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머리 위에 2부-53화 (170/249)

53 화

-스테이지 (Stage)가 오픈됩니다!

-레벨 1. 중급(中級)이 설정되었습 니다.

-1 시간 안에 해당 적(5개체)을 제 거하십시오.

-10초 후 스테이지가 시작됩니다.

-10. 9. 8. 7••••••.

장소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다 부서 져 가는 폐가 앞이다. 다만 다른 점 이 있다면 어제와 달리 시간이 밤으 로 설정되어 있으며,폐가 앞에서 으르렁거리던 시체 꼬마가 없다는 점.

잠시 후 카운트다운이 끝나 스테이 지가 시작되었다는 알림이 울려 퍼 졌음에도 상황은 변화가 없다.

“건물 안에 숨어 있는 모양이네.”

나는 아무런 부담 없이 다 부서져 가는 폐가를 향해 걸었다. 발걸음은 너무도 가볍다. 당연한 일이다. 왜냐 하면.

쿵!

내 손에는 강철 곤봉이 들려 있었 으니까.

“캬아악!!”

“뚝배기!”

과작!

너덜너덜하던 문을 부수고 들어가 자마자 덤벼들었던 시체 꼬마의 머 리통이 박살 난다. 심약한 사람이었 다면 심장이 바닥을 굴러다닐 정도 로 급작스러운 기습이었지만 내 마 음에는 만족감만이 차오를 뿐이다.

“와,너무 편한데? 무기도 무기지 만 스탯이 확장되었네.”

상태창을 열어보니 10에 고정되어 있던 올 스탯이 30까지 확장되어 있다.

체감상 건장한 성인 남성의 신체 스탯(근력,체력,생명력 등)이 대략 30포인트 정도.

즉 지금의 나는 우주로 나가기 전 의 내 몸보다도 미묘하게 좋은 신체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여중생의 신 체 능력으로,심지어 맨손으로 잡던 적이 상대인 이상 부담 따위 있을 리가 없다.

지금의 일격만 해도 그렇다.

정말 가벼운 일격이었다. 그냥 강

철 곤봉을 들어 올렸다가,중력에 따라 떨어뜨리듯 내려친 것.

별다른 체력 소모도 없을뿐더러 무 엇보다 아무런 반작용이 없다. 손목 이 삐거나 손가락뼈가 부러지는 일 이 없는 것이다.

“역시 사람은 도구를 써야지.”

폐가 안으로 들어선다. 겉에서 보 기보다 꽤 규모가 있는 폐가다. 1층 만 해도 부엌을 포함해 5개나 되는 방이 있고 비슷한 규모의 2층까지 있는 것.

나는 거침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창밖은 어둑어둑한 밤이고 광원이라 고는 상들리에와 벽에 걸려 있는 몇

개의 촛불뿐이었기에 으스스한 분위 기지만 겨우 그 정도로 내 발걸음을 멈추게 할 수는 없다.

퍽!

부엌으로 들어가서 냉장고에 들어 있던 시체 꼬마의 머리를 부순다. 1 층은 이제 패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향한다.

그리고 점프!

퍽!

샹들리에에 매달려 있던 시체 꼬마 의 머리를 깬다. 샹들리에는 제법 화려한 종류로 녀석의 모습을 가려 주었지만,나에게는 어림없는 소리

다.

[종말 프로젝트]

[1 레벨]

[비통한 세바스찬]

몸을 숨겨봐야 나에게는 칭호가 보 인다. 나름 꼼꼼하게 잘 숨었지만, 기습을 위해 몸을 숨기고 있는 행위 는 나에게 목숨을 가져다 바치는 만 용에 불과하다.

“웃차.”

쿵!

문을 열자 떨어지는 석상을 몸을 비틀어 피한다.

“뭐야 이 허접스러운 함정은.”

퍽!

투덜거리며 문 뒤에 숨어 있던 시 체 꼬마의 머리통을 깬다. 석상을 얻어맞아 충격을 받았다면 습격하려 던 모양이다.

픽!

창가에 매달려 있던 녀석은 굳이 나갈 것도 없이 강철 곤봉을 든 팔 만 밖으로 내밀어 깼다.

-클리어!

-모든 전투가 완료될 때까지 대기 합니다.

“간단하지만 시간은 훨씬 많이 걸 리네.”

바로 앞에서 덤벼들던 때보다 훨씬 긴 시간을 소모한다. 그마저도 시체 들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나라서 빠른 것이지,다른 사람들은 시체 꼬마의 기습에 당할 가능성도 있다. 기습에 당하고 싶지 않으면 차분하 게 폐가를 수색하며 움직여야 할 것 이다.

“뭐 그래도 스탯 제한이 풀렸으니

훨씬 낫겠지.”

아무리 일반인 기준이라 하더라도 10포인트는 너무 낮다. 사실상 성인 남성은 모조리 스탯을 제한당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태.

그러나 거꾸로 생각하면 스랫 제한 30포인트에서는 다른 문제가 발생 한다.

‘일반인은 오히려 30포인트를 다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겠지. 특히 나 여성이나 아이,노인들의 경우는 말이야.’

말이 좋아 스탯 조정이지 그냥 스 랫 제한이기 때문에,스탯이 감소하 기만 하지 올라가지는 않는다. 대부

분 스탯 제한이 걸렸던 1레벨 하 난이도와 다르게,중 난이도부터는 스탯 제한보다 모자란 스랫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라는 뜻. 자판 기에서 경험치 포션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면 해당 레벨의 클리 어에 필요한 것보다 낮은 스탯을 가 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 게임이 그러하듯.

해당 레벨보다 스텟이 낮으면 체감 난이도가 폭증하기 마련이다.

팟!

“좋아! 이것도 되는군.”

나는 강철 의자를 꺼내 앉았다. 어

제 고유세계에 있는 무기들을 스테 이지로 꺼내려고 했을 때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성공했 다.

“들고 들어오는 것만 쳐주지 않을 까 걱정했는데.”

스테이지에 들고 온 강철 곤봉은 자판기에서 구입한 철광석을 제련해 만든 철로 만들어낸 것이다. 역시나 스테이지 안에서는 외부의 물건을 쓸 수 없었던 것.

맘 같아서는 총도 만들어 보고 싶 었는데 아쉽게도 자판기에서 화약까 지 팔지는 않더라.

[석궁 정도는 가능할 것 같습니다

만.]

‘그렇긴 한데 이렇게 좁은 배경에 서 석궁이 의미가 있을 것 같지 않 아. 게다가 레벨이 계속 올라가는 모양이니 위력 면에서도 한계가 있 겠고.’

나는 이런저런 테스트를 하며 시간 을 보낸다.

시간을 보냈다.

계속 시간을 보냈다.

“•••아니,잠깐만. 이거 왜 안 끝나 지?”

의자를 고유세계로 집어넣으며 의 문을 표한다. 왜냐하면,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분명 시험 주제 자체가 1시간 안에 해당 적(5 개체)을 제거하는 것이었는데 이게 몇 시간째인가?

그리고 마치 내 불평에 대답이라도 하듯 알림이 들려온다.

-경고. 45억 2,555만 5,531명의 전투가 완료되지 않고 있습니다.

-시험자 66억 9,665만 1,249명 중 10억 550만 1,775명 합격. 나머지 인원은 [사망 처리]되었습니다.

-시스템이 일부 업데이트됩니다.

-과도하게 시간을 끄는 행위를 포

기 행위로 간주합니다.

-앞으로 1차 시험 종료 12시간 후 재시험을 치르게 되며,포기 행위를 2번 반복할 경우 사망 처리 됩니다.

전과는 조금 다른 말에 나는 상황 을 파악할 수 있었다.

“아… 사람들이 저 폐가에 아예 안 들어갔구먼?”

생각해 보니 충분히 고를 만한 선 택지다. 어제,불과 24시간 전 인류 의 50%가 사망을 경험했고 사망하 지 않은 이들이라 하더라도 좀비와 죽고 죽이는 사투를 경험했다. 충분

히 트라우마가 될 일이니 시험을 거 부하는 게 오히려 정상일 것이다.

-다음 전투를 시작하시겠습니까? 연속으로 적을 쓰러뜨릴 경우 클리 어 숫자만큼 [사망 처리]가 취소됨 니다. 스테이지 종료 시 취소되지 않은 [사망 처리]는 [확정]으로 변해 되돌릴 수 없습니다.

“시작!”

물론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었다.

“이리 오너라!”

문을 박차고 폐가로 들어간다. 이

번에는 5마리가 죄다 1층에 있었다. 옷장에 있던 녀석,화장실 천장에 숨어 있던 녀석,부서진 마루 구멍 아래에 숨어 있던 녀석,아까처럼 상들리에에 매달려 있던 녀석,그리 고 침대 안에 숨어 있던 녀석까지.

“오 남매 머리가 바사삭!!”

퍽!

녀석들이 괴성을 지르기도 전에 머 리를 부순다. 시체 꼬마 녀석들은 기습을 위해 숨죽이고 있던 상태 그 대로 죽었다.

-다음 전투를 시작하시겠습니까?

-다음 전투를 시작하시겠습니까?

계속 도전을 이어간다. 전투는 쉬 웠다. 모습을 숨긴 적들의 모습은 뻔히 짐작되었고 신체 능력도 향상 된 데다 무기까지 들고 있으니까.

그러나 편리하게 적을 해치우고 체 력 안배를 하고 있음에도… 점점 체 력이 달리기 시작한다. 어제와 다르 게 제자리에서 전투를 해결하는 게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다음 전투를 시작하시겠습니까?

그렇게 2()1번째 시험을 클리어했 을 때였다.

-사망 처리가 모두 취소되었습니 다!

-축하합니다! 스테이지가 클리어되 었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주 어집니다.

-당신의 순위는 9,147위입니다.

“이렇게 잡았는데 아직도 9천 등이 야? 스랫도 한계치인 데다가 무기까 지 들었는데.”

500만 등에서 많이 올라갔지만 그

렇다곤 해도 놀라운 일이다. 아무래 도 이 시험에 빠르게 적응한 이들이 많은 모양이다.

아니면 스렛 제한 따위 실력으로 뛰어넘는 고수가 많다든지.

“이것 참.”

소리소문없이 모습을 드러낸 자판 기로 다가가며 웃는다.

“승부욕 생기게 만드네.”

-클리어 보상으로 1,005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포인트는 거래의 수단이며 [각성 포션],[경험치 포션],[장비],[도

구],[재료] 등을 구매할 수 있습니 다.

-철광석 1,005킬로그램을 구입하 셨습니다!

-스테이지를 종료합니다. 5. 4. 3.

2. 1.

해가 일찍 뜨는 여름인데도 어둑어 둑할 정도의 새벽. 다른 시간대에 비하면 훨씬 한적한 훈련장의 문이 열린다.

“대하야!”

나는 연신 들어 올리고 있던 대형 덤벨을 대충 내려놓았다. 훈련장에 들어온 것은 건장한 체구에 양복을 걸친,어디로 봐도 조폭으로밖에 보 이지 않는 사내.

믿을 수 없겠지만 이 녀석은 고등 학생이다.

“오,친구 잘 살아 계시구먼.”

“뭐? 아이고.”

현실의 몸을 고유세계의 육신과 교 체해 샤워를 시키게 하고 뽀송뽀송 한 몸으로 재석을 따라 나온다. 종 종 보이는 묘하게 경직된 분위기의 궁녀들을 지나쳐 경회루 2층에 있는

찻집으로 향한다.

원래대로라면 이 시간에는 열지 않 지만,시국이 시국인 만큼 24시간 운영하는 모양이다.

“좀 괜찮아?”

혀끝이 얼얼할 정도로 다디단 초코 브라우니 쇼콜라를 마시며 묻는다. 괜한 물음이 아니라 녀석의 왼팔에 붕대가 감겨 있다.

“그리 심한 상처는 아냐. 망할 샹 들리에에 매달려 있는 녀석이 뛰어 내리는 걸 제대로 못 막아서 물렸 지.”

“뭐 전염되거나 그런 건 아니지?

좀비 바이러스라든가.”

그냥 해보는 질문이었다. 실제로 재석은 좀 다쳤을 뿐 감염의 기미는 전혀 없지 않은가? 그저 난 물려보 지 않았으니 확인차 물어본 것.

그런데 뜻밖의 답변이 돌아온다.

“전염돼.”

“뭐,진짜?”

깜짝 놀라 묻는다. 설마 이 난리 통에 좀비 전염까지 된단 말인가? 그런데 그런 내 반응에 재석은 그저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을 뿐이다.

“이런 기본적인 질문이라니… 너 설마 한 번도 안 물렸어? 아니,그

보다 뉴스도 안 보냐? 온 세상이 이 난리가 났는데?”

“뭐 그냥.”

“와,재수 없는… 뭐 걱정은 하지 마. 전염은 되는데 현실로 돌아오면 문제없으니까. 다른 물건들이 그런 것처럼 좀비 바이러스도 현실로 넘 어올 수는 없는 모양이야. 현실로 돌아오면 그냥 부상만 남을 뿐이 지.”

“전염이 됐다는 건 어떻게 알았는 데?”

“마흔네 번째 클리어 때 손을 물렸 거든. 쉰여섯 번째에는 전염이 어깨 까지 퍼져서 더 진행할 수가 없더라

고. 솔직히 마지막 클리어는 거의 억지였어. 하마터면 죽을 뻔했지.”

생각해 보니 그 스테이지라는 곳에 있는 물건들을 현실에 가져오는 것 은 불가능하다. 가져올 수 있는 건 오직 그 안에 있는 자판기에서 구입 한 물건뿐.

현실로 돌아오면 남는 것은 그저 부상일 뿐 외계의 바이러스나 저주 등이 따라오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그나저나 쉰여섯 번이나 깼다고? 그러고 보니 너..”

나는 그제야 재석이 뭔가 달라졌다 는 사실을 깨달았다. 녀석에 전신에 서 은은한 생명력이 쁨어지고 있다.

재석의 얼굴을 보니 환한 미소가 보인다. 종말이 다가온다는 심각한 상황이지만,그런데도 녀석의 얼굴 에는 기쁨이 가득하다.

“그래,맞아. 영능을 각성했어. 생 체력.”

“허.”

놀라운 일이었다. 왜냐하면… 그에 게는 영능(靈能)에 대한 재능이 거 의 없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영능을 키워 나가고 발전시키는 건 물론 노력도 필요한 일이지만 입문 (人門)을 위해서는 무조건 재능이 필요하다. 특별한 영약이나 대법을

사용하지 않는 이상 재능 없는 이가 영능을 각성하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자판기 효과가 엄청난 모양이네.”

“그러게. 그렇게 발버둥 치다가 포 기했는데 이런 식으로 기회가 생길 줄은 몰랐어. 일성의 엄청난 부로도 쉽지 않은 일이었는데.”

잠시 재석이를 가만히 바라본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문득 드는 생각 이 있었다.

“너 생체력의 식(式)은 어떤 거로 하기로 했어? 네 얼굴로 천지화랑도 (天指花郞道)는 어려울 텐데.”

“얼굴이 돼도 천지화랑도는 못 배 워. 이가가 얼마나 빡빡한 곳인데 나이 먹을 만큼 먹은 재벌 가문 사 람을 받아들여? 수련법은 많으니 돈 으로 살 수 있는 거로 사봐야지.”

“흐 ”

■T그 .

잠시 계획을 점검한다. 그러고 보 면 재석이 녀석,생각 이상으로 괜 잖은 조건이다.

“그럼 이건 어때?”

“뭐가?”

“내가 익힌 식을 전수해 줄게.”

난데없는 말에 재석의 표정이 진지 해진다. 왜냐면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를 대하는 이가의 극도로 조심스러운 태도. 철저하기까지 한 정보 통제까지.

녀석은 이가 출신이 아니지만,한 국 경제를 지배한다는 일성 회장의 손자이며 정황상 이가를 지배한 황 녀의 수족이기도 하다. 나에 대해 정확히 알지는 못해도 절대 범상치 않은 존재라는 것을 모를 리 없는 상황.

나를 바라보는 녀석의 시선이 복잡 하다.

“너를 오래 알아왔고 또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모르겠네. 연약 해 보이는 미소년이었던 영민이 형

이 검귀가 되어서 이가를 구한 것도 그랬지만.”

“…형은 나도 몰랐어.”

그래,짐작도 못 했다. 형의 칭호 인 검귀가 정말 검을 귀신같이 다루 기에 얻어낸 것도,밤이면 밤마다 형이 내가 알 수 없는 특별한 장소 에서 죽고 죽이는 싸움을 계속해 왔 다는 것도.

“내 짐작이지만 아마 네가 익히고 있는 식이 이가의 것보다도 더 강하 겠지?”

“물론.”

대마법사의 안배와 지원으로 변방

행성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영능학을 발전시킨 34지구 지만,그렇다 하더라도 대우주에서 도 인정받는 제국의 체계적인 영능 에 비할 바는 못 된다. 단순한 영능 학의 수준만이 문제가 아니라,그것 을 뒷받침할 인프라에서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다.

“뭐,가르쳐 준다면 나야 고맙지. 뭔가 준비가 필요해?”

“몸만 오면 돼.”

“뭐? 그렇게 대추웅-?”

팟!

손과 손이 마주 닿는 순간 재석의

모습이 사라진다.

호로록.

빨대에 입을 대고 초코 브라우니 쇼콜라를 빨아 먹는다.

“아,달다.”

아침 7시.

그러니까 2차 시험이 벌어지기 3 시간 전에 벌어진 일이었다.

다음 화에 계속...

< 당신의 머리 위에 2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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