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 화
인류 전체의 레벨이 오르고 있다. 불과 3개월 전만 해도 3레벨 이상 의 인간은 인류 전체의 0.1%도 되 지 않았는데 이제는 길을 걸어가도 심심치 않게 5레벨이 보일 정도.
농담이 아니라 동물원에서 호랑이 가 탈출해도 맨손의 초등학생한테 제압당하는 세상이 열린 것이다.
‘그렇게 인류 전체를 성장시키고
있지만……. 문제는 스테이지가 인 류를 성장시키기 위한 시험이 아니 라는 거지.’
성장시키기 위한 시스템이 아닌 정 도가 아니라 반대.
스테이지는 인류를 죽이고자 하는 시험이다.
‘그나마 거기에 미션 시스템이 섞 인 게 다행인 건가.’
미션 시스템 덕분에 종말 프로젝트 를 구성하는 힘 중 상당수가 인간들 을 성장시키는 데 소모되고 있다. 제갈량이 위나라에게서 10만 개의 화살을 얻어 군수품으로 쓴 것이나 마찬가지 상황.
그러나 그런 안배에도.
종말 프로젝트는 점점 인류의 멸망 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경고. 58억 5,455만 7,531명의 전투가 완료되지 않고 있습니다.
-시험자 59억 1,007만 800명 중 550만 1,263명 합격. 나머지 인원은 [사망 처리]되었습니다.
합격자 550만.
전체 시험자의 0.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뭐,정말로 99.9%가 포기자인 건 아니지. 남이 만든 공략이 없어도 스스로 스테이지를 해결할 수 있는 0.1%가 오히려 예외적인 경우니까.’
지금은 오전 7시. 옷장 속에,화장 실에,책상 아래에 숨어 1차 시험을 넘긴 58억의 후발 주자들이 출근 전 각자의 집에서,혹은 일찍 등교 해 학교나 모임 등에서,그것도 아 니면 미리 가까운 광장에 모여 공략 파들이 만든 영상과 문서를 숙지하 여 도전하는 2차 시험.
사실 58억 중에서 10억 명 정도가 자기 목숨만큼만 클리어해 줘도 더 바랄 것이 없다.
-스테이지 (Stage)가 오픈됩니다!
-레벨 10. 중급(中級)이 설정되었 습니다.
-80시간 안에 해당 적(5개체)을 제거하십시오.
-10초 후 스테이지가 시작됩니다.
-10. 9. 8. 7…….
스테이지가 열리고 닥쳐온 것은 눈 을 깜빡이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묵 직한 적막.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벽에 있는 패드에 손을 올렸다.
쉬익!
바람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방 밖의 모습이 드러난다.
“어디 보자……. 이번에는 보급 창 고 근처에서 시작이네.”
드러난 풍경은 나에게는 제법 익숙 한 종류의 것이다. 마치 병원의 그 것과 닮은 손잡이 달린 복도,플라 스틱과 금속으로 이루어진 바닥과 벽,그리고 약간은 헐겁게 느껴지는 중력까지.
그렇다. 내가 서 있는 곳은 전원이 다 나간 듯 어두컴컴한 우주선 내 부
10레벨 스테이지,[침묵의 스테이 시히다.
“뭐 적당히 자리 잡고 숨어야지.”
나는 복도를 쭉 따라 걸었다. 침묵 의 스테이시호는 절대 침묵을 유지 해야 하는 컨셉이지만 엔간해선 시 작 지점에 외계인 놈들이 리젠되지 않기 때문에 쫄 필요 없다. 아직 난 이도가 중급이라 적이 다섯밖에 안 되기도 하고.
“카아아아아!!!”
“…아 놔.”
그런데 저 멀리서부터 찢어지는 듯 한 괴성과 함께 쿵쾅거리는 소리가
접근하기 시작한다. 내 [발소리]와 [혼잣말]을 들은 외계인 녀석이 포 효 후 복도를 달리기 시작한 것이 다.
“엔간하면 근처에 없는데 재수도 없네.”
투덜거리는 순간.
녀석이 모습을 드러낸다.
[종말 프로젝트]
[10 레벨]
[메탈 에일리언]
녀석은 이족 보행의 괴생물체다. 신장은 2미터가 좀 넘는 수준에 불 과하지만 기다란 꼬리와 떡 벌어진 어깨. 앞뒤로 기다란 머리 때문에 막상 마주치면 훨씬 더 거대해 보이 는 괴물.
녀석의 몸은 생물체라기보다는 기 계에 가까워 보이고 실제로도 금속 으로 이루어져 있다.
처음 봤을 때는 로봇이 아닌가 의 심했을 정도지만,몇 번 뜯어본 결 과 로봇은 아니고 일종의 금속 생명 체라 부를 만한 존재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캬아아!!”
“안녕,호구야.”
손을 흔드는 나에게 메탈 에일리언 이 거침없이 몸을 날린다. 그러나 그 맹렬한 기세가 무안하게도 한순 간 녀석의 몸이 흔들리고-
쿵!
발을 헛디딘 녀석이 나를 제대로 공격하지 못하고 바닥을 뒹군다. 물 론 녀석이 정말로 발을 헛디딘 것은 아니다.
“왜 하필 몸이 금속이냐.”
금속에 대한 강대한 속성력을 지니 고,실제로 금속성의 정령력,금속성 의 오오라까지 가진 나는 메탈 에일
리언에게 그야말로 천적에 가까운 존재다.
그뿐이 아니다.
마치 부러지듯 꺾인 머리 아래로 척추가 열리고 거기에서 뽑혀 나온 기다란 날의 장검.
우우우웅!!
묘하게 울리는 장검을 보며 나는 헛웃음 지었다.
“주무기는 또 왜 초진동 블레이드 야.”
“크아아--!”
놈이 괴성과 함께 바닥에 미끄러지 듯 몸을 날린다. 내가 휘두르는 힘
이 자신의 균형을 무너트릴 수 있다 는 걸 안 즉시 무게중심을 아래로 둔다는 것은 녀석이 그저 짐승이 아 니라 상당한 수준의 전투 지능을 가 지고 있다는 뜻.
그러나 소용없다.
턱.
손을 내밀어 벼락처럼 떨어져 내리 던 칼날을 붙잡자 달려들던 메탈 에 일리언의 몸이 굳는다. 이해한다. 칼 날에 닿는 모든 것을 숭덩숭덩 잘라 버리던 초진동 블레이드가 피륙으로 된 맨손에 잡혔으니 어찌 황당하지 않겠는가?
쩍!
초진동 오른손이 발작적으로 덤벼 들려 하던 메탈 에일리언의 목을 쳐 낸다. 묵직한 소리와 함께 바닥에 떨어지는 메탈 에일리언의 머리통. 나는 붉은빛이 휘돌던 왼손과 주황 빛이 휘돌던 오른손을 가볍게 털어 진동을 흩어내고 웃었다.
“나름 마스터급 적인데 나폴레옹의 영자력이 없어도 한 방이네.”
경지는 물론 중요하지만,아무리 그래도 상성이 이렇게까지 최악이면 아차 하는 순간 끝장이다. 녀석이 오우거를 우습게 찢어버릴 수 있는 괴력과 단지 달리는 것만으로 소닉 붐을 일으킬 정도의 운동능력,대포
를 맞아도 멀쩡할 내구를 가지고 있 어도 한 합을 버티지 못하는 것이 다.
‘내 초진동 오른손도 사실상 녀석 의 진동을 빌려다 쓴 거니까.’
경천칠색이 진동을 다루는 능력이 긴 하지만 내가 직접 일으킬 수 있 는 진동은 초당 5만 번 정도에 불 과하다. 이걸로는 목재나 플라스틱 이나 자르지 어디 금속을 단박에 자 른단 말인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슬슬 시작하시겠습니까?]
나는 지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한쪽에 있는 창고 중 하나로 들어갔 다. 널찍한 창고 안에는 튼튼하게 생긴 냉장고 하나가 있었다.
“그래야지.”
공포 게임이 대체로 그러하듯 스테 이지에는 적을 피해 숨을 수 있는 공간들이 중간 중간 마련되어 있다. 추격해 오는 악마나 귀신,괴물을 따돌리거나 한숨 돌릴 여유를 위해 제공되는 공간.
나는 조금은 비좁은 냉장고에 들어 가 문을 닫았다.
“10레벨 중급 난이도 1회 차. 배럭 테스트 시작. 지니,비축은 어떻지?”
[아바타-11은 30기. 아바타-12은 55기입니다. 특성을 안착시키는 데 많은 시간을 잡아먹어 생산이 빠르 지 않습니다.]
“괜찮아. 어차피 아바타가 스테이 지를 깨는 데에도 꽤 시간이 걸릴 테니까.”
그렇게 말하고 눈을 감는다. 그리 고 오오라를 일깨운다.
오오오——
금속성의 오오라가 맹렬하게 불타 오른다. 온몸을 뒤덮고 잠식해 간다.
배럭에 대한 구상은 오래전부터 가 지고 있었지만 그게 제대로 완성되
기 시작한 것은 문이 열린 [내]가 아다만티움 인간으로 변한 모습을 봤을 때였다.
지니는 말했었다.
[극(極)에 도달한 속성화입니다. 완 성자를 넘어선 오오라 수련자는 한 줄기 바람으로 변해 바늘구멍조차 통과할 수 있지요.]
오오라 사용자가 속성계의 극에 이 르게 되면 자신의 전신을 해당 속성 으로 화할 수 있다. 혹여 좀 모자란 경지라 하더라도 신체에 속성의 특
성을 부여하거나 신체 일부를 속성 으로 화하는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 다.
‘그러나 지금 내 경지에서 온몸을 속성화하는 건 자살하겠다는 말이 지.’
다른 부위는 상관없지만,문제는 머리다.
속성에 대한 충분한 깨달음 없이 뇌를 해당 속성으로 화하면 다시는 인간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된다. 충 분한 힘이 남았더라도 스스로 생각 하지 못한다면 ‘원래 상태로 돌아가 야 한다’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 하게 되니까.
완숙하지 못한 속성력 사용자가 한 줄기 바람으로 변했다가 영원히 인 간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세상을 떠 도는 바람이 되었다는 전설적인 이 야기는 오오라 수련자 사이에서는 절대 농담이 아니다.
기기긱-!
손끝에서부터,발끝에서부터 육신 이 강철로 변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온몸이 완전히 강철로 변하 는 순간.
뚝-
나의 의식이 끊어졌다.
“흠. 역시 온몸을 속성화하고 의식
을 유지하는 건 불가능하네. 게다가 아직도 온몸을 강철로 바꾸는 데 30분이나 걸려.”
[아직 완성자의 경지에 이르지 못 하셨으니까요.]
“뭐 당장 문제는 없으니.”
스테이지의 몸이 철상으로 변해 버 렸다. 다른 오오라 수련자였다면 그 것은 사망선고나 다름없는 최악의 상황이겠지만 또 다른 육신을 가진 난 언제든 그것을 되돌릴 수 있다.
의도한 상황이니 되돌릴 생각이 없 을 뿐이다.
나는 스텟창을 불렀다.
성명: 관대하
클래스: 정령사(1). 대장장이(1). 강체사 (5).
칭호: 인류의 재앙.
근력: 300 체력: 300 생명력: 300 순발력: 300
마나: 300 마나력: 300 항마력:
300
회복력: 300 마나 회복력: 300 운: 300
자유 스텟: 50
상태: 정상
정확히 100포인트씩 오른 스렛을 보니 헛웃음이 절로 나온다.
그렇다. 나는.
올 스텟 300이 되었다.
지금까지 그러했듯 [내]가 깨어났 기에 벌어진 일이다. 분노로 이성을 잃고 각성한 게 아니라 아사로 인한 결과지만,결국 원래대로 돌아온 다 음의 상태는 지금까지와 같다.
‘설마 이런 식으로 문을 7번 더 열 면 올 스텟 1000이 되는 건가?’
좋은 일이긴 한데 이게 뭘 의미하 는 건지 잘 모르겠다. 문을 열면 스
렛이 오르는 것도 이상하고 오르는 스렛이 [모든] 스렛이라는 것도 신 경 쓰인다. 정작 문을 연 [나]도 부 풀어 오르는 스렛은 영력 계열뿐인 데 왜 막상 다시 문이 닫히면 모든 스렛이 오르는가?
‘지금까지는 그냥 비대한 영력에 맞춰 육체도 강화되는 것으로 생각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상해. 행운 을 비롯한 모든 스렛까지 전부 동일 하게 상승하다니……
이렇게 스렛이 막 오르는 탓에 나 는 막대한 포인트를 벌고 있음에도 단 하나의 경험치 포션도 먹지 않았 다. 육체 단련을 하든 말든 소용없
는 것처럼 스렛 포인트를 찍어도 별 차이점이 없을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까.
“칭호도 왕창 얻었지만……. 굳이 바끌 필요는 없겠지.”
스테이지를 진행하면서,특히나 오 우거들을 잡으면서 상당수의 칭호를 획득했지만 스텟의 부족함을 느끼지 못하는 나에게 [인류의 재앙]을 뛰 어넘는 칭호가 있을 리 없다.
“뭐,어쨌든 지금 중요한 일은 아 니지.”
나는 잡념을 떨치고 내 앞에 있는 강철 인형의 가슴팍에 손을 올렸다.
우옹-!
아바타-11은 1.5미터의 비교적 작 은 신장을 가진 소형 기가스다.
‘아니,엄밀하게 말하면 기가스라 고 말하긴 어렵지. 안드로이드나 자 동 병기라고 해야 하려나?’
중량은 35킬로그램으로 가볍지만 휘두르는 근력,민첩 수치는 200포 인트에 가깝다. 내구도 뛰어난 편이 니 어지간한 플레이어는 가볍게 뛰 어넘는 출력.
나는 아바타-11을 바라보았다.
[관대하]
[5 레벨]
[아바타-11]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내게는 호 구나 다름없던 메탈 에일리언은 아 바타에게는 무지막지한 강적이다. 말이 좋아 아바타지 아바타-11은 내 영능을 사용할 수 없으니까. 생 체력인 경천칠색은 물론이고 정령력 이나 속성력도 쓸 수 없다.
그러나 상관없다.
[데이터는 충분합니다. 제 배틀 A.I는 레온하르트 제국에서도 최고 수준이니 믿고 맡기시면 됩니다.]
지니의 말대로 데이터는 충분히 주 입해 주었다. 10레벨 중급,1차 시 험에서 내가 발로 뛰며 만들어낸 공 략이 바로 그것.
‘물론 오직 철로만 만든 데이터 칩 은 그저 정보만 담을 수 있을 뿐이 야. 끝없이 영자력을 생산하는 아이 언 하트는커녕 영능을 담는 건전지 역할도 못 하지.’
그러나 스테이지 공략은 로봇 특유 의 육체 능력만으로도 충분하다. 그 건 내가 인터넷과 공중파로 방송한 철가면 공략의 마지막 공략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다.
-옆집 호랑이도 한다!? 3레벨로 10레벨 스테이지 클리어하기.
3레벨 스렛으로 10레벨 스테이지 를 클리어하려면 전체적인 맵 구성 과 몬스터의 동선,함정의 위치와 작동 방식,모든 파밍 장소와 스테 이지의 배경지식까지 다 알고,그러 고도 플레이 타임이 70시간이 넘어 야 하지만 어쨌든 가능하다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게임을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게 좀 양심에 찔리지만,게임 구성 을 이렇게 엿 같은 노가다로 해놨으 면 매크로 돌리는 것 정도는 감당해
야 할 것이다.
“기가스 콜(Gigas Call)."
정신을 집중해 오오라를 일으키자 내 옆에 서 있던 강철 인형이 허공 으로 떠오른다. 내 육신의 [좌표]는 현실의 몸과 이곳의 몸이 공유하기 에,원하면 지금의 나도 철상의 앞 으로 리콜을 실행할 수 있다. 스테 이지의 자판기에서 산 물건을 고유 세계 안에서 받을 수 있는 것과 마 찬가지의 현상이다.
“타입. 아바타-11.”
팟!
시야에서 사라졌던 스테이지의 광
경이 내 눈에 들어온다. 아까처럼 현실의 육신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쓰고 있는 우자트가 비춰주는 광경이다.
“지니. 고!”
[연결 확인. 아바타-11. 작동 시작 합니다.]
스테이지로 소환된 아바타-11이 기동을 시작한다. 나는 아바타-11이 주 장비 파밍을 시작하는 것을 확인 한 후 작업실 한쪽에 설치된,온갖 전선이 연결되고 술식이 새겨져 있 는 커다란 의자에 앉았다.
이것은 배럭의 중추,내 영력을 빨 아들여 자동으로 스킬과 특성을 작동
시키는 내 제작 기술의 총화(總和).
[공장장의 옥좌]다.
키키기깅!
철컹!
위이이잉---!
귀를 기울이면 의자와 연결된 거대 한 건물에서 울리는 진동과 쇳소리 가 들린다. 지니가 설계하고 내가 만든 설비가 마치 게임 속 배럭이 해병을 쏟아내듯 아바타 시리즈를 [찍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내 영력 을 빨아들여 작동하고 있기에 아바 타 시리즈의 몸에는 온갖 특성들이 적용되어 있다.
‘물론 직접 만드는 게 아니라 한 단계. 아니,어쩌면 두 단계 다운된 수준의 특성만을 부여할 수 있지.’
하지만 상관없다. 어차피 결과물은 고작 5레벨. 공장에서 찍어내는 양 산품에 고위의 특성은 필요 없으니 까.
“그리고 여기에.”
쭉쭉 빨려 나가는 영력을 느끼며 철가면을 꺼내 쓴다.
팟!
순간 주변이 밝아진다. 내가 앉아 있는 공장장의 옥좌가 화려하게 치 장된 보좌로 변한 것이다. 다행히
공장과 연결된 기능에는 문제가 없 다.
-당신은 그랜드 마스터 (Grand ma ster) 랭크입니다.
명예의 보좌가 작동을 시작하자 줄 어들던 영력이 빠르게 회복된다. 심 지어,그 속도는 오히려 소모 속도 보다 빠르다!
“좋아. 준비 끝!”
그렇게 말한 나는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왼손을 들었다. 좌륵! 하는 날카로운 금속음과 함께 시계 모양
이었던 쉐도우 스토커가 검은 광택 을 흘리는 권총으로 돌아온다.
“혹 문제 생기면 깨워줘.”
[편히 주무십시오.]
“깨워달라고 했지만 자는 건 아니 지. 체감 시간은 1초도 안 될 텐 데.”
대답하며 그대로 방아쇠를 당긴다.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시공동결탄이 작동하고.
그리고.
그리고.
시간이 지났다.
다음 화에 계속...
< 당신의 머리 위에 2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