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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머리 위에 2부-18화 (135/249)

18화

저우흥이는 확실히 중국이 자신감 있게 내밀 만한 강자였다. 중국 전 체,그러니까 주가는 물론이고 3개 의 무파와 지고의 마탑에 소속되어 있는 수없이 많은 중국인들 중에서 도 다섯 손가락 안에 뽑히는,전 세 계 모든 능력자를 줄을 세워도 열 명 안에 들 수 있다고 알려진 절대 강자.

그러나 지금 이 자리,그런 중국인 들의,아니,어쩌면 세계 모든 능력 자들의 통념이 틀렸다고 생각하는 걸로 보이는 한 소년이 있다.

그리고 그 소년의 생각은 사실이 다.

‘오랜만에 봐서 그런가,아니면 뭔 일이 있었던 건가? 인상이 엄청 달 라 보이네.’

영민이 형이 어지간한 아이돌보다 도 예쁜,농담이 아니라 그냥 보이 쉬한 스타일의 미소녀라고 해도 좋 을 정도의 외모를 가지고 있다는 건 진작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지금은 그저 그 외모만 가지고 평가할 수

없는 기묘한 분위기가 형의 주변을 휘감고 있다. 너무나 퇴폐적이고 살 벌한,보는 것만으로 눈을 뗄 수 없 는 모습.

그리고 그런 모습의 형이 품속에서 뭔가를 꺼냈다.

끼리릭!

그것은 중화제국의 삼대신기(드大 神器) 중 두 번째 자리를 차지한 지 룡신검에 대항할 그의 무기였다.

딸깍!

순간 근정전에 침묵이 감돈다. 당 연한 일이다. 왜냐하면 지금 형의 손에 들린 건.

‘아레스,저 무기 말이야.’

[무기? 저게 왜 무기야?]

[저건 무기가 아닙니다. 무구도 아 니고요. 말하자면… 문구(文具)입니 다,함장님.]

‘아니,그럼 저걸 왜 지금 꺼내?’ 나는 어이없어하며 형이 든 [그것] 의 칭호를 확인한다.

[다이소]

[오다가 산 커터 칼]

“큭,크하하! 크하하하하!!!”

자욱한 침묵을 헤치고 저우흥이의 광소가 터져 나온다. 경복궁 전체가 쩌렁쩌렁 울리는 게 아닐까 싶을 정 도로 시원스러운 웃음소리지만, 당 연히 그가 기분이 좋다는 뜻은 아니 다.

과연 웃음으로 활짝 펴졌던 그의 얼굴이 이내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지 고-

“이 하루살이 같은 애송이가!!”

꾸구궁--!

두꺼운 얼음에 거대한 균열이 생기 는 소리를 들은 적 있는가? 그 낮 고,무겁고,섬뜩한 굉음.

“저,저거……

“세상에.”

저우홍이의 뒤쪽에 서 있던 무사들 은 물론 이가의 능력자들까지 신음 을 토한다. 그들은 지룡신검과 마주 하고 있는 얇은 커터 칼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광!

“으악?!”

“피해!”

근정전을 거의 반파하다시피 하며

저우홍이의 신형이 조정으로 튕겨 나가고,문 앞에 빼곡히 모여 있던 이가의 능력자들이 메뚜기 떼처럼 흩어진다.

탁.

그리고 뒤이어 가볍게 조정의 중앙 에 내려서는 형. 저우홍이는 이런 전개를 전혀 생각하지 못한 둣 볼이 푸들부들 떨리고 있다.

“너, 네놈… 왜……

“아,왜 굳이 이걸 정면으로 받아 쳤느냐고?”

팅!

형의 얇고 긴 손가락이 칼날 끝을

가볍게 꺾어 끊어내자 깨진 커터 날 이 핑그르르 날아 조정의 박석 위로 떨어져 내린다. 놀랍게도 손상된 커 터 칼의 날은 단 한 칸뿐이었다.

“뭐 별 이유는 아니고.”

끼릭!

형은 가볍게 손목을 풀며 커터 칼 을 한 칸 더 뽑아냈다.

“방심했다가 졌다고 개소리할까 봐.”

“네놈……!!”

쩌저정!! 좌장!!

곧 무시무시한 굉음과 함께 격돌이 시작된다. 꽤 먼 거리에 위치한 내

귀가 윙윙 울릴 정도로 격렬한 충 돌.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하나도 안 보인다.’

뭔가 번쩍거리고 굉음이 난무한다 고 느껴질 뿐 형과 저우홍이가 어떻 게 싸우는지 하나도 알 수가 없다. 당연한 일이다. 나는 국가 대표급 신체 능력을 가지고 있을 뿐 [초인] 의 영역에 들어서지는 못했으니까. 영능을 활용하지 못하는 일반인이 완성자급 무인들의 치열한 접전을 어찌 볼 수 있겠는가?

기가스에 탑승했을 때와는 상황이 좀 다르다.

일단 기가스에 탑승하고,그래서 아발론(Avalon) 시스템이 작동해 아 이언 하트와의 동조(同調)가 시작되 면 조종사의 육체 능력 따위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기가스에 탄 것이 완성자건 초월자건 기가스의 전력은 철저하게 조종사의 역량이 좌우하는 것.

기가스에 탑승하는 순간 기가스의 인지 능력이 곧 나의 인지 능력이고 아이언 하트의 영력이 곧 나의 영 력,우주전에서 나는 광자탄을 눈으 로 보고 피해내고 반경 십수 킬로미 터 내의 모든 것을 보지도 않고 인 식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가스에 내린 난 다르다.

그냥 인간인 것이다.

[슬로우 영상으로 다시 보시겠습니 까?]

‘됐어,그걸 다시 봐서 뭐 해. 누가 유리한지만 알면 되지.’

그리고 그건 굳이 검로(劍路)를 볼 수 없어도 충분히 알 수 있다. 보이 지 않는 건 검로뿐 중간중간 멈춰 서는 저우흥이와 형의 얼굴 정도는 눈으로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네놈… 네놈이……!”

“오! 검 진짜 좋다. 하지만 너무 신외지물에 기대는 거 아냐?”

“건방진!!!!”

쩌정!!

쾅쾅쾅!

거세게 맹공을 쏟아내던 저우흥이 였지만 그것도 잠시뿐 점점 밀리기 시작한다. 허공에는 점점 저우홍이 의 황토색 검기가 아닌 흑색 검기가 안개처럼 깔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팅!

키릭!

다시 한번 커터날을 한 칸 날리고 새로이 뽑아낸다. 그리고 그 모습에 아레스가 기막혀하는 목소리로 말한 다.

[와 미친,저런 변태가 있을 줄이 야.]

‘뭐? 형이 왜 변태야?’

[변태 같은 기술을 쓰니까 변태지. 내 조종사들이 저걸로 수련하는 걸 몇 번 본 적은 있지만 설마 실전으 로 쓰는 놈이 있을 줄이야.]

‘네 조종사들?’

아레스의 말에 놀란다. 지금이야 나한테 매일 갈굼이나 당하는 처지 지만 녀석은 광대한 대우주의 수많 은 무구들 중에서도 최상위에 위치 한 초월병기 제613번,전쟁의 신 아 레스가 아니던가?

당연한 말이지만 신급 기가스인 녀 석을 아무나 탈 수는 없다. 아마 아 레스가 말하는 조종사들은 하나같이 초월지경의 강자들이겠지.

이 초월지경도 쓰기 힘든 기술 을 쓴다고?’

[왜 변태 같은,이라는 수식어를 무시하고 초월지경에만 포커싱을 두 는 거냐?]

‘하여튼 초월지경도 쓰기 힘든 고 난이도 기술이라는 거잖아!’

[아니,이 녀석 은근히 행복회로 돌리네.]

어이없어하는 아레스를 무시하고

형의 모습을 바라본다.

[내 말 듣고 있는 거야? 저건 대단 한 기술이 아니라 이상하고 변태 같 은…….]

뭐라 뭐라 덧붙이는 아레스의 말을 무시하고 다시 형을 본다.

왠지 기쁘다. 기특했다. 가족이 중 요한 시험에 합격하거나 좋은 직장 에 합격하거나 유명인이 되는 걸 보 면 이런 기분일까?

‘형이 지구 최강급이라니.’

물론 대우주에 다녀온 내 눈높이에 서 보면 그리 대단한 수준은 아니지 만 가족이 피나는 노력 끝에 5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는데 ‘그래 봤 자 대통령 아래 아니냐?’라는 미친 소리를 하는 사람이 없듯이,나 역 시 형을 보며 장하다는 생각밖에 들 지 않는다.

그리고 그 [장한] 우리 형이 마침 내 싸움을 끝내 버렸다.

좌아아아---!!

피가 분수처럼 뿜어진다.

“컥… 크억……

“장군님!!”

“감히……!”

뒤로 물러나 있던 주가의 무사들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형과 지검대장

의 사이로 끼어든다. 아니,정확히는 끼어들려 했지만.

[전투 형식이 대장전으로 결정되었 음으로 다수의 전투 참여는 불가능 합니다.]

“큭!”

“이런!”

불과 수십 분 전만 해도 그들을 지키던 시스템이 이번에는 발목을 붙잡는다. 때문에 저우홍이는 누구 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죽어간다.

“크륵……

왼손으로 찢어진 목을 억눌러 보지 만 아무런 효과가 없다. 삽시간에 새파래진 저우홍이의 얼굴은 그의 등 뒤에 사신의 낫이 드리워졌다는 걸 알려주고 있다.

“억울해 보이네.”

예쁜 얼굴로 방긋방긋 웃으며 형이 저우홍이의 앞으로 다가간다. 손을 내뻗으면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 지만 반격 따위는 전혀 걱정하지 않 는 태도다.

“억울하지? 그렇지? 이런 약소국 따위 그냥 맘대로 쳐들어와서 털도 안 뽑고 삼키는 게 당연한데 말이 야. 그것이야말로 머저리들이나 지

키는 규칙을 농락해 완벽하고 뛰어 난 결과를 만들어내는 지혜로운 규 칙 파괴자의 업적일 텐데. 안 그 래?”

“네놈……

“몰랐을 거야.”

팅!

끼릭!

커터 칼을 한 칸 날리고 한 칸 뽑 아낸다. 이제 심이 다 떨어져 마지 막 칸이었다.

“이렇게 죽을 줄은.”

“머,멈춰라. 날 해치면 황-”

핑!

흑색의 선이 허공을 가로지른다. 그리고 머리가 떨어져 바닥을 구른 다.

‘다,단호하네.’

[캬! 좋구먼! 자! 그럼 이제 전쟁 인가? 전쟁이지?]

‘아,시끄러.’

자꾸 심란한 소리를 떠들어대는 아 레스를 무시한 채 형의 얼굴을 바라 본다. 언뜻 여유 넘치는 표정으로 보이지만 단단히 다물어져 있는 입 술은 결코 그가 지금 상황을 장난으 로 여기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 다.

긴 시간 형을 봐온 나는 알 수 있 다. 지금의 공격은 그저 충동이 아 니라 단단한 각오 하에 행한 결단이 라는 것을.

‘역사의 흐름에 몸을 던지기로 했 구나……

내게는 애국심이라는 것 자체가 없 다. 어쩌면 인류 자체에 대한 소속 감이 없을지도 모르지. 때문에 나는 중국이 한국을 쳐들어오건 말건,한 국이 중국 때문에 굴욕을 당하건 말 건 아무런 관심이 없다. 만일 내가 중국의 침략을 막아냈다 해도 그건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애국심 때문이 아니라 나 본인에게 가해진

위해에 짜증을 내서였겠지.

결국 나는 방관자.

신혈을 각성해 인간의 틀을 벗어난 순간,어쩌면 이건 당연한 수순이었 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민이 형은 달라.’

형은 나와 다른 길을 택했다. 그에 게는 애국심이라는 게 있었고 국가 를 침략하는 세력에 대해 방관이 아 닌 저항을 선택했다.

[이가의 대장이 승리하였습니다!]

[진행: 0/1, 1/3]

“네놈! 감히! 감히 주 황실의 지검 대장을!!”

“아. 다음 상대는 너라고? 대장전 속행!”

[대장전을 속행합니다!]

[진행: 0/1, 1/3]

“..H”

주가 무사들의 얼굴이 사색으로 변 한다. 이미 지검대장이 패한 이상 그들이 감히 형의 상대가 될 리 없 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단 한 번만 패하면 패배

인 이가와 다르게 주가에게는 두 번 의 기회가 더 있었지만,지금 이 상 황에 두 번의 기회라는 건 그저 시 체 두 개를 더 만들 기회에 지나지 않는다.

"빨리 승낙해. 어차피 제한 시간은 5분밖에 안 돼.”

“네놈•"…네놈……!”

“아,그러고 보니 이제 주가는 이 가에 [점령]되는 건가?”

형의 말에 지금까지 죽은 듯 침묵 을 지키며 전투를 지켜보고 있던 이 가의 능력자들이 술렁이기 시작한 다.

“그,그러고 보니… 이거 점령전이 었지.”

“설마,우리가 주가를 점령한단 말 인가?”

“맙소사. 그런 게 정말로 가능하다 고?”

그야말로 그 누구도 상상도 못 했 던 충격적인 전개. 심지어 승자 측 인 이가의 능력자들조차 당혹스러워 할 정도니 주가의 무사들의 심정이 어떻겠는가?

“3분 남았어. 빨리 다음 상대를 내 보내.”

“…강제 명령권을 사용한다! 대장

전 무효!”

[주가가 강제 명령권을 사용하셨습 니다! 남은 횟수 2회.]

[대장전 무효에는 강제 명령 사용 이 불가능합니다!]

[강제 명령. 대장전 무효가 랭크다 운. 일시 정지가 실행됩니다!]

번쩍!

순간 눈부신 빛과 함께 주가의 일 원 전부가 사라져 버린다. 너무나 어이없는 결말에 이가의 능력자들이 멍한 표정으로 주가의 무사들이 있

던 자리를 바라본다.

“홍. 역시나 졸렬한 놈들이군.”

“뭐 만일을 대비한 방법이 있을 거 라는 건 알고 있었잖아. 그게 명령 어라는 건 뜻밖이지만… 나 참. 강 제 명령어라니. 이가에는 그런 거 없어?”

“적어도 난 처음 들어.”

보통 사이가 아닌 듯 나란히 선 학생회장과 형의 대화. 그리고 이어 새로운 텍스트가 떠오른다.

[일시 정지 중. 점령전 재시작까지,

앞으로 기시간 59분.]

“하,하하하! 이게 뭐야! 무효가 안 되었는데?”

“크하하! 중국 놈들! 아니,설마 일이 이렇게. 크하하!”

“맙소사! 미쳤어! 우와!!”

상상도 못 한 전개에 얼이 빠져 있던 이가의 능력자들에게서 마침내 환호성이 터지기 시작한다. 물론 이 가의 모든 구성원이 같은 뜻을 가진 것은 아니다.

“어떻게 되는 거지……

“전쟁이군. 주 황실이 우리를 가만 두지 않을 거야.”

“좋다고 떠들긴 멍청한 놈들. 재앙 이 다가오는 걸 모르고.”

“저 새끼는 어디서 튀어나온 잡종 이야?”

나는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도망쳐 버린 주가와,승리했음에도 그다지 기뻐하지 않는 일부 이가 능력자들 의 표정,그리고 기뻐하고는 있어도 난데없는 강자의 등장에 경계심을 보이는 중진들의 모습을 둘러보다 그대로 우자트를 종료했다.

“일단.”

얼마 되지도 않는 시간에 많은 일 이 있었기에 혼란스러웠지만 잘 생

각해 보면 상황은 단순하다.

“형을 만나야겠다.”

어쩌면 더 이상 방관자로서 있을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다음 화에 계속...

< 당신의 머리 위에 2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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