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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머리 위에 2부-50화 (167/249)

50 화

누구나 공포를 품고 산다.

아무리 용감해 보이고 강한 힘을 소유한 사람이라도 그것은 마찬가 지.

어두운 밤 굽이굽이 친 골목을 걷 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그 너머에서 칼을 든 살인마가 나타나는 상상을 한다.

아파트 단지에서 펄럭이는 커튼은 목을 매 죽은 처녀의 모습으로 보인 다.

길 가던 할머니가 음료를 주면 그 냥 감사하다 생각하는 대신 혹시 ‘그 음료에 이상한 약이 타 있지 않 을까?’ 하는 상상을 한다. 저 길 건 너 봉고차를 보고 ‘날 납치해 성매 매 업소에 팔아버리려는 조직폭력배 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 다.

다다다!

앞서 걷던 왜소한 체구의 여인이 골목을 돌아 후다닥 달려간다. 그냥 갈 길을 가는 게 아니라 마치 도망

이라도 가는 것 같은 모양새다.

“아 형,형이 음습하게 걸으니까 저 아가씨가 무서워서 도망가잖아.”

“아니,내가 뭘! 나 아무것도 안 했거든? 그냥 집 가는 길이구만!”

어두운 골목을 두 사내가 걷고 있 다. 건장한 체구를 가진 이들이다. 키가 180이 넘고 체중은 100킬로그 램이 넘는 덩치들.

“뭐 이해해야지. 우리 같은 덩어리 가 뒤에서 걸어오면 여자 입장에서 무서울 수도 있지.”

“이해는 무슨. 이 길 전세 냈어? 나도 무서워! 저기 달려간 여자가

사실은 연쇄살인마라서 저 골목 너 머에서 칼 들고 기다릴 수도 있잖 아!”

“하하! 그게 뭐야,스릴러도 아니 고!”

그렇게 대화를 하고 웃으며 걷는 다. 그런데 그들의 걸음이 변했다. 어느새 두 사내 모두 골목길에서 멀 찍이 떨어져 걷게 된 것이다. 심지 어 골목을 지나는 순간에는,둘 모 두 숨을 죽이고 골목 너머를 살폈 다.

당연하지만 골목 너머에는 아무도 없다.

“푸하하하! 아 시발,졸았어!”

“형이 이상한 소리 해서 그렇잖아! 게다가 이 양아치 보소? 날 골목 쪽으로 밀고 자기가 밖으로 빠지 네?”

다시 왁자지껄 떠들며 걷는 두 사 내.

그런데 그런 그들을 향해 달려드는 존재가 있었다.

푸욱!

“악?!”

“미,미친! 저리 꺼져!!”

형 쪽이 칼을 맞고 휘청인다. 깜짝 놀란 동생은 잠시 버벅였지만 이내

온 힘을 다해 칼을 찌른 여인을 걷 어찼다.

쿵!

비명조차 없이 바닥을 뒹구는 여 인. 동생은 다급한 와중에도 그런 그녀를 다시 한번 걷어찬 후 형을 부축했다. 피가 쏟아지지만 죽을 정 도는 아니다. 작은 체구의 여인이었 던 만큼 힘이 부족했던 모양.

그러나 위기를 벗어났음에도 동생 의 얼굴은 창백하다.

절로 신음이 나온다. 두려운 상황 임에도 황당함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아니,진짜. 진짜로……

이 상황이 현실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진짜로 살인마였다고?”

한편 두 사내에게 도망쳤던 여인은 한참 거리를 벌린 뒤 심호흡했다.

“핵… 핵… 괜히 뛰었네. 어두운 밤에 시커먼 덩어리 둘이 다니니 무 섭잖- 어?”

무심코 고개를 돌렸던 여인의 얼굴

이 창백해진다.

잠시 전 골목에서 그녀의 뒤에 있 던 건장한 두 사내가.

그녀를-

추격하고 있다.

“꺄아악!!! 꺄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뛴다. 그러나 소용 없다. 골목을 넘어 뛰어오는 두 사 내는 그녀보다 훨씬 빨랐기 때문이 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100킬로그램이 넘는 체구의 사내 들은 사실 그녀보다 달리기가 느렸 고,설사 순간 속도가 빠르다 하더

라도 체력이 달려서 그녀가 전력으 로 달아난다면 충분히 떨쳐낼 수 있 는 상대였다. 그녀는 평소에도 조깅 이 취미였으니까.

그러나 소용없다.

그녀가 그들에게서 ‘도망칠 수 없 다’고 생각했기에……. 그들은 그녀 보다 더 빠른 속도로 달려왔다.

왜냐하면,사실 그들은 인간이 아 니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저 사내들의 모습을 보고 그녀가 투영해 낸 공포일 뿐이다. 실제로 그녀가 본 사내들은 골목 건 너편에서 그녀의 모습을 한 살인마 에게 칼침을 맞았으니까.

“안 돼!! 안 돼!!!”

더더욱 강한 공포를 느낄수록,더 더욱 강한 공포를 상상할수록 두 사 내의 모습은 점점 뚜렷해져만 간다.

그녀는 동시에 이 위기 상황에서 자신을 구하는 누군가의 모습 역시 상상했지만.

종말 프로젝트의 콘셉트는 호러.

그것은 오직 공포만을 받아들여 구 현했고-

그녀는 비명과 함께 자신이 상상하 던 형태로 살해당하고 말았다.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용서해 줘!”

[용서 못 해!!! 넌 날 죽였어! 이 살인마!]

“아니야! 실수였어! 나,난 그냥!”

[죽엇!!!]

정신병원에 수용되어 있던 사내를 식칼을 든 여인이 난도질하기 시작 한다. 아무도 들어올 수 없는 독방 이었음에도 그녀는 나타났다. 왜냐 하면,사내는 오래전부터 이런 장면 을 상상하며 두려움에 떨었기 때문 이다.

“여기 있었구나! 허니,너무 보고 싶었어.”

“꺄아아악!!! 다,당신이 어떻게 여 기에?”

전남편의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가 출해 캔자스주에서 새로운 인생을 찾았던 여인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내의 모습에 비명을 지른다.

그녀는 사실 전남편은 음주운전으 로 죽은 지 3년이 넘었다는 사실을 몰랐다. 왜냐하면,알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남편에 트 라우마를 가지고 있던 그녀는 그저 두려워하며 조마조마하게 살고 있었 고,그녀의 마음을 잠식하던 공포는

그녀의 전남편이 아닌 언네임드의 종말병기를 자극했다.

과르르르릉!!!

“모두 도망쳐! 으아아악!”

“제길! 결국! 무너졌어! 내 이럴 줄 알았다고!”

무너진 건물에서 학생들이 탈출한 다. 꽤 오래전부터 부실 공사라는 소문이 돌던 건물이다. 정말로 부실 공사는 아니었다. 그저 밋밋한 외양 때문에 돈 유언비어였지만,그 안에 사는 사람들이 그 소문을 믿고 두려 움을 느낀다는 것이 중요하다.

“저! 저기 터널!!! 터널에 사람이

있어!”

“꺄아악!! 어,어서 밟아!”

“이,이게 뭐야?! 왜 출구가 가까 워지질 않지?!”

악령 터널로 유명한 심령 스팟에 찾아온 사람들이 하나둘 실종되기 시작한다.

딩〜 동〜;) 딩딩〜

피아노가 서서히 피로 물들기 시작 한다. 치는 사람도 없는데 스스로 건반이 눌린다.

경비를 따돌리고 몰래 음악실로 숨 어들었던 학생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

“응? 뭐야?”

방과 후 학교 순찰을 하던 선생은 방과 후 빈 교실에 앉아 있는 소녀 를 보고 흠칫했다.

“뭐,뭐야. 왜 이 시간에 학교에 학생이 있지?”

불현듯 그의 머릿속에 학생들에게 들은 괴담이 떠오른다.

‘말도 안 돼.’

그는 고개를 흔들어 잡념을 떨치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얘. 왜 집에 안 가고 여기에 있 어?”

“저 집에 못 가요.”

아무 말 없이 의자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는 소녀. 뭔가 껍껍한 기 분을 느끼면서도 선생이 묻는다.

“뭐? 왜?”

“왜냐하면……

숙,하고 소녀의 몸이 떠오른다. 그녀의 모습은 비정상적일 정도로 짧다.

-왜냐하면,다리가 없거든요!!!

공포가 구현된다.

침대에 누워 천정의 무늬를 보며 ‘귀신 같아!’라고 무서워하면 그것은 정말 귀신이 되어서 누워 있던 이의 목을 졸랐다.

지나친 과로(過勞)를 견디다가 ‘이 러다 진짜 죽는 거 아냐?’라고 진지 하게 공포를 느낀다면,그는 정말로 과로사(過勞死)했다. 고층 난간에서 이러다 난간이 부서져 떨어질 것 같 다고,무섭다고 생각하면 정말로 난 간이 부서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사람 살려!”

“저게 뭐야?! 으아악!!”

그리고 다수의 공통된 공포가 모여 [규정] 지어진 존재는.

그저 순간의 허상이나 현실 왜곡이 아닌,실존하는 존재가 되어 현실에 구현되었다.

“나왔어! 진짜로 나왔어! 이것 봐! 악마는 있다고!”

“큭즉큭! 크하하하하! 하찮은 인간 놈들!”

정말로 악마가 나타났다. 아무것도 없는 교회의 지하 창고에 불과한 장 소였지만,수많은 사람이 믿었기 때 문이다. 떠돌던 괴담이 모이고 모여 그들의 상상에 적합한 형태를 띠게

된 것이다.

시작은 사람들의 막연한 공포를 받 아들여 만들어지기에 미약하지만, 그렇게 구체화된 현상으로 인해 다 시 공포가 무시무시한 기세로 부풀 어 오른다. 그리고 그렇게 부풀어 오른 공포는 더더욱 거대한 현상을 만들어내게 된다.

그리하여 마침내 최종적으로는 초 월자들까지 항거할 수 없는 거대한 흐름으로 완성된다.

이것이 바로 종말 프로젝트. 콘셉 트 (Concept),호러 (Horror).

대전쟁 시절 수많은 문명을 멸망시 킨 언네임드의 종말병기(終未兵器).

이 종말 프로젝트에 당한 수백 개 의 문명 중 멸망을 피한 사례는 고 작 십수 건에 불과하며 그조차도 죄 다 높은 수준을 지닌 고위 문명들이 었다. 고작 2문명의 끝자락에 불과 한 34지구에게는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재앙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할 수 있지?”

“꼭! 해내겠습니다!”

불교 5대 명산 중 하나로 꼽히는 구화산 깊은 곳. 진천파(振天派)의 내공 수련자 왕팡은 이를 악물며 진 천신공을 운기했다.

‘할 수 있어 r

진천신공은 입문,수련 단계를 완 료하고 나면 약물을 이용한 인위적 인 각성 과정에 들어가게 된다.

만일 수련자가 각성에 성공하게 되 면 그는 몸 안에 제2의 단전인 진 천단(振天丹)을 형성하게 되어 2배 가 넘는 내공(內功)과 내력(內方)을 발휘할 수 있다. 폭발적인 전력 상 승을 이루게 됨은 물론이고 장기적 으로도 더욱 높은 잠재력을 가지게 되는 것!

그러나 그 순간.

왕팡은 공포를 느꼈다.

‘실패하면 어쩌지?’

각성의 성공률은 약 50%.

높다고도 낮다고도 할 수 없는 확 률이지만 실패하게 되면 재시도가 불가능하므로 성공 여부에 따라 수 련자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진다. 각 성에 성공한다면 그는 진천파의 정 식 제자로서 승승장구하게 될 테지 만,실패할 경우 그는 평생 이류 무 사를 벗어나지 못하는 밑바닥 인생 을 살게 되리라.

스윽.

그가 공포를 느끼자 자연스럽게 [종말 프로젝트]의 간섭이 시작된다.

종말 프로젝트는 그의 인과율에 간 섭해 그의 운명을 공포에 적합한 형 태로 뒤틀었다.

설사 그가 각성에 성공할 만한 재 능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그의 공포의 형태대로 실패하게 하려는 것!

그러나 그 순간.

그의 왼쪽 손등에 박힌 육망성이 번뜩인다.

-에러!

-에러!

-에러!

-기존에 존재하던 콘셉트가 있음 을 확인!

-콘셉트를 로딩 중입니다!

정보와 정보가 만나 얽혔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자리하고 있 는 기존의 시스템이 있다.

-콘셉트를 로드하였습니다.

-콘셉트를 변경합니다.

-콘셉트… 콘셉트…….

마치 저항하기라도 하듯 버벅거리

지만 소용없는 일이다. 종말 프로젝 트에게는 지성이 없으니까. 세계를 뒤트는 불길한 힘이라 하더라도,그 건 말하자면 일종의 시스템에 불과 하다. 문명을 종말시킨다는 기본 개 념을 훼손하기는 어렵지만,적어도 ‘어떻게 종말시킬 것인가’라는 과정, 그러니까 콘셉트를 변경시키는 정도 는 가능하다.

-콘셉트를 변경하였습니다.

-콘셉트 (Concept).

-MMORPG.

기나긴 시간. 종말을 막기 위해 모 든 힘을 다했던-

대마법사의 안배가 마침내 작동하 기 시작했다.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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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次넓1     、-  _          L_

、'며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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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머리 위에 2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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