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머리 위에 2부-35화 (152/249)

35 화

집착에 가까운 철두철미함으로 지 구 모든 인간의 재능을 가려내는 선 별사의 권능은,심지어 [일방적인 혜택]이라는 메리트에 힘입어 지구 에 있는 능력자 대부분이 시스템에 가입하도록 만들었다.

사실상 지구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능력자가 [스랫]과 [스킬]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러나 지구에 있는 [거의 모든] 능력자가 대마법사의 시스템에 속해 있다는 말은 동시에 [모든] 능력자 가 시스템에 속해 있는 것은 아니라 는 뜻이기도 하다.

지구에 존재하는 1,050만 명의 능 력자 중 2%. 숫자로 치면 약 20만 명 정도의 능력자들은 시스템의 권 역 밖에 존재한다. 선별사가 사람을 차별했다거나 그런 이유가 아니라, 특수한 목적을 가지고 시스템의 [혜 택]을 포기한 존재들이 있다는 것.

“자신들이 똑똑하다고 생각했겠지. 이 정도는 반칙도 아니고 현명한 선 택을 위한 준비라고 생각했을 거야.

자기들이 그냥.”

냉기가 뚝뚝 떨어지는 소리로 민경 이 말했다.

“야비한 머저리라는 것도 모르고.”

그녀의 목소리를 듣기라도 한 듯 성벽 위에 서 있던 지휘관이 목이 터지라고 외친다.

“쏴라! 계속 쏴라!”

퍽! 퍼벅! 퍽!

“익n 이 빌어먹을 소국 놈들이!!”

“물러서! 빠지라고,이 멍청이들 아!!!”

경복궁,정확히는 광화문 주변을 포위하고 있던 중국인들이 쏟아지는

화살 비에 무더기로 죽어 나가고 있 다. 원래는 불가능한 일이다. 지금 이가는 대장전을 치르는 중이고 대 장전이 진행되는 동안 시스템에 속 한 자들은 전투를 금지당하기 때문 이다.

[무자격자 표기라는 게 이런 말이 군요. 지금 머리 위에 화살표가 떠 있는 중국인들은 지구의 시스템에 속하지 않은 자들입니다. 시스템의 가호 밖에 존재하는 자들이죠.]

대장전이 진행되는 동안 이가도 주 가도 전투행위를 하는 게 불가능하 다. 저우홍이가 패하는 순간 주가가 모든 세력을 이끌고 쳐들어와 이가

를 멸망시키고 대장전을 없던 일로 하지 못한 것은,그들이 명예를 아 는 존재들이라서가 아니라 그럴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

그러나 대상이 시스템에 속하지 않 은 외부의 존재라면 이야기는 완전 히 다르며.

심지어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다.

“큭!! 어,어째서,어떻게. 나는 선 별자인… 그륵!”

피거품을 물며 주가의 무사가 절명 한다. 경복궁 성벽 위에서 쏘아진 궁수의 화살이 목에 박혔기 때문이 다.

[사선(射線)을 보아 노리고 쏜 것 이 아닙니다. 무자격자가 화살을 피 해서 발생한 결과로군요.]

‘뭘 믿고 이 숫자 차이에도 들이받 나 했더니… 수가 있기는 했다는 건 가.’

시스템이 전투를 금지하는 것은 무 슨 물리법칙을 뒤틀어 날아가는 화 살을 막아주는 그런 형태가 아니다. 시스템이 제약은 플레이어가 플레이 어를 공격할 [의지]의 근본을 잘라 내는 것. 계통을 구분하자면 시스템 에 속한 자들의 의식을 강제하는 정 신계 대마법인 것이다.

‘시스템의 허점.’

성벽 위의 궁수들은 오로지 무자격 자만을 노린다. 머리 위의 화살표로 표시되기 때문에 상대가 무자격자인 지 아닌지 고민할 필요가 없는 상 황. 다만 여기에는 사소한 문제가 있는데,이가의 궁수들이 무자격자 를 노리고 쓴 화살이 [피치 못할 사 정으로] 다른 적을 꿰뚫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화살을 막지 못하면 무조건 누군 가 맞는다.’

날아드는 화살을 피하게 되면 뒤에 있던 다른 무사가 화살에 맞는다. 그 무사마저 피한다면? 그럼 그 뒤 의 무사가 맞겠지. 궁수들이 발사각

을 조절하고 있었기에 사상자가 생 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니,지금 이가와 주가의 숫자 차이가 얼마나 되지? 무자격자와 선 별자의 비율은?’

[주가 측 전투 능력자는 15만에 서… 현재 14만 8,411명. 이가 측 전투 능력자의 숫자는 2만 7,007명 입니다.]

‘무자격자의 숫자는?’

[주가 측에는 5만 3천 명의 무자격 자가 섞여 있고 이가 측에도 1,500 명의 무자격자가 존재합니다.]

‘엄청난 차이네.’

3만 대 15만.

3명 대 15명의 싸움이 그저 승산 없는 정도라면,3만 명 대 15만 명 의 싸움은 절망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인류 전쟁 역사를 탈탈 뒤져 보면 5배의 병력을 이겨낸 일도 없 지는 않겠지만 그것들은 보급 문제 나 극단적인 병기의 질 차이. 그것 도 아니면 아주 특수한 지형 등이 끼어들어야 가능한 일이지,지금처 럼 기세 좋게 몰려든 적이 눈앞에 있는 상황과는 맞지 않는다.

괜히 나폴레옹이 ‘대군(大軍)에게 병법은 필요 없다’고 말했겠는가? 심지어 전쟁이 벌어지면 주가 측 사

망자는 그리 많지도 않을 것이다. 란체스터 법칙을 가져올 것도 없이 전쟁에서 규모의 폭력성은 그 차이 가 벌어지면 벌어질수록 압도적인 결과로 나타나게 마련이니까.

그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인지 주 가는 대장전 직전 이가의 총원을 넘 어서는 이 어마어마한 병력을 끌고 한국에 상륙했다. 설사 대장전에서 이가가 승리해 자금성의 권한을 손 에 넣는다 하더라도 자신들은 이곳 에 모인 병력만으로 이가를 멸망시 킬 수 있다는 위협을 가한 셈.

이가에는 [출입 제한]이라는 절대 결계가 있긴 하지만 그 성능과 특성

을 세상 모두가 알고 있으니 별다른 소용이 없다. 대비해 왔을 게 뻔하 기 때문이다.

‘출입 제한은 궁극마법으로 만들어 진 강대한 보호막이지만 정면의 출 입구를 봉쇄하면 안 된다는 제약이 있어.’

출입 제한은 전장을 한정하고 몰래 숨어드는 적을 막기 위한 결계지 정 면으로 쳐들어오는 적을 막아주는 절대의 성벽이 아니다. 출입 제한을 완전하게 하는 세종과 순신이 인간 을 상대로 작동해 주지 않는 이상, 병력의 양에서도 질에서도 밀리는 이가가 승리할 리 없는 것.

•지만 그런 상황에 먼저 싸움을 걸었단 말이지.’

슬쩍 고개를 돌려 민경을 바라본 다. 15만이라는 압도적인 군세를 당 당히 마주하고 있는 소녀. 성숙한 외양과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지만 그녀는 이제 겨우 고등학생일 뿐이 다.

[일단 시작은 좋습니다. 벌써 주가 측 피해자가 3천 명을 넘어섰군요.]

‘3천 명을 잡았어도 14만 7,000명 이 남아 있어. 그리고 주가 녀석들 도 전부 머저리는 아닐 텐데 계속 이렇게 당해줄 리가 없지.’

나는 난간으로 다가가 광화문 광장 을 내려다본다. 기세등등하던 주가 의 능력자들이 동요하는 게 느껴진 다. 아무리 위험천만한 세계를 살아 온 능력자들이라 하더라도 쏟아지는 화살 비 앞에서 담대하기는 어렵다. 그냥 화살도 아니고 충만한 내공이 실려 특수 장갑도 뚫어버릴 화살이 라면 더더욱 그렇겠지.

그러나 그런 동요의 크기만큼 그들 의 방심도 빠르게 사라져 간다. 위 기감을 느끼고 필사적인 대응을 하 기 시작한 것이다.

“공격해!!!”

“죽여!!”

화살 비를 얻어맞던 전면의 중국 무사들이 일시에 광화문으로 돌격하 기 시작했다. 광화문 광장은 물론이 고 도로까지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 중국인들 때문에 후퇴는 어차피 불 가능한 상황!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들이 첫 번째로 노릴 목표물은 정해 져 있다.

“도황님을 도와라!”

“포위해!!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아 라!”

커다란 도를 든 노인과 충돌하고 있던 형에게 수십 명의 무사가 덤벼 들었다. 당연히 그들을 노리고 성벽 위에서 화살이 쏟아졌지만,그 순간

주가의 무사들이 임기응변을 발휘했 다.

선별자들이 비선별 인원들의 앞을 막아선 것이다.

“이런!!”

성벽 위의 궁수들이 당혹감을 내비 친다. 주가 측 선별자들이 앞을 막 아서자 화살을 쏘아낼 [의지]를 일 으킬 수 없었기 때문으로 보였다. 비선별 인원만을 맞추겠다는 자기암 시를 걸어봐야 앞에서 알짱거리는 선별자들의 빤히 보이는 이상 공격 을 가할 수는 없는 상황.

그러나 도황이라는 노인의 공격을 피하고 있던 형은 전혀 당황하지 않 았다. 그저 앞으로 한 걸음 내디디 며 커터 칼을 휘둘렀다.

좌악!

피가 튄다. 단 일참(一新)에 여덟 명의 무사가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살기 가득한 검기가 목울대를 치고 지나갔으니 아무리 초인적인 신체 능력을 갖췄다 하더라도 견딜 재간 이 없었으리라.

“큭!! 애송이 놈이!!”

3자의 입장인 내가 보기에 위험천 만하게 보이는 공격이었다. 형의 검

세는 그야말로 공격 일변도로 조금 의 방어조차 없었기 때문.

그러나 적들은 물론이고 도황이라 는 노인도 그런 형을 공격하지 못했 다.

“우릴 방패로 사용하다니!!”

그렇다. 형은 비선별 인원의 앞을 막아섰던 선별자에게 안기듯 바짝 붙어 그 뒤로 검기를 날렸다. 선별 인원과 충돌하면 안 되지만 가까이 서는 것 정도는 문제가 없던 모양이 었다. 물론 그것조차 ‘가까이 설 뿐 절대 접촉하지 않는다’는 완벽한 확 신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겠지만 말 이다.

“속행한다!”

형이 느닷없이 소리쳤다. 영문을 알 수 없는 소리였지만 형과 마주하 고 있는 도황은 그 뜻을 아는지 얼 굴을 일그러뜨린다.

“허튼짓 말고 항복해라! 제법 준비 한 모양이지만 우리 주가에 피해를 줘봐야 돌아올 징벌의 철퇴만 더욱 더 혹독해진다는 걸 모르는 건가! 수락한다!”

그러나 그의 경고에도 형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속행한다!”

“수락한다!”

“속행한다!”

“이 어리석은 놈이!!!”

쾅!

“으악! 피해!”

“크윽! 돌아서 포위해!”

“하지만 화살이!!!”

전투가 다시 이어진다. 살기등등하 게 쏟아지는 화살. 쏟아지는 화살에 죽어나가면서도 돌진하는 무사들. 그리고 적의 피로 온몸을 적신 채 사투를 이어나가는 형까지.

“형……

나는 가만히 서서 그 아수라장을

내려다보았다. 피와 살이 사방으로 흩뿌려지는 참혹한 전장에서 형의 모습이 새까맣게 빛나고 있다.

“이게 뭐냐,대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이게 정녕 대 한민국의 고등학생이 설 만한 무대 란 말인가? 그러나 그것이 형의 선 택이라면 내가 멋대로 강제할 수는 없으리라. 다만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아레스.”

좌르르륵!!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서 한 덩어리 의 사철이 나타나 갑주를 입은 사내

의 모습으로 변한다. 아레스가 금속 의 정령으로서 나에게 [소환]된 것 이다.

“이게… 뭐야? 금속의 정령이 아무 것도 없는 허공에서 소환된다고?”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이러지도 저 러지도 못하던 이가의 중진 중 하나 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을 지었 다. 금속의 정령을 소환하기 위해서 는 당연히 금속성의 질료,즉 강철 같은 금속이 필요한데 무슨 바람의 정령이나 불의 정령처럼 허공에서 자연스럽게 나왔으니 이상하게 보이 겠지.

그러나 고유세계에서 사철을 퍼온

다는 단순한 방법을 사용했을 뿐인 난 그들의 당혹을 무시하고 손을 뻗 었다. 심지어 내가 고유세계에서 불 러을 수 있는 것은,그저 [원료]에 불과한 사철뿐이 아니다.

웅!

허공에서 묵직해 보이는 디자인의 강철 장갑 한 쌍이 모습을 드러낸 다. 강철 장갑의 위에는 [결합형 P-1 장갑]이라는 칭호가 쓰여 있다.

철컥!

그대로 날아온 강철 장갑을 착용한 다. 물론 장갑은 시작일 뿐이었다.

[결합형 P-1 상의]

[결합형 P-1 하의]

[결합형 P-1 신발]

[결합형 P-1 헬멧]

키릭! 키리릭! 철컥!

공간을 가르며 모습을 드러낸 파츠 들이 쇳소리를 내며 몸에 장착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헬멧까지 씌워지 자,마침내 전신을 완전히 감싸는 슈트가 완성되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 자체가 무슨 능력인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의 과 정만 보면 나는 그저 무거운 전신

갑옷을 온몸에 둘렀을 뿐이니까. 무 슨 중세 시대라면 모르겠지만 날아 드는 총알도 피해내고 정면에서 칼 로 탱크를 잘라내는 괴물들이 거주 하는 이면 세계에서 이깟 전신 갑주 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마법이 걸린 것도,특별한 기운이 깃든 것 도 아닌 [기계장치]에 말이다.

그 때문에 나는 온몸을 뒤덮은 강 철의 무게를 느끼며 말했다.

“부탁해.”

[짐작하겠지만.]

차륵! 하는 소리와 함께 다시 사철 가루로 변한 아레스가 금속 슈트의 틈새로 스며들어 부품과 부품 사이

를 연결했다.

[너무 단순하게 만들어서 기가스는 커녕 파워 아머 수준도 안 돼.]

‘모양새만 나오면 되지 뭐.’

좌르륵! 철컥! 철컥!

마침내 모든 조립이 완료된 강철 갑주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 것이야말로 고유세계에서 심혈을 기 울여 만들어낸 나의 처녀작. P-1!

나는 뿌듯함을 느끼며 가슴을 활짝 폈다. 그러나 거기에 날아든 건 경 악도 찬탄도 아니었다.

[원시적인 형태의 기가스입니다.]

[거의 문화재지,문화재. 가슴팍에

코어 수납부 보이지? 아이언 하트도 아니고 핵융합 코어라니. 소름이 돋 는다.]

다음 화에 계속...

< 당신의 머리 위에 2부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