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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머리 위에 2부-43화 (160/249)

43 화

까앙!!

묵직한 쇳소리가 울린다. 따분한 듯 중얼거리던 얼굴 앞으로 날아든 칼끝이 바르르 떨리고 있다. 위험천 만한 순간이었지만 나는 눈 하나 깜 짝하지 않았다.

“크… 억. 쿨럭. 이,악. 쿨럭.”

수십 개의 쇠꼬챙이에 꿰뚫려 고슴

도치처럼 변한 무사가 피를 토한다. 벼락처럼 내지른 그의 일검은 실로 매서웠지만,완성자에 가까운 그의 무위로도 기다렸다는 듯 솟구치는 쇠꼬챙이를 모두 피하기는 역부족이 었다.

딱!

푸확!

손가락이 퉁겨지자 비눗방울처럼 쇠꼬챙이들이 터져 나갔고 거기에 꿰뚫려 있던 시체들 역시 터져 나간 다.

“이 괴물 놈! 윽! 내 칼이……!”

“이런 제길! 바닥에 떨어진 무기들

을 치워! 이대로는!”

나는 금속과 전격의 정령,아레스 의 도움 없이도 광대한 속성력을 권 능처럼 휘둘렀다. 마치 영화 속에 나오는 돌연변이 초능력자처럼,내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금속에 강대 한 물리력과 유연성을 부여한 것이 다.

과득! 뿌득! 좌악!

피가 튄다. 살이 갈라지고 뼈가 끊 어진다. 전쟁터에 굴러다니던 수많 은 병장기가 도저히 항거할 수 없는 힘으로 주가의 모든 이능력자들을 학살한다.

나는 걸었다.

덤벼들었던,혹은 도망가려 하던 적들이 자신,혹은 굴러다니던 병기 에 찔리고 베여 쓰러진다. 아예 위 에서 덮쳐 몸으로 짓누르려 하는 적 들도 있었으나,몸 주위로 만들어진 반구형의 금속판이 마치 우산처럼 그것들을 막아버렸다.

한 걸음마다 피가 쏟아진다.

다시 한 걸음마다 살점이 쏟아졌 다.

그렇게 많이 걷지 못했다. 이제 고 작 광화문에 도달했을 뿐이다.

우르르!

금속이 뭉쳐져 만들어낸 손이 툭

밀어내자 시체의 산이 무너진다. 나 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폴짝 뛰 어 경복궁을 벗어났다.

“…악마.”

“이런,악독한……

악을 쓰며 달려들던 주가의 전사들 이 하얗게 질려서 주춤주춤 물러서 는 모습이 보인다. 그렇게 많이 죽 었는데도 몇만이 넘는 주가의 능력 자들이 남아서 진을 치고 있다.

“너,네놈,아니,자네.”

고개를 돌린다. 오른팔이 잘려나가 고 내부가 진탕된,온몸에 피 칠갑 을 한 권황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

으로 나를 보고 있다.

“대체 어떤 역천(逆天)의 힘을 받 아들인 것이오? 검마 놈도 살성의 기운을 휘둘러 댔어도 이 정도는 아 니었거늘……”

참혹한 모습이지만 이 정도만 해도 제법이다. 살육이 시작됨과 동시에 가장 가까운 장소에서 내 공격을 받 아낸 그가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것 은,그가 지구 최고 수준의 고수라 는 사실을 증명해 낸 것이나 다름없 는 일이었으니까.

나는 그를 돌아보았다. 형이 죽은 이상 이곳에 있는 [인간] 중 가장 나은 전투력을 가진 존재. 그러나

그런 그의 꿈틀거림은 그저 혐오를 불러일으킬 뿐이다.

“우스운 소리 하지 마라,벌레. 하 늘은 누구도 감히 거스를 수 없다. 그 꼴같잖은 악령을 불러낸 너조차 도 그렇지.”

그에게서 고개를 돌려 다시 벌레들 을 돌아보았다.

사실 할 필요가 없는 전투였다.

권황이 자신의 동맹들을 제물로 바 쳐 악령을 소환한 시점에서,사실상 주가 [연합군]은 와해된 것이나 다 름없었다. 자신들을 제물로 바치는

동맹을 위해 어떤 미친놈이 싸워주 겠는가? 하물며 서로 합의된 상황에 몇몇 병력만 희생한 게 아니라 상당 수 단체가 멸망할 정도의 대규모 제 물이라면 더더욱 말할 필요도 없겠 지.

내가 나서지 않았다면 주가군은 알 아서 무너져 내렸을 것이다. 내분이 일어나고 병력들이 각자도생할 테니 도저히 유지할 수 없었겠지. 지금 저들이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면서도 함께 싸우고 있는 것은,느닷없는 강적의 등장에 울며 겨자 먹기의 선 택을 한 결과이다.

퍽!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느 닷없는 고통과 함께 시야가 암전된 다.

털썩!

내 육신이 쓰러진다.

투두둑. 탱그랑!

하늘을 날고 있던 온갖 무기들이 비처럼 바닥으로 떨어진다.

“해,해치웠다!”

“뭐? 진짜?”

“해치웠나?”

힘없이 쓰러진 내 모습을 본 주가 의 병력들이 환희에 찬 표정을 짓는

다.

과득! 좌악!

순간 벼락처럼 내달린 권황이 쓰러 진 내 육신을 짓밟는다. 팔다리를 끊어버리고 목을 잘랐다. 다들 영문 을 모를 표정으로 그런 그의 행동을 바라보았지만,나는 알 것 같았다. 내가 완전히 죽었다고 믿지 못해 확 인 사살을 한 것이겠지.

그러나.

그렇게 해도 나는 죽지 않는다.

좌라락H 끼기긱!

“콕?!”

주먹을 내려쳐 내 심장마저 터뜨린

권황이 신음을 토한다. 금속으로 만 들어진 은빛의 손이 그의 목줄을 잡 고 있다. 그는 무지막지한 기세로 발버둥 쳤지만 수백 수천 개의 병기 가 뭉쳐 만들어진 금속 주먹은 꿈쩍 도 하지 않는다.

[타이틀. 인류의 재앙 효과가 발동 합니다!]

[부활합니다!]

마치 시간이 거꾸로 돌아가듯 터진 심장이 복구되고 잘려 나간 팔다리 와 머리가 날아와 몸통에 붙는다.

나는 두 다리로 땅을 디디고 서 작 은 탄환을 주워 들었다.

“정말 나무로 만든 탄환이 있었 군.”

심상치 않은 기운이 흐르는 주술 탄환을 보고 헛웃음을 짓는다. 아까 금속탄에 머리를 맞았을 때 나무나 돌이었다면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 했으면서도 별 방비 없이 정말 맞은 것이다. 이건 방심 정도가 아니라 안이함이 도가 넘은 수준.

그러나 그런 안이함을 유지할 수 있는 오만(微慢)함이야말로 강자의 특권이다.

“미쳤군……. 부활? 부활이라고?”

목을 잡힌 권황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나는 그를 보았다. 구태여 그에게 뭔가 더 설명하거나 길게 조롱할 필요성 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다만.

“벌레.”

과득!

짧은 평가와 함께 목뼈가 부러진 권황이 바닥에 떨어진다.

광화문 광장이 침묵에 물든다. 아 직도 몇만이나 남은 주가의 능력자 들은 물론이고 어어 하면서도 광화

문까지 따라 나왔던 이가의 능력자 들도 황망히 입만 벌리고 있다.

“관대하의 이름으로 명한다.”

영력을 끌어 올린다. 신성은 이제 없다. 영혼을 가진 기계. 즉 [기계 족]에게 절대적으로 수행되는 명령 을 내릴 수 있는 신언(神言)도,세 계 그 자체를 읽어내는 전지(全知) 의 권능도 활용할 수 없는 것.

그러나 그렇다 해도 나는 여전히 나이며.

“도망가는 것을.”

강대한 영력이 어디 간 것은 아니 다.

“금지 (禁止)한다.”

벼락처럼 쏘아진 언령(言靈)이 수 십 개의 주문과 술식을 모조리 파훼 해 버린다. 비상 탈출,텔레포트,이 면 전환 등 모든 수단이 무효화된 다.

“크악! 영체화가 풀렸어!”

“어째서 은신술이?”

“주문이 작동하지 않아!”

“거짓말! 표면 세계로도 임시 채널 로도 넘어갈 수가 없다고?”

이상하게 흘러가는 분위기에 비상 상황을 대비하던 술법사들이 비명을 지른다. 개중 몇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땅을 박찬다. 마법적인 수단이 막혔다면 발로 뛰어 달아나면 그만 이었기 때문이었지만.

달아나던 그들의 앞에 금빛의 거인 들이 내려선다.

“뭐,뭐야,이건. 로,로봇?”

“여기에도 거인이 있다! 젠장,퇴 로를 막고 있어!”

“이게 뭐야,전투기? 이면 세계에 서 전투기가 날아다닌다고?”

인(人)급 기가스의 준하는 전투력 을 가진 열 기의 황금기사단,수 (默)급 기가스의 전투력을 가진 50 기의 황금사자부대,그리고 100대의

‘R7’ 비행대대가 전장을 넓게 포위 해 그 누구도 벗어나지 못하게 감시 한다.

퍼병!!

그때 멀리에서 쏟아진 마법 폭격이 나를 향해 쏟아졌다. 부활 스택을 이미 소모해 위험한 공격이었지만.

“아레스.”

쿵!

마치 마술처럼 내 옆으로 은색의 거인이 내려서고,쏟아지던 마법 폭 격이 연못에 던져진 돌멩이처럼 흔 적도 없이 사라진다. 그것들은 아레 스의 영자력 실드에 가 닿지도 못했

다. 초월적인 수준의 항마력이 마력 자체를 흩어버렸기 때문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아레스의 느닷없 는 등장에 전장의 모든 이가 자신의 눈을 비비고 고개를 흔들었다.

“저게 뭐야?! 저게 뭐냐고!! 저만 한 규모의 영혼거병이라니!”

“영혼거병은 무슨! 저건 그냥 기계 다! 설마 록펠러가에서 끼어든 건 가?”

“하지만 그냥 기계,아니,로봇이라 기에는 뭔가 달라……

갑주를 입은 거인의 형상을 한 아 레스의 모습은,녀석의 전신에서 뿜

어지는 신위의 격(格)이 아니더라도 실로 압도적이다. 6.5미터나 되는 이순신 장군의 동상,정확히는 마도 골렘 순신조차도 30미터나 되는 아 레스의 옆에서는 어린아이에 불과했 으며 4문명의 정점에 도달한 캔딜러 족의 첨단 기술이 집중된 외부 장갑 과 움직임은 과학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조차도 경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수준이었으니까.

[대하.]

나를 부른다. 패기 넘치는 평소와 달리 복잡한 심경이 느껴지는 어투. 나는 손을 뻗어 녀석의 발목 부분을 짚었다.

“부탁해.”

[…….]

녀석은 잠시간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러다 이내 대답한다.

[그래.]

아레스가 고개를 숙였다. 가벼운 쇳소리와 함께 아레스의 머리가 열 리고 마치 잡아먹기라도 하듯 탑승 이 이루어진다. 전면부의 장갑이 닫 히자 아이언 하트에서 발생한 영자 파동이 조종실 내부에 가득히 차올 탔다.

그것은 아발론(Avalon) 시스템.

마치 수조(水權)에 가득 찬 물처럼

아레스의 영력이 조종실 가득히 차 오른다. 영력이 조종실을 남김없이 채운 후 본격적으로 나와 동조(同 調)하기 시작한다.

평상시에는 [문]을 열고 영력을 완 전히 개방한다 하더라도 육신에는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튼 튼해지지도,강한 근력을 얻지도,회 복력을 얻지도 못하는 것.

반면 영력의 변화는 극적이다.

문을 열게 된 내 영력은 999라는 [플레이에의 한계를 넘어선다. 1,054포인트의 마나. 900포인트의 마나력,1,025포인트의 항마력까지.

육체의 한계를 압도하는 엄청난 영

력은 그저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육 신을 부술 정도로 위태롭다. 불균형 한 정도가 아니라 제대로 활용하기 가 어려울 정도. 어찌나 연약한 육 신인지 가진 항마력조차도 제대로 활용할 수 없을 정도이다.

‘나 스스로의 역량이 너무 낮으니 항마력조차 제대로 활용할 수가 없 어. 저주나 정신계 마법이 아닌 이 상 그냥 몸으로 맞는 게 나을 정도 다.’

아닌 게 아니라,항마력을 함부로 발동시켰다가는 피부가 다 터져 나 갈 정도니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그러나 기가스에 탑승하고,아발론

시스템이 동조를 시작한 순간 이야 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아이언 하트 의 강대한 내구가. 신을 빚어낸 듯 한 경이적인 기가스의 육신이,신의 권능을 닮은 어빌리티가 나를 신에 가까운 존재로 승화시킨다.

웅!

〈전신의 보물 창고〉에서 꺼낸 창 이 손에 잡힌다. 30미터나 되는 신 장을 가진 아레스에게는 젓가락이나 다름없는 크기. 그러나 창은 순식간 에 확대되어 창두가 바닥에 끌릴 정 도로 거대해졌다. 아레스의 권능이 아닌 창 자체에 담겨 있는 기능이 다.

“그렇군. 보람이 궁니르를 들고 다 니는 모습이 웃길 만도 해.”

나는 손에 든 창을 가만히 바라보 았다. 이것은 내가 아레스를 타고 라이징 스톰에 쳐들어갔을 때 내 앞 을 막아섰던 노인을 제압하고 강탈 한 무기다.

레온하르트 제국으로서도 이걸 나 한테 뺏긴 건 참 여러모로 비상 상 황이었을 것이다. 왜냐하면,이 무기 는 제국에서도 결코 그냥 넘길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가치를 지 닌 보물 중의 보물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주에 존재하는 초월병기 중에서도 1,000위 안에 들어간다는

강력한 신기 중 하나다. 어지간한 행성 대여섯 개를 그 내용물까지 다 팔아도 하나 사기가 어렵다는 최상 위급 초월병기. 넘버링(Numbering).

그러나 제국으로서는 안타깝게도, 내 손에 이게 있다는 게 알려질 때 즈음에는 감히 나한테 이걸 달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리고 말았 다.

[참 공교로운 일이지. 그 녀석이 목숨처럼 소중하게 여기는 게 궁니 르인데 네가 마침 이걸 얻게 된 건 말이야.]

“그러게.”

대답하며 들고 있는 창,궁니르

(Gungnk)를 두 손으로 고쳐 잡았 다.

고오오오----!

영력이 끓어오른다. 오늘의 어빌리 티를 필요에 따라 변경했다. 굳이 많이도 필요 없다.

*오늘의 어빌리티!

〈일섬〉

〈전광석화〉

어빌리티가 안착하는 순간 스파크 가 된다. 그리고.

일섬 (一閑).

다시 땅을 디뎠을 때. 내가 서 있 는 곳은 영혼거병 순신의 옆이다.

“뭐?”

“어?”

의문성과 동시에 ‘과릉!’ 하고 천둥 이 친다. 몸을 돌리자 바닥에 주저 앉은 채 나를 올려다보는 주가의 능 력자들이 보인다.

그리고.

쏴아아!!

쏟아지는 피와 살점이 그들의 온몸 을 적시는 모습이 보인다. 전의(戰 意)를 잃어버린 채 그저 멍하니 나

를 바라본다.

“…신이여.”

신음하는 적들을 보며 궁니르를 늘 어뜨린다. 바닥에 닿을 듯 말 듯 한 궁니르에서 스파크가 튀고.

그대로 대지를 박찼다.

다음 화에 계속...

< 당신의 머리 위에 2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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