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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머리 위에 2부-23화 (140/249)

23 화

“피규어.”

[뭐,뭐라고?]

“그것도 너무 골동품인데•••"•

그렇다. 새로이 모습을 드러낸 강 철 인형은 무슨 고대 조각상 같은 형태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그 크 기가 고작 15센티미터에 불과하니 참으로 볼품없는 형태다.

[그럼 이건 어때?]

철컥! 키릭! 철컥!

아레스의 형태가 변형되더니 녀석 의 전신에 은빛의 갑주가 뒤덮인다. 내가 익히 알고 있는. 신급 기가스 아레스의 형태다.

“오! 진열장에 전시하면 애들이 제 발 사달라고 마트 한가운데 드러누 울 정도야!”

크기는 똑같지만 그래도 이제는 골 동품 대신 값비싼 고급 피규어 정도 는 되어 보인다.

[칭찬이냐?]

“극찬이지.”

[그럼 좋다!]

장난스러운 대화를 나눈다. 항상 우자트를 이용한 통신만 하다 이렇 게 눈앞에서 아레스의 모습을 보고 또 대화하니 신기한 기분. 그런데 그 광경을 지켜보는 도검의 표정은 진지하기 짝이 없다.

“말을… 하다니……

그는 테이블에서 안경 하나를 들고 와 쓰더니 심각한 표정으로 아레스 에게 다가섰다.

“믿기지가 않는군. 자아를 가지고 있잖아……? 속성은 금속인가?”

파지직!!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스파크가 된 다. 아레스가 낄낄거리며 웃었다.

[와! 이거 전혀 다른 감각인데? 완 전 신기해!]

“다중속성……?”

도검의 얼굴에 경탄을 넘어 황당함 이 깃들어 갈 때였다.

[정령 계약에 성공하셨습니다!]

[클래스: 정령술사(1차 직업)이 생 성되었습니다!]

“오,드디어 직업이.”

클래스 [없음]을 본 지도 꽤 오래 되었다. 상태창에서 [칭히를 변경해 [스탯]의 증감을 확인한 지도 벌써 10년이나 지났으니까. 언젠가는 개 방될지 모른다고 생각해 왔었지만 우주로 나가면서 잊고 있었는데 그 게 이제야 생겨난 것이다.

[레벨 시스템이 개방되었습니다!]

[레벨이 생성되었습니다!]

[현재 레벨: 1]

[경험치 배율: 100%]

“경험치 배율은 또 뭡니까?”

“어차피 선택한 직업이 세 개니 자 동으로 알게 될 문제지만… 너 대체 뭐냐?”

“도검 님의 말씀에 따르면 될놈?”

정령술은 철저히 될놈될이라던 도 검의 말을 그대로 가져다 썼지만 도 검은 고개를 흔들었다.

“미친 소리. 허… 이건 될놈될 정 도가 아니야. 정말 이해가 안 되는 군. 어째서 이만한 재능이 여태껏 감지되지 않은 거지?”

“후천적인 각성이라고 하던데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너,아니, 아니야. 됐으니 여기나 앉아라.”

기가 차다는 듯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더니 황금의자를 내민다.

"엑. 또 그겁니까?”

절로 인상이 찡그려진다. 하긴 온 몸에 소주를 붓고 전기로 지져지는 경험이 있으니 어찌 안 그러겠는가?

그러나 그러거나 말거나 도검은 엄 격하고 진지한 표정이다.

“그래서 안 한다고?”

“아뇨. 해야죠.”

투덜거리며 의자에 앉는다. 앉고 보니 아까 뿌려댄 소주 때문에 진동 하는 술 냄새가 다시금 코를 찌른 다.

“…특이하군.”

“뭐가요?”

고개를 돌려 의문을 표하자 도검이 눈을 가늘게 뜨고 말한다.

“뭐긴 뭐야. 네놈이지. 네 녀석에게 는 강해지고자 하는 열망이 안 보이 거든. 하지만 그런 주제에 그 행보 는 무리해서 강해지려는 바보들의 그것과 같지.”

“흐 ”

I그 .

강해지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래. 그의 말이 맞다. 나는 강해 지려고 영능에 입문한 것이 아니다. 그저 내 영혼에 깃들어 있는 광포한

신성을 억누르기 위해,내 자아를 지킬 만한 역량을 키우기 위해 스스 로를 단련하려는 것이니까.

‘이건 지구를 지키기 위한 발버둥 이기도 한데 말이야.’

내가 자칫 폭주하기라도 한다면 지 구의,그중에서도 인류의 운명은 그 대로 끝장이다. 대학살이 벌어질 것 이고 인류는 멸망,혹은 멸망에 중 하는 상황에 처하고 말겠지. 다수의 우주전함까지 동원한 하워드 공작가 조차 감당치 못한 황제 클래스의 힘 을 제2문명에 불과한 지구에서 감당 할 리는 없으니까.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함장님입

니다.]

‘중요고 뭐고 더 이상의 대학살은 사절이야……

[그냥 다 버리고 제국으로 돌아가 시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것도 좀. 거기라고 사건 사고가 없을 것 같지는 않아서.’

“이봐?”

“아,뭐,그냥. 그냥……

도검을 향해 대충 얼버무린다. 지 금 내 상황을 그에게 털어놓을 이유 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냥 자기 수양이 목표거든요.”

나는 전투적인 역량을 키울 필요가

없다. 나에게는 백수십 기의 무인 기가스가 있고 테라급 함선인 알바 트로스함이 있으며 4문명의 결정체 라는 쉐도우 스토커,그리고 신급 기가스인 아레스가 있으니까. 영능 으로 정신력과 육체를 얼마나 강화 할 수 있고,또 그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시험해 보기 위해 여러 가지 영능을 익힐 필요가 있다.

“특이하군. 정말 특이해.”

그는 중얼거리며 황금 의자를 꺼냈 던 찬장에서 새로운 물건을 꺼내왔 다. 푸른빛을 띠는 청동잔과 날이 시퍼렇게 서 있는 단도였다.

스윽. 주르륵.

너무나 태연하게 자신의 손목을 긋 더니 줄줄 홀러나온 피를 청동 잔에 받은 도검이 설명했다.

“네가 두 번째로 각성해야 할 영능 은 생체력이다. 너는 생체력에 대해 알고 있나?”

“육체를 강건하게 한다는 정도만 압니다.”

“잘 모른다는 말이군.”

“뭐 그렇죠.”

•••라고 답변은 했지만 사실 대우주 에 나가 가장 많이 목격한 영능이 바로 생체력이다.

생체력은 병사들의 영능.

재능이 없으면 입문조차 할 수 없 는 다른 영능과 다르게 생체력은 강 화 육체 시술을 받은 이라면 누구든 즉시 입문이 가능하다. 수련 방식도 현묘한 이치나 깨달음이 아닌 하드 트레이닝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전 투에서 생환율을 높이기 위해 대다 수의 병사들이 생체력을 다루곤 했 었다.

“원래 강체사는 서브 클래스로 거 의 선택하지 않는 직업이야.”

“문제가 있습니까?”

“강체사를 서브 클래스로… 그래. 듣기만 하면 마냥 좋아. 어떤 영능 을 다루건 육체가 강건해서 손해 볼

건 없잖아? 육체 능력을 거의 안 쓰는 마법사라 해도 건강해서 손해 볼 건 없으니까.”

만약 내공과 생체력을 같이 연마할 수 있다면 그 시너지는 그야말로 상 상을 초월할 것이다. 생체력의 육체 진화는 무학의 한 갈래인 외공(外 功) 따위와 비교를 불허한다.

단적인 예로 내공과 생체력을 함께 연마한다면 마공을 자유롭게 연마하 는 게 가능하다. 정말 어지간한 마 공을 익혀도 육신 자체가 그 모든 부작용을 견딜 수 있는 방향으로 진 화해 버리니 자폭기로 유명한 폭혈 마공 같은 걸 익혀도 그 반동을 육

신이 다 견뎌 버리는 것.

마법과 생체력을 같이 익혀도 효과 는 엄청나다. 생체력 진화를 모조리 방어에 때려 박으면 굳건한 내구를 가지게 되어 마법의 완성을 누구도 방해하지 못하게 될 테니까.

“하지만 안 된다는 말이군요?”

“그래 안 돼. 오히려 다중 직업을 선택할 때 생체력은 절대 택해선 안 될 선택지지. 생체력의 인자(因子) 를 받아들여 진화를 시작한 능력자 는 영감이 둔해지거든.”

그뿐이 아니다.

생체력은 ‘모든’ 속성에 ‘저항’하며

나아가 ‘간섭’한다. 이는 생체력의 큰 강점 중 하나로 생체력을 수련하 게 되면 약점이 되는 속성이 사라진 다. 불길에 얻어맞아도 화상을 입는 일이 드물고 극저온의 냉기를 쏟아 부어도 잘 얼지 않는다. 독에 당한 다 해도 금세 내성이 생기며 벼락을 얻어맞아도 감전되지 않는 것.

그러나 모든 속성에 저항한다는 것 이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니어서 생체력 수련자는 스스로 타고난 속 성에 대한 감각 역시 크게 둔화해 버리게 된다. 스스로의 속성력이 사 라지는 건 아니지만 그것을 감지하 기 어려워지는 것. 때문에 정령술사

가 생체력 인자를 받아들이게 되면 설사 정령과 계약을 하게 되더라도 해당 속성을 컨트롤하는 것을 거의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친다. 속 성력이 재능 대부분을 차지하는 직 업이 정령사라는 걸 생각하면 고위 능력자로서의 미래는 끝장나는 것인 데••••••.

당연히도.

이미 다 알고 선택한 일이다.

“상관없습니다.”

“내 말 뒷구멍으로 들었나? 정령사 강체사의 듀얼 클래스는 멍청한 선 택.”

“하지만 도검 님은 하셨잖아요?”

“나는 상황이 다르지!”

“뭐가요?”

“나는!”

거기까지 말했다가 멈칫한다. 그는 잠시 더듬더듬거리다가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그래. 참견이 심했군.”

뭔가 복잡한 표정의 도검이 청동 잔을 내민다. 의자와 달리 마법의 기운이라고는 조금도 없는,그저 보 통의 청동을 적당히 주물하여 만든 물컵에는 도검의 손목에서 홀러나왔 던 피가 가득히 찰랑이고 있다.

이것이 바로 인자.

단순한 피는 아니고 도검이 자신의 몸속에서 긴 시간에 걸쳐 생산해 낸 생체력의 씨앗이다.

“마시면 된다. 물론 섭취만으로는 아무런 소용이 없고 생체인자를 각 성시키기 위한 혹독한 단련이 필요 하지.”

“어떤 단련 말입니까?”

“종류는 상관없다. 근력,순발력, 체력 등 그 어느 하나라도 육신의 한계를 맛보는 순간 인자가 각성되 고 진화의 방향성이 결정-”

[생체인자 각성에 성공하셨습니 다!]

[클래스: 강체사(1차 직업)가 생성 되었습니다!]

[현재 레벨: 1, 1]

[경험치 배율: 50%]

“하? 뭐라고?”

당황하는 도검을 두고 텍스트를 읽 는다. 100%였던 경험치 배율이 50%로 줄어들었다.

“다중직업이면 경험치 습득에 페널

티가 생기는군요?”

“…두 직업만 가져도 사실상 4배의 경험치가 필요하지. 올려야 할 레벨 이 두 개인데 경험치는 반절밖에 안 들어오니까. 게다가 직업이 여러 개 여도 마나 스랫은 하나뿐이니 성장 을 쪼개서 해야 해. 몬스터 판정도 안 좋게 들어와서. 아니,그보다 지 금 생체인자를 각성시킨 거냐? 인자 를 복용하자마자? 원래부터 육신을 극한까지 단련한 상태였다고? 보통 고등학생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묻는다. 당연 한 일이다. 생체력이 병사의 영능이 라 불릴 정도로 접근성이 낮은 영능

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입문이 쉬 운 건 절대 아니었으니까.

생체력에 입문하기 위해서는 육신 의 한계에 도달해야 하기에 입문에 성공했다는 것 자체가 내가 국가 대 표급 운동선수에 맞먹는 피지컬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같은 의미를 가 지고 있다. 혼자 그냥저냥 운동해서 는 절대로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이 다.

“이제는 오오라(Aura)입니다.”

“너 도대체 뭐 하는 놈이야? 설마 튜토리얼을 하루 만에 끝낼 셈이 냐?”

“보통은 얼마나 걸리는데요?”

“정령사를 비롯한 몇몇 직업 말고 는 아무리 빨라도 몇 달이다! 종류 에 따라서는 몇 년도 걸리는데… 아 니,아니다. 적어도 오오라는 그럴 수 있는 영능이 아니지. 생체력은 어쨌든 준비가 가능하긴 하니까.”

그렇게 중얼거린 도검이 오른손을 들어 올린다.

화악!

순간 열기와 함께 불꽃의 망치가 모습을 드러낸다. 현실감이 전혀 느 껴지지 않는. 마치 CG처럼 현실과 명백히 분리된 무엇이다.

“오오라 구현이다. 나 같은 구현계

(具現繼)는 내가 쌓아 올린 오오라 를 굳혀 영적인 기능을 가진 물건을 구현해 낼 수 있거든.”

“저도 구현을 해야 하는 건가요?”

“이제 입문하는 데 구현은 무슨 구 현이야? 다만 오오라 개방을 시켜주 려는 것뿐이다. 재능 있는 녀석이 외부의 오오라에 접촉하면 영성이 깨어나 내면의 오오라를 일으킬 수 있게 되니까.”

그렇게 말하며 불꽃의 망치를 나에 게 들이댄다. 후끈한 열기가 느껴졌 지만 뜨거운 수준은 아니다. 공격성 이 배제된,뭔가 특이한 힘이 느껴 진다.

고오오---

“오,뭔가,특이한 느낌이……

나는 내면에서 뭔가가 변해가는 것 을 느꼈다. 저항하려면 저항할 수 있었지만 그럴 이유가 없는 상황.

도검이 설명했다.

“네 안의 영성이 자극받았다는 증 거다. 너는 대장장이라는 직업을 위 해 오오라를 선택했으니 틈틈이 명 상을 해서 내면의 이미지를……

응-!

“이미지를… 뭐?”

좌르륵-!

내 [안]에서 뭔가가 쏙 하고 빠져 나가더니 허공에서 쇳소리가 들린 다. 고개를 들어보니,허공에 한 뭉 치의 사철 가루가 떠 있다.

도검이 신음한다.

“속성 구현……

[오오라 개방에 성공하셨습니다!]

[클래스: 대장장이(오오라 타입. 1 차 직업)가 생성되었습니다!]

[성공적으로 튜토리얼을 완료하셨 습니다!]

[활성화된 직업: 정령사,대장장이, 강체사]

[현재 레벨: 1, 1,1]

[경험치 배율: 25%]

나는 여태까지 중 가장 벙찐 표정 인 도검을 보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튜토리얼의 끝이었다.

다음 화에 계속...

< 당신의 머리 위에 2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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