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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머리 위에 2부-54화 (171/249)

54화

철컹! 철컹! 쿵! 쿵!

사철로 가득한 사막이나 다른 바 없었던 고유세계는 날마다 격변의 시간을 거쳐 왔다.

그리고 이제 그곳은,하나의 거대 한 도시가 되어 있다.

“여,여긴 어디야?! 텔레포트? 아 니면 임시 채널인가?”

난데없이 끌려온 세상에 당황하는 재석의 옆으로 지니가 다가온다.

[방문을 환영합니다. 배재석 님.]

“아,안녕하세요. 저는.”

[잠시 치수를 체크하겠습니다.]

“네? 치수라니 무슨 말… 우,우 왓!”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지니에게 끌려간다. 산적 같은 녀석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어 있다.

‘하긴 지니를 보면 그럴 만하긴 하 지.’

보기 좋게 그을린 피부에 오밀조밀 한 이목구비를 가진 지니가 사막의

무희들이나 입을 법한 파격적인 복 장을 하고 있으니 처음 보는 사람이 라면 당황하는 게 정상.

물론 그녀가 정말로 파격적인 복장 을 걸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녀 의 육신을 구성하고 있는 것은 특수 한 금속으로 만들어진 메탈 바디 (Metal Body) 이며 그 모습은 어디 까지나 그 위를 위장하고 있는 캐릭 터 이미지(Character Image)일 뿐이 니까.

“야,이게 뭔 상황이야? 저 누나는 누구고? 여기는 어디야?”

치수를 다 잰 재석이 다가와 묻는 다. 나는 대충 답해주었다.

“내 비서야. 여기는 내 아공간이 고.”

“무슨… 세상에 이렇게 커다란 아 공간이 어디 있어? 게다가 생명체들 이 이렇게 막 들어올 수 있다고?”

생명체가 막 들어올 수 있는 게 아니라 거꾸로 생명체가 아니면 들 어오기 힘들다는 게 문제지만 설명 할 이유가 없는 만큼 대충 넘긴다.

“좀 특별한 아공간이라고 생각하면 돼. 지니! 조정은 끝났어?”

[물론입니다,함장님. 이쪽으로.] 지니의 안내에 따라 재석과 걸었 다. 우리가 있는 공간은 고유세계

속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고유세계 의 중심부라 할 수 있는 강철의 성 이다.

“여기 뭐야? 무슨 아웃렛 같은데.”

“내부 구조는 그렇지.”

그러나 외부에는 백만 대군이 몰려 와도 모조리 녹여 버릴 수 있을 정 도로 엄청난 방위 시설이 준비되어 있다는 걸 녀석은 알까? 고유세계에 누가 쳐들어올 것도 아닌데 무슨 요 새 도시라도 만드는 것처럼 엄청난 설비와 건축물들이 지금 이 순간에 도 만들어지고 있다.

“음? 이것들은 뭐야?”

잠시 걷던 재석이 통로에 마치 전 시되듯 늘어져 있는 무기들을 보고 물었다. 스테이지에서 얻어낸 금속 으로 만든 일종의 시험작들.

1레벨 하급 시험 때 내가 얻을 수 있었던 철광석은 90킬로그램이나 되었지만,그것들을 제련해 불순물 을 태우고 얻어낸 순철은 고작해야 11킬로그램에 불과했다. 내가 쓸 곤 봉을 두세 개 만들고 나자 남는 것 도 없는 수준이었던 것.

그러나 1레벨 중급 시험 때 내가 얻어낸 철광석은 무려 1톤에 달했고 제련해 얻은 순철도 150킬로그램이 넘었다. 다른 것들을 제작해 보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무기지 뭐.”

“우… 우와. 이거 잠깐 휘둘러 봐 도 돼?”

“음? 물론이지.”

내 답변에 재석이 홀린 듯 칼을 걸이에서 꺼내 들어 허공에 휘둘렀 다. 바람이 갈라지는 소리가 서늘하 게 울려 퍼진다.

“오,재석이 너 제법 자세가 나오 는걸?”

“영능이 없어서 문제였지 무술은 꽤 오래 수련해 왔으니까. 하지만 이거 진짜 명검이다. 설마 네가 만

든 거야?”

눈을 반짝이는 녀석의 모습에 고개 를 흔들었다.

“명검은 무슨 명검. 압연강판을 레 이저 커팅하고 cnc 가공으로 모양 잡고 벨트샌더로 연마해 만들어낸 공산품이지.”

“공산품이라니. 무게중심이 이렇게 완벽한 검은 처음 보는데……

녀석의 목소리에 숨길 수 없는 감 탄이 섞여 있지만,그래 봐야 그저 알바트로스함에 저장된 설계도의 뛰 어남일 뿐이다. 완벽한 무게중심 같 은 건 굳이 장인의 능력이 아니더라 도 충분히 재현 가능한 종류의 것이

니까.

“장점이라곤 튼튼하고 날카로운 것 밖에 없는데 완벽까지야.”

저 검은 말하자면 양산품이기에 아 무런 특수효과도 깃들어 있지 않다. 재석에게 한 말대로 튼튼하고 날카 로을 뿐.

대신 무지막지한 규모의 미래 시설 에서 뽑아냈기에 그 두 가지 장점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장점이 있다.

“어차피 그 칼은 시험 삼아 만든 거니 너 가져. 하지만 좀비 잡는 데 칼은 별로 안 좋은 선택이더라고.”

그렇게 말하며 다음 물건들을 보여

준다. 개수는 여러 개지만 종류는 두 가지다.

곤봉과 망치.

“좀비를 잡는다고? 이 무기 설마.”

“그래. 자판기에서 산 철광석으로 만들었지. 실험 삼아 만들어봤는데 다행히 가지고 들어갈 수 있더라 고.”

..r

조금은 붕 뜬 상태에서 물건들을 살피고 있던 재석의 눈매가 날카로 워졌다.

“얼마나 있어?”

“별로 없어. 철이 150킬로그램밖에

안 나와서 곤봉하고 망치를 각각 5 자루만 만드니 끝나 버렸거든.”

길이가 40센티미터에 불과한 강철 곤봉은 그 무게가 2킬로그램에 불과 하지만, 두장(망치의 머리 길이)이 17센티미터. 두경(망치의 머리 두 께)이 7센티미터나 되는 전투 망치 는 무게가 7킬로그램이나 된다.

“흠,하지만 겨우 5자루씩만 만들 었으면 철이 남을 텐데.”

“물론이지.”

그렇게 말하며 한쪽 벽으로 다가간 다.

위잉!

벽이 열리고 그것이 모습을 드러낸 다.

그것은 아까 재석이 보고 감탄했던 칼과 마찬가지로,압연강판을 레이 저 커팅하고 cnc 가공으로 모양을 잡아낸 물건이다. 전신을 철판으로 둘러싼 풀 플레이트 아머는 아니다. 각각 상체와 하체의 일부를 보호하 는 판금과 강철 부츠,그리고 최대 한의 압축으로 사이즈를 줄인 건를 렛으로 이루어진 간략한 플레이트 아머. 사실상 상의와 하의는 튼튼하 게 만든 게 전부고 거의 모든 노력 이 강철 부츠와 건를렛에 들어갔다 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와.”

반짝반짝 빛나는 플레이트의 모습 에 재석의 눈 역시 반짝인다.

“흠.”

나는 잠시 재석을 바라보았다.

사실 저 갑옷은 내가 입으려고 만 든 것이지만 스테이지 공략이 방어 력이 의미 없는 스피드 런이 되면서 계륵이 된 물건이다.

‘하지만 재석이한테는 다르겠지.’

스테이지를 진행하며 상처를 입는 재석에게는 방어구의 가치는 더 말 할 필요가 없는 수준. 나는 플레이 트를 보며 감탄하고 있는 재석을 다

시 한번 본 후 지니를 불렀다.

“지니,걸기 전에 저걸 입혀.”

[네,함장님.]

“응? 입는 건 이해하겠는데 건다니 무슨 소… 헛! 누나? 잠깐만요! 제 가 직… 느왁?!”

난데없는 환복에 재석이 반항했지 만 이제 간신히 생체력을 다루기 시 작한 녀석이 높은 출력을 가진 메탈 바디의 힘을 이겨낼 수는 없다.

“그 갑옷하고 곤봉 망치는 너한테 파는 것으로 하지. 대금은… 그래. 돈보다는 소,닭,돼지 같은 가축들 로 부탁해. 많을수록 좋아.”

“아니,잠깐! 지금 뭐 하려는 거 야? 어어어??”

지니의 손짓과 함께 재석의 몸이 붕 하고 떠오른다. 도착한 곳은 강 철로 만들어진 말굽 모양의 건축물 이다. 높이만 15미터. 폭도 5미터가 넘는 그것은 마치 소리굽쇠를 크게 확대한 것처럼 생겼다.

“한눈 많이 팔았지만 그래도 원래 하던 걸 해야지.”

“원래 하던 거라니. 식을 배운다면 서?”

“그래. 그 이름은 경천칠색. 하늘을 놀라게 할 일곱 색이지.”

허공에 뜬 재석의 몸이 대자로 펴 진다. 보이지 않는 영자력이 녀석의 몸을 결박해 허공에 띄운 것이다.

“아,아니,잠깐! 무슨 식을 이렇게 수련해? 이게 수련이라고?”

당황하는 재석에게 설명한다.

“정확히는 수련을 위한 사전 작업 이지. 생체력을 각성했다고 끝이 아 니거든. 경천칠색을 익히려면 육신 에 진동을 받아들일 수 있는 특질을 부여해야 하니까.”

쿵!

거기까지 말하고 거대한 말굽을 한 대 때린다. 내 전력이 담긴 진동이

소리굽쇠 안으로 빨려 들어가 공명 하기 시작한다.

우우우웅!

우우웅--!

“으어어얽!! 이게 뭐야! 으어어어 읽!!”

소리굽쇠의 한가운데 둥둥 뜬 재석 이 쏟아지는 진동에 비명을 지르는 모습을 보며 근처에 자리를 펴고 앉 는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지니가 커다란 접시를 줄줄이 내려놓는다.

[안심 스테이크와 새우튀김 샐러드 입니다.]

“항상 고마워.”

새우튀김을 두세 개씩 입에 던져 넣으며 시간을 확인한다. 어느새 5 시다.

“시험까지 이제 2시간 남았네.”

과연 2차 시험은 어떤 결과가 나 올지 궁금하다.

세계는 혼란에 빠졌다.

경복궁 안에만 있던 나는 크게 체 감하지 못했지만 수많은 국가의 정

부가 계엄령을 선포해 국민을 통제 하고 있고,모든 병원이 넘쳐나는 환자를 감당 못 해 비명을 지르는 상태.

그나마 다행인 점이 있다면.

-2차 시험이 앞으로 30분 남았습 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는 가장 안전 하다고 생각되는 장소에서 배부된 긴급 치료 키트를 옆에 두고 시험에 임하시길 바랍니다!

-전국 각지에 1,855개의 긴급 의 료소와 의료 지원품이 배치되었으

••••••.

-부상자분들께서는 가까운 학교나 동사무소로…….

각국 정부는 놀랄 정도로 신속하게 상황에 대처하고 있었다. 마치 오래 전부터 매뉴얼이 만들어져 있던 것 처럼 TF를 꾸렸고 발 빠르게 [종말 특별법]을 발동시켜 사재기 등의 혼 란 상황을 대비했다.

어디에 그렇게 비축해 두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대량으로 준비되어 있던 의약품들을 풀었으며 업데이트 되는 정보를 모조리 조합해 안내 방 송을 시작했다.

“아니,이게 어떻게 된 거야. 내가 알던 헬조선이 아닌 거 같은데.”

“뭐지? 국회의원들이 왜 일 잘하 지?”

“대통령이 지금 20시간째 안 자고 현장을 지휘하고 있대.”

“정부 지지율이 엄청 오르고 있는 데도 야당이 태클을 전혀 안 걸다 니.”

한국뿐이 아니다.

물론 상당수의 국가가,특히나 중 국의 경우는 국가 전체가 휘청일 정 도로 엄청난 대혼란을 겪고 있었지 만,사회 구조가 튼튼한 대부분의

선진국은 국민이 놀랄 정도로 발 빠 르게 혼란을 최소화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때문일까?

2차 시험도 별문제 없이 클리어되 었다.

-사망 처리가 모두 취소되었습니 다!

-축하합니다! 스테이지가 완벽하게 클리어되었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주어집니다.

-당신의 순위는 9,091위입니다.

“아,등수가 통 안 올라가네……

무슨 스피드 런 하듯 머리통을 부 수며 달렸는데도 아직도 9,000등이 라니 기가 찬다. 칭호가 눈에 보이 는 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시작하 자마자 문을 부수고 들어가 그냥 달 려가서 머리통을 부수는 모든 과정 에 그 어떤 군더더기도 없는 것 같 은데도 늦는단 말인가?

-클리어 보상으로 1,605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포인트는 거래의 수단이며 [각성 포션],[경험치 포션],[장비],[도 구],[재료] 등을 구매할 수 있습니 다.

-철광석 1,605킬로그램을 구입하 셨습니다!

-스테이지를 종료합니다. 5. 4. 3. 2. 1.

삽시간에 배경이 변한다. 어느새 나는 경회루의 카페로 돌아와 있는 상태다.

“흠. 끝났구먼.”

컵을 닦고 있던 바리스타 아저씨가 별 감홍 없이 다시 컵을 닦기 시작 했다. 그 역시 몇 초 전에 좀비 머 리를 깨고 다녔을 것이라는 걸 생각 해 보면 굉장히 밋밋한 반응이다.

‘설마 저 아저씨도 내 위에 있는 9 천 명 중 한 명인가?’

뭔가 오기가 발동하는 느낌이다. 나름 잘한 것 같은데 9,091위라니!

자연스럽게 불만이 생긴다.

‘이거 난도가 너무 낮은 거 아냐? 종말이라더니.’

물론 시험 자체에 실패하는 사람들 이 있기에 나처럼 추가 도전을 하는 사람들도 생기는 거지만,아무리 그 래도 시험을 통과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스피드 런을 해서 경쟁을 해 야 하다니.

‘이걸 정말 [종말]이라고 할 수 있

나?’

그러나 그때 나는 제대로 체감하고 있지 못했다.

레벨 1이라는 문장의 뜻과.

인류 전체가 강제로 시험에 참여해 야만 한다는 잔혹함을.

-스테이지 (Stage)가 오픈됩니다!

-레벨 1. 상급(上級)이 설정되었습 니다.

일요일 저녁 7시,월요일 저녁 7시 에 이어 화요일 저녁 7시에 세 번 째 시험이 열렸다.

스테이지는 더더욱 커졌다. [함정] 이 생겨났고,2레벨의 [보스]가 생 겨났다.

-스테이지 (Stage)가 오픈됩니다!

-레벨 2. 하급(下級)이 설정되었습 니다.

수요일 저녁 7시. 레벨 2. 하급. 목요일 저녁 7시. 레벨 2. 중급. 금요일 저녁 7시. 레벨 2. 상급. 결과는 올 퍼펙트 클리어. 어이없게도 토요일은 시험이 없었

다. 마치 일주일에 하루는 쉬는 날 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그리고 다시 일요일 저녁 7시.

-스테이지 (Stage)가 오픈됩니다!

-레벨 3. 하급(下級)이 설정되었습 니다.

쿵!

키가 2미터가 넘는 근육질의 시체 괴물이 쓰러진다. 넝마 같은 옷을 입고 있는 시체 괴물은 어마어마한 근육질로,바닥을 내려치는 주먹질 만으로도 땅이 울릴 정도로 무식한

괴력을 가지고 있다.

“와. 이거.”

지난주 오늘. 나는 이 자리에서 거 의 유아나 다름없는 신장의 꼬마 시 체와 싸웠다.

녀석은 너무 약했다. 거의 여중생 이나 다른 바 없는 신체 능력으로도 손쉽게 이길 정도로 약한 적.

그 적을상대로도 인류는 절반이 죽 었다. 그런데 지금의 적은 어떠한 가?

“보통 사람들한테는 좀 어렵겠는 데?”

근육질의 시체 괴물을 쓰러뜨린 나

는 심각한 표정으로 쓰러진 시체를 바라보았다.

[종말 프로젝트]

[3 레벨.]

[분노한 브라운]

여전히 나에게는 손쉬운 상대지만 그건 상대적인 이야기일 뿐,객관적 으로 이 녀석은 맹수와 싸워도 이길 정도의 전투력을 가지고 있다.

지 난주는 유치 원생 이 적 이 었는데, 요번 주는 호랑이가 적.

그렇다면 다음 주는 어떻게 된단

말인가?

스탯 제한도 이제 130으로 너무 높다. 인류의 대부분이 오히려 스랫 이 모자란 상황이 되어버린 지 오 래.

물론 이면 세계에서 수라장을 거쳐 온 1,000만 명의 영능력자들은 여전 히 수월하게 전투를 수행하고 있다. 나만 해도 그렇다. 올 스탯이 200인 나는 스탯 제한이 높아지면 높아질 수록 전투가 오히려 너무 쉬워지고 있는 상황.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한단 말인가?

60억이 넘는 [보통 사람]들은?

물론 일반인이었던 재석이가 그런 것처럼 인류 역시 성장하고 전투에 익숙해질 수도 있겠지만,과연 보편 적인 인류가 이 업데이트 속도에 맞 춰서 성장할 수 있을까?

“업데이트가 너무 빨라.”

결국,나는 깨달았다.

지금의 업데이트는 너무나 빠르며.

인류는 절대 이 속도를 따라갈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다음 화에 계속...

< 당신의 머리 위에 2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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