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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머리 위에 2부-22화 (139/249)

22 화

[뭐라는 거야?]

[몰라. 돌아이인가 봐.]

[이,이것들이……!]

뜬금없는 능욕에 부들부들 떠는 아 레스를 진정시키며 앞으로 나선다.

“아,잠깐 잠깐. 너희들끼리 떠들지 말고 설명 좀 해줘. 지금 뭐가 어떻 게 된 상황이야? 정령신이 나한테

뭘 한 거지?”

[뭐라고? 뭔 짓?! 뭔 짓이라고?!]

과르릉!!!

천둥과 벼락이 몰아친다. 그냥 벼 락이 아니다. 강대한 영력과 그 이 상의 압도적인 전압을 가진 무지막 지한 힘의 폭풍은 우주전에서도 쉽 게 볼 수 없는 규모였다.

‘와 겁나 세네. 이 정도면 성(星)급 기가스에 맞먹는 출력인데?’

솔직히 정령이라고 해봐야 얼마나 세겠냐고 생각했는데 그런 고정관념 을 통째로 깨부술 정도의 힘이다. 생각해 보니 엘라이카의 레벨만 해

도 무려 18레벨이니 두말할 필요도 없겠지.

‘뭐,그래도 정말 성급 기가스랑 싸우면 영자력의 [상성 우위]에 밀 리겠지만.’

괜히 아이언 하트가 전 우주의 병 기 역사를 새로 쓰게 된 게 아니다. 강대한 영력을 품은 자연력은 틀림 없이 강대한 힘이지만,그래 봐야 그 본질은 하위 에너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영자력의 상성 우위에 손 해를 보지 않는 것은 오로지 신력

[진정해,엘라이카.]

파짓!

무지막지한 규모의 천둥 벼락이 1 미터도 안 되는 크기의 핑크핑크에 게 빨려 들어가 사라졌다. 그녀의 몸에서 쉴 새 없이 스파크가 튀었지 만 별다른 타격을 입거나 하지는 않 은 듯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려 꾸짖 는다.

[일단 말리긴 했지만 당신도 말조 심해요! 정령신께 은총을 받고 하는 소리가 무슨 짓이냐니… 고유세계 생성은 단독 정령계라 불리는 권능 (權能)이에요. 어지간한 초월자들도 감히 넘보지 못할…….]

고오오----!!

[…엑? 생성이 벌써 시작된다고?]

[이게 뭐야! 너무 빨라!!]

팟!

순간 시야가 암전(暗轉)한다. 녹음 이 푸르렀던 정령계의 모습이 사라 지고 다 타버린 잿더미처럼 칙칙한 회색의 사철(沙鐵)로 가득한 대지가 드러난다.

“…뭐야,여긴.”

생텍쥐페리는 자신의 소설에서 어 린 왕자를 B-612라는 곳에 거주한 다고 묘사했다. 머나먼 우주에 떠 있는 B-612는 집 한 채보다 클까 말까 한 크기를 가진 작은 소행성인 데,그 크기가 너무나 작아 석양을

계속해서 보고 싶으면 그저 의자를 몇 걸음 옮기면 될 정도라 한다.

웃기지만,내가 도착한 장소도 바 로 그런 곳이다.

사방팔방. 360도 전부를 둘러봐도 죄다 지평선이 보이는 장소. 다행히 B-612만큼이나 작아 보이지는 않았 지만 그래 봐야 고만고만한 크기다.

[차원 이동… 확인하였습니다. 다 만 함장님.]

“문제가 있어? 내가 지금 어디로 이동한 거야?”

[이동하지 않았습니다.]

“뭔 소리야 방금 차원 이동 확인했

다고 했잖아.”

영문을 알 수 없는 소리에 의문을 표한다. 그러나 지니도 상황을 정확 히 파악하지 못한 듯 당황하는 게 느껴진다.

[좌표값이… 중첩되어 있습니다. 아니,세상에,이런 건 데이터베이스 에도 없는… 아니,어떻게,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 수가 있죠? 영계 도 아닌 물질계에서. 그것도 살아 있는 생명체의 몸으로…….]

“핑크핑크랑 엘라이카가 고유세계 어쩌고 하던데.”

[확실하지는 않지만 고대 문헌에서 관련 단어가 등장한 적이 있습니다.

차크라 능력자가 소우주를 완성하여 고유한 세계를 만들었다는 기록이지 요.]

“차크라? 난 그런 거 모르는데. 다 른 기록은 없어?”

[특수한 존재와의 계약으로 비슷한 현상이 일어났다는 기록도 있습니 다. 혹시 영적인 계약에 관한 대상 이 감지되십니까?]

[•••감지돼.]

[아레스 님? 죄송하지만 제가 말하 는 계약의 대상은.]

쿵!

순간 묵직한 울림이 사철의 소행성

전체를 뒤흔든다. 놀라 고개를 돌려 보니 은빛의 거인이 눈에 들어온다. 육중한 갑주를 걸친 전사의 모습을 하고 있는 30미터짜리 거인.

말이 나와서 말이지 엄청난 크기 다. 브라질 코르코바도산 정상에 위 치한 구원의 예수상보다 신장이 좀 작을 뿐 오히려 덩치는 더 커다랗다 고 할 수 있을 정도니까.

하지만 지금,그 전신 아레스의 모 습은 평소만큼 커 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면,볼품없이 쪼그려 앉아 있 었기 때문이다.

[나야! 나라고! 이 공간이 내 아이 언 하트와의 계약으로 성립되어 있

어! 아,근데 이거 왜 이렇게 좁 아?! 우주 공간처럼 보이는 주제에 천장이 있다니!]

아레스의 말대로 이곳은 소행성의 형태를 하고 있고 하늘로는 온갖 별 들이 보임에도 우주 공간이 아니었 다. 그 모든 것은 그저 이미지. 내 게 주어진 고유세계는 우주 공간에 둥둥 떠 있는 게 아니라,기본적으 로 구(球)의 형태를 가진 폐쇄 공간 이었던 것이다.

“아, 그런데 넌 왜 여기에 본체 상 태로 왔어?”

[오긴 뭘 와! 끌려 온 거지! 앗! 천장 부분에 너무 가까이 가면 엄청

불쾌한 기분이 들어서 고개를 못 들 겠다! 악! 기분 나빠,이게 뭐야! 천 장 바깥으로 혼탁한 기운이 느껴져! 이거 튕겨 나갔단 죽을 거 같아!]

쪼그려 앉아 있던 아레스가 엄살을 피우며 숫제 엎드리자 사철의 대지 가 쇳소리와 함께 밀리며 소행성에 난데없는 사철 언덕이 생겨난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지니는 차 분히 내게 설명했다.

[대략적인 형태를 파악했습니다. 소행성의 반지름은 5.7미터이며 고 유세계의 전체 반지름은 그 세 배 정도 됩니다. 소행성 위에 서 있는 형태라면 대략 10미터 정도 위에

천장이 있는 셈 이지요.]

“바닥에 이건 뭐야?”

차르릉!

신발로 땅을 차자 쇳소리가 들린 다. 지니가 설명했다.

[철과 티타늄이 다량 포함된 다수 의 금속들로 이루어진 사철입니다. 소행성의 형태라고는 하지만 따로 핵은 없고,그냥 거대한 사철 덩어 리가 일정한 중력의 영향 아래에 뭉 쳐 있는 걸로 짐작됩니다.]

“특이하네.”

아레스는 좁다고 계속 구시렁거리 고 있었지만 슥 걸어보니 그렇게 좁

다고 불평할 정도는 아니다. 이 소 행성의 지름이 11.4미터라고 했으니 11.4x3.14 해서 원주만 해도 36미 터나 되는 셈이니까. 평평한 땅이 없는 게 문제라면 문제지만 바닥이 사철이니 잘 밀어서 자리를 만들면 집 한 채 마련하고 마당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지니,아레스가 여기에 본체로 와 있는 거 보니 여기에 물건도 가지고 올 수 있는 것 같은데. 맞지?]

나는 도검에 의한 전기 충격으로 유체 이탈에 성공. 단박에 정령계에 접속하는 데 성공했다.

즉,적어도 그 시점만 해도 나는

정신체(精神體)였다는 말이다. 내 육신은 군기시의 공방에 그대로 남 아 있고 정신만이 정령 계약을 위해 정령계로 이동했던 상태.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지금 이 몸… 진짜 내 몸이야. 옷 도 내가 입고 있던 거고.”

[다만 유의하셔야 합니다. 경복궁 에는 여전히 함장님의 육신과 장비 가 남아 있으니까요. 함장님은 차원 을 이동하셨지만,여전히 경복궁에 남아 있기도 하십니다.]

“좌표가 중첩되어 있다고 했었지.”

[네. 죄송하지만 가지고 계신 물건

중 아무거나 몸에서 떨어뜨려 주실 수 있습니까?]

“어려울 것 없지.”

그녀의 말에 따라 나는 신발을 벗 어 옆으로 밀어 놓았다. 양말 아래 로 사철이 닿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 리 날카롭거나 하지는 않아서 밟는 느낌은 괜찮은 편이다.

[•••역시. 함장님. 이 화면을 봐주십 시오.]

마도안경 우자트를 통해 화면이 떠 오른다. 그 화면에는 마치 잠이라도 든 듯 눈을 감고 황금의자에 앉아 있는 내 모습이 비치고 있다.

팟!

순간 내 발에 신겨 있던 신발이 사라졌다.

“아.”

그 모습에 대충 감이 온다. 그리고 그건 지니 역시 마찬가지로 보인다.

[이제 알겠군요. 이 고유세계라는 곳은 물질 세계와 정보 세계의 특성 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함장님 소유의 차원이기에 근본의 법칙부터 개변(改變)시킬 수 있으면서도,물 질계와 소통 또한 가능합니다. 이런 만능의 공간이 있을 수 있다니 믿기 지 않는 일입니다.]

“무슨 용도로 쓸 만하지?”

[많은 용도가 있겠지요. 심지어.]

[으아아,제기랄 좁아!!!]

쿠구구------!

아레스의 고함과 함께 사철 대지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와 함 께.

[특성  고유세계 (Legend++++) 가

랭크 업 합니다!]

[F랭크 一 E랭크]

사철의 대지가 바람이 들어간 풍선

처럼 부풀어 오른다. 소행성의 크기 자체가 커지고 있는 셈이었는데,어 쩐 일인지 그 위에 서 있는 나는 그냥 약간 흔들리는 것 이상의 부담 을 느끼지 못했다. 마치 이 세계 자 체가 나를 배려하고 있는 것처럼 느 껴진다.

지니가 말했다.

[이 모습이 전부도 아닐 테고요.]

“후우……

깊은 심호흡을 내쉰다. 고유세계에

서 물질계로 돌아오는 과정은 뭐라 표현하기 애매할 정도로 미묘하다. 마치 TV를 보고 있다 채널을 돌리 는 것처럼,나는 한자리에 그대로 있는데 그 눈에 비치는 세상만 뒤바 뀌는 느낌.

‘좌표가 중첩되어 있다고 했던가.’

지니의 설명에 따르면 내 육신은 물질계와 고유세계에 동시에 존재한 다. 그저 단순히 다중차원의 존재라 는 게 아니라,나라는 좌표 자체에 하나의 세상이 포함되어 있다는 게 특이점.

마치 [정령계]라는 자신의 우주를 가진 정령신처럼 나 역시 나를 주축

으로 한 하나의 세상을 가지게 된 것이다.

“초짜치고는 꽤나 오래 버렸군. 정 령계는 물질계보다 영압이 높아서 정신체로는 10분도 버티기가 힘든 데.”

“제가 얼마나 이러고 있었죠?”

“어디 보자… 88분이네.”

“시간 비율에는 차이가 없네요.”

“그야 물론이지. 물질계에서 바로 넘어간 정령계는 그만큼 물질계와 가깝게 마련이니까. 상급 이상의 정 령들이 머무는 심층은 시간이 수백 배 느리기도,또 빠르기도 해.”

도검의 설명에 나는 핑크핑크와 엘 라이카를 만난 것이 어떤 우연한 만 남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 다. 그녀들은 내가 정령계에 들어서 는 순간을 아주 멀리에서 [감지]하 고 찾아온 것이다.

‘아니, 무슨 전체 공지를 하고 들 어간 것도 아니고……

이건 무슨.

[전체 공지]관대하 님이 정령계에 입장하셨습니다!

관대하: 하이요!!

핑크핑크: !

엘라이카: !!

정령신(GM): ?

뭐 이런 느낌이 아닌가?

특히 정령신은 세계를 구성하는 섭 리 중 하나인 절대신급 언터쳐블인 데 그런 녀석이 장대한 에픽퀘스트 최종장도 아니고 정령계 입성과 동 시에 튀어나오다니. 길가다 최종보 스랑 어깨빵을 하는 것만큼이나 어 이없는 일이다.

“그나저나 계약은 성공한 거냐?”

“말하자면?”

“말하자면은 뭔데. 속성은?”

“잠시만요.”

호흡을 고르고 정령력을 끌어올린 다. 보통 영능을 익히면 영능을 쌓 아가는 과정이 당연히 필요하겠지 만… 나에겐 그런 게 없다. 인급 기 가스,나폴레옹의 아이언 하트가 내 심장 속에서 뛰고 있었으니까.

책을 불러낸 내 마나와 마나력은 각각 100(+600).

본 마나량보다 추가 마나가 훨씬 많다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어쨌든 이 정도면 어지간한 고위 능력자에 맞먹는 힘이니 정령 소환 정도가 어 려을 리 없다.

“아레스.”

이름을 부르지 심장이 두근,하고 뛰었다. 그리고 동시에.

파라락!

허공에 [책]이 떠오른다.

*오늘의 어빌리티!

[절약]

[수리]

[칼날 폭풍]

[점멸]

* 소환 중

[없음]

끼기 긱!

대장간 한편에 쌓여 있던 광석 더 미가 들썩이더니 흐물흐물 녹아내려 하나의 덩어리로 변한다.

벌떡!

몸을 일으킨다. 그것은 8.5등신의 근사한 체형을 가진 남성의 형태를 하고 있다. 갑옷처럼 단단히 전신을 뒤덮은 근육과 조각상 같은 이목구 비.

다만 그 모든 것이 은색으로 빛나 는 녀석은.

“피규어.”

다음 화에 계속...

< 당신의 머리 위에 2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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