록 출력이 강해지므로 내 경지가 올라가면 을라갈수록 점 점 더 강력한 괴력을 부여할 수 있 겠지.

그러나 거대한 아레스의 고개가 절 레절레 흔들어진다.

[우리도 그냥 그 특성을 쓰고 싶었 는데……. 성능을 극도로 올리려면 결국 편한 건 포기해야 하더라고.]

“강철 근육 대신……. 다른 특성을 강화하고 싶었구나?”

[그렇습니다.]

내가 부여할 수 있는 특성의 총량 은 주어진 금속의 총량과 비례한다.

내가 1킬로그램의 철에 1만큼의 특성을 부여할 수 있다면 2킬로그램 의 철에는 2만큼의 특성만을 부여할 수 있다.

즉,부여되는 특성의 종류가 많으 면 많을수록 각각의 특성은 약해진

다.

“그럼 결국 무슨 특성을 추가하고 싶었던 거야?”

내가 정지되어 있던 와중이니 새로 운 특성을 추가할 수는 없다.

내가 배럭에 추가해 놓은 특성 카 트리지는 [동심원],[강화],[복원], 그리고 화염,빙결,뇌전의 [속성저 항]. 그리고 가장 긴 시간을 투자해 만들어낸 [강철 근육]까지 7개뿐이 니까.

[계속 보시면 아실 겁니다.]

“거참,그냥 좀 말해주지.”

투덜거리며 아바타-1761의 시선을

바라본다. 녀석은 침대 근처에 있던 수건을 주섬주섬 챙긴 후 그걸로 자 신의 발을 두툼하게 덮었다. 발소리 를 덮기 위함이다.

“자료실 근처네. 그럼 내 몸은 캐 비닛에 숨기면 되겠다.”

[바로 그렇습니다.]

우리들의 대화대로 아바타-1761은 내 몸을 번쩍 들어 자료실 한쪽에 자리한 캐비닛에 가져가 넣고 문을 닫았다.

그 후로는 아는 대로다. 내가 셸 수 없이 공략해 왔던 플레이대로.

아바타-1761은 각각의 숙소들을

뒤져서 탄환들과 보조 무기를 파밍 했다. 숙소의 개인 사물함들은 죄다 잠겨 있으므로 개인 일기장이나 신 분증 등을 뒤져서 비밀번호를 찾아 야 한다. 딸아이의 생일,연인의 생 일,본인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등등 이다.

“…평범한데?”

천천히,차분하게 공략하고 있다. 시간을 확인하니 이것만으로 벌써 3 시간을 썼다. 초반 파밍에 이 정도 의 시간을 쓰는데 최단 4시간이 가 능하단 말인가?

그러나 파밍이 어느 정도 완료되는 순간.

분위기가 급변한다.

여태껏 자세를 낮춰 움직이고 있던 아바타-1761의 허리가 꼿꼿이 펴졌 다. 그뿐이 아니다. 녀석은 심지어 발에 감고 있던 수건까지 벗어버렸 다.

“…뭐야? 진짜?”

녀석의 행동에 입이 벌어진다. 설 마설마했는데 진짜 설마였다.

쿵! 타다다당 H

마치 육상선수처럼,아바타-1761 이 거침없이 달리기 시작한다. 스테 이시호의 바닥이 아바타-1761의 강

철 부츠에 짓밟혀 발생하는 소음은 절대 작지 않다. 복도를 울리는 소 리가 스피커를 통해 전해 듣는 나에 게도 소란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아니,미친 진짜 달린다고!?”

혹시 뭔가 다른 조치가 있었나? 라고 생각했지만 아니다. 녀석이 달 리기 무섭게 저 복도 너머에서 괴성 과 함께 메탈 에일리언이 나타난다.

그뿐이 아니다.

“키에에에엑一!!”

아래층에서 새롭게 터지는 포효가 들려온다. 동시에 두 마리의 메탈 에일리언에게 어글이 끌렸다!

“일단 숨어!”

외쳤지만 아바타-1761은 자리를 피하는 대신 등에 메고 있던 총기를 꺼내 들었다.

-소멸 탄환 장전 완료.

기계음과 함께 바주카포처럼 생긴 총기에 불이 들어온다.

운명의 총,데스티니 (Destiny).

그것은 1~6레벨 스테이지에 있던 권총,소총처럼 10레벨 스테이지를 진행하기 위해 사용해야 하는 주 무 기다. 강대한 위력을 가진 제4문명 의 병기!

그것은 스테이시호의 연구원들이

실험체였던 메탈 에일리언에게 학살 당하며 만들어낸 최후의 보루다. 어 떻게든 메탈 에일리언을 몰살시키고 생존하고자 하는 집념으로 만든 병 기!

메탈 에일리언을 가지고 실험하던 연구원들이 만들어낸 만큼 데스티니 는 일격에 메탈 에일리언을 살해할 만한 위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아니,탄환이 부족하잖아!”

데스티니의 탄환인 소멸 탄환은 스 테이시호를 탈탈 뒤져도 2~3개밖에 나오지 않는다. 데스티니로 메탈 에 일리언을 다 잡으려면 행운의 기운

을 장착해야 하겠지.

심지어 지금의 아바타-1761은 단 한 발의 탄환을 가지고 있을 뿐인데 녀석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데스 티니를 들어 발사했다.

“카악!”

순간 정면에서 달려들던 메탈 에일 리언의 몸이 부풀었다. 겨누어진 데 스티니에 위협을 느끼고 신체 일부 분을 포기해 방어벽을 만들어낸 것!

그러나 아바타-1761이 노린 것은 녀석이 아니다.

“객!?”

저 멀리 부서진 엘리베이터를 박차

고 올라오던 메탈 에일리언의 머리 가 지워진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이었던 듯 허무하게 당해 버 렸다.

“캬아아아아!!!”

순간 가까이 있던 메탈 에일리언이 방어 자세를 풀었다. 마치 기다리기 라도 했다는 듯 매끄러운 자세 변경 후 돌격! 그러나 기다리기라도 했다 는 듯 반응하는 건 아바타-1761도 마찬가지다.

위잉!

등에 차고 있던 초진동 블레이드를 뽑아 든다. 스테이시호에서 파밍한 부 무장이다.

콰득!

메탈 에일리언의 꼬리가 아바타 -1761 을 채찍처럼 후려치자 아바타 -1761 의 왼쪽 다리가 박살 나며 몸 이 크게 꺾인다. 메탈 에일리언은 잠시 스텝을 밟았다가 아바타-1761 의 자세가 무너진 것을 확인하고 벼 락처럼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역시 나한테만 호구지 만만한 녀 석이 아니야.’

메탈 에일리언은 그 짧은 순간에도 제자리에서 두 발짝이나 뛰었다. 그 냥 달려드는 게 아니라 적의 반응을 보고 완벽한 공격 기회를 잡은 것. 어느새 메탈 에일리언의 손에도 초

진동 블레이드가 잡혀 있다.

아바타-1761은 날카로운 내려치기 로 적을 노렸지만 메탈 에일리언이 더 빨랐다.

과작!

메탈 에일리언이 초진동 블레이드 로 아바타-1761의 오른팔을 자르고 가슴팍을 가른다. 초진동 블레이드 를 들고 있던 팔이 잘려 나가며 아 바타-1761의 공격은 허공을 갈랐 다.

한순간에 갈라진 승리와 패배!

그렇게 보였지만……. 아니었다.

땅!

떨어져 나간 아바타-1761의 오른 팔이 허공에서 쇳소리와 함께 회전 하더니 초진동 블레이드를 아바타 -1761 의 왼손으로 집어 던졌다. 팔 의 구조를 보니 애초부터 아바타 -1761 의 오른팔에만 내장되어 있던 기능이다. 이 치열한 전투가 모두 설계 위에서 행해지고 있었다는 뜻 이다.

과득!

치명적인 공격에 성공해 한순간 느 슨해진 메탈 에일리언의 목을 왼손 으로 초진동 블레이드를 받아 든 아 바타⁻1761이 쳐버린다. 초진동 블 레이드가 아바타-1761의 몸통에 물

려 있었기에 괴물 같은 감각을 가진 메탈 에일리언조차 피하지 못하고 당할 수밖에 없었다.

쿵! 쿵!

쓰러지는 아바타-1761과 메탈 에 일리언. 잠시 소란스러워졌던 스테 이시호가 침묵에 잠긴다.

결과는 동귀어진.

아바타-1761도 메탈 에일리언도 행동 불능이다.

“•.•와.”

치열한 전투에 절로 탄성이 홀러나 온다. 파밍을 제외하면 기존 공략법 과는 완전히 다른,그야말로 노빠꾸

플레이가 아닌가?

끼이익. 텅.

아직 작동하고 있던 초진동 블레이 드 때문인지 덜렁덜렁하던 허리가 마침내 끊어져 아바타-1761의 상체 가 바닥을 구른다.

처참한 상황이었지만,

“그렇군.”

오히려 그 모습에 나는 깨달았다.

“복원이야. 강철 근육을 포기하고 복원을 강화했어.”

[그렇습니다.]

끼기긱-!

그그극!

절단되고 파괴되었던 아바타-1761 의 몸이 점점 복구되기 시작한다. 특성,[복원]의 효과인데 그 수준이 어마어마하다.

“이 정도면……. [강화]도 빼버렸겠 네.”

[네. 아바타-1761에 깃든 특성은 오로지 하나. 복원뿐입니다. 어차피 부 무장으로 주어진 초진동 블레이 드가 극한의 공격력을 제공하고 있 는 이상……. 필요 이상의 출력도, 방어력도 필요 없지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아바타

-1761 의 몸이 완전히 회복된다.

그다음 다시 한 마리와 동귀어진. 그리고 남은 두 마리는 두 발의 탄 환으로 살해.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데 걸린 시 간은 3시간 50분.

신기록이 었다.

다음 화에 계속...

< 당신의 머리 위에 2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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