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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머리 위에 2부-30화 (147/249)

30 화

순간 화도 나지 않고 그냥 어이가 없었다.

아니,뭐야. 이 등신들은?

[곱게 자란 가문의 후계자들이군 요. 하나같이 어립니다.]

‘어리긴 무슨. 나한테는 다 형,누 나들이거든?’

앳된 얼굴들이지만 그렇다고 정말

어린 나이들은 아니다. 내 앞길을 막고 서 있는 이들은 20대 초반부 터 중후반까지. 그러니까 대충 대학 생 정도 되는 연식의 청춘 남녀들이 었으니까. 아직 사회인이라 말할 수 는 없는 한참 배워가는 와중의 애송 이들이지만 어쨌건 술 담배 다 할 수 있는 법적 성인들이다.

“하석,그렇게 말하면 안 되네. 시 기가 어느 시기인데 그런 말을 하 나?”

“죄송합니다. 선배님. 상황이 상황 이다 보니 너무 홍분해 있던 것 같 습니다.”

“그래. 얼마 전까지 표면 세계에

살던 외부인이 아닌가. 아직 신분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질 텐데 너무 강 압적으로 굴지 말게나.”

자기들끼리 제멋대로 떠들고 있는 일행들은 모두 동일한 복장과 무장 을 하고 있다. 몸에 착 달라붙는 무 복에,네모난 고리에 허리띠를 통과 시켜 칼자루가 등 뒤로 향하도록 하 고 칼집 끝이 전방 아래쪽으로 늘어 지도록 만든 특이한 방식. 굳이 허 리에 칼을 차지 않고 띠를 이용해 환도(環刀)를 달아놓은 건 등 뒤에 달린 화살집에서 화살을 꺼낼 때 불 편함이 없기 위해서인 것 같았다.

‘활과 검이라… 게다가 통일된 복

장과 무장이라니 특수부대 같은 건 가? 하지만 그런 것치고는 지나치게 자유분방해 보이는데. 어수선하고.’

복장과 무장이 통일되어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커다란 강점이다. 특 히나 온갖 종류의 이능이 난무하는 이면 세계에서는 능력과 전투 방식 을 통일하여 익히는 것만으로 부대 의 강점이 극대화된다. 비록 그만큼 범용성이 떨어지겠지만 마왕을 물리 치러 던전을 탐험하는 모험가 파티 도 아니고 군부대가 무슨 범용성을 개인별로 구분한단 말인가?

[군인이로군요. 애송이지만.]

[애송이 정도가 아니라 핏덩이들

아닌가? 제식(制式)만 군인이지 경 험도 각오도 없는 것들이다.]

자신들이 우리에게 어떤 평가를 받 고 있는지 알 리 없는 애송이 중 하나가 앞으로 나선다.

“만나서 반갑다. 나는 소운단(小雲 團)의 단장 이성환일세."

“아,네.”

나는 고개를 끄덕여 답했다.

그리고 그를 지나쳤다.

“무슨?!”

“저,저저! 저놈!”

뒤에서 분기에 찬 목소리가 들렸지 만 별로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그

들을 무시하거나 우습게 보는 그런 문제가 아니라,그저 그들과 시간을 보낼 가치를 찾지 못하겠다.

[그게 무시지요.]

[그런 걸 사람들이 흔히 무시한다 고 하지 않나?]

나는 두 인공지능을 무시했지만, 또다시 내 앞을 가로막는 형들과 누 나들까지 무시하지는 못했다.

“멈춰라!”

“감히 우리를 무시해?!”

“무시무시하구만……

혀를 차며 내 앞을 가로막은 청년 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머리 위로

칭호가 구체화된다.

[제 1소운단]

[5 레벨]

[병기술 숙련자 이성환]

레벨 수준은 그냥저냥이다. 전에 날 공격했던 그 붕대 3인방도 6레 벨이었는데 그보다 한 단계 낮은 수 준이니 더 말할 필요도 없겠지.

‘이길 수 있나?’

지금 내 레벨도 5. 사실 레벨 하나 로만 친다면 나는 저들 중 한 명과 도 동일한 전투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는 상태니 동급의 이능력자 열댓 명이면 승산이 없는 것이나 다 름없다고 판단할 수 있겠지.

하지만 나는 안다. 실제로 전투가 벌어지게 된다면,결과는 전혀 다르 다는 사실을.

내 본신 전투력은 5레벨에 불과하 지만 실제로 나는 1레벨 때부터 5 레벨인 그림자 늑대를 일격에 해치 웠다. 당연한 말이지만 내가 어마어 마한 재능과 깨달음을 가져서는 아 니고,그저 단순한 [스펙]의 문제다.

[이기는 수준이 아니지. 너는 나폴 레옹 녀석의 아이언 하트를 품고 있 으니까.]

아레스의 말대로다.

현재 나의 마나,마나력,항마력, 그리고 마나 회복력은 전부 700포 인트가 넘는다. 900포인트가 [초월 자]로 넘어가는 선이라는 것을 생각 해 보면,어지간한 고위 마법사를 넘어서는 무지막지한 마나를 품고 있는 것.

심지어 그 마나는 마나 중에서도 절대상성을 가진 영자력!

나는 그 힘들을 [어빌리티]라는 형 태로밖에 사용할 수 없지만 강대한 영력은 단지 품고 있는 것만으로 내 다른 영능들을 강화했다.

실제로 내 생체력은 영자력을 기반 으로 초월적인 회복 능력을 얻었다. 동급의 수련자라면 아껴 사용해야 하는 경천칠색의 기(奇)를 펑펑 써 대도,그저 칼로리를 보충하는 것만 으로 모조리 회복할 수 있다는 게 바로 그 증거이다. 생체력이 육신을 기반으로 한다 하더라도 마나를 활 용하는 영능인 건 마찬가지니까.

“지시에 따라라,신입! 지금 이가 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이런 중 요한 시기에 근본도 모를 외부인이 멋대로 움직이게 둘 수는 없지.”

성환의 말에 나는 어이가 없어 물 었다.

“하지만 그 기로는 우리 형이 불러 온 건데요? 사실 형 없었으면 벌써 망해서 중국에 먹혔을 이가 아닙니 까?”

“저런 건방진!”

“우리 이가를 무시하지 마라! 되놈 들의 대표가 강하다 해도 우리 이가 의 무사라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었 다! 누가 감히 그런 근본도 모를 놈 에게 이가를 대표할 권한을 주었는 가?”

발끈해 버럭버럭 소리친다. 개중 몇 명은 허리에 차고 있는 환도에 손을 올리기까지 했다. 농담이 아니 라,영민이 형이 이가를 대표하고

있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분개하고 있는 모양이다.

“형이 없었어도 이겼을 거라고? 진 심이야?”

어이가 없어서 절로 헛웃음이 나온 다.

“너희 같은 오합지졸들이?”

“뭐라고?!”

“저 애송이 자식이!”

촹! 좌앙!

마침내 여기저기에서 칼이 뽑혀 나 온다. 험악한 살기가 뭉게뭉게 피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들이 두려울 이유가 있

겠는가? 인간을 먹이로 보는 무지막 지한 비인들에게 고문을 당하면서도 나름 잘 버렸던 나다.

“마지막 경고다! 순순히 붙잡힌다 면.”

“너희.”

가볍게 몸을 풀었다. 우웅,하고 전신에 진동이 들어찬다.

“나라를 팔아먹기로 했기로 했구 나?”

“붙잡아!”

피피피핑!

네 발의 화살이 거의 동시에 내 양 무릎과 어깨로 날아온다. 거의

총알만큼이나 빠른 무지막지한 속 사!

타타타탓!

화살이 모두 명중했다. 나는 피하 지 않았다. 아니,못했다. 그림자 늑 대를 마구 죽이고 다녔지만 사실 내 반사 신경은 그리 대단한 수준이 아 니다. 예측하지 못한다면 총알이 아 니라 화살에도 제대로 반응하지 못 할 정도니 일반인보다 크게 대단할 것도 없는 수준이겠지.

그러나 상관없다. 애초에 하워드 공작가의 무투법,경천칠색은 더 강 해지고 빨라지는,육신이 강철처럼 단단해지고 잘려 나간 신체조차 회

복시키는 그런 투법이 아니다.

그것은 무투법이라기보다 마법이나 초능력에 가까운,기존의 모든 생체 력 수련과 궤를 달리하는 종류의 능 력. 경천칠색의 녹(緣)색의 힘이 몸 을 휘감는다.

투둑.

내 몸에 부딪혔던 화살들이 힘없이 바닥에 떨어진다. 그냥 내 몸이 단 단해서 벌어진 일이 아니다. 만일 그랬다면 화살촉들이 죄다 뭉개지고 박살 났을 텐데 바닥에 떨어진 화살 촉들은 지금도 시퍼렇게 날이 서 있 으니까.

방어용인 녹색은 외부의 [모든] 에

너지를 진동으로 전환한다.

지금 이 화살에게 그랬던 것처럼 운동 에너지만을 전환하는 게 아니 다. 녹색에 익숙해진다면 열에너지 나 전기에너지,심지어는 빛에너지 조차 진동으로 바꾸는 게 가능하다. 심지어 경지에 오른 경천칠색 수련 자는 위치에너지조차(도저히 어떤 방식일지 아직 상상이 안 가지만) 진동으로 바꾸는 게 가능하다고 하 니,존재 자체가 물리학을 쌩까는 불가해의 존재라 할 수 있겠지.

우웅!

“튼튼한 녀석이다! 걱정하지 말고 쳐! 죽이지만 마라!!”

고함 소리와 함께 대여섯 개의 칼 이 내 온몸을 후려친다.

타타타탁!

손가락으로 피부를 가볍게 두들기 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칼을 휘 둘렀던 소운단원들의 표정이 기묘하 게 변했다.

“…느낌이 이상해.”

“이,이게 뭐야? 이게 무슨 느낌이 야?! 에잇!!”

타타타탁! 타타탁!

마구 내 몸을 내려친다. 나는 굳이 저항하지 않았다. 눈 같은 데나 찔 리지 않도록 두 팔로 안면만을 방어

하고 있었다.

“이게 무슨? 단장님! 뭔가 이상합 니다!”

“이건 충격 흡수인가? 이 녀석 생 체력 수련자라고 했는데.”

“뭘 멍청한 소리를 하고 있나! 별 다른 저항은 안 하고 있으면 그냥 붙잡아!!”

불호령과 함께 소운단원들이 검을 찬 허리 반대쪽에 차고 있던 금줄을 뽑아 던진다. 마법 물품인지 아니면 특수한 기술이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거의 십여 줄기나 되는 금 줄들이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양 팔과 양다리를 시작으로 전신을 칭

칭 감았다.

“잡았습니다!”

“자빠트려! 건방진 새끼! 뭐?! 나 라를 팔아먹어?! 이가랑 상관도 없 는 쌍것이 어따 대고……!”

소운단원들이 으르렁거렸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정신을 집중하고 경천칠색에 정신을 집중했다. 아직 실전 경험이 부족한지라 이것저것 다 대꾸해 줄 여유는 없다.

청(靑). 내부 에너지를 진동으로 전환하고. 적(赤). 외부에서 가해진 진동과 더해 모든 진동을 축적한다.

그리고 그렇게 모인 진동이 정점에

달하는 순간.

경천칠색 (篇天七色).

주황(朱黃).

우르르릉——!!!!

빛도 벼락도 없이 천둥이 울린다. 온몸을 죄이고 억누르던 금줄이 흐 물흐물 힘을 잃고 바닥에 떨어진다.

“컥!”

“윽?!”

외마디 비명들과 함께 소운단원들 이 풀린 눈으로 죄다 쓰러진다. 사

망자는 없다. 아무리 애송이라 해도 이런 범위기에 죄다 죽어나갈 정도 로 허약한 수준은 아닐 테니까. 대 신 내부가 진탕되고 두개골이 무지 막지한 기세로 흔들린 탓인지 침을 질질 흘리며 죄다 널브러져 버렸다.

“후.”

나는 주변 참상을 보며 가볍게 호 흡을 골랐다. 전신을 통해 진동을 방출해 본 건 처음이라 조마조마했 는데,다행히 잘된 모양인지 주변에 서 있는 건 나밖에 없다.

“네,네놈… 이게 무슨……

“아! 매국노 대장도 대장이라고 그 래도 기절은 안 했네.”

“너……

나는 유일하게 정신을 차리고 있 는,그러나 그렇기에 오히려 더더욱 기절할 것 같은 표정의 소운단장 성 환을 보며 웃었다. 사실 나는 그가 나라를 팔아먹든 말든 관심이 없다. 어차피 나에게 지구의 국가 관계는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까.

즉 그에게 나라를 팔아먹었다든가, 매국노라고 비난하는 것은 딱히 내 가 그런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해서 가 아니다. 그저,녀석들이 가장 열 받고 자극받을 워딩을 선택한 것뿐 이지.

왜냐하면.

원래 인간이란 찔리는 부위를 찔렸 을 때 펄쩍 뛰는 법이니까.

“왜,아직도 아니라고 할 거야?”

여기저기에서 그림자가 솟구친다. 마족은 아니다. 마족이 굳이 복면으 로 얼굴을 가리고 몸을 숨긴 채 기 다리고 있을 이유가 없었으니까.

“와〜 중국인이다.”

[중원]

[8 레벨]

[검술 전문가 일검]

[중원]

[8 레벨]

[검술 전문가 이검]

일검,이검,삼검 식으로 무려 여 덟 명의 검사들이 팔방을 포위하며 접근해 온다. 방심은 없다는 듯 침 착하고 고요한 분위기.

웅!

영자력이 깨어난다. 그리고 그에 동조해 생체력이 무지막지한 기세로

온몸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아까처 럼 외부 진동을 홉수하지 않고 온전 히 내 몸에서 최고 출력으로 끌어 올린 만큼 무지막지한 칼로리를 소 모하겠지만,뭐 그래 봐야 1〜2킬로 그램 줄어드는 정도에 불과할 것이 다.

웅웅!

몸 주위로 적색의 파동이 일렁인 다. 진동을 축적하는 적색의 힘. 그 리고 그 빛깔이 순식간에 노을빛으 로 물드는 순간!

경천칠색 (篇天七色).

주황(朱黃).

과릉——!!!!

아까 뿜어냈던 진동보다 대여섯 배 는 강력한 파동이 정면으로 쏟아진 다. 그것은 내가 일순간 뿜어낼 수 있는 전력(全方)! 그러나 적의 반응 은 놀라웠다.

칭!

꽹과리를 살짝 때린 것 같은 금속 음과 함께 허공에 선이 그어진다. 정면의 검사,일호의 가 낮은 목소 리로 경고했다.

“진동! 이 녀석은 진동의 힘을 다

루니 조심해라!”

“네!”

스스슥!!

칼날 같은 예기를 세우며 헐렁하던 포위진이 바짝 조여지기 시작한다. 단지 일정한 방위에 선 것만으로 강 대한 압력이 전해지는 것은 그들이 특정한 진법을 연마했기 때문일 것 이다.

“와.”

그리고 그 모습에 절로 탄성이 나 왔다. 역시나 그들은 내가 이길 만 한 상대가 아니다. 방금 상대했던 애송이들과는 차원이 다른 진짜 실

력자들인 것이다.

“죽지 않는 선에서 모든 공격을 허 가한다.”

내 태평한 모습에 위화감을 느낀 것일까? 검사들의 기세가 한층 강렬 해졌다. 괜히 더 버티고 있다간 큰 일 나겠다.

“대상 지정. 영민이 형.”

“잡아!”

무시무시한 기세로 돌진하는 검사 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보며 나는 말했다.

“이동.”

다음 화에 계속...

< 당신의 머리 위에 2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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