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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머리 위에 2부-55화 (172/249)

55 화

-모든 전투가 완료되었습니다. 시 험자 62억 675만 6,249명 중 6억 5,550만 8,765명 합격. 나머지 인원 은 [사망 처리]되었습니다.

잠시 멍하니 텍스트를 보고만 있었 다.

야단났다.

진짜 야단났다.

“초기 합격률이 10%대까지 떨어졌 어……

사실 기미는 지난주부터 충분히 있 었다. 계속해서 스테이지를 완벽하 게 클리어하고 있지만,완벽 클리어 를 위한 시간은 점점 더 길어지고 있었으니까.

이유는 많다.

재석이가 그러하듯 일반인 중에서 도 전투가 적성에 맞고 영능과 스 킬,스탯을 얻어내는 것에 크나큰 관심을 두게 된 이들이 있지만,대

부분 사람은 오히려 점점 더 시험에 치를 떨었다.

애초에 콘셉트 자체가 호러가 아닌 가?

뭔가 제대로 보이는 게 없을 정도 로 어두운 저택 안. 벽마다 새겨져 있는 불길한 문구. 은은하게 들려오 는 여인과 아이의 울음소리.

갑자기 튀어나와 피부를 뚫고 들어 가는 화살 함정. 무지막지한 기세로 굴러와 몸을 으깨 버리는 바위 함 정. 창이 거꾸로 꽂혀 있는 바닥 함 정.

저택을 배회하다 침입자의 기색을 느끼면 괴성을 지르며 덤벼들어 살

을 물어뜯는 끔찍한 외형의 시체 괴 물까지.

노약자가 아니라 어지간히 담대한 강심장이라도 버텨내기가 어려운 환 경이다. 굳은 마음을 먹고 이겨낸다 고 하더라도,몇 번 클리어를 반복 하면 신경쇠약에 걸리기 딱 좋다.

절대적으로 안전한 귀신의 집에서 도 무섭다고 비명을 지르며 완전한 3자의 입장에서 키보드와 마우스로 플레이하는 공포게임에서도 자지러 지는 게 현대인이라는 존재가 아니 던가?

하물며 정말로 내 몸이 찢기고 뚫 리고 씹어 먹히는 스테이지라면 더

말할 것도 없겠지.

-다음 전투를 시작하시겠습니까? 연속으로 적을 쓰러뜨릴 경우 클리 어 숫자만큼 [사망 처리]가 취소됨 니다. 스테이지 종료 시 취소되지 않은 [사망 처리]는 [확정]으로 변해 되돌릴 수 없습니다.

“55억 5,124만 7,484번… 인가.”

그것은 사망자의 숫자이며 동시에 남은 6억 명이 달성해야 하는 클리 어 숫자이기도 하다.

[단순 계산으로 치면 한 사람당 9

번만 클리어해 주면 되네.]

“그런데 그게 될 리가 없잖아.”

불쑥 끼어드는 아레스의 말에 한숨 을 쉬었다.

그렇다. 그게 될 리가 없다.

“저 클리어 인원 중 태반이 부상자 일 텐데.”

모든 사람이 나처럼 상처 하나 없 이 적을 해치울 수 있는 게 아니다. 죽고 죽이는 사투(死關) 끝에 클리 어하는 쪽이 오히려 일반적.

그나마 그들이 그렇게 목숨을 도외 시하고 덤빌 수 있는 것도,그들이 죽는다 해도 [완벽 클리에로 인해

부활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 때문이 다.

스테이지는 절대 체력도 부상도 치 료해 주지 않지만,적어도 부활을 하게 되면 멀쩡한 몸 상태로 현실로 돌아갈 수 있으니까.

“크아아아!!!”

뻑!

머리통을 부수며 생각한다.

우리 34지구에는 이면 세계에서 오래전부터 영능을 수련해 온 1,000 만 명의 전사들이 존재한다. 대마법 사의 안배로 인해 같은 문명 레벨의 타 행성과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

도로 강화된 영능력자들.

그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죽고 죽이 는 사투를 반복해 왔으며 혹독한 과 정을 통해 영능을 수련해 왔으니 고 작 3레벨은 그렇게 무서운 적도 아 니다.

그러나 보통의 인간 60억 명이 시 험을 다 포기한다면.

이론상 1,000만 명의 영능력자들은 각각 600번의 시험을 클리어해야 한다.

아무리 빨라도 몇 시간은 걸리는 시험을.

-다음 전투를 시작하시겠습니까?

“시작.”

-레벨 3. 하급(下級)이 설정되었습 니다.

-1 시간 안에 해당 적을 제거하십 시오.

-10초 후 스테이지가 시작됩니다.

-10. 9. 8. 7…….

일대일 전투인데도 시간제한을 1시 간이나 준다. 그나마 하급이라 이

정도지 중급이 되면 시간제한은 6시 간이 넘어갈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적의 강약만이 문제가 아니다. 1,000만 명의 영능 력자들. 그리고 실력을 쌓은 후발주 자들은 하나같이 마라톤 선수처럼 기나긴 전투를 수행해야만 완벽 클 리어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크아아아!!!”

뻑!

머리통을 부순다. 또 부수고,또다 시 부쉈다.

-다음 전투를 시작하시겠습니까?

-다음 전투를 시작하시겠습니까?

-다음 전투를 시작하시겠습니까?

그리고 그렇게 수많은 전투를 진행 한 끝에.

-사망 처리가 모두 취소되었습니 다!

-축하합니다! 스테이지가 완벽하게 클리어되었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주어집니다.

-당신의 순위는 8,891위입니다.

또다시 시험을 끝내고.

“아,그러고 보니 이거.”

불현듯 나는 이 게임을 정의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냥 난이도 조절 망한 노가다 게 임 아닌가?”

문제는,이 스테이지의 구조 자체 에 있었다.

누구에게는 너무 쉽고.

누구에게는 너무 어렵다.

스테이지의 난이도가 획일적이고 참가가 강제로 결정되니 플레이 자 체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상 위 플레이어들이 그것을 메꿔야만

한다.

‘그런데 그 메꿔야 할 판수가 지나 치잖아. 차라리 어려운 임무가 낫지 이런 쌩노가다라니.’

내심 투덜거리며 자리에 주저앉는 다. 오른팔이 얼얼하다.

“내가 몇 시간이나 싸웠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지만,당연히 혼잣말은 아니다.

[쉬는 시간 포함 786분. 약 13시간 입니다.]

“배고파. 목말라… 젠장,근손실이 다 올 정도네.”

아닌 게 아니라 온몸이 바짝 말라

피부가 쩍쩍 갈라질 정도다. 시작과 동시에 적의 일격을 피하고 진동의 힘을 담은 초진동 곤봉으로 머리를 때리는. 그야말로 최적화되어 있다 고밖에 말할 수 없는 전투 방식을 택했음에도 이 정도다.

‘그렇다고 5분의 쉬는 시간을 안 쓸 수가 없으니.’

마라톤을 몇 시간씩 뛰는 사람도 링 위에 올라 1라운드 뛰면 탈진하 게 마련이다. 동선을 최적화해 때리 기만 하고 있지만,그렇다고 그게 손목을 까닥이듯 쉬운 일은 아니니 체력을 회복하는 시간은 반드시 필 요하다.

[식사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거야 나도 알지.”

고유세계에서 대답한다. 지니의 말 대로 내 앞에는 진수성찬이 차려 있 다.

그러나 배가 고픈 건 스테이지의 나지 고유세계의 내가 아니다. 평소 즐겨 하는 [교체]는 스테이지만 되 면 먹통이 되어버려서 쓸 수가 없 다.

“되기만 하면 체력이 무한이나 다 름없을 텐데.”

-클리어 보상으로 4,720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포인트는 거래의 수단이며 [각성 포션],[경험치 포션],[장비],[도 구],[재료] 등을 구매할 수 있습니 다.

“3레벨 하급은 1판당 25포인트인 가. 빨리 끝나는 건 좋은데 포인트 가 2레벨 중급 정도밖에 안 되네.”

투덜거리며 모습을 드러낸 자판기 에 다가간다.

[드디어 스킬을 구매하실 생각입니 까?]

“구성 자체가 껄끄러워서 쓰기 싫

었는데 어쩔 수 없네. 지금 이 구도 대로라면… 중급 시험에서 완벽 클 리어에 실패하게 될 테니.”

완벽 클리어 실패에 발생할 사망자 만이 문제가 아니다. 사망자가 나오 기 시작한다면,목숨을 던져 스테이 지를 클리어하던 이들이 소극적으로 변하게 될 것이라는 게 진짜 문제.

지금이야 상처 회복을 위해 자살도 할 수 있을 정도지만 완벽 클리어가 불가능하게 되면 당연히 사람들은 몸을 사리게 될 것이다. 그럼 완벽 클리어가 더더욱 어려워지고,완벽 클리어가 불가능에 가까워지면 더더 욱 몸을 사리게 되겠지.

그야말로 악순환.

나는 일단 재료에서 광석들을 적당 히 사들이고 각성 포션을 구매했다.

고른 것은 스킬 중에서도 반대급부 가 가장 적어 보이는 [행운의 기운] 이다.

스킬 목록. 1/2

1. 행운의 기운(입문): 소모품 발견 시 그 숫자가 2배로 증가. 적이 행 운의 기운을 감지함.

적이 행운의 기운을 감지한다는 페 널티는 적들에게 언제나 감지된다는

뜻이다. 내가 모습을 숨기더라도,혹 은 조심스럽게 다가서더라도 적들이 반응한다는 뜻.

하지만 어차피 바로 쳐들어가서 머 리통을 깨는 내 플레이 스타일을 생 각하면 그다지 단점도 아니다.

“나머지는 통 쓸 게 없네……

지금도 몸이 바짝바짝 마르는데 허 기 수치가 증가하는 [빠른 신진대 사]를 선택할 수는 없다. 내 전투 스타일 자체가 속도를 중시하기 때 문에 속도를 늦추는 [괴력]을 선택 할 수도 없고. 둔기만 쓰고 있는데 총잡이를 선택하는 것도 말이 안 되 고.

1회 클리어를 2회 클리어로 판정 하는 [억제기]도 제법 끌리지만,이 득과 비교하면 스텟 감소가 너무 크 다.

마법사가 마력을 회전시켜 서클을 만들어내는 마력 수치가 100포인트 다. 마찬가지로 200포인트가 넘으면 2클래스를. 300포인트가 넘으면 3 클래스에(물론 다른 스텟들이 너무 낮으면 클래스 값을 못하게 되겠지 만) 도달할 수 있다.

주스렛 100포인트라는 건 사실상 [한 단계]의 격차인데 5회도 10회도 아니고 고작 2회 클리어 효과라니.

[그런데 무기 항목에 총이 없는데

왜 총잡이 스킬은 있을까요?]

“아마 전투 중에 획득할 방법이 있 겠지. 총기를 든 적이 등장한다거 나? 아니면 내가 지금 그렇듯 제작 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자판기 안의 몸은 잠시 대기 상태 로 두고 고유세계로 의식을 옮겨 지 니와 의견을 나눴지만 역시 확 느낌 이 오는 스킬은 없다. 꽤 신기한 효 과들이 많은데 반대급부가 너무 크 다.

시험 삼아 [완벽한 수면]을 샀다. 아직까지 스테이지에서 잠을 잔 적 이 없지만 레벨이 높아질수록 플레 이 타임이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음?”

그런데 스킬이 계속 구입된다.

[왜 그러십니까?]

“스킬이 계속 구입되네. 이거 장착 숫자가 2개인 거지 구매에는 한계가 없었구나.”

대신 구매할 때마다 가격이 계속 올라갔다. 최초 10포인트였던 스킬 가격이 20포인트,30포인트,40포인 트 이런 식으로 점점 비싸지는 것.

“뭐 가격이 을라 봤자지.”

대충 느낌 오는 스킬 10개를 사들 였다. 그래 봐야 550포인트다.

“허기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할 텐

데.”

관련된 스킬이 몇 개 있긴 하다. 식량을 취식 시 2배의 효과를 준다 는 [두 번 먹는 입]. 자신의 신체 일부를 취식하면 그 효과가 10배로 증가하는 [광기의 식사]. 그리고 외 부의 음식을 위장에 저장해 올 수 있는 [숨겨진 간식]까지.

특히나 [광기의 식사]는 스킬 중에 서 정말 몇 안 되는 노 페널티 스 킬이다.

“노 페널티는 지랄. 내 몸을 먹는 거 자체가 페널티지.”

정말 역겨운 스킬이다. 문제는 이 런 스킬이 존재한다는 그 자체,이

건 총잡이 스킬과 마찬가지로 스테 이지의 방향성을 짐작하게 해주는 요소다.

“이런 스킬이 필요한 상황이 온다 는 말인데.”

눈을 가늘게 뜬 채 스킬을 변경해 본다.

-이미 스킬 변경을 1회 시도하였 습니다!

-재도전이나 다음 스테이지 도전 때 재변경할 수 있습니다.

“아,막 변경이 가능한 건 아니었

군.”

결국 [행운의 기운]과 [두 번 먹는 입]을 장착한 상태로 [도구] 칸에 들어간다.

마지막으로 필요한 물건들의 구매 를 마치고 스테이지를 종료했다.

-스테이지를 종료합니다. 5. 4. 3. 2. 1.

현실로 돌아온다.

내 앞에는 몸에 착 달라붙는 전신 갑옷을 입은 재석이 있다.

“오? 웬일로 상처가 없네.”

매번 시험이 끝날 때마다 피투성이 였던 재석의 멀쩡한 모습에 묻자 재 석이 씁쓸하게 웃었다.

“죽었어. 너무 욕심을 부린 거지. 스테이지가 안 끝나도 한계가 왔으 면 그만해야 했는데.”

사실 스테이지가 완벽하게 클리어 된다는 확신만 있다면 죽을 때까지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게 차라리 이득이다. 상처를 입고 밖으로 나오 면 그 부상이 그대로지만 죽고 살아 나면 입장 때와 같은 몸 상태로 나 올 수 있게 되니까.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론상 그렇다 는 것이지 쉽지 않은 일이다. 누구

든 죽음은 두려워하는 법이고,혹여 나 완벽 클리어가 나오지 않으면 정 말로 죽을 수 있으니까.

“어쩌다 죽었어?”

“그거야 알 수 없지. 죽게 되면 마 지막 스테이지의 기억이 날아가 버 리거든.”

“그런 게 있어?”

놀라는 내 모습에 재석이 어이없어 한다.

“야,너 인터넷도 안 하냐? 아니, 인터넷도 필요 없지. 지금 어느 채 널을 틀어도 스테이지 이야기가 나 오는데.”

“나는 원래 공략 안 보고 스스로 하는 편이라.”

“목숨이 걸렸는데 뭐라는 거야……

나는 어이없어하는 재석을 잠시 보 다가 이내 [도구] 칸에서 구매한 아 이템을 꺼내 들었다.

“뭐,그래도 이제 좀 신경 쓰려고.”

-캠코더: 버튼을 누르면 영상을 녹화할 수 있다. 어두운 장소에서도 노이즈를 최소화한 밝은 영상을 촬 영할 수 있는 기능이 탑재되어 있 다.

꽤나 비싼 도구에 속하는 캠코더를 들고 생각한다. 지금 상황은 나 혼 자 스테이지 많이 깨서 해결될 문제 가 아니라고. 당장은 몰라도 4레벨, 5레벨,6레벨을 넘어서면 반드시 파 탄이 올 것이라고.

결국,결론은 하나다. 아마 나뿐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알고 있을 것이 다.

“참고해야 할지 모르니까.”

결국,우리는.

인류 전체의 역량을 키워야 할 것 이다.

다음 화에 계속...

< 당신의 머리 위에 2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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