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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머리 위에 2부-51화 (168/249)

51화 Chapter 10. 종말은

MMORPG를 타고

“종말?”

“종말이라고?”

한순간 분위기가 얼어붙는다. 여기 저기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재석 을 인질로 잡고 있던 백인 남성. 스 펙터 역시 대경실색하는 모습을 보 인다.

이면 세계의 사람들은 종말이라는 단어에 언제나 민감하게 반응한다. 하긴,이해 못 할 건 아니다. 지구 전체에 온갖 안배를 남겨놓을 정도 로 전력을 다해 종말을 대비하던 대 마법사가 지구 최고의 권력자였으니 그 아래에는 얼마나 강조에 강조를 해왔겠는가? 귀에 못이 박이다 못해 노이로제가 걸릴 정도로 들어왔을지 도 모른다.

사실 그가 죽기가 무섭게 다른 가 문에 쳐들어간 주가가 정상이 아니 었다. 본인들이야 속도전을 펼쳤다 고 생각하겠지만,결과 역시 최악이 었다.

“정말,정말로 종말이 온단 말인 가? 이렇게 빨리? 대마법사님이 돌 아가시고 아직 일주일도 지나지 않 았는데?”

그는 멱살을 잡고 있던 재석을 대 충 근처에 내려놓고 나를 보았다.

“사소한 다툼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군. 나중에 다시 오지.”

“하.”

기가 차서 헛웃음 짓는 순간 어둡 던 하늘이 밝아진다. 거품 세계에서 빠져나와 표면 세계로 돌아온 것이 다.

“뭐야? 뭐야,방금. 너도 들었지?”

“종말 프로젝트라니 대체 뭐야?”

“타입 호러라고?”

하교하고 있던 학생들은 혼란에 빠 져 있다. 서로 떠들어대고 스마트폰 을 꺼내 화면을 보고 전화를 받고 황급히 어디론가 가버린다.

“일반인한테까지 들렸군.”

“SNS도 폭주하고 있어요. 세계 전 체에 퍼져 나간 것 같은데.”

“미치겠군……

선애와 지검이 신음하는 사이 주저 앉아 있던 재석이 벌게진 목을 주무 르며 다가온다.

“뭐야,대체. 뭔 상황이야? 종말이

라니. 이거 설마 그 말 많던 종말의 시작이야? 이면 세계가 아니라 표면 세계에서부터 시작하는 종말이라고? 대마법사님이 매일 경고하던 그거?” 물음표 가득한 녀석의 말에 어깨를 으쏙였다. 녀석은 꽤나 혼란스러워 보인다. 얼마나 혼란스러운지 조금 전만 해도 자기가 인질이었다는 사 실조차 잊은 것 같다.

“나라고 알겠냐?”

가볍게 흘렸지만,전혀 짐작이 안 가는 건 아니다.

‘전에 그 후안인가 하는 남자가 한 짓인가.’

그에게서 느껴지던 힘과 권능이 비 범한 수준이기는 했다. 최하가 언터 쳐블. 그러니까 성계신에 비빌 수 있을지 모른다고 느껴지는 존재가 바로 그였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단정 짓기에도 좀 이상한데.’

[내]가 인류를 몰살시키려 하니 직 접 찾아와 만류한 그가 굳이 [종말 프로젝트]라는 걸 가동한다는 건 상 당히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물론 미친놈 속을 누가 알겠느냐마는 왠 지 지금 일어난 일은 그의 작품이 아니라는 예감이 들었다.

‘지니,혹시 무슨 사건 사고 같은

게 있어?’

[아직 별다른 특이 사항은 확인되 지 않았습니다. 지구 전체로 퍼져 나간 목소리를 듣고 사람들이 혼란 스러워하고 있을 뿐입니다.]

‘모르겠네.’

투덜거리며 지검에게 고개를 돌린 다.

“일정이 바뀌었습니다. 그냥 궁으 로 가죠.”

오래간만에 오락실이나 가볼까 했 지만 아무래도 애매한 분위기. 지검 이 즉시 고개를 끄덕인다.

“즉시 이동하겠습니다.”

말과 함께 차량을 준비한다. 도착 한 것은 우리 차량만이 아니다.

“도련님! 괜찮으십니까?”

“참 빨리도 온다,이것들아. 어휴, 이것들을 호위라고.”

재석이 건장한 남성들에게 둘러싸 여 튼튼해 보이는 차량에 탑승하는 모습이 보인다. 권력과 무력이 금력 보다 우선인 세상이라지만 명색에 재벌 3세인 만큼 부리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었다.

“전원 특급 경계 태세를 유지하 라!”

“나가 있는 모든 인원을 불러들

여!”

경복궁에 돌아오자 역시나 난리다. 전쟁 때 그러했듯이 사람들이 뛰어 다니고 여기저기 모여 떠들고 있는 상황.

나는 슬쩍 고개를 돌려 지검을 보 았다.

“가서 일 보세요.”

“하지만.”

“바쁠 텐데 무리할 필요 없어요. 어차피 호위 따위는 필요 없고.”

망설이는 지검을 두고 경회루로 발 을 옮긴다. 그는 이가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강자. 또 다른 종 말의 신호가 나타난 이상 대비를 하 지 않을 수는 없으리라. 내게 별다 른 위협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더더 욱 그렇겠지.

“제육 정식으로 주세요. 2배로 주 세요.”

“너 아직도 안 갔냐?”

“아니,왜 자꾸 보내려고 해요? 제 가 눈에 거슬려요?”

영문 모를 소리에 인상을 찡그리자 식당 아줌마가 흠칫 놀라 한 발짝 뒤로 물러선다. 그러나 놀란 자신의 모습에 자존심이 상한 듯 고개를 파 라락! 소리가 나게 털더니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슬슬 자유가 눈앞에 보이는 상황 에 어마어마한 변수가 눈앞에 보이 는데,어떻게 안 거슬리겠냐?”

“자유?”

의문을 표하자 쟁반에 음식들을 담 아 주며 그녀가 답한다.

“그래. 대마법사가 준비한 안배들 이 모두 소모되고 나면 우리도 이 지긋지긋한 식모 노릇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거든. 재수 없게 낚여서 벌써 200년도 넘게 부려 먹혔어. 내 가 마계로 돌아가면 물질계 쪽으로 는 침도 안 뱉는다! 지독한 인간 놈 들!”

우웅--!

식당 아줌마의 온몸에서 새카만 탁 기(渴氣)가 쁨어진다. 그리고 그 모 습을 본 이가 사람들이 당황했다.

“헉! 비상! 줌마 화남!!”

“으악! 요새 잠잠하시더니 왜 저 래?!”

“어떤 놈이 반찬 투정함?!”

소란스럽던 식당이 한층 더 시끄러 워진다.

“아줌마.”

소란과 함께 몰리는 시선에 슬쩍 그녀에게 다가가 속삭인다.

“닥쳐요.”

슬금슬금 범위를 넓혀가던 탁기가 게 눈 감추듯 사라지고,탁기를 뿜 어내던 아줌마가 어색한 표정으로 웃는다.

“아,미,미안. 좀 홍분해서.”

“대충 알겠으니까 배식이나 해요.”

“그,그래. 맛있게 먹어라.”

왜인지 오들오들 떠는 그녀를 내버 려 두고 자리로 가서 앉는다. 내 뒤 를 따르던 선애가 어이없다는 목소 리로 물었다.

“너 대체 뭐야? 혹시 대마법사님의

숨겨진 제자,그런 거야?”

“마법의 마 자도 모르는데 제자는 무슨.”

무시하고 끼니를 챙겨 먹는다. 언 제나 그랬듯 훌륭한 월리티의 음식 들이었지만 생각이 많아져서인지 맛 이 느껴지지 않는다.

‘지니,여전히 별일 없나?’

[아직 명확하게 파악되는 일은 없 습니다. 다만.]

‘다만?’

[다만 세계적으로 사건 사고가 묘 하게 잦아지고 있습니다.]

‘사건 사고라.’

식사를 마치고 고궁박물관의 훈련 장으로 향한다. 평소라면 꼭두각시 를 써서 아레스에게 훈련을 맡기겠 지만 그냥 직접 몸을 움직인다.

철컥!

두 다리에 100킬로그램짜리 고리 를 달고 턱걸이를 시작한다. 너무나 가볍다. 대충 던져 버리고 다른 고 리를 찾아 걸었다.

‘아,열받아. 나보다 아레스가 열심 히 한 건데도 열받네.’

100포인트던 을 스탯이 200포인트 로 맞춰지면서 내가 그동안 한 육체 단련은 모조리 없던 일이 되었다.

140포인트까지 올렸던 근력도,150 포인트까지 올렸던 체력도,120포인 트까지 올렸던 순발력도 모조리 200포인트다. 별다른 단련을 하지 않았던 항마력도,마나나 마나량도 모조리 200포인트. 아마 육체 단련 을 하지 않았어도 올 스탯은 똑같이 200포인트가 되었을 것이다.

‘아무리 힘을 얻기 위한 훈련이 아 니었지만 이건 정말 맥이 빠진다.’

그저 문을 열고 신성을 한차례 받 아들인 것만으로 모든 스탯이 한 차 원 높은 경지로 올라섰다. 내가 계 속해서 문을 여닫는 행위를 반복한 다면,아마 그것만으로도 계속해서

스탯이 한계를 돌파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스랫을 강화해 서 정말 신성을 이겨내는 게 가능할 까?

뿌득! 뿌드득!

300킬로그램짜리 고리를 건 채 100번씩 턱걸이를 하자 가슴과 어 깨,양팔에서 흉악한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마치 바람이라도 넣은 듯 어깨가 부풀어 오르고 시퍼렇게 피 멍이 들었지만 멈추지 않는다.

다음은 스쿼트. 다음은 푸시업. 다 음은 전력 질주.

그 모든 과정이 육신을 파괴하고

있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저 육신이 파괴되고 끝나겠지만,내 전신에 퍼 져 있는 생체력 인자가 파괴된 육신 을 변이시키고 한 차원 높은 곳으로 진화시키고 있다.

그렇게 아침까지 단련한다.

다음 날 아침을 먹는다. 다시 훈련 장에 들어갔다. 훈련을 진행하고,점 심을 먹었다. 다시 훈련을 진행하고, 저녁을 먹었다. 밤새 훈련을 진행한 다.

다시 반복.

“…아니,저거 며칠째 하는 거야? 저게 돼? 키메라 인자라도 가지고 있나?”

“잠을 아예 안 자는 거 같은데.”

“재 개 맞지? 검귀의 동생이라 느..,’

여기저기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공용 훈련장에서 단련하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었지만 다가와 말을 거는 자는 없다. 물론 시도하 는 이들은 있었지만,귀신같이 나타 난 잘생긴 남자들이 모조리 차단한 다.

그리고 일요일 아침.

무의미하게까지 느껴지는 단련을 멈추게 한 건 마치 비명처럼 높게 울리는 목소리였다.

-에러!

-에러!

-에러!

-기존에 존재하던 콘셉트가 있음 을 확인!

-콘셉트를 로딩 중입니다!

영문을 알 수 없는 소리에 등에 올려놓았던 추를 내려놓는다. 단련 을 멈춘 건 나뿐이 아니다.

“뭐야? 에러라니 무슨 소리야?”

“콘셉트라면 이거 전에 들렸던 그

이야기의 연속인가?”

불안감을 감추며 속닥이는 아이들. 나는 지니에게 물었다.

‘여전히 특이 사항이 없어?’

[사건 사고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상태입니다. 교통사고,살인,화재나 엘리베이터 오작동 등등 이유도 다 양한데,심지어 유령이나 악마의 목 격담까지 발생하고 있지요. 그리 고…….]

지니가 거기까지 말했을 때였다.

-콘셉트를 로드하였습니다.

-콘셉트를 변경합니다.

-尹센트

또렷하게 들렸던 전의 알림과 다르 게 에러라도 난 것처럼 노이즈가 가 득한 목소리가.

-콘셉트를 변경하였습니다.

-콘셉트 (Concept).

-MMORPG.

훈련장은 혼란의 도가니다.

“이게 무슨 소리야? MMORPG? 그거 애들이 하는 게임 아닌가?”

“연락 좀 돌려봐! 이거 저번처럼 전 세계에 울려 퍼지고 있는 거야?”

“도대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 거야?”

-호러 (Horror).

-MMORPG.

-호러 (Horror).

-MMORPG.

-호러… MMORPG.

영문 모를 소리를 마지막으로 알림 이 끝났다. 나는 훈련용으로 준비된

대형 타이어에 걸터앉아 생각을 정 리했다.

“MMORPG라니. 설마 저번 호러 도 게임 이야기였나? 호러 게임?”

그러나 아니다. 무슨 근거가 있는 건 아니지만……. 분명 그런 느낌은 아니었다. 그때 호러란 단어는 공포 라는 그 자체에 중점을 둔 느낌이었 으니까. 게다가 이 알림음이 스스로 알리지 않았던가? 지금 이 상황이 에러라고 말이다.

‘기존에 존재하던 콘셉트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했어. 즉 기존 콘셉트가 이미 있어서 에러가 났다는 말이 지.’

그렇다면 짐작 가는 게 있다.

‘애초에 지구에 존재하는 MMOR PG 라면 하나밖에 없잖아?’

나는 왼손을 들었다. 형광등에 은 은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육망성. 바 로 [미션 시스템]이다.

MMORPG란 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 (Massively M ultiplayer Online Role-Playing Ga me). 현실에 있는 인간들의 힘을 발 휘하는 미션 시스템에 온라인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레벨이, 퀘스트가,스탯과 스킬이 존 재하는 미션 시스템은 충분히 MM ORPG라 부를 수 있는 종류의 것

이겠지.

나는 잠시 서서 생각을 정리했다.

‘지니,알림이 있고 나서 따로 또 변화가 있나?’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사건 사고 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여전히 이 유는 알 수 없습니다.]

‘결국,닥쳐와야 상황 파악이 되겠 군.’

맘에 안 드는구먼,하고 생각하며 다시 단련을 시작한다.

문제는 그 [닥쳐옴]이 그리 먼 일 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날 저녁 일요일 오후 7시.

-스테이지 (Stage)가 오픈됩니다!

-레벨 1. 하급(下級)이 설정되었습 니다.

결국,종말 프로젝트는 인류를 찾 아오고야 말았다.

호러,그리고 MMORPG 혼종의 모습으로.

다음 화에 계속...

< 당신의 머리 위에 2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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