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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머리 위에 2부-9화 (126/249)

9 화

‘아빠는 대체 뭐예요?’

미스터리하던 출생의 비밀과 대우 주적인 스케일을 가지고 있는 친부 의 비밀까지 알아냈음에도 나는 여 전히 아버지,관일한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물론 그에게 친부를 뛰어넘는 엄청 난 [정체]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 지 않는다.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그는 틀림없이 인간일 뿐이었으니 까. 설마하니 정보와 문명의 신,기 계신(機被神) 디카르마(Dekanna)를 뛰어넘는 정체가 있을 리 없지 않은 가?

하지만.

‘하지만 그렇다면… 왜 사라진 거 지? 집은 또 왜 없어진 거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어리석은 생각이지만 내가 직접 버 린 전지(全知)의 권능이 아쉬울 정 도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성계신에 게도 물어봤지만,그녀는 다만 웃기 만 할 뿐 대답해 주지 않았다.

‘일단 성계신이 별말 없는 이상 살

아계신 거라고 생각이 들기는 하는 데.’

하지만 그렇다면 지금 내 앞에 모 습을 드러내지 않는 이유를 짐작할 수가 없다. 아니,대체 왜? 무슨 이 유가 있어서 숨는단 말인가?

‘지구를 떠났나?’

말이 안 된다. 지구를 떠나야 했으 면 차라리 내가 레온하르트 제국으 로 나왔을 때 동행했을 것이다. 아 빠 정도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제국 에서도 적응할 수 있었으리라.

‘아니면 설마 성계신이 납치했나?’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성계신은 아버지에게 고백했다가 뻥! 하고 차인 경력이 있다 하지 않 은가! 내가 없는 틈을 타서 아버지 를 납치해 본인의 욕망을…….

“하아……

깊이 한숨 쉰다. 생각이 진행이 안 되니 말도 안 되는 개소리가 자동으 로 흘러나오는 느낌이다.

“뭔 일이 있긴 하구나? 뭔데?”

“나도 잘 모르겠다.”

한숨 쉬며 뜨거운 햇볕이 쏟아지는 도로를 걷는다. 등교 시간이었던 만 큼 수십 명의 학생이 앞서거니 뒤서 거니 하며 마치 물결처럼 흘러가는

모습이 보인다.

‘그런가. 돌아온 건가……

고작 반년만의 귀환임에도 그 모든 것이 이질적이다. 분명 그들의 모습 이 반년 전의 내 모습이었으며,그 들의 일상이 반년 전의 내 일상이었 음에도 지금 그들을 보는 내 관점은 과거와 완전히 다르다.

오랜만에 맞춰 입은 교복이 너무나 어색하다. 차라리 몇 번 입지도 않 은 파일럿 슈트가 더 익숙할 것 같 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자,전학생은 전학생인데 신상은 아니고 중고품이다. 다들 기억하 지?”

“잠시 외국에 나갔다 왔어. 다들 오랜만.”

반년 전 인사를 나눴던 학생들에게 다시 한번 나를 소개하고 자리에 앉 는다. 진도에는 변화가 없다. 전학생 하나 새로 끼어든다고 뭔가 변화가 있을 정도로 고등학교 수업이 유연 하지는 않을 테니까.

“자,이번 단원에서 중요한 부분 으...w

나는 가만히 수업을 들었다. 그리 고 놀랐다.

‘쉽다.’

진도를 꽤 많이 놓쳤음에도 수업을

듣는 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 내 가 신의 핏줄,그러니까 신혈(神血) 을 거듭 각성시키면서 육체 능력의 전반적으로 상승하였다는 사실은 알 고 있었지만,설마 지능에도 이만한 영향이 있을 줄은 몰랐다.

“수고하셨습니다!”

수업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반년이나 외국(정확히는 외계지만) 에 나가 있던 탓에 아직 데면데면한 친구들을 잠시 둘러보다가 한 학생 에게 말을 건다.

"오랜만이야.”

“으,응. 다시 보게 돼서 반가워.”

그리 크지 않은 신장과 동글동글한 외모를 가지고 있는,미인이라고 부 르기에는 많은 부족함이 있어도 제 법 편안한 인상을 가진 여학생이 머 뭇머뭇 대답한다.

그녀는 1학기 때 내 짝궁이었던 이선애이다.

“잘 지냈어?”

“그냥 뭐 지냈어… 저기 나 집 가 야 하는데.”

“아,응 그래.”

“안녕.”

쭈뻣쭈뻣 몸을 돌리더니 그대로 교 실을 나가버리는 선애의 모습에 황

당해한다.

“아니,뭐야. 나에 대해 안 좋은 소문이라도 돌았나?”

내 기억이 잘못되지 않았다면 1학 기 때에는 좀 더 친절하고 수줍은 반응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의 그녀 는 노골적으로 나를 피하고 있지 않 은가? 하지만 나를 피하는 그녀를 굳이 쫓아가는 것도 이상한 일이었 던 만큼 미련을 버리고 교실을 나선 다.

“수업 끝. 리하이요.”

“아,배재석.”

190에 가까운 신장,떡 벌어진 어

깨,그리고 네모반듯한 머리 스타일 때문에 교복을 입고 있음에도 무슨 조폭처럼 보이는 재석은 책가방을 멘 채 설렁설렁 손을 흔든다.

“등교도 같이하더니 하교도? 너도 같이 다니는 친구 꽤 있을 텐데.”

“뭐 그렇긴 하지만 오랜만에 돌아 와서 애들하고 데면데면할 게 뻔한 중생을 내가 구제해야 하지 않겠 냐?”

“구제는 무슨.”

헛웃음을 지으며 녀석과 함께 계단 을 내려간다. 중앙에는 엘리베이터 가 있지만,교실 위치상 계단이 편 했기 때문이다.

잠시 감상에 빠졌을 때,저 멀리에 서 드륵 하고 교실 문이 거세게 열 리는 소리가 들린다.

“대하야! 같이 가야지!”

"으응?”

내 옆에서 조잘조잘 떠들고 있던 재석이 멈칫한다. 그는 믿을 수 없 다는 표정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렸 다. 마치 고장 난 마네킹 같은 삐걱 거림이다.

“이경은?”

“아,배재석.”

순간 둘의 시선이 매우 어색하게 마주했다가,다시 흩어진다.

‘아니,사실 어색한 것은 재석 쪽 뿐인가?’

재석이 녀석은 마치 갑자기 밝은 빛을 마주한 바퀴벌레처럼 샤*>약 내 등 뒤로 붙어 귀에 속삭인다.

“뭐야,무슨 일이야. 왜 경은이가 너 같은 걸 불러?”

“야,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너 같 은 건 뭐냐,너 같은 건?”

“으아… 있을 수 없는 일이야… ,,

“같은 반 친구야,이놈아.”

기가 차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내 옆으로 경은이 다가온다. 그녀는

내 뒤에 서 있는 재석을 투명 인간 처럼 무시하며 내게 말을 걸었고, 재석이는 무슨 햇볕을 피하는 바퀴 벌레처럼 인사도 없이 스리슬쩍 사 라져 버린다. 미처 인사할 틈도 없 다. 아니,왜 경은을 이렇게 무서워 하는 거야? 평소 그리 미소녀,미소 녀 노래를 부르더니.

“혼자 가면 어떻게 해. 집으로 가 는 길도 모르면서.”

합당한 자원만 있다면 언제든 만들 어내고 또 출입할 수 있는 개별 차 원과 다르게 지구와 완벽히 동일한 크기를 가진 이면 세계는 특정한 장 소에 설치된 [문]을 통해서만 출입

이 가능하다.

‘뭐 알바트로스함이라면 언제든 넘 어갈 수 있지만.’

[당연한 일입니다,함장님. 차원에 균열을 내 고정하는 원시적인 술법 과 아스트랄 드라이브를 비교할 수 는 없는 일이니까요.]

[홍! 저런 종잇장같이 얇은 차원벽 따위 그까짓 아스트랄 드라이브 없 어도 언제든 넘을 수 있거든?]

잘난 척하는 두 관제 인격의 대화 를 들으며 경은에게 말한다.

“뭐 전에 갔던 그 집으로 가면 되 는 거 아니야?”

당연한 말이지만 차원 문들은 표면 세계의 사람들이 보기에 어색하지 않도록 위장되어 있다. 그리고 이미 한 번 경은의 손에 이끌려 이면 세 계에 들어간 적이 있는 나는 그 문 의 위치를 알고 있는 상태.

‘주상복합단지 였지.’

[그뿐이 아니더라도 많은 차원 문 이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 흩어져 있습니다. 탐지되는 숫자만 해도 3,000개가 넘고 숨겨진 것들은 그 2 배 이상이라고 예상되지요.]

“바보야. 거긴 이가의 직계(直系)만 사용할 수 있는 곳이야. 혼자 쭐레

줄레 찾아갔다가는 큰일 난다고.”

턱 하고 내 팔을 잡은 경은이 그대 로 걸음을 옮긴다. 늘씬늘씬한 손가 락들은 언뜻 고와 보이지만 거기에 담긴 힘은 거인의 그것이나 다름없 어 끌려갈 수밖에 없다.

“얼른 가자,선별사(選別師)를 불렀 어.”

“선별사?”

“타인의 재능을 읽어내는 데 특화 된 마법사들이지. 사실 원래 없는 계파인데 대마법사께서 더 많은 인 재들을 찾아내기 위해 술식을 창안 하시고 계파를 키워내셨다고 해. 거

의 지킴이만큼이나 많은 율법(律法) 에 묶여 있어서 보안만큼은 믿을 만 한 사람들이지.”

우리는 그대로 학교를 나와 교문까 지 걸어 나왔다. 교문 앞에는 육중 한 검은색 세단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차 옆에 대기하고 있던 건 멀리서 도 볼 수밖에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덩치를 가지고 있는 사내다. 대충 봐도 3.2미터가 넘는 신장을 가진 주제에 완벽한 비율을 가진,정신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아닌 이상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닌 형태의 인간인 것 이다.

‘술법이 걸려 있나?’

내 생각을 전달받은 지니가 대답한 다.

[가벼운 인식 장애 술식입니다. 정 말 약간의 영감(靈感)만 있어도 꿰 뚫어 볼 수 있을 정도로 질 낮은 기초 주문이지요.]

이번에는 아레스가 끼어든다. 어이 없어하는 목소리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따위 술식 을 대놓고 쓰고 다니는데 아무도 못 느끼나? 계속 느끼는 거지만 이 34 지구의 사회구조는 도저히 알 수가 없군. 이능이 아예 없거나 극소수만

다루고 있다면 차라리 이해를 하겠 는데,천만 명이 넘는 능력자들이 있는데 나머지 인간들은 전혀 모른 다고?]

[표면 세계와 이면 세계가 완벽하 게 분리되어 있습니다. 물질적인 효 과만 없다면 일반인들 사이에서 이 능을 마구 사용해도 상관없을 정도 로… 이쯤 되면 표면 세계가 난장판 이 되지 않는 게 오히려 신기할 지 경입니다. 능력자들은 기본적으로 에고가 높아서 통제가 힘들다는 걸 생각해 보면 더더욱 그렇지요.]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고 언제나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누군가 너무나 간단히,아주 작은 힘으로 사회의 룰을 깨부술 수 있다 면 과연 그 유혹을 참아낼 수 있을 까?

공간 이동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은행을 터는 일 따위 숨 쉬듯 간단 하다.

정신 계열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아무런 저항 능력이 없는 일반인 따 위 수백 수천 명도 조종할 수 있다.

이능력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 현 실의 룰을 파괴하는 일 따위는 너무 나 간단한 일이다. 능력자의 수가 소수라면 또 모르겠지만 지니의 조 사에 의하면 지구에 살고 있는 능력

자의 숫자는 무려 천만 명이 아니던 가?

‘아니,아무리 그래도 백 명도,천 명도 아닌 능력자들이 얌전하게 지 내다니.’

나는 지구에서 살면서 이능력자가 사고 치는 뉴스 같은 건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 즉,지구의 이능자 들 모두가 자발적으로 이면 세계의 룰을 지키든가,그게 아니면 언론과 미디어를 완전히 장악했든가,그것 도 아니면.

‘뭔가 통제할 수단이 있겠지.’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차 옆에 서 있던 사내가 꾸벅 고개를 숙인다.

“수업 마치셨습니까, 옹주(鏡主) 님.”

“하아… 산검(山劍). 왕도 공주도 없는데 옹주는 뭔 옹주야? 그냥 아 가씨라고 부르랬잖아.”

“제가 어찌……

“아아,됐어 됐어. 진짜 속 터지 네.”

경은은 짜증을 부리며 세단에 올라 탔고 그 뒤를 따라 나 역시 차 안 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드러난 광경 에,나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오.”

“멋지지? 우리나라에 딱 세 대만

있는 차야!”

들어선 차 안은 널찍한 공간을 가 지고 있다. 그냥 넓은 정도가 아니 라 족히 30평은 되어 보이는 복층 형태의 구조물이었는데 그 중앙부에 는 근사한 형태의 바(Bar)가 자리하 고 있고 뒤편으로는 푹신해 보이는 소파가,그리고 그 너머에는 널찍해 보이는 침실이 보인다.

다음 화에 계속...

< 당신의 머리 위에 2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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