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머리 위에 2부-58화 (175/249)

58 화

일요일 저녁 7시. 3레벨 하급.

월요일 아침 7시. 3레벨 하급 2차.

월요일 저녁 7시. 3레벨 중급.

화요일 아침 7시. 3레벨 중급. 2 차.

두 단계. 총 4번의 시험을 다 마치 도록 여전히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 다.

그러나 그것이 상황을 낙관적으로 볼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화요일 저녁 7시 시작된 3레벨 상 급 시험은 사람들에게 그 사실을 선 명하게 알려주었다.

“젠장… 1차 시험에서 죽었으니 2 차 시험에는 도전도 못 하겠군. 레 벨 6에 화랑단의 일원인 내가 고작 3레벨의 스테이지를 스무 번도 못 깨고 죽어버리다니.”

화요일 저녁 3레벨 상급 1차 도전 이 끝난 경복궁의 분위기는 어수선 하다.

“하급과 중급과는 달라. 상급은 그

냥 다 싸워서 해결하기에 너무 위험 해. 완성자급의 초고수가 아닌 이상 방심하는 순간 다칠 수밖에 없는데 스테이지에서 다치면 회복이 힘드니 까.”

“적은 약해도 스테이지의 환경이 악의적이야. 일반 게임의 던전과는 느낌이 전혀 달라. 마치 공포 게임 같은……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3레벨 상 급의 난이도는 중급과 비교조차 할 수 없다. 그저 적이 강해지는 그런 개념이 아니라,스테이지 자체에 변 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첫째로 중급보다도 더 다양해진 적.

하급 시험에 해당 레벨 적이 1마 리가 나온다면 중급 시험에는 5마리 가 나오며,상급 시험에는 최대 10 마리까지 적이 등장한다.

문제는 그들이 각각 다른 특성이 가졌다는 점이다. 어둠 속에 몸을 숨길 수 있거나,빠르거나,힘이 강 하거나,가장 최악의 경우로 독을 가진 예도 있다. 자칫 방심해서 일 격을 허용하게 되면 더 이상의 클리 어는 불가능해지는 수준.

둘째로 함정.

상급 난이도에는 살상력을 가진 함 정이 설치된다. 갑자가 땅이 꺼진다 든지,벽에서 칼날이 튀어나온다든

지,화살이 쏘아진다든지 하는 함정.

물론 아직 3레벨이라서 즉사성 함 정은 잘 없지만 일단 한번 함정에 걸리면 다칠 수밖에 없고 스테이지 에서 부상은 죽음으로 이어진다.

셋째로 보스.

상급은 해당 레벨의 시체 괴물에 더해서 다음 레벨의 시체 괴물이 추 가된다. 당연한 말이지만 동렙의 적 도 힘든 상황에 다음 레벨의 적과 싸우면 대체로 죽게 마련이다.

다행히 이면 세계의 고수들이 적극 적으로 스테이지에 임하고 있고 보 통 사람 중에서도 이능력을 습득해 싸우는 이들이 생겨나 어떻게든 완

벽 클리어에 성공하고 있지만.

“큰일이야. 이 페이스대로라면… 완벽 클리어에 실패하게 될 거야.”

“거기까지 가면 이미 늦은 거지. 사망자가 나오기 시작하면 돌이킬 수 없을 테니까.”

“미치겠군. 이제 겨우 3레벨인데.

4레벨은 어쩌지? 5레벨,6레벨은?

그리고 그 이상으로 간다면

“적어도 스테이지를 진행할 수 없 는 사람은 제외해 줘야지! 갓난아이 들,노인들,심약한 여자나 남자들까 지 모조리 포함이라니!”

“게다가 부상과 피로도 하루로 완

치될 수준이 아니어서 피로와 부상 이 오히려 누적되고 있어. 차라리 한 번 죽는 게 나은 상황이라니.”

참고로 3레벨 상급 스테이지의 1 차 결과는 이렇다.

-경고. 18억 4,855만 1511명의 전 투가 완료되지 않고 있습니다.

-시험자 61억 5,566만 2,984명 증 1억 540만 7,695명 합격. 나머지 인원은 [사망 처리]되었습니다.

61억의 인류 중 합격자 1억.

물론 아직 시험을 회피한 18억의

사람들이 남아 있으니 이걸 최종적 인 결과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3 레벨 상급 시험의 시간제한이 얼마 던가? 무려 12시간이나 된다.

클리어를 시도하는 대신 그 긴 시 간을 책상 밑에서,옷장 속에서,화 장실에서 숨어 있던 이들이 스테이 지가 끝나 잠깐의 쉬는 시간이 주어 진다고 의지력이 생겨 스테이지를 완료할 수 있을까?

“있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충분히 가능해.”

오늘 3레벨 상급 난이도를 300번

클리어했다. 비록 5,891등밖에 하지 못했지만,그로써 나는 알게 되었다.

“일반인은 다 죽으라는 게임이 아 니야.”

이 [게임]은.

[공략]이 가능하다는 것을.

“재석이 녀석한테 마이튜브에 올릴 영상을 광고하라고 해야겠다.”

그렇게 중얼거리며 걷던 난 바쁘게 뛰어가는 사내를 피해 발걸음을 멈 췄다.

그러고 보니 광화문을 수많은 이능 력자들이 오가는 상황이다. 예전 내 가 처음으로 찾아왔을 때와는 완전

히 다른 분위기.

“부상자! 여기 부상자 있습니다!”

“찬열! 에라이,무리하더라니!!”

“크하하! 그래도 이제 6레벨입니다!”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크하하 하고 웃는 무사를 백의를 입고 있는 치료 사가 타박한다.

“에휴,등신아! 경험치 포션 쓰면 금방 올릴 수 있는데!”

“한정된 포인트를 이면 세계에서도 벌 수 있는 경험치를 사는 데 쓸 수는 없죠. 2,500만 포인트면 포인 트 자판기에서 대환단도 살 수 있다 던데.”

“2,500만 포인트를 언제 모으냐. 차라리 비급을 사지.”

그들의 대화에 다시금 광화문으로 고개를 돌린다. 내가 처음 경복궁에 왔을 때는 언제나 닫혀 있던 문.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광화문이 활짝 열려 있고 셀 수 없이 많은 이들이 새롭게 만들어진 광화문을 오가고 있다.

내가 그러하듯 이면 세계의 모든 존재가 적극적으로 레벨링을 하고 있다는 뜻. 그리고 레벨링을 통제하 거나 적어도 이런저런 조건을 붙이 던 이가가 완벽히 개방하고 사냥을 장려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나마 모두가 절망하고 있는 건 아니라는 건가.”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경회루 로 들어섰다. 현실의 시간으로 치면 불과 1시간 전 배식을 마쳤던 경회 루이지만,스테이지에서 기나긴 시 간을 보낸 사람들이 많았던 만큼 다 시 문을 연 상태다.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

그런데 경회루에 들어서는 내 귀에 어딘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저렇게.”

모두 심각한 표정으로 TV를 보고

있다.

“저렇게 쉽게 클리어하다니……

“체력을 거의 안 쓰는군. 내공의 사용도 최소한이야.”

“전투력이 전부가 아니라는 건가. 내가 스테이지의 클리어 방법을 완 전히 잘못 잡고 있었군.”

“웹에서 공략법들이라는 걸 꽤 보 긴 했지만… 이건 차원이 다르다.”

경회루 안에 사람들이 그득그득하 다. 다만 특이한 점이 있다면,그들 이 식사에 집중하는 대신 식당 한편 에 있는 커다란 화면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화면에는 강철 투구를 쓴 사내가 서 있다.

가벼운 옷차림에 머리만 투구를 쓰 고 있으니 무슨 만화 캐릭터나 클럽 DJ처럼 보이는 외양이다.

[지금까지 3레벨 이상의 전투력을 가진 경우의 스피드 런. 2레벨 이상 의 전투력을 가진 경우의 안정적인 진행을 보여 드렸습니다. 그리고 지 금부터.]

거기까지 들은 이가의 사람들이 술 렁거 린다.

“뭐? 여기서 끝이 아니라고?”

“아니,설마?”

“이 흐름이면……

[레벨 1의 클리어 방법에 대해 공 략해 볼까 합니다. 흠,이름을 붙이 자면.]

“아니,배재석 미친놈아.”

화면을 보며 헛웃음을 홀린다.

[일반인의 몸으로 스테이지 클리어 하기.]

“마이튜브에 올리랬더니 왜 공중파 를 타고 있냐……

[다시 한번 전체 지도를 보시죠.]

말과 함께 화면 한쪽에 스테이지의 지도가 떠오른다. 당연하지만 지니 가 후처리 작업으로 추가해 준 결과 다.

[3레벨 이상용 스피드 런 공략에서 는 저택의 7%가량 공간만을 활용했 습니다. 2레벨 공략에서도 19%면 충분했지요. 하지만.]

지도가 확 하고 밝아진다.

[당신이 초능력이 없는 일반인이라 면 맵의 97%를 활용해야 합니다. 모든 방을 파밍하셔야 하고 모든 문 서를 확인해야 하며 모든 장치를 작

동시켜야 합니다. 공략 시간은 3시 간에서 11시간까지. 저는 3시간에 끝낼 생각이지만 그건 제가 고인물 이라 그런 것이니 길어지더라도 서 두르지는 마세요. 목숨은 하나니까 요.]

그렇게 말하고 걷는다. 시점은 3인 칭이다.

[아,말씀 안 드렸는데 촬영을 돕 고 있는 건 제가 소환한 정령입니 다. 그 외에는 그 어떤 이능도 사용 하지 않을 셈이고 스킬도 장착하지 않았습니다. 뭐 그래도 굳이 추천하 자면 [총잡이] 스킬을 각성하면 도 움이 될 겁니다. 어차피 딜은 다 총

으로 해야 해서.]

3레벨 상급의 시작 지점은 중앙 홀이 아닌 창고로 보이는 작은 방. 나는 성큼성큼 걸어가 벽에 기대 서 있는 테이블에 다가섰다.

[일단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둔 기를 구하시는 겁니다. 전투용은 당 연히 아니고 작업용입니다.]

콰직!

테이블의 다리를 밟아 부러뜨린다. 그것만으로 머리 부분이 크고 묵직 한 둔기가 만들어진다.

[3레벨 상급에서 파밍할 수 있는 총기는 글록입니다. 다들 아시겠지

만,스테이지에서 가장 꼼꼼히 숨겨 져 있는 아이템이 총기라서 잘 못 찾는 분들은 총 찾는 데에만 3시간 넘게 쓰거나,포기하기도 하지만.]

과득!

액자를 치우고 그 뒤에 금이 가 있던 벽을 나무 둔기로 부숴 총기를 찾아낸다.

[운이 좋게 한 번에 찾았네요. 총 기가 나오는 장소는 랜덤인데 대체 로 입구 근처입니다. 자막으로 제가 찾은 포인트 스무 군데 정도 안내할 테니 참고하세요.]

그렇게 말하고 이번에는 구석에 있 는 가구에 다가선다.

[아! 참고로 플레이 시작하고 30분 이 지나도록 시작 지점에 있으면 적 이 찾아옵니다. 뭐 모르시는 분들은 대부분 죽었을 테니 숨어 계신 분들 은 이미 알고 계시겠죠? 불안하시면 저 건너건너 방문 앞에 의자라도 하 나 세워놓은 다음 그거 밀리는 소리 나면 이 신발장에 숨으시면 됩니다. 가구들을 굳이 뒤지진 않으니 잠을 자도 안전합니다만,당연히 소리는 내면 안 됩니다.]

드르륵.

와르르!

서랍을 연다. 사물함을 열고 옷장 을 열어젖힌다.

[그다음 좌측 방을 쭉 돌면서 파밍 을 하시면 됩니다. 파밍 포인트는 서랍들하고 침대 밑,부서진 천장 위,혹은 금이 간 장판 아래 등등입 니다. 부숴야 할 포인트들은 아까 준비한 둔기로 부수면 됩니다. 그렇 게 방 다섯 개 파밍하시면 운이 웬 만큼 없지 않은 이상 총알 3개 이 상 얻으실 수 있을 겁니다. 스킬 [행운의 기운]을 장착하신 상태라면 최소 6개 이상의 총알을 얻는다는 말이지만 그 경우 은신을 포기하셔 야 합니다. 누군가 자신을 향해 100 원짜리 동전을 집어 던졌을 때,그 걸 총알로 맞힐 사격 실력이 있다면

그쪽도 괜찮습니다. 그게 가능하면 플레이 타임도 3시간 안쪽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언제나 시끌시끌하던 경회루가 조 용하다. 다들 홀린 듯 화면을 보고 있는 상태.

그중 하나가 어이없다는 듯 신음한 다.

“아니,대체 몇 번을 클리어했길래 저걸 다 알아? 파밍 포인트가 저렇 게 많았나?”

“와,금 간 바닥은 생각도 못 했

네. 그냥 금 간 게 아니라 그게 부 술 수 있는 포인트였어?”

“거기 조용히 좀 합시다.”

“앗,네.”

수군거리다가 다시 고요해진다. 그 저 가끔 고기를 씹거나 면을 빨아들 이는 소리가 들릴 뿐이다.

‘그 와중에 먹는 사람은 먹는군.’

다행히 먹는 소리 가지고는 다른 사람들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어쨌 든 여기는 식당이었고,스테이지에 서 입은 부상을 회복하고 온 이들에 게 식사는 필수적인 문제였기 때문 이다.

[자,여기 바닥에 홈 보이시죠? 함 정의 흔적이니 돌아가세요. 함정 위 치도 랜덤이지만 포인트는 정해져 있으니 위치를 암기하시고…….]

철가면이 숙 하고 화면을 지나가더 니 한쪽 방에 다가간다. 다른 곳과 달리 문이 피로 물들어 있다.

[여기 열쇠는 이 다음다음 방에 있 는 시계에 숨겨져 있습니다만 1시간 이내에 이 위치에 도착하셨으면 그 냥 부수고 들어가셔도 상관없습니 다.]

쾅!

나무 둔기로 문을 부수고 들어간

다. 온통 피범벅인 방에는 쓰러진 시체가 있고 그 앞에는 피로 적셔진 노트가 있다.

[아,참고로 이 시체는 그냥 시체 니 경계할 필요는 없습니다. 공포 분위기를 위한 소품이라고 생각하시 고. 슬슬 첫 번째 적을 잡습니다. 총에 총알을 장전해 주세요.]

그 안내에 아무 말 없이 화면을 보고 있던 이가 사람들이 수군거리 기 시작한다.

“정말로 가능할까? 나도 총은 찾았 지만 좀비 녀석들 총 안 통하던데.”

“아무래도 어렵겠지. 소총이면 또 모르겠지만 저깟 권총 하나 들었다

고 1레벨이 3레벨,4레벨 적들을 잡 을 수는 없을 텐데.”

“일반인 권총 한 자루 들고 사자, 코끼리 잡는다는 소리나 다름없어.”

“총알로 눈을 맞히면 잡을 수 있잖 아.”

무사로 보이는 사내의 말에 술법사 로 보이는 사내가 어이없다는 표정 을 지었다.

“아니,미친 듯이 달려드는 좀비 눈을 총알로 맞힐 수 있으면 그게 무슨 일반인이야?”

다음 화에 계속...

< 당신의 머리 위에 2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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