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머리 위에 2부-48화 (165/249)

48 화

경천칠색은 근력(筋方)이 모자란 수련법이다. 단지 힘이 부족한 게 아니라 민첩성,반사신경을 포함한 육체적인 스펙 전부가 다른 생체력 수련자의 절반 이하에 불과한 수련 법이니 생체력 수련자들 사이에서는 그야말로 이단이라 할 만한 존재.

애초에 생체력이 어떤 능력이던가? 무엇을 목적으로 한 이능인가?

그것은 생체력 수련자들 사이의 격 언을 보면 알 수 있다.

-몸이 나쁘면 머리가 고생이다.

-세상 모든 일은 근력으로 해결할 수 있다. 만약 해결할 수 없다면, 쓸데없이 머리를 써 다른 방법을 찾 기 전에 당신의 근력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고민하라.

생체력은 다른 영능과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단순하고 직관적인 수련법이다. 애초에 몬스터나 우주 괴수 같은 인외(人外)의 존재들에게

모티브를 얻어 만든 능력이니 당연 하다면 당연한 일.

내공 수련자는 정신을 극한으로 몰 아붙이는 시련을 통해 자신의 철학 (哲學)을 만든다.

생체력 수련자는 쇠를 든다.

차크라 수련자는 자신의 내면을 들 여다보며 세계와 공명을 이루는 [앎]을 추구한다.

생체력 수련자는 쇠를 든다.

신성력 수련자는 끝없는 기도와 명 상으로 정신을 도야시키고 신과의 채널링을 완성해 간다.

생체력 수련자는 쇠를 든다.

다른 계열 수련자들이 납득 못 할 정도로 생체력 수련은 단순하기 짝 이 없다. 그저 드는 쇠의 무게가 100킬로그램이었다가,1톤이었다가, 10톤,100톤이 될 뿐이다.

그저 끝없는 단련이 생체력의 시작 이자 끝이고,그 결과 만들어지는 궁극의 육신이 바로 생체력의 목적.

그러나 경천칠색은 생체력 수련법 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육체 강화가 적다. 물론 생체력 수련 자 체가 하드 트레이닝이니만큼 강건한 육신을 가지게 되지만,생체력의 가 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는 강체화 (强體化)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

대신 경천칠색은 다른 생체력이 가 지지 못한 아주 강력한 특징을 가진 다.

과릉!

쩌렁쩌렁한 굉음이 고유세계를 뒤 덮는다. 나는 들고 있던 오른손을 봤다. 살이 갈라지고 피가 흐르고 있다. 그저 피부만이 아니라 근섬유 까지 찢어진 중상.

그러나 뼈는 상하지 않았다.

“흠,이 정도가 몸이 견딜 수 있는 한계치인가.”

경천칠색은 ‘마나를 소모’하는 게 가능한 수련법이다.

가장 근본적인 부분부터 마나와 결 합해 마나 자체를 활용하기에는 어 려음이 많은 다른 수련법과 다르게, 경천칠색은 육신을 진화시켜 마나를 진동으로,또 진동을 마나로 바꿀 수 있는 일종의 변환기로 만든다.

[출력이 높아졌군요. 어지간한 5클 래스 주문에 맞먹는 위력입니다.]

“가진 마나량이나 마나력은 8클래 스 마법사에 맞먹는데 말이지.”

[생체력과 마법을 출력으로 비교하 는 건 좀.]

경천칠색은 소유자의 마나를 동력 으로 활용할 수 있다.

내가 많고 많은 제국의 식(式) 중 에서 경천칠색을 선택한 이유가 바 로 그것이다. 지금의 나는 나를 위 해 죽어간 나폴레옹의 아이언 하트 를 품고 있고,그저 [책]을 구현화 하는 것으로 나폴레옹의 영력과 어 빌리티를 인간의 몸으로 활용하는 게 가능하다. 경천칠색을 선택함으 로써 내 전투력은 경지를 아득히 넘 어서는 수준으로 강화되는 것이다.

탁.

책을 덮자 200(+600). 즉 800포인 트나 되던 마나량과 마나력이 200 포인트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제는 잘 모르겠군. 이게

정말 제대로 된 선택이었을까?’

인간의 육신을 가지고 아이언 하트 의 영력을 쓸 수 있다는 점에서,틀 림없이 경천칠색은 좋은 선택이다. 경천칠색을 익힌 나는 다른 생체력 을 익힌 내가 10명이 덤벼도 압도 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해졌으니까.

그러나 수련을 하면 할수록 회의감 이 든다.

‘나한테 필요한 건 현재의 전투력 이 아니었을 텐데.’

성명: 관대하

클래스: 없음

칭호: 인류의 재앙.

근력: 200 체력: 200 생명력: 200 순발력: 200

마나: 200 마나력: 200 항마력: 2 00

회복력: 200 마나 회복력: 200 운: 200

상태: 정상

스랫창을 확인한다. 요번에 문을 열었다 닫은 이후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100이었던 올스탯이 200 으로 맞춰졌다. 열받는 건 하드 트 레이닝으로 130〜150까지 단련한

근력,체력 등도 나머지 스랫과 동 일한 선까지만 성장했다는 것. 공짜 로 스랫이 오른 이득에도 짜증이 나 는 건 내 단련이 아무런 의미도 없 는 행위였다고 비웃는 듯한 성장 때 문일 것이다.

“지니,고유세계 식료품 상황은 어 때?”

[거의 소진되었습니다. 혹시 상황 이 되신다면 보급을 부탁드려도 되 겠습니까?]

“당연히 채워놔야지. 요번에… 특 성 랭크가 올라서 진입시킬 수 있는 규모가 늘어났거든.”

새로운 창을 켜 시스템 로그를 확

인한다.

[특성  고유세계 (Legend++++) 가

랭크 업 합니다!]

[E랭크 - C랭크]

F에서 시작되어 E까지 올랐던 랭 크가 이번 사건으로 다시 2단계나 오르면서,고유세계는 실로 대단한 격변을 맞이했다. 어지간한 중형차 만 한 크기를 가진 소혹성의 모습을 하고 잇던 F랭크와 10분이나 걸어 야 한 바퀴 돌 수 있었던 E랭크 사 이의 그 엄청난 격차를 생각해 보

면,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D랭크를 단숨에 뛰어넘어 C랭크 에 도달한 고유세계의 크기는.

기이이이잉----!!

철컹! 끼이익!

쿵!

“홈,지니.”

나는 굉음과 함께 올라가고 있는 고층 건물들을 보며 한숨 쉬었다.

“나 한 명밖에 없는 세상인데 굳이 도시의 형태로 꾸밀 필요가 있어?”

[그저 필요한 시설들을 조성하고 있을 뿐입니다. 식물 공장과 축사 등으로 이루어진 식량 플랜트와 만

들어진 작품들을 보관할 병기고,발 전소,더불어 필요한 부품들을 수급 할 군수공장들이 자리하고 있지요. 그리고 만일을 대비한 거주 시설 과…….]

“거주 시설까지 필요해?”

[고유세계는 외부 생명체도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이니까요. 나중에 일이 닥쳐서 만드는 것보다 여유가 있을 때 작업을 완료해 두는 게 나을 것 입니다. 어차피 남아도는 전력을 활 용하는 것이니까요. 아! 상황이 되 신다면 함 내부로 돌아오셔서 배터 리 보급도 부탁드립니다. 발전소 건 설이 완료되어 가니 이번이 마지막

입니다.]

“…그래. 뭐 잘 꾸미면 좋겠지.”

뭔가 의욕이 넘치는 지니의 모습에 헛웃음 지을 때였다.

[대하.]

“아,수업 끝났어?”

[그것도 있는데.]

“흠,뭐 알았어.”

말과 동시에 시점이 바뀐다.

“안녕!”

나는 내 앞에 서서 손을 흔드는 소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트윈 로 즈의 일인이자 나를 이면 세계로 이

끈 클래스메이트,경은이 환히 웃고 있다.

“무슨 등교를 하교 시간에 해?”

교재들을 사물함에 넣으며 묻자 경 은이 한숨 쉬며 답했다.

“알잖아. 도저히 학교 공부를 할 상황이 아니야. 진짜 엄청 바빠.”

“안녕하십니까,아가씨.”

그때 마찬가지로 교재를 정리한 선 애가 우리 옆으로 다가온다. 경은이 알은척을 한다.

“어? 너는 이가에서 나가기로 했던 거 아니었어?”

“그러기로 했었습니다만 아랫것들

개인 사정 따위 별로 안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으니까요. 어느 정도 타협을 봐서 기간제 알바로 뛰 고 있어요.”

“올〜 프리랜서라니 멋진데?”

자기들끼리 대화를 시작한 두 녀석 을 두고 교실을 나선다. 계단을 내 려가자 다시 익숙한 얼굴이 등장한 다.

“대하! 너 진짜 괜찮구나? 별일은 없어?”

“아,재석아. 너도 하교 시간에 등 교하냐?”

“등교는 무슨! 지금 학교가 중요하

겠냐? 2/3가 결석인데 이 난리 통 에 학교에 오는 게 더 이상하지. 회 의 끌려 다니다가 간신히 여유가 나 서 찾아온. 으악?!”

내 옆으로 붙던 재석이 비명을 지 른다. 뒤늦게 따라온 경은이 인상을 찡그린다.

“너 무슨 귀신 본 것처럼 놀란다?”

“아,아니. 그냥 당황해서. 왜 학교 에 온 거야?”

“"•그냥 이유가 있어.”

항상 유쾌한,아니더라도 그런 분 위기를 유지하려 노력하던 경은의 분위기가 착 가라앉는다. 그녀가 고

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집으로 갈 거지? 데려다줄게.”

“굳이 그럴 필요 없어.”

가볍게 거절한다.

“잠시 들릴 데도 있고.”

“뭐? 왜?”

설마 거절당할 줄 몰랐던 듯 당황 하는 표정에 손을 내젓는다.

“왜는 무슨. 알아서 갈 테니까 신 경 쓰지 마.”

그렇게 말하고 학교를 나선다. 엉 거주춤한 자세로 따라온 재석이가 얼떨떨한 목소리로 말한다.

“뭐,뭐야,너. 지금 경은이를 깐 거야?”

“까기는. 그나저나 넌 괜찮아? 광 화문에서 보니 너도 일에 직접 관여 되어 있는 것 같던데.”

“그러고 보니 너도 거기 있었 지……. 아니,잠깐. 넌 왜 따라와?”

“경호? 아니 그건 좀 억지겠다. 그 냥 수발이지.”

태연하게 답하는 선애의 모습에 재 석이 황당해한다.

“뭔 소리야? 너 이가 나간 거 아 니었어?”

눈을 동그랗게 뜨는 재석의 모습에

나도 황당하다. 이제 보니 내 짝꿍 님도 꽤 유명 인사인 모양. 그리고 그즈음 우리는 교문에 도착했다.

“대하 님.”

“아,차는 됐어요. 시내에 좀 들렀 다 갈 거라.”

“홈,하지만.”

교문 앞에서 차를 세워놓고 있던 지검이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재석 이 비명을 질렀다.

“으악?! 지검님?! 어째서?”

“아 시끄러워. 금방이면 되니 기다 리든가 먼저 가든가 하세요. 차 없 어도 궁에 가는 건 문제없으니까.”

“역시 그렇습니까.”

지검은 잠시 눈을 감았다. 분위기 를 보아하니 멀리 있는 누군가와 통 신을 하는 모양. 그는 이내 눈을 뜨 더니 말했다.

“그럼 시내까지 모시겠습니다. 워 낙 위험한 시국인지라.”

“위험이라……

거기까지 말했다가 멈칫한다. 그리 고 이내 쓰게 웃었다.

“뭐 그렇기는 하네요.”

“네,앞으로 상황이 어찌 될지 모 르니.”

“아뇨. 앞으로가 아닌데요.”

“그게 무슨 말씀……. 이런!”

지검이 경악성과 함께 검을 뽑아 드는 순간이었다.

내 옆에 서 있던 재석의 모습이 사라진다. 고개를 돌려보니 하교하 는 학생들로 북적이던 교문 주위가 한산해진 모습이 보인다. 수많은 학 생이 모조리 사라지고 주변의 모든 것들이 그 빛깔을 잃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어두컴컴. 해도 달도 없 는 하늘은 검은 크레파스로 범벅이 된 도화지처럼 새까맣기만 하다.

“임시 채널?! 대체 누가?”

“미쳤군! 감히 이가의 영역에 서……!”

지검이 환두대도를 들고 내 앞을 막아선다. 어느새 그의 온몸에는 역 사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갑주가 착용되어 있는 상태. 내 뒤에는 선 애가 붙었다. 그녀의 복장 역시 교 복이 아닌 궁녀복으로 변경되어 있 다.

“이런,이런. 지검,알 만한 사람이 대체 뭐 하시는 거지? 그런 천하의 대악당을 보호하다니.”

그리고 그렇게 긴장한 이들의 앞에 한 사내가 다가온다. 자신의 키만큼 이나 거대한 대검을 메고 있는 건장

한 체구의 서양인이다.

“스펙터 (Specter)!”

지검이 도를 중단으로 잡고 방어 자세를 취한다. 이가 최강의 무사 중 하나라는 그의 얼굴이 긴장으로 굳어 있는 게 보인다.

[어벤저스]

[12 레벨]

[악멸(惡減) 사냥꾼 알렉스]

상대방의 칭호를 보니 상황이 이해 가 간다. 큰 차이는 아니지만,그는 지검보다도,심지어 11레벨의 천검

보다도 높은 레벨의 존재인 것이다.

“그만! 더 다가오면 베겠다,스펙 터!”

“하지만 그는 악德)이다.”

“설마 전쟁의 결과를 악(惡)이라 규정짓는 것인가? 이면 세계에서 그 게 얼마나 웃긴 소리인지 너도 알고 있을 텐데. 아니,그보다 이건 내정 간섭이야!”

평소 과묵한 분위기와 다르게 꽤 달변인 지검.

하지만 스펙터라 불린 사내,알렉 스는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묻고 싶다.

수천수만 명을 학살한 악인(惡人)이 여.”

알렉스가 지검에게서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본다.

“왜 꼭 그래야만 했지? 굳이 그들 을 몰살시키지 않아도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는 듯한데. 그리고 왜.”

그의 거대한 대검이 바닥으로 늘어 지더니 그의 전신에서 강맹한 기운 이 쁨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명백한 전투 태세다.

“그런 학살을 저지른 너에게 조금 의 악업도 쌓이지 않는단 말이냐?”

나는 잠시 그를 마주 보았다.

정의롭고 굳건한 눈으로 그가 나를 바라보았다. 대뜸 나타나서 시비 거 는 주제에 저런 표정을 짓고 있다니 어이가 없다.

“내 질문에 대답해라.”

“내가 왜?”

“왜라… 이유가 필요하다면 이런 건 어떤가?”

“으으바”

순간 그의 앞에 한 덩치가 나타나 쓰러진다. 혼비백산하던 녀석은 황 급히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어느새 자신의 목 앞에 늘어진 시퍼런 칼날

을 보고 굳어버린다. 불과 조금 전 만 해도 내 옆에 서 있던 재석이다.

“협박인가.”

녀석이 나를 협박하고 있다.

녀석이 감히 나를 협박하고 있다.

하찮은 벌레. 콧바람 한 번에 날아 갈 미물. 혐오스러운 쓰레기. 주제를 모르는 인간 따위가 감히 나를.

쿵!

M  | 99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번뜩 정신이 든다.

“하.”

절로 한숨이 나온다.

‘어쩌면 지구를 떠나야 할지도 모 르겠군.’

참을성이 점점 떨어져 간다. 조금 만 자극해도 터지는 폭탄처럼 예민 해져 가는데 세상 사람들은 그게 폭 탄인지도 모르고 그 앞에서 불꽃놀 이를 하고 있는 상황.

“대답해라!”

‘이대로라면 정말……

나는 인류를 멸망시키고 말 것이 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부활이 완료되었습니다. 소요 시 간 311년 8개월 17일 14시간 38분 17초.

-기존 프로젝트가 미실행된 상태 임을 확인했습니다.

-프로젝트를 재기동합니다.

-종말 프로젝트.

-콘셉트(Concept). 호러 (Horror).

예정되어 있던 종말이 실행되었다.

다음 화에 계속...

< 당신의 머리 위에 2부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