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화
“크아아앙•“…
쿵!
머리통에 뾰쪽한 뿔을 달고 있는 그림자 늑대가 쓰러진다. 덩치도 기 질도 다른 그림자 늑대와 비슷한 주 제에 검은 벼락을 떨구는 힘을 가지 고 있어 꽤나 나를 고생시킨 녀석이
[레벨 업!]
[자유 스탯을 10포인트 획득했습니 다!]
[현재 레벨: 1, 1, 5]
[경험치 배율: 25%]
“아니,이게 뭔.”
그리고 레벨 업 메시지를 보며 나 는 혀를 내둘렀다.
“아,필요 경험치가 왜 이래? 미친 거 아냐?”
10시간이 넘게 서울 외곽을 쭉 돌
면서 그림자 늑대들을 학살했는데도 이제 겨우 5레벨이라니 기가 차다. 잡은 그림자 늑대가 수백 마리인데 이 지경이라는 건 1레벨 오를 때마 다 필요한 경험치가 대충 계산해도 5배 이상은 뛴다는 말이다.
[10레벨을 찍으려면 훨씬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군요.]
“거의 치트를 친 거나 다름없는 내 가 이 지경인데 다른 사람들은 레벨 업을 어떻게 하지?”
[몇 개월,몇 년,혹은 몇 십 년이 나 평생에 걸쳐서 하는 거지.]
“그런가.”
고개를 끄덕이며 근처에 있던 벤치 에 걸터앉았다. 멀찍이 세종대왕,이 순신의 동상이 보이고 그 너머로 광 화문이 보인다.
이미 목적지로 도착한 상황이지만 이대로 들어갈 수는 없다. 그럴 만 한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쉬이이—
온몸에서 수증기가 피어오르고 있 다. 피부가 쩍쩍 마르고 0.1%의 지 방조차 없는 근육들이 모조리 그 형 태를 드러낸 상태.
꽤나 볼만한 모습이지만 생체력 수 련자로서 별로 좋지 않은 상태다.
이미 인간을 초월해 버린 이 육신은 그저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만으로 무지막지한 열량을 소비하기 때문이 다. 만일 이대로 아무런 조치를 취 하지 않는다면 내 육신은 근육을 분 해해 에너지원으로 만들 테고, 그렇 게 발생한 근 손실은 하루 이틀에 복구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겠 지.
레온하르트 제국의 생체력 수련자 들 사이에 유명한 말이 있다.
생체력에 첫째로 중요한 건 보급이 며.
둘째로 중요한 건 식량이고.
셋째로 중요한 건 보급받은 식량이
라고.
우스갯소리지만 이게 바로 생체력 의 결정적인 단점 중 하나다. 생체 력은 공격력과 방어력 모두 뛰어난, 모든 이능을 통틀어 가장 강력한 전 투 능력을 갖춘 이능이지만 그 강력 한 장점만큼이나 명확한 단점을 가 지고 있는 것이다.
생체력은 물리력에 치중했기에 영 적인 공격 능력이 부족하며,혹시라 도 보급이 끊기게 되면 그 전투력이 절망적이다 싶을 정도로 급락한다. 물론 [진화]의 방향을 통제한다면 전투 지속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 투 스타일을 확립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생체력 특유의 폭발적 인 전투 능력을 살릴 수 없게 된다.
윙!
벤치에 앉아 있는 내 옆으로 흰색 박스를 매달고 있는 드론이 내려선 다. 나야 어차피 [본질을 보는] 능 력을 갖추고 있기에 그 모습이 또렷 하게 보이지만 이래 봬도 특급 광학 위장으로 사람들은 물론 날카로운 감각을 가진 괴수들도 감지할 수 없 는 수송 드론이다.
철컥! 취익!
수증기와 함께 박스가 열린다. 나 는 익숙하게 박스 안에 포장되어 있 던 에너지바를 뜯어 우적우적 씹어
먹었다.
“으,달아.”
[에너지바의 맛 구성을 변경해 드 릴까요? 여태까지는 제국군이 가장 선호하는 맛으로 보내 드리고 있었 습니다만.]
“아니,이걸 가장 선호한단 말이 야? 뭔 여고생도 아니고 무슨 단맛 을 이렇게 좋아해?”
어지간한 케이크나 파르페보다 훨 씬 단맛에 혀를 내두르자 지니가 답 한다.
[그럼 두 번째로 인기 있는 ‘바비 큐’ 맛으로 변경해 드리겠습니다.]
“그래,차라리 그게 낫겠다.”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계속해서 에 너지바를 뜯어 먹는다. 고작 손바닥 반만 한 크기지만 하나당 무려 1만 년에 해당하는 열량을 가지고 있다. 대략 햄버거 20개에 해당하는 열량 인데,이런 에너지바를 앉은 자리에 서 서른 개나 뜯어먹는다.
30만 칼로리.
이미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식사 량이 아니다. 햄버거로 치면 600개 를 몸 안에 때려 박은 셈이고 무게 로 쳐도 내 체중을 가볍게 넘어설 정도!
사실 생체력 수련자라 하더라도 이 런 극단적인 식사량을 유지하지는 않는다. 생체력 수련자의 식사량은 늘리면 늘렸지 줄이기는 어려우므로 그 누구도 이런 미친 식사량을 설정 하지 않는 것이다.
만약 비상 상황이 와서 이 식사량 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어 찌한단 말인가?
완성자의 경지에 올라 육체를 1차 적으로 [완성]하게 된다면 또 모르 겠지만 성장기의 생체력 수련자라면 동일한 식사량을 유지하는 것이 최 선이다.
윙! 철컥! 취익!
꿀꺽! 꿀꺽! 꿀꺽!
새롭게 도착한 박스에서 캔 음료를 꺼내 죄다 마신다.
[청령수(靑靈水) 입니다.]
“영약이라니 호강하는구먼. 이렇게 먹어도 되나?”
[제국군에 보급할 용도로 100톤 넘게 저장되어 있으니 걱정하실 필 요 없습니다. 영약이라고 해도 양산 이 가능한 성분이니까요.]
지니의 설명을 들으며 청령수를 벌 컥벌컥 마셨다. 식사를 진행하면 진 행할수록 몸 안에서 피어오르던 수 증기가 사라지고 메말라 있던 육신
에 점점 생동감이 차오른다.
“후.”
그리고 마침내 식사를 마친다.
뿌득! 뿌드득!
새로이 들어온 영양소를 탐욕스럽 게 빨아들인 육신이 점점 변해가는 게 느껴진다. 더욱더 강한 힘. 더욱 더 강한 [진동]을 만들어내고 견딜 수 있게 진화하고 있다.
“좋군.”
이것이 생체력 수련자의 성장이다.
지닌바 힘을 모조리 소모하고 다시 먹고 마셔 텅 비어버린 육신을 채우 는 것. 다른 수련자들에게도 마찬가
지겠지만 이 과정은 생체력 수련자 에게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실제로 그림자 늑대들과 싸우면서 내 육신 은 엄청난 진화를 이뤄냈지.
그뿐이 아니다.
10시간이 넘는 전투로 경천칠색의 사용법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물 론 경천칠색은 내 [고유세계]에서도 계속 수련해 왔던 힘이지만 역시 실 전이 제일이다.
[그래 봤자 기급 기가스 하나 못 이기는 수준 아니냐? 어휴,내가 이 런 변방까지 와서 이런 좁밥 싸움을 봐야 한다니.]
“아 좀.”
찬물을 뿌리는 아레스의 말에 짜증 을 부리자 아레스가 묻는다.
[그런데 너 왜 안 맞아?]
“왜 안 맞아는 무슨 말이야? 잘 피하고 잘 막은 거지.”
[내 몸에 탔던 생체력 수련자들은 피할 수 있는 공격도 맞으면서 싸우 던데?]
“아니,그게 무슨 멍청.”
거기까지 말하고 멈칫한다. 생각해 보니 일리 있는 말이었다. 생체력은 [진화]의 영능학이었기 때문이다.
생체력 수련자는 더 큰 힘을 쓸수 록 점점 힘이 세지고.
오래 움직일수록 지구력이 높아지 며.
많이 다치고 많이 회복하면 재생력 과 내구력이 높아진다.
생체력 수련자의 육신은 육신의 주 인이 [필요]한 방향으로 [진화]한다 는 점을 생각해 보면 많이 맞는 것 또한 중요하다. 내 목숨을 끊지 않 는 모든 경험은 그저 성장의 재료가 되기 때문이다.
“흐.."
仁】 •
육신이 진화를 진행하는 동안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고개를 흔들 었다.
“그냥 안 맞을래.”
[뭐,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쉽게 물러선다. 경험이 많다 해도 아레스는 생명체가 아닌 기가스. 수 련자인 내 판단을 존중 해 주는 것 이다.
‘방어력은 올릴 필요가 없어.’
사실 생체력 수련자가 가지는 일반 적인 포지션은 탱커,혹은 세미 탱 커나 딜탱이다. 공격도 되지만 방어 도 되는. 혹은 굳건한 육신으로 방 어를 전담하는 강건하고 튼튼한 존 재.
그러나 나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
다. 나는 무슨 파티 플레이를 할 생 각이 없으니까.
뿐인가? 나에게는 부활 기능이 달 린 [인류의 재앙] 칭호가 있다. 물 론 죽어본 적이 없어서 확신할 수는 없지만 칭호가 설마 사기를 치지는 않겠지. 아니,사실 부활이 없더라 도.
‘하와.’
리전의 수장 중 하나인 언터쳐블. 하와의 [약속]이 있다. 자신의 말을 어길 수 없는 상급 신의 약속은,이 깟 부활 능력보다 훨씬 강력한 보험 일 것이다.
“좋아.”
육체의 진화가 끝나고. 육체의 성 능이 한층 높아진 것을 느끼며 벤치 에서 일어났다. 일을 마친 수송 드 론들은 다시 하늘 위에 있는 알바트 로스함을 향해 날아가 버렸다.
[그나저나 괜찮으신 겁니까?]
몸을 일으켜 광화문을 향해 걷기 시작한 나를 향해 지니가 물었다.
“뭐가?”
[황금기사를 관영민 님에게 드러내 신 것이요. 외계 문명을 드러내는 걸 꺼리고 계신 것 같았는데.]
합당한 걱정이긴 한데 너무 늦은 질문 아닌가?
하지만 생각해 보니 지니는 내가 언제든 이가를 떠날 수 있다고 전제 하고 있을 것이다. 그녀에게 이가는 우주의 변방에 존재하는,그 안에서 도 작디작은 세력일 뿐. 때문에 고 개를 끄덕이고 답했다.
“형이나 아버지한테는 상관없어. 게다가 어차피 지구에도 마도 골렘 들이 있잖아? 등급 자체는 황금기사 나 대마법사가 만든 골렘이나 비슷 한 수준이고.”
물론 그렇다 해도 실제로 지구의 마도 골렘들과 황금기사가 싸우게 된다면 전투는 황금기사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나게 될 것이다.
출력도,장갑 수준이나 내구력도, 그리고 적용된 수많은 기능들이 모 두 비슷해도 어쩔 수 없다. 황금기 사에게는 세종과 순신에게는 없는 아이언 하트가 있는 것이다.
[문명의 차이지요.]
“그래,문명의 차이지.”
오백 년 전만 해도 우주 전투에는 온갖 무기가 다 쓰였다고 한다. 이 중 양자포나 하전 입자포,핵탄두나 고폭탄,반물질 미사일이나 빔 병기 등등.
그러나… 지금으로부터 약 300년 전, 그러니까 대전쟁이 한참 진행되
던 시점에 대우주의 병기 역사는 대 변혁을 맞이하게 된다. 대우주 최고 의 과학 문명에 도달해 있는 캔딜러 종족이 영자력(靈子方)을 생산해 내 는 강철의 심장,아이언 하트를 만 들어내는 데 성공해 버렸기 때문이 다.
아이언 하트의 정확한 명칭은 [기 계식 영자기관].
기능은 단순하다. 마치 심장이 뛰 듯 아이언 하트가 뛰면,아이언 하 트 내부에서부터 막대한 양의 에너 지가 생성되는 것뿐이니까. 지구의 과학자들이 그걸 본다면 ‘아니! 그 건 영구기관이잖아?!’라며 경악하겠
지만,온갖 권능과 대마법이 횡행하 는 대우주에서는 그리 놀랍지도 않 은 기능이다. 대우주에 스스로 에너 지를 생산해 내는 기물들이 얼마나 많던가? 아니,굳이 그런 기물들이 아니더라도 마나를 수련하는 이능력 자들 전부가 하루 세 끼 밥만 먹고 도(생체력 제외) 무지막지한 에너지 를 생산해 내는,살아 있는 발전기 라고 봐도 무방한 존재들이었으니 까.
그러니까 결국 문제는.
생산되는 에너지의 [종류]와 [규모] 다.
영자력은 무슨 신력처럼 예외적인
힘이 아니다. 특수한 기공을 연마한 무술인이나 특정 계파의 마법사들, 혹은 태어날 때부터 특별한 힘을 타 고난 소수의 초능력자 정도나 다루 는 힘이었던 만큼 흔히 볼 수가 없 을 뿐 특별하다거나 대단한 힘은 아 니었으니까. 탁월한 장점만큼 크나 큰 단점(제어가 어렵고 성장이 늦 다) 또한 가지고 있었기에 언제나 주류에 낄 수 없었던 매니악한 수련 법.
그러나… 양산 가능한 기계장치, 아이언 하트가 그 영자력을 [대량] 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되면서 상황은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고 말
았다.
캔딜러족의 시연회에서 아이언 하 트가 처음 공개되었을 때,대우주 전체에 이름을 떨치는 황제 클래스 의 강자들은 물론이고 언터쳐블의 신격들조차 경악해서 할 말을 잃었 다고 한다. 높은 지식과 안목을 가 진 그들은 아이언 하트의 발명이 대 우주 전체에 어떠한 변화를 불러을 지 단박에 깨달았기 때문이다.
만일 대전쟁이라는 거대한 혼란이 대우주 전체를 뒤흔들고 있지 않았 다면,어쩌면 강대한 존재들에 의해 매장되었을지도 모를 대발명이 바로 아이언 하트인 것이다.
문제는 [상성 우위].
그것은 폭력에 가까울 정도로 절대 적인 효과를 가진 영자력의 특성이 다.
영자력은 불과 마주하면 불을 꺼뜨 리는 물과 같다. 물과 마주하면 물 을 빨아들여 한껏 생동하는 나무와 같고,나무과 마주하면 그것을 태워 버리는 불과 같다.
어디 그뿐인가?
영자력은 마력과 마주하면 항마(降 魔)의 기운을 띤다. 내공과 만나면 산공(散功)을 유발하며 신성력을 만 나면 마치 신력처럼 상대를 억압한
다.
영자력은 신력을 제외한 모든 에너 지 체계에 우위를 가지며 그 강도는 해당 에너지의 영적인 [격]과 차이 가 날수록 증폭된다.
영적인 격이 없는 단순한 하위 에 너지의 경우는 상성 우위가 절정에 달해 단순한 우위 정도가 아니라 [무시]나 [면역]에 가까운 수준에 도 달해 버리고 마는 것이다. 완전 면 역은 아니지만 거의 그에 근접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영자력으로 배리어 를 만들면 핵폭탄 수십 발을 우습게 막아내는 지경에 이르고 만다.
때문에 영자력을 적용하지 못한 기
존의 우주 병기들은 아이언 하트를 장착한 전함이나 기가스들을 만나면 처참하게 패배할 수밖에 없었다. 적 의 기본 공격에도 뚫리는 실드와 적 의 기본 실드도 뚫지 못하는 미사일 만 쏟아내야 하는데 어찌 싸움이 되 겠는가?
마력을 사용하는 마도 골렘의 경우 이런 물리 병기들만큼 절망적이지는 않지만,그렇다고 하더라도 상성 우 위를 피해갈 수는 없다. 거의 다섯 배에 가까운 마력을 사용해야 비등 한 전투를 이어갈 수 있는 것인데, 심지어 아이언 하트에서 생산되는 영자력이 적은 것도 아니다.
아니,오히려 출력으로만 치면 훨 씬 더 강하다. 마법 코어보다 훨씬 더 강한 기세로 영자력을 뿜뿜 뿜어 내는 것. 그렇지 못했다면 테라급 거대 전함들이 아이언 하트를 에너 지원으로 삼을 수가 없겠지.
“멈춰라!”
두 마도 골렘. 세종과 순신을 지나 쳐 광화문을 향해 이동하는 내 앞을 열댓 명의 일행이 막아선다.
“뭡니까?”
정말 뜬금없는 등장이다. 차라리 경복궁 안으로 들어가서 나타났으면 그런가 보다 할 텐데 나와서 기다리
고 있다니.
“지금 이가는 역사적 기로에 서 있 다! 이씨가 아닌 상것들의 출입을 금한다!”
“..?,,
순간 화도 나지 않고 그냥 어이가 없었다.
아니,뭐야. 이 등신들은?
다음 화에 계속...
< 당신의 머리 위에 2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