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머리 위에 2부-64화 (181/249)

64화 Chapter 13. 신의 구원.

[저는 지금 장수촌으로 유명하던 오키나와현의 한 마을에 와 있습니 다. 이곳에서는 하루아침에 700여 구의 시체가 발견되어 큰 파문을 일 으키고 있으며…….]

[종말 대책 본부에서는 한국의 피 해 상황이 지구 평균치의 10분의 1 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는데요. 이는 앞으로도 충분한 숫자의 플레이어를

보유하는 것이 국가안보에 얼마나 중요한…….]

[추가 클리어의 적용 방식이 알려 져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의 피해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바로 이 시스템 때문인데요. 철가면 을 비롯한 수많은 실력자와 풍부한 인적 자원이…….]

[종말 대책 본부에서는 한국의 정 확한 피해자 숫자를 집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1억 3000만 명의 사람들이 죽었 다.

인류 역사를 뒤집어봐도 흔치 않을 정도로 무지막지한 피해다. 지구 전 체로 보면 60명 중 1명 이상의 인 간이 죽은 셈이고,엔간한 나라 몇 개는 통째로 증발한 것이나 다름없 는 사태였으니까.

다만 특이한 점은,그들의 평균 나 이.

스스로의 힘으로 스테이지를 클리 어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어린아이 들보다,오히려 육체적으로 별문제 없는 중장년층과 노인들이 훨씬 더 많이 죽었다.

“아까 봤어? 역에 노숙자가 하나도 없어.”

지하철을 탔던 사내 중 하나가 의 문을 표하자 강철봉을 등에 메고 있 던 사내가 그에게 다가가 소곤거렸 다.

“조용히 좀 말해 등신아. 이 시국 에 사람이 없으면 왜겠냐? 당연히 죽고 흩어져서 없지.”

“…시험 때문에 다 죽는다고? 노숙 자 정도면 그래도 몸 멀쩡한 성인 남자인데 오히려 초반 레벨 업은 더 유리했을 거 아냐.”

“최초에는 그렇겠지요.”

차분하게 끼어드는 목소리에 사내 들의 시선이 목소리의 주인에게 모

인다. 교복을 입고 있는. 미색이 빼 어나지는 않아도 귀여운 인상으로 호감을 살 만한 외모의 소녀.

그러나 그들은 그녀의 외모보다 머 리 위에 쓰여 있는 숫자에 주목했 다.

“8레벨!?”

스테이지를 진행하고 경험치 포션 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스테이지 를 1회 이상 클리어하는 사람,속칭 [플레이에들은 서로의 레벨을 확인 할 수 있게 되었다. 대하처럼 실질 적인 [역량]을 읽어내는 것이 아니 라 시스템이 부여한 레벨이 표시되 는 것이기에 절대적이라고는 할 수

없는 기준.

그러나 경험치 포션이 다른 장비류 와 다르게 거래 불가 아이템이라는 걸 생각해 보면 레벨이 높다는 건 무슨 수를 썼건 상대가 그만한 [클 리에를 했다는 뜻. 역량을 가늠하 기에 충분한 기준이라 할 수 있다.

‘와. 8레벨이면 그냥 오거하고 맞 짱도 뜰 수 있는 거 아닌가?’

‘처음 보는 초고렙이 이런 여자애 라니……’

그들이 8레벨의 소녀. 선애를 보고 수군거렸지만,선애는 신경 쓰지 않 았다. 표면 세계에서나 드문 레벨이 지 이면 세계에는 9레벨도 종종 보

이는 형국이다.

그녀가 그러하듯. 그리고 그녀의 눈앞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인류 전 체가 어마어마한 레벨 업을 겪고 있 으니까.

“스테이지가 레벨 9에 도달한 시점 에서 초기 능력치는 문제가 아니에 요.”

“…그렇지요. 문제는 공략해 낼 의 지가 있냐 없냐일 테니.”

‘그리고 이 세상에서 가장 의지가 부족한 존재가 있다면 그게 바로 노 숙자겠지.’

흑마법사 집단. [로맨세에서 탈출

한 후,이가에 납치당해 궁녀가 되 기까지 선애는 2년이라는 시간을 길 에서 보냈다.

그녀는 많은 노숙자를 봐왔다. 그 저 죽지 못해 사는 자들. 누군가 일 자리를 구해준다 하더라도 금방 때 려치우고 거리로 돌아와 구걸을 하 고 행패를 부리는 사람들.

그저 매일매일을 살아갈 뿐인 그들 이 살아남기 위해 누구보다 치열해 야 하는 스테이지를 버텨낼 수 있을 리 없다. 물론 1레벨이나 2레벨 시 험은 통과할 수도 있겠지. 오히려 아이들이나 여자들에 비하면 훨씬 유리한 상황일 것이다.

그러나 3레벨부터는 그저 사나운 성정과 사지 멀쩡한 육신만으로는 돌파할 수 없다. 스테이지는 그냥 강건하다고 이겨낼 수 있는 공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략]을 위해 궁 리하고 학습하고 또 필사적으로 클 리어에 매달려야만 한다. 살이 갈라 지고 뼈가 부러지는 부상쯤은 감수 하고 나아가는 독기는 기본이다.

그들의 대화를 들은 다른 사내들이 고개를 끄덕거린다.

“그러고 보면 노숙자라는 건•…". 결국 사회와 연이 끊긴 막장 인생이 라는 뜻이기도 하지.”

“그렇긴 해. 스스로가 목숨을 구할

수 없는 사람은 추가 클리어를 한 지인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말이야.”

어떤 이가 두 번 이상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데 성공하면,그는 자신 의 목숨을 구함과 동시에 목숨을 구 해줄 또 다른 대상을 선택할 수 있 게 된다.

당연한 말이지만.

일반적으로 그 첫 번째 대상은 자 식이고 둘째는 다른 가족과 친지들 이다.

“그래서 요번 1억 3000만의 희생 자 중 아이는 의외로 별로 없다고 하더라고. 보통 부모가 이를 악물고 살려내니까.”

“죽는 건 소외당하는 이들이라는 건가.”

독거노인. 장애인. 천애 고아 등이 그렇다.

“꼭 그렇지는 않지. 가족 친지 다 있어도 그중에서 스테이지를 클리어 할 사람이 없으면 광이니까.”

“심지어……. 지인 중에 강자가 많 은데도 죽은 사람들도 있지.”

완벽 클리어의 실패는 그 사람이 살아온 삶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상당한 재력이나 권력을 보유하고 있었더라도,평소 인망이 없었던 이 들은 손에 쥐고 있던 것이 허망하게

도 시체가 되어 스테이지를 마치고 는 했다.

“독거노인도 많이 죽었다더라. 장 애인하고 병자들도.”

“무섭네. 인맥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세상이라니.”

“직접 깨면 되잖아?”

“그 말도 맞긴 하는데 슬슬 깨기 너무 힘들어……. 게다가 다치면 차 라리 죽어서 완전 회복을 노리곤 했 는데 이제 완벽 클리어를 못 하는 지경이 되었으니 팔다리가 잘려도 어떻게든 현실에서 치료해야 하잖 아?”

“어떻게든 절단 부위를 현실로 가 져와 치료받든지 아니면 아예 자판 기에서 육체 복원 포션을 구매하면 되지.”

“복원 포션 너무 비싸……

-다음 역은 신길. 신길입니다.

지하철 문이 열리는 모습에 선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교복을 입고 있다. 겉모습 만 보면,그냥 어디에서나 볼 수 있 는 여고생의 모습.

그러나 그녀를 따라 내리는 사내들

은 그렇지 않다. 첫 번째 사내의 허 리에는 영화에서나 볼 법한 배틀 해 머가 달려 있는 것. 심지어 그들이 든 것은 보통의 무기도 아니어서, 망치 머리에 은은한 빛이 휘돌고 있 다.

어디 그뿐인가? 그 옆에 있는 사 내는 단창을 메고 있었는데 창두가 금속이 아니라 속이 투명할 정도로 깨끗한 얼음으로 만들어져 있다. 그 옆의 사내는 숫제 칼을 차고 있었는 데,칼집 안에서 은은하게 불길이 피어오르고 있다.

갑옷 또한 보통의 물건이 아니다.

그들의 몸을 뒤덮은 갑옷은 검은색

의 무광 코팅으로 어둠 속에서도 조 금의 빛도 홀리지 않게 처리되어 있 었는데,틀림없이 금속으로 만들어 진 갑옷임에도 그들이 움직일 때 조 금의 쇳소리도 나지 않는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경찰에 신 고당할 복장이지만 역에 있는 사람 들의 시선은 전혀 다르다.

“와 미친. 지금 저거 다 마법 무기 야? 갑옷도 뭔가 심상치 않은데?”

“멋지다. 저렇게 제대로 된 장비를 가지고 다닐 수 있다니.”

“저런 무거운 걸 휘두를 수 있을 정도면 근력도 장난 아니겠는데.”

“가서 말 걸어볼까?”

소곤대는 사람들의 모습에 사내들 이 얼굴을 붉히며 선애의 뒤로 따라 붙는다.

“진짜 이 분위기 너무 낯서네.”

“어쩔 수 없지. 지금 온갖 방송에 서 스테이지 이야기만 하고 있으니 까. 심지어 실제로 사람이 죽기 시 작하면서 상황은 더 심각해졌어.”

“영원히 완벽 클리어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했지만 정말로 그날이 와버렸으니 충격이 크겠지.”

덜컹! 덜컹,덜컹!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그들은 지 하철을 다시 갈아탔다.

그리고 목적지에 가까워지면 가까 워질수록 지하철 안에 그들과 비슷 한 복장의 사람들이 많아진다. 저마 다 날카로운 눈빛을 뿜어내는 그들 에겐 남녀노소의 구분이 없다. 주축 은 20〜40대의 사내들이었지만 10 대 청소년들이나 60〜70대 노년들의 숫자도 상당하다.

철컹!

“앗! 미안합니다.”

“아닙니다. 제가 조심하지 못했죠.”

지하철에 서 있다가 서로 무기가

부딪친 사내들이 마주 고개를 숙이 며 사람 좋게 웃는다. 시퍼렇게 날 이 선 무기로 무장한 사람들로 가득 한 지하철이지만,그 안에 있는 사 람들은 매우 정중하고 서로를 배려 했다.

고결한 야만인 (noble savage) 이라 는 관념이 있다.

문명인들은 예의 없는 말을 해도 머리가 쪼개지지 않기 때문에 야만 인보다 더 무례하다는 내용이다. 문 명인은 야만인을 무례하다고 평가하 지만,피와 죽음의 지척에서 살아가 는 이들이야말로 목숨이 걸린 선을 지킨다는 것.

그들 역시 그러하다.

그들은 매일매일 진지하게 스테이 지를 클리어하는 플레이어들이 얼마 나 강도 높은 [공략]을 진행하고 있 는지 알고 있다. 오직 죽음을 각오 하고 고통과 공포를 이겨내는 자만 이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수 있다는 사실도.

서로가 언제든 서로를 죽이고 상처 입힐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 조심해야 하는 상황.

그러나 현대는 여전히 문명사회이 며,

[문명인]은 당연히 존재한다.

“자,잠깐만!”

“음?”

느닷없이 팔을 잡는 손길에 선애의 표정이 굳는다. 돌아보니 본 적 없 는 노인이다.

“너,너 추가 클리어 할 수 있지? 내가 딱 보면 알아.”

보통은 그렇게 생각할 수 없을 것 이다. 겉으로만 보면 선애는 그냥 여고생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외모였 으니까.

그러나 선애는 곧 노인이 어떻게 자신을 알아봤는지 알 수 있었다.

[2 레벨]

노인의 머리 위에 쓰여 있는 텍스 트는 그가 적어도 한 번 이상의 스 테이지를 자신의 힘으로 클리어했다 는 걸 말해준다.

자판기를 이용해 레벨 업을 했으니 그 역시 선애의 레벨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네. 맞아요. 왜요?”

“나,날 살려줘. 이제 곧 시험이잖 아.”

뜬금없는 소리에 선애가 물었다.

“저를 아세요?”

차분한 질문에 노인이 버럭 소리를 지른다.

“모르니까 이러는 거 아냐! 내 이 름은 김경원일세. 날 살려주게.”

전 인류의 70%는 이미 스테이지 진행을 완전히 놓쳐 버렸다.

인류의 25%는 1번의 클리어로 간 신히 자신의 목숨만을 건지거나, 혹 2〜3번의 클리어로 직계 가족의 목 숨을 구하고 있을 뿐이다.

사실상 남은 5%가 인류 전체의 목 숨을 책임지고 있다는 뜻이며.

그 균형조차도 8레벨 상급 시험에 서 깨져 버렸다.

“뭐……. 알았어요.”

대충 대답하고 넘기는 선애였지만 노인은 막무가내다.

“너! 너! 지금 내 말을 귓등으로 듣고 있지?! 너 이년! 너는 애미, 애비도 없냐? 이 노인네가 살려달라 는 말이! 살고 싶다는 내 말이 지금 귀찮아?!”

노인이 선애의 팔을 잡고 늘어진 다. 어찌나 흥분했는지 한껏 일그러 진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라 있다. 다시 보니 술 냄새도 난다. 이제 스 테이지가 30분도 남지 않았는데 술 을 먹은 것이다.

“놔요.”

“못 놓는다! 못 놔!”

“여보세요.”

선애의 얼굴이 차갑게 가라앉는다.

순간적으로 뿜어져 나오는 그녀의 서릿발 같은 기세에 주변에 있는 건 장한 플레이어들마저 긴장했지만, 노인만은 그러지 않았다.

“이년이 인상 쓰는 거 봐? 어디 치게? 그래 쳐봐! 8레벨 정도 되면 그냥 툭 쳐도 죽겠네! 어차피 난 죽 을 테니 어디… 캑?!”

고래고래 소리 지르던 노인의 말이 막힌다.

선애가 그의 목을 잡고 있다. 나름 대로 건장한 체구의 노인이었지만 자그마한 체구의 선애에게 붙잡히자 꼼짝도 못 한다.

“안이해요.”

확 몰려오는 짜증에 선애의 얼굴이 가면처럼 차갑게 가라앉는다.

사람으로 가득한 지하철에서 그는 굳이 선애를 물고 늘어졌다. 왜일 까? 지하철에서 그녀의 레벨이 가장 높아서?

아니다.

그는 그 와중에서도 가장 만만해 보이는 상대를 골랐다. 레벨이라는

게 있다 하더라도 험악한 사내들보 다는 그녀를 더 쉽게 본 것.

부탁하는 것이 아니라 겁박을 하고 억지를 쓰며 고함을 내지르는 것이 바로 그 증거다.

“너무 안이해.”

“너,너……. 이게 무슨……

그냥 잡히는 것만으로도 힘이 쭉 빠질 정도로 항거할 수 없는 힘. 경 원은 다급히 주변을 둘러보며 도움 의 눈길을 보냈지만,그 누구도 그 를 위해 나서지 않는다.

지하철에 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 은 싸늘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

다.

“이 수밖에 없었어요? 정말로?”

경원은 필사적으로 목을 잡은 손을 풀어내려 했지만 선애의 손은 마치 고정된 바이스처럼 꼼짝도 하지 않 는다.

그녀는 손에 별로 힘을 주지도 않 았다. 당연한 일이다. 이미 인간을 초월한 그녀의 악력이 노인의 목을 조이면 수수깡처럼 간단히 목뼈가 부러지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누군지 전 몰라요. 당신이 어떤 삶을 살았고,또 어떻게 늙었 는지도 알 수 없죠. 하지만.”

“크……. 어……

경원의 눈이 뒤집힌다. 선애의 강 렬한 기세에 그의 심령이 짓눌린다.

선애는 말했다.

“행패를 부리고 남을 피곤하게 하 는 것으로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시 대가 아니에요.”

-다음 역은 광화문역. 광화문역입 니다.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한 선애가 노 약자석에 경원을 내던졌다. 그는 의 식을 잃고 노역자석에 널브러졌다.

“그런 안이한 세상은 끝났으니까.” 지하철에 타고 있는 사람 대부분이 지하철에서 내린다. 역을 나서 광화 문 광장으로 올라가니 언제나처럼 바글바글한 인파가 보인다.

시간은 저녁 6시 40분.

해가 점점 짧아져 어두워지기 시작 한 광화문 한편에서 한 무리의 사람 들이 우르르 다가온다.

“앗! 안녕하세요! 미팅 좀 안 하시 겠습니까?”

“네? 뜬금없이 무슨 미팅을……

당황하는 플레이어에게 양복을 입 은 사내들이 팸플릿 비슷한 것을 나

눠 준다.

“S대 무용과와 연극영화과의 재녀 들이 있습니다! 요번 스테이지 끝나 고 편하게 얼굴이나 한번 보면서 한 끼 드시면 됩니다! 식비도 저희 쪽 에서 책임지겠습니다!”

“어머! 오빠 몸 진짜 짱이다. 운동 많이 한 거예요?”

플레이어들에게 사람들이 와르르 달려들어 말을 건다. 친한 척을 하 고 연을 맺으려고 한다.

선애는 이들이 원하는 것이 본질적 으로 조금 전 자신에게 달려들었던 노인과 같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다만 다른 게 있다면 이들은 적어도

이쪽의 감정을 최대한 헤아리고 기 분이 상하지 않게 조심하고 있다는 것뿐이다.

“저,저기요.”

선애에게 누군가 말을 건다. 돌아 보니 초등학생에서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예쁘장한 소녀 하나가 서 있 다.

“뭐니?”

“제, 제 이름은 소향이에요. 김소 향.”

“•••그래.”

선애는 도도도 도망가는 그녀를 일 별하고 사람들을 가로질러 광화문

광장으로 향했다.

-스테이지 (Stage)가 오픈됩니다!

-레벨 9. 하급(下級)이 설정되었습 니다.

스테이지에 진입한다.

-사망 처리가 모두 취소되었습니 다!

-축하합니다! 스테이지가 완벽하게 클리어되었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주어집니다.

-당신의 순위는 45만 9,147위입니 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다행히 하급은 무난히 끝났다. 하 급 난이도는 오히려 전 레벨의 상급 보다도 적의 숫자가 적은 데다 플레 이 타임이 짧아 [진짜] 강자들이 홀 로 수많은 적을 상대할 수 있기 때 문이다.

그러니까 문제는 하급이 아니다.

-스테이지 (Stage)가 오픈됩니다!

-레벨 9. 중급(下級)이 설정되었습 니다.

전날 저녁의 i차 시험을 지나 아 침 7시의 2차 시험.

여전히 어두운 숲속에서 선애는 이 를 악물고 오우거를 사냥했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인간들의 이 해를 넘어서는 괴물. 오우거는 영능 을 익히고 스탯 포인트로 스스로를 강화한 플레이어들에게도 너무나 강 한 적이다.

기관총을 쏴 갈겨도 뚫리지 않을 정도로 질긴 가죽. 그 거대한 덩치

에 맞지 않는 민첩함과 극도로 예민 한 감각까지.

한 마리만 해도 두렵기 짝이 없는 오우거가 하나도 아니고 다수 등장 하는 9레벨 중급 스테이지는 실로 살인적인 난이도를 가지고 있다. 철 가면의 [공략]이 없었다면 플레이어 중에서도 최상위권에 속한 선애조차 도 과연 성공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 들 정도.

그리고 그 결과 역시 예상한 대로 다.

-사망 처리를 변경 없이 적용합니 다.

-남은 [사망 처리]의 숫자

-8,623만 9,9기명.

-집행합니다.

“이봐! 정신 좀 차려봐! 저기요! 여기 사람이!”

“제길 역시! 점점 더 역부족인 가……!”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광화문 광장 의 분위기가 점점 무거워진다. 광화 문에 모인 사람들 사이에서 시체가 나오기 시작했다.

‘사망자 수가 감소했어. 사람들이 좀 더 이를 악물고 스테이지를 진행

한다는 뜻이겠지.’

하지만 그렇다 해도 사망자 숫자는 여전히 적지 않다.

60억 인류 증 벌써 2억 이상이 죽 은 상황. 거기에 언제 자신이 죽을 지 모른다는 공포가 만연해 있으니 사회 전체가 삐걱거리게 될 것이다.

“감사합니다!”

“•••그래.”

시험을 마친 선애는 도도도 달려와 꾸벅 고개를 숙이는 소녀에게 대중 고개를 끄덕였다.

“저,저기!”

“됐으니까 가.”

“네, 네! 감사합니다!”

손을 내젓는 선애의 모습에 소녀가 후다닥 도망간다.

“쓰 ”

乂、.

선애는 그녀가 인사를 하러 온 이 유를 알았다. 왜냐하면,9레벨 중급 시험에서 사망 취소 인원 중 하나로 그녀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별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다.

그에게는 목숨을 걸고 지키고픈 가 족이 없다. 지인 중에서도 그다지 구해주고 싶은 이는 없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이름을 알게 된 그녀를 선택했을 뿐이다.

그러나 그게 의미가 있을까?

“언제까지 지켜줄 수 있는 것도 아 닐 텐데.”

이제 9레벨이다.

이 스테이지라는 것이 10레벨 정 도에 끝나 버린다면 참 좋겠지 만……. 과연 그렇게 형편 좋게 상 황이 흘러갈까?

“종말 프로젝트.”

선애는 점점 막막한 기분이 되었 다.

어쩌면 이런 필사적인 싸움이 다 소용없는 게 아닐까.

정말로 종말이 다가오는 것은 아닐

까.

-스테이지 (Stage)가 오픈됩니다!

-레벨 9. 상급(上級)이 설정되었습 니다.

여전히 배경은 지긋지긋한 어둠의 숲이다. 재빠른 오우거가,맷집 좋은 오우거가,점프력이 뛰어나거나 예 민한 오우거가 적으로 나왔다.

그리고 무엇보다 끔찍한 보스. 무 투술을 배운 오우거 전사까지.

과거와 비교도 할 수 없이 강해진 선애조차 마지막에 가서는 [폭주]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을 정도로 위험 천만한 스테이지였다.

“전 단계보다 더 많이 죽겠는데.”

선애는 내장이 드러날 정도로 큰 상처에 물약을 부으며 중얼거린다.

그리고 그녀의 짐작대로였다.

-사망 처리를 변경 없이 적용합니 다.

-남은 [사망 처리]의 숫자

-1 억 2111만 3276명.

“상춘아! 상춘아 정신 차려! 일어

나 이 등신아!”

“미연아!! 안 돼! 정신 차려!”

광화문 여기저기에서 비명이 터져 나온다. 스스로의 힘으로 스테이지 를 클리어하지 못하고,다른 누군가 에게 사망이 취소되지 못한 이들은 스테이지가 끝나도 눈을 뜨지 못한 다.

그뿐이 아니다.

“아,아파……. 아파"""

“누가 좀 도와주세요!”

광화문 광장에 피 냄새가 가득하 다. 사망자보다도 훨씬 더 많은 숫 자의 부상자가 생겼다는 뜻이다.

“내일은 10레벨인가? 하하! 하하하 하!!! 진짜 미치겠군!”

“젠장! 씨발!!! 못 해! 못 한다 고!!! 자판기에서 스킬하고 스렛을 팔아도 역량이 못 따라가는데 어떻 게 하라는 거야!? 어떤 미친놈이 일 주일에 2레벨씩 역량을 키울 수가 있다는 거지? 설사 그게 가능하다 해도 대체 언제까지!?”

“우린 다 죽을 거야……

모두가 절망하고 소리 높여 비통해 한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들어라.

지구의 모든 이가 머릿속을 아득하 게 울리는 음성을 들었다.

-나는 [정의]다.

-나는 [진실]이다.

-나는 [명예]로다.

종교는 있어도 신은 없던 지구에 신성(神聖)이 내려앉았다.

다음 화에 계속...

< 당신의 머리 위에 2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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