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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머리 위에 2부-28화 (145/249)

28 화

나는 정령력,오오라,생체력이라는 세 가지 영력을 각성했다.〈정령사〉 이면서〈대장장이〉이고 거기에〈강 체사〉라는 트리플 클래스.

지니는 이게 꽤 드문 케이스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인간의 재능과 노 력에는 한계가 있으며 영력을 다중 으로 각성한다 해도 결국 그걸 펼쳐 내는 육신과 정신은 하나뿐이었기

때문이다.

여러 종의 영력을 각성한다는 건 그만큼 더 많은 힘을 쓸 수 있는 게 아니라 그저 한정된 영력을 이리 저리 나눠 이도 저도 안 되는 게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지금 이 전투에서 내가 활 용할 수 있는 힘은 생체력뿐이다.

팡!

공기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그림자 늑대가 쏘아진다. 호랑이만큼이나 커다란 덩치를 가지고 있음에도 한 점의 무게감조차 느껴지지 않는 쾌 속의 돌진! 나는 그림자 늑대를 향 해 마주 덤벼들었다. 어차피 회피는

불가능하다. [최하급]이라는 수식어 가 붙어 있다 하더라도 상대는 마 족. 대우주의 거대 세력들조차 감히 경시하지 못하는 마계의 일원이다.

퍽!

“끅!”

둔탁한 소리와 함께 세상이 핑그르 르 돈다. 나는 그저 기세만 좋았을 뿐 짐승 같은 감각을 가진 그림자 늑대의 돌진을 막아내지 못했기 때 문이다.

나는 덤프트럭에 치인 고라니처럼 형편없이 하늘을 날아 근처 건물에 처박혔다. 단 일격이었지만 어마어 마한 타격에 온몸이 덜덜 떨린다.

숨이 턱 막히고 머리가 빙빙 돌 정 도로 매서운 몸통 박치기. 방어 자 세를 취했던 양팔은 부러져 덜렁거 린다.

“아이고,아파라……

[함장님,괜찮으십니까?]

“괜찮아. 생각보다 고무적이야.”

어차피 이번 충돌로 이득을 볼 생 각은 없었던 만큼 담담히 대답한다. 그런데 그 모습이 아레스에게는 황 당하게 보였나 보다.

[고무적이라니? 그냥 일방적으로 얻어맞고 양팔이 부러졌는데 뭐가 고무적 이야?]

“고무적 이야.”

나는 머릿속의 문을 가만히 그려보 았다. 문은 고요하게 단단하게 자리 를 지키고 있다.

“적어도 화가 나지는 않거든.”

경복궁에서 붕대 녀석에게 공격당 했을 때. 그 모든 상황이 나에게 위 기가 아니었음에도 나는 분노를 참 지 못했다. 마치 절대 침범당해서는 안 되는 최후의 선을 침범당하기라 도 한 것처럼. 뭔가 대단한 치욕이 라도 당한 것처럼 활화산 같은 분노 가 터져 나왔던 것.

그러나 생체력을 익히고 그림자 늑

대에게 공격당한 지금은 그렇지 않 다.

이것은 전투.

싸우다 한두 대 맞는 건 절대 치 욕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저 전투의 과정인 것이다.

“책.”

파라라락--!

말과 동시에 눈앞으로 한 권의 책 이 떠올라 자동으로 펼쳐진다. 표지 에는 아무런 글자도 없어 제목조차 알 수 없었지만,펼쳐진 페이지에는 [나폴레옹]이라는 소제목이 쓰여 있 다.

나는 그 책에 쓰여 있는 세 줄의 문장 중 하나를 읊는다.

“죽지 않는 황제.”

응!

순간 내 몸 주위로 보호막이 떠오 르고 이내 무시무시한 속도로 부러 진 양팔이 원상태로 돌아오기 시작 한다. 원래부터 회복력이 빠른 생체 력 수련자인 내게 어빌리티의 보정 이 붙자 치유는 그야말로 순식간. 부러졌던 뼈와 끊어진 근육이 삽시 간에 복구되고 전신에 기력이 가득 찬다. 오히려 다치기 전보다 더 완 벽한 컨디션이었다.

쾅!

적의 회복을 두고 보지 않겠다는 듯 그림자 늑대가 다시 덤벼들었지 만 죽지 않는 황제가 만들어낸 보호 막을 뚫지는 못했다. 고작 5레벨인 최하급 마족 따위가 인급 기가스 나 폴레옹의 아이언 하트에서 뿜어져 나오는 영력을 이겨낼 리가 만무했 으니까.

나는 스탯창을 확인했다. 책을 불 러냄과 동시에 영력,영자력,항마 력,마나 회복력이 각각 600포인트 씩 상승해 있다.

그냥 버프라고 간단히 말하기에는 너무나 어마어마한 보정. 어디 그뿐

인가?

*오늘의 어빌리티!

〈관통〉

〈관통〉

〈관통〉

〈점멸〉

〈은폐〉

“아니,3관통은 또 뭐야. 펼치는 적들도 없는데. 뭐 점멸하고 은폐는 좋다만.”

투덜거리며 자세를 낮춘다.

배리어 그래도

그리고

그와 동시에 심장이 뛰고 온몸의 근 육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기 시작 했다.

뿌득.

무공이 그러하듯,그리고 마법이 그러하듯 당연히 생체력에도 기술과 체계가 존재한다. 싸울아비의 십이 식(十그式)이나 화랑의 천지화랑도 (天指花郞道),조의선인의 무절(武 絶) 같은.

그리고 당연히.

레온하르트 제국에도 식(式)이 존 재한다.

경천칠색 (篇天七色).

청 情).

윙!!

한순간 대기가 일그러지며 푸른 파 동이 내 몸을 중심으로 퍼져 나간 다. 그것은 진동(振勤)의 힘. 나는 대지를 박차 그림자 늑대에게 달려 들었다.

쾅!

“캠!”

외마디 개소리와 함께 그림자 늑대 가 튕겨 나가 근처에 있던 편의점을 박살 내며 틀어박힌다. 이것은 레온

하르르 제국에서도 오직 황족과 하 워드 공작가만이 수련을 허락받을 수 있는 최상급 투법이다.

‘내가 직접 멸문시킨 가문의 수련 법을 익히다니 양심에 좀 찔리지만 말이야.’

레온하르트 제국에는 엄청난 숫자 의 가문들이 존재하지만 그중 가장 거대하고 강한 힘을 가진 건 5개의 공작 가문일 것이다.

그중 레온하르트에게 황위를 양도 하고 뒤로 물러난 페인가를 제외한 나머지 공작가들은 대전쟁 시절 레 온하르트 황제의 옆에서 외계의 존 재들과 싸워 제국을 일구어낸 개국

공신(開國功臣)들이 만든 가문들이 다.

신검의 수호자,아몬가.

태양 마탑의 주인인 일음(터陰) 정 가 (在家)

제국 최대의 군벌 가문,하워드가.

황금 마탑의 주인인 오스만가.

그들은 제국에서 무소불위의 권력 과 금력,그리고 무력을 가진 존재 들이었다. 레온하르트 제국의 황제 마저 함부로 어찌할 수 없던 강대한 세력.

그러나-

그 오대 공작가는 현재에 이르러 사대 공작가로 변하고 말았다. 황제 의 자리를 넘보았던 하워드 공작이 황녀와 혼인한 부마를 해치려 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까짓 부마 하나 죽인다고 공작 가문에 무슨 문제가 생길 수 있을까 의문을 가질 수 있겠지만 안 타깝게도 문제가 생겼다. 왜냐하면, 그가 해치려 했던 부마가 대우주에 도 몇 없을 언터쳐를(상급 신)이었 으며-

언터쳐블은 홀로 문명을 부수는 것 조차 가능한 초월자였으니까.

고도로 발달한 문명을 지닌 여럿의 행성을 지배하고 있는 하워드 공작 가라 하더라도 상식을 벗어나는 힘 을 지닌 언터쳐블을 상대로는 멸문 지화(減門之禍)의 비극을 피할 길이 없었다.

더 길게 말해 무엇하랴.

하워드 공작 가문을 멸문시킨 게 바로 나이며.

이 투법은 그 하워드 공작가의 유 산이다.

“".음?”

경천칠색(繫天七色),녹(緣)을 준비 시키고 방어 자세를 취했던 난 고요

한 침묵에 고개를 슬쩍 내밀었다.

“뭐야. 왜 반격이 없어?”

그림자 늑대가 날아가 박히면서 박 살 난 편의점을 훑어본다. 녀석이 달아나는 기색은 없었기에 이해할 수 없는 상황.

다행이랄까? 아레스가 그런 내 의 문에 답해주었다.

[웨졌어.]

“뭐라고?”

[죽었다고. 머리통이 다 찌그러졌 는데 어떻게 사냐?]

아레스의 말에 쓰고 있던 우자트를 조정해 증강 현실을 작동시킨다. 능

력자답게 감각으로 적의 존재를 감 지하고 싶었지만,아직 강화된 감각 을 다루는 데 익숙하지 않았기에 별 수 없다.

“•••진짜네.”

나는 쓰러져 있는 그림자 늑대의 모습에 방어 자세를 풀고 편의점 안 으로 들어갔다. 그 안에는 우자트에 서 본 대로 쓰러진 그림자 늑대가 있었는데,그 형태가 처음 나타났을 때와 사뭇 다르다.

“뭐야,이게.”

황당하게도 죽은 그림자 늑대의 몸 은 뼈와 근육이 아닌 통조림 캔과 가구용 목재,그리고 아스팔트로 이

루어져 있다. 그림자 늑대의 몸을 휘감고 있던 까만 기운도 벗겨져 마 족이 아닌 환경보호단체가 환경오염 을 경고하기 위해 쓰레기를 모아 만 든 조형물 같다.

[그림자 마족은 본래 물리적인 육 신을 지닌 종족이 아닙니다. 음(陰) 차원 에너지 형태로 공간을 이동하 다가 주변의 질료로 육체를 조성하 여 물리력을 얻는 녀석들이지요.]

[하지만 특이하네. 최하급 마족이 약하긴 해도 너무 쉽게 죽었어.]

지니와 아레스가 중얼거릴 때였다. 파스스--!

쓰러진 마족의 몸에서 검은색 기운 이 피어오르더니 그대로 숙 날아와 내 왼손을 휘감았다.

팟!

손등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운. 내 [몸]으로 흡수되는 느낌은 아니고 내 손등에 새겨진 육망성을 통해 시 스템에 흡수되는 것으로 보였다.

[레벨 업!]

[자유 스탯을 10포인트 획득했습니 다!]

[현재 레벨: 1, 1, 2]

[경험치 배율: 25%]

“아니,1레벨이 5레벨짜리를 잡았 는데 겨우 한 직업에서 1레벨 오르 네.”

억울한 기분이 들었지만 멀티 클래 스를 가지고 있는 만큼 어쩔 수 없 는 일이다. 경험치 효율이 25%밖에 안 되는데 레벨 업이 더딘 게 당연 하겠지.

그리고 이어서 새로운 텍스트가 떠 올랐다.

[칭호. 최하급 마족 슬레이어를 획 득했습니다!]

깜짝 놀라 재빨리 칭호를 확인한 다.

[최하급 마족 슬레이에

-마력 +40

-최하급 마족을 쓰러뜨린 영웅에 게 주어지는 타이틀. 마력을 늘려준 다.

“성능 좋은데?”

효과는 심플하지만 마력의 중요성

을 생각해 보면 상당한 효과다. 당 장 칭호만 바꿔도 유의미한 전력 상 승이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들 정도인 것.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부활과 공간 이동의 메리트를 포기할 수 없었기 에 그대로 치워 버린다. 더 높은 단 계. 그러니까 마족 사냥꾼이나 마족 학살자 같은 칭호를 얻은 뒤 다시 생각해 봐야겠다.

와르르!

발로 슬쩍 차자 그림자 늑대의 육 체를 구성하고 있던 잡동사니가 무 너지고 그 안에서 금이 간 검은색 구슬 하나가 떨어진다.

[마석(魔石f)입니다. 하지만 파괴되 어 있군요.]

“원래 마족이 죽으면 파괴되는 거 아냐?”

[그렇지 않습니다. 일부 특이종을 제외하고는 오히려 마석은 마지막의 마지막에 파괴되지요. 치명적인 부 상에서 마족을 회복시킬 최후의 보 루니까요.]

지니의 말을 들으며 마석을 주워들 었다. 은은한 파장을 뿌리는 검은색 구슬은 금이 가 그 기운이 크게 훼 손되어 있다.

“어빌리티 때문이겠네.”

오늘 내 어빌리티에는 3관통이 달 려 있다. 꿰뚫는 효과 하나만 치면 어지간한 전설(Legend)급 어빌리티 보다 훨씬 강하겠지.

“배리어를 안 쓰는 적이라 없는 셈 치려 했더니 나름대로 쓸모가 있 네.”

'크르르!!!”

“크륵!!”

“캬아!!”

중얼거리는 사이 여기저기에서 짐 승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고개 를 들어보니 편의점 밖으로 다섯 마 리의 그림자 늑대가 모여 위협적으

로 으르렁거리는 모습이 보인다.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철컥!

방아쇠를 다섯 번 당겼다.

와르르!

다섯 개의 잡동사니 더미가 무너진 다.

[야,너 자꾸 그렇게 총 쓰면 훈련 이 되냐?]

“실험이야,실험.”

쉐도우 스토커를 다시 시계 형태로 변형시키고 잠시 기다려 보지만,역 시나 반응은 없다. 1레벨에서 2레벨 오르는 경험치와 2레벨에서 3레벨 오르는 경험치가 압도적으로 차이

나거나 할 리는 없으니 결론은 뻔하 다.

“역시 장비로 죽인 건 인정 안 해 주는 건가……

아쉬움에 혀를 찬다. 인정된다면 10랩,20렙도 우습게 찍을 수 있을 테지만 역시나 세상에 마냥 쉬운 일 은 없다는 모양이다.

[사실 나폴레옹의 아이언 하트를 쓰는 것도 반칙이야. 솔직히 지금 네 수준에 아무리 최하급이라고 해 도 마족을 이긴다는 게 말이 되냐?]

“그건 인정.”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지만 중요한

것은 이 시스템이 아이언 하트의 영 자력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내 [책]을 고유의 능력으로 인정한 것인지 아니면 그냥 인지 자체를 못 하는 건지 알 수 없지만,어쨌든 이 정도만 되어도 여유롭게 레벨링을 하는 게 가능하겠지.

“지니.”

[네,함장님.]

"형 근처에 대기시켜 놓은 황금기 사를 통해서 나는 안전하다고 안심 시켜 줘. 괜히 걱정시킬 필요는 없 으니.”

[알겠습니다. 함장님.]

지니의 대답을 들은 나는 그림자 늑대의 잔해 속에서 마석들을 챙기 고 도로를 걸었다. 이미 육신은 완 전한 전투태세. 걸음걸음마다 진동 이 켜켜이 쌓여간다.

그것은 경천칠색. 적(赤). 온몸에 진동의 힘이 감기고 또 감겨갈수록 내 몸 주위로 붉은색의 파동이 번져 나간다. 매질 입자의 떨림이라고 할 수 있는 진동이 빛의 형태로 눈에 보인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지 만,애초에 영능을 물리학만으로 이 해하려는 건 어리석은 시도다.

우응!!

하워드 공작가의 경천칠색은 진동

을 다루는 식(式)이다.

진동을 축적하여 육신에 저장하는 적(관)색. 축적된 진동을 방출하는 주황(朱黃)색. 피부에 닿은 물체의 고유진동을 파악해 구현하는 황(黃) 색. 외부 에너지를 진동으로 전환하 는 녹(緣)색. 내부 에너지를 진동으 로 전환하는 청 (W9색. 육신에 닿는 물질을 진동시키는 남(蓋)색. ‘닿지 않는’ 존재마저 진동시키는 자(紫) 색까지.

경천칠색은 경지가 높아지면 높아 질수록 거대한 규모의 힘을 다루게 되며 궁극에 이르면 이름 그대로 경 천동지할 힘을 발휘한다. 하워드 공

작은 단 한 번의 발 구름으로 지진 까지 일으켜 어스퀘이커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정도.

극단적인 방향성으로 약점이 뚜렷 하지만,그 이상으로 무시무시한 장 점을 가진 이 투법이,바로 지금부 터 내가 평생을 연마해야 할 전투 능력이었다.

“크르르!!”

“컹컹!”

골목길. 건물 옥상. 심지어 건물 안에서부터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그림자 늑대들.

“형의 대장전까지 얼마나 남았다고

했지?”

[12시간 12분 남았습니다.]

“충분하네.”

몸 주위로 퍼져 나가는 진동에 대 기가 일그러진다.

레벨 업의 시작이다.

다음 화에 계속...

< 당신의 머리 위에 2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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