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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머리 위에 2부-16화 (133/249)

16화

한국의 왕,이성엽의 악문 입술에 서 피가 홀러내린다. 그는 충혈된 눈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저우흥이 를 노려보고 있다.

그는 최대한 조심했고,예를 갖추 었다. 주가와 이가는 둘 다 칠대 가 문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그 건 대마법사가 규정(規定)한 위치일 뿐 두 가문의 위치는 절대 동격이

아니었으니까. 주가가 자타공인 주 황가(朱皇家)나 주 황실(朱皇室)로 불리는 데 비해 이가는 왕실의 이름 조차 제대로 못 지키는 상황이 아니 던가?

때문에 성엽은 직접 나와 저우홍이 와 그 일행의 마중했다. 과거 문무 백관들이 자신의 품계석 앞에 고르 게 줄지어 있었던 근정전 앞 조정 (朝延)에 이가의 온갖 이능력자들이 난잡하게 모여 응성거리고 있자 잠 시 눈살을 찌푸리기는 했지만,이내 억지로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 저우홍이를 환대하였으니 일국의 왕 으로서 나름대로 최선의 성의를 보

인 것.

[하지만 검성 저우홍이가 바라는 것은 그 이상인 것 같군.]

[그렇습니다. 애초에 목표 자체가 굴욕을 주는 방향이라고 생각됨니 다.]

[점령군인가. 전쟁 한번 없이 저런 태도를 보일 수 있다니 왠지 짜증 나는데? 내가 화살이라도 한 방 쏠 까?]

‘쓸데없는 짓 하지 마. 시선 끌기 싫으니까.’

마도병기 우자트를 통해 동영상을 돌려보며 두 관제 인격과 대화를 나

누었다.

쿵!!!

‘아,아까 못 봤던 부분이다.’

강대한 내공이 담긴 발걸음에 저우 홍이를 마중하려던 성엽이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한 채 신음하는 모습 이 보인다. 그건 그저 외교 결례라 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무 지막지한 폭거였지만, 저우홍이는 그를 쳐다보지도 않는다.

그는 그저 계속 걸어서.

한국의 [왕]을 지나쳐.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그 모습에 이가의 모든 이

들이 술렁거렸다.

“저,저저! 저 방자한……!!”

“완전히… 막가기로 했군.”

“맙소사.”

그저 자리에 앉았을 뿐이지만 이가 의 모든 능력자들이. 심지어 저우홍 이를 반기는 듯 싱글벙글하던 이들 까지 얼굴을 굳힌다.

“당신… 아니,네놈! 지금 무슨 짓 을!”

집중적인 마크를 당해 기혈이 얽힌 것인지 입가에 핏물을 홀리는 성엽 의 얼굴에 마침내 경악이 아닌 분노 가 깃든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저우홍이가 앉은 자리란 바로 그가 앉아야 할 자리.

어좌(御座) 였으니까.

[오! 이건 맘에 드는군. 그래. 저렇 게 해야 전쟁이 일어나지! 여기에서 참으면 그건 왕이 아니라 찐따 모지 리야! 자,싸우는 거다! 전쟁이야! 신나는 전쟁을 하는 거다!]

‘뭘 응원하고 있냐……’

기가 차서 혀를 차는 사이 동영상 이 현실을 따라잡는다. 배속을 1.5 배 정도로 가속한 상태였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그리고 안

경을 통해 보여지는 영상 속에서 저 우홍이가 수하로 보이는 인물 중 하 나에게 뭔가를 받아 든다.

아메리카노였다.

'와, 진짜 깬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저 복장에다 아메리카노라니? 내가 기 막혀하거나 말거나 그는 한 모금 마 신 아메리카노를 탁자에 내려놓고 입을 열었다.

“다 모였군.”

얼떨결에 근정전 안까지 따라 들어 온 이가의 중진들과 활짝 열린 근정 전의 문밖에 있는 이가의 능력자들

이 당혹과 분노가 가득한 눈으로 저 우홍이를 을려다본다. 보통 사람이 라면 그 엄청난 숫자 차이에 압박감 을 느낄 만할 텐데도 그의 태도는 완전히 깔아보는 시선에 하대(下待) 까지 완벽한 안하무인이다. 반발 따 위는 신경조차 쓰지 않는 모습.

그리고 그 모습에 이가의 일원들이 술렁이기 시작한다.

“황제 폐하……!”

“아 그 지긋지긋한 황제 개드립 진 짜… 하지만,아무리 황제가 개드립 이라고 해도 이건 좀 지나친데.”

“되놈들이……

“이가를 완전히 무시한다. 이건가.” 슬금슬금 다가오는 이가의 인물들 에게서 살기(殺氣)가 흘러나오기 시 작했다. 실로 흉흉한 분위기. 그러나 그런 분위기 따위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는 듯 저우흥이는 말을 이었다.

“내가 이렇게 직접 발걸음한 이유 는 좋은 소식을 알리기 위함이다. 우리 황실보다는 이가에 더 희소식 이지.”

“후우… 소식이라는 게 뭐요?”

극도의 분노에 손끝을 부들부들 떨 면서도 스스로를 수습한 성엽이 혼 란스러워하는 이가의 사람들을 자제

시키며 앞으로 나선다. 그리고 그 모습에 가만히 있던 지니가 말했다.

[제법 자제심이 있군요. 눈치가 느 린 것도 아니고.]

‘맞아.’

그렇다. 이가의 가주. 성엽은 눈치 를 첸 것이다. 노골적인,이가의 자 존심을 깡그리 짓밟는 이 무지막지 한 폭거. 과연 그가 이 엄청난 결례 를 그저 단순하게 혈기가 넘치고 앞 뒤 생각을 안 하기 때문에 저질렀을 까?

‘그게 아냐. 단순 혈기라고 하기 에… 녀석의 눈이 너무 침착하다.’

시비를 걸고 있다. 그것도 가볍게 신경을 건드리는 수준이 아니어서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을 정도로 노골적인 시비.

저우흥이는 그저 외교적인 결례가 될 발언이나 행동으로 이가를 자극 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까지 해도 참을 거야? 이래도 안 덤벼?]라는 말이 귀에 들려올 정도로 노골적인 도발을 하고 있다. 지금 당황스러워 하는 성엽의 반응이나 이가 구성원 들의 반응을 보아 예전에는 이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어째서인지 이 자리에서 파격적인 행보를 보인 것!

‘그렇군. 규칙 파괴자인가.’

지니가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그는 중국 전 대륙을 통틀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뛰어난 실력자로 지검대 장으로서 수많은 나라에 방문하고, 또 그만한 '성과’를 만들어내 왔다 고 한다. 단순한 애송이는 아니라는 말인데,그런 그가 이렇게 행동한다 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봐야 한다.

“아직 하루도 지나지 않았소.”

성엽의 눈이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대마법사께서,세계의 수호자께서 세상을 떠난 지 아직 하루도 지나지 않았단 말이오!! 그분이 그토록 다 짐하고 또 다짐하셨는데 이런 짓이

라니!”

‘무슨 대화를 하고 있는 거야?’

[대마법사의 예지에 대한 이야기입 니다.]

지니가 차분한 어투로 자신이 수집 한 정보를 풀어놓았다.

인류의 수호자이자 34지구의 유일 한 초월자였던 대마법사 제논 호 키 프리오스 (Zenon ho Kyprios)는 인 류의 멸망을 예지했다.

그리고 그것을 막기 위해 온갖 수 단을 강구해 왔다.

‘아니,인류 멸망은 또 뭐야……

싫은 느낌의 문장에 눈살을 찌푸리

자 지니가 답한다.

[인류의 멸망,이라는 위험천만한 어감 때문에 기밀로 분류되어 있지 만 이면 세계의 고위 능력자들,그 리고 상위층 인물들은 대부분 대마 법사가 자신의 죽음까지 유예해 가 며 뭘 준비하고 있었는지 알고 있습 니다. 이가의 가주가 수호자를 언급 하는 건 그런 의미에서이겠지요.]

‘그런 위기가 예정되어 있는데 인 간끼리의 다툼을 유발하느냐 뭐 이 런 건가.’

성엽이 핏발 선 눈을 하고 있으면 서도 필사적으로 스스로를 자제하는 모습이 보인다. 이가의 가주에 대한

평가는 그리 좋지 않았지만,그래도 한 단체의 장으로서 나쁘지 않은 태 도.

그러나 그 [나쁘지 않은] 정도로는 부족했다.

그의 앞에 선 상대는,그리고 그 뒤의 국가는 겨우 그 정도로 상대할 수 없는 광기의 소유자인 것이다.

“그래서 힘을 합치자는 것 아니오? 함께 힘을 합친다면 두려운 역경도 이겨낼 수 있을 테니.”

"…뭐라고?”

영문을 알 수 없는 말에 이가의 가주,성엽과 이가의 능력자들이 어

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나 그러거나 말거나 저우홍이는 쿵,소 리가 나도록 강하게 집현전 바닥을 밟고는 커다란 목소리로 소리쳤다.

“모두 축하한다!!”

“무슨 내공이……!”

멀리서 지켜보던 나조차도 귀가 윙 윙 울릴 정도로 커다란 외침에 응성 이던 모든 이들이 저우흥이를 바라 본다. 저우홍이가 만면에 오만한 미 소를 지으며 말을 잇는다.

“지금 이 순간 이가의 중화연맹 가 입을 선언하노라!!”

쿠우우우!!!!

순간 저우홍이를 중심으로 묵직한 파동이 터져 나간다. 그저 단순한 내공의 울림이 아닌,뭔가 다른 외 부적인 힘에 의한 파동!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미션 발생!]

[점령이 시작되었습니다!]

[전투 형식: 총력전,제한전,대장 전]

[압도적인 전력 차로 인한 페널티 가 발생합니다!]

[전투형식 - 대장전 결정!]

除리 횟수 - 주가: 0/1,이가: 0/3]

“올〜”

보는 순간 참지 못하고 육성으로 감탄을 홀릴 수밖에 없었다.

"이것들 완전 생양아치인데?”

이어 사방에서 나보다 좀 더 심각 한 분위기의 비명들이 터져 나온다.

“아니,이런 미친……? 뭐라고? 점 령?”

“미션 시스템에 이런 기능이 있었

다니……

“게다가 조건들이 왜 이래! 이건 너무 불공평하잖아!”

잔뜩 모여 있던 이가의 능력자들이 경악성을 토한다. 다만 전부가 그런 건 아니고,모여 있는 이가의 능력 자들 중 대략 1/3 정도의 반응. 나 머지 사람들은 ‘뭔데? 무슨 일인 데?’ 하며 당황해 하고 있는 걸 보 니 이 미션 시스템을 모두가 볼 수 있는 건 아닌 모양이다.

“미친놈들! 도저히 못 참겠다!”

“개새끼들!”

“감히 근정전에서 이딴 짓거리를

해?!”

도저히 참지 못한 이가의 능력자들 이 앞으로 나선다. 주가의,그리고 중국의 국력이 한국과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수준이라 해도 상황이 심상 치 않았기 때문. 그러나 그 순간.

[전투 형식이 대장전으로 결정되었 음으로 다수의 전투 참여는 불가능 합니다!]

경고라도 하듯 텍스트가 떠오른다. 그 텍스트를 확인한 이가 능력자들 의 표정이 사색으로 변한다.

“대장전… 그렇군! 대장전!!”

“아니,이게 설마……?!”

“미친!!”

그들은 이제야 저우흥이가 몇 되지 않는 숫자로도 자신의 안위를 전혀 걱정하지 않았던 근거를 알게 되었 다. 저우홍이가 소드 마스터의 경지 로 이가의 모든 전투원들을 이겨낸 다거나 그가 특별히 대범해서가 아 닌,물리적으로 이가의 존재들이 그 에게 해를 끼칠 수 없기 때문!

“지검대장! 이게 대체 무슨 짓이 오! 점령이라니!”

공기가 부풀어 오르는 것 같다. 술

렁이던 이가 능력자들의 시선이 일 시에 저우홍이와 그 일행에게 쏟아 진다. 어지간히 담력이 센 사람이라 도 버티지 못할 정도의 기세였는데 저우흥이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 고 답했다.

“어려운 말이 아니오. 이가가,그리 고 대한민국이 중화연맹에 가입했다 는 말이지.”

“중화연맹?”

“우리 주 황실을 중심으로 한 세계 최강의 무력 연합체요. 현재는 주 황실과 3개의 무파가 가입되어 있을 뿐이지만 앞으로 점점 더 세력을 키 워 나가겠지. 이가는 자랑스러워해

도 좋소. 다른 칠대 가문 중 첫 번 째로 주 황실과 함께하게 되었으니 말이요. 황제 폐하께서는 중화연맹 안에서 이가를 이 왕실로 격상시켜 제후국으로 인정한다고 하셨소.”

“왕실? 허락한다고? 지검대장 당신 지금.”

“이왕.”

저우홍이가 성엽의 말을 끊는다. 이미 결정되었다는 듯 성엽을 향한 호칭도 바뀌었다.

"한 집단의 우두머리라면 정신 차 리고 현실을 보시오. 이건 영광스러 운 일이니까.”

묵직한 위압감이 퍼져 나간다. 검 성 저우홍이는 전 세계를 기준으로 해도 열 손가락 안에 든다고 알려진 강대한 무사. 개인적 기세로 따지자 면 성엽이 감히 비빌 수 있는 존재 가 아니다. 그나마 이곳이 이가의 본진이고 숫자 차이로 그를 압박할 수 있었지만… [대장전]이라는 명목 으로 1 : 1이 강제된다면 그것조차 소용없는 일이다.

“왕께선 한국이 대단한 나라인 줄 착각하는데 우리 중국은 한국이라면 북한 아래의 작은 나라라고 생각하 오. 대(大)라는 문자가 우스울 정도 지.”

그렇게 말하고는 저우흥이가 웃었 다.

“솔직히 한국 같은 소국(小國)이 우리 대국(大國)에 흡수된다면 영광 이지 않겠소?”

근정전이 침묵에 빠진다. 경악과 혼란,모멸감과 분노가 폭풍처럼 휘 몰아치고 있는 상황.

그리고 그때.

맑은 목소리가 근정전을 울린다.

“선포한다.”

“응?”

“어?”

순간 근정전 입구를 가득 메우고 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밀려나며 새 로운 무리가 모습을 드러내었는데, 그 무리의 맨 앞에 있는 이는 눈에 익은 모습을 하고 있다. 훤칠한 신 장을 가진 차가운 인상의 여인,품 이 넓은 백색의 저고리와 백호와 청 롱이 그려진 보라색 치마를 입고 있 는 그녀는 그 단아한 외모와 달리 냉기가 뚝뚝 떨어지는 표정으로 저 우홍이를 올려다보았다.

‘와,여기서 이렇게 나타나네.’

나는 꼿꼿이 서 있는 학생회장을 바라보았다. 현역 여고생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성숙 한 매력을 뿜어내는 미녀. 그러나 지금 나에게 있어 그녀는 문제가 아 니었다.

문제는 바로 그녀 뒤에 그가 서 있는 소년.

‘형.’

그렇다. 그야말로 나의 하나뿐인 형제.

영민이 형이었다.

다음 화에 계속...

< 당신의 머리 위에 2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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