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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머리 위에 2부-4화 (121/249)

4 화

[대마법사 제논]

[15 레벨]

[이무기 백(白)]

꽤 늦은 말일지도 모르지만 신성을 겪은 이후 칭호를 보는 내 능력은 한차례 격변을 겪었다. 나쁜 쪽은 아니었다. 굳이 말하자면 갱신. 혹은

업데이트에 가까운 변화였으니까.

그리고 그중 가장 큰 변화는 바로 [레벨] 시스템이다.

‘이무기라… 지구에서 본 존재 중 에는 가장 강하네. 초월자(20레벨) 로 짐작되는 대마법사인가 하는 녀 석은 직접 보지를 못했으니.’

인간은 일반적으로 1레벨이다. 꼬 마아이부터 건장한 성인 남성까지 1 레벨인 걸 보면 하나의 레벨의 가지 는 폭이 꽤나 넓은 모양.

무력으로 치면 TV에 나온 격투기 선수들이 2레벨이었고 다른 방면으 로는 노벨상을 탔다는 대학교수들이 2레벨이나 3레벨이기도 했다.

‘즉 일반적인 인간의 한계는 3레벨 이라는 뜻이지.’

특히나 무력적인 면에서는 2레벨을 넘어서는 존재는 찾아볼 수가 없다. 인간의 육신이 가지는 한계 때문인 데,다큐멘터리에 나온 맹수 중 극 소수, 그러니까 곰이나 호랑이 같은 녀석들이 종종 3레벨이었지만 그건 인외(人外)의 경우일 뿐.

지만 강녕전의 매 층마다 서 있 는 궁녀들이 3레벨이다.’

그 원인은 아마도 이능(異能)의 학 습 유무일 것이다. 거꾸로 말하면, 수행자는 이능을 연마함으로써 인간 의 한계를 초월하는 게 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하겠지.

참고로 레벨이 추가된 것 말고도 변화는 또 있었다.

성명: 관대하

클래스: 없음

칭호: 인류의 재앙. 1레벨.

근력: 100 체력: 100 생명력: 100 순발력: 100

마나: 100 마나력: 100 항마력:

100

회복력: 100 마나 회복력: 100 운: 100

상태: 정상

스탯창이야 어릴 적부터 가지고 있 었다. 그랬기에 스탯이 상승하는 칭 호,[파리 사냥꾼]을 굳이 달고 다 녔던 게 아닌가?

하지만 지구에 있을 때와 다르게 스탯들이 전체적으로 준수해졌다. 기껏해야 10포인트,많아야 20대 후 반에 불과하던 스탯들이 무슨 조정 이라도 당한 것처럼 죄다 100포인 트에 맞춰져 있는 것.

100포인트라고 하면 적어 보이지 만 이 정도만 해도 인간의 한계에

근접한 수치다. 한 손으로도 80킬로 그램짜리 쌀자루를 우습게 들고 벤 치프레스를 들면 300킬로그램도 어 렵지 않게 드는 괴물 같은 육신.

그리고 여기에서.

“책.”

파라라락-!

말과 동시에 눈앞으로 한 권의 책 이 떠올라 자동으로 펼쳐지고 스탯 창에 변화가 생긴다.

성명: 관대하

클래스: 없음

칭호: 인류의 재앙. 1레벨.

근력: 100 체력: 100 생명력: 100 순발력: 100

마나: 100(+600) 마나력: 100(+60 0) 항마력: 100(+600)

회복력: 100 마나 회복력: 100(+6 00) 운: 100

상태: 정상

스랫창에 플러스 된 추가 능력치들 이 생겨났다. 그 출처는 너무나 명 확하다.

‘나폴레옹.’

폭발과 함께 터져 나가던. 근사한 망토가 인상적이었던 거대 기가스의

모습을 떠올린다. 그는 죽었지만 그 의 심장,아이언 하트는 내게 깃들 어 마나와 관련된 스랫들에 엄청난 보정을 부여하고 있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아이언 하트가 무슨 내단도 아니고 생명체가 흡수하는 게 가능할 리 없 다. 그건 사람이 기름을 마셔서 자 동차만큼 빨리 달린다는 것이나 다 름없는 헛소리. 하지만 기계신 디카 르마의 친자인 나에게 일반적인 제 약 따위는 상관없는 일일 것이다.

‘지니,이무기에 대해 알아?’

[수련자들을 말씀하시는군요. 그중 에서도 이무기라면 두 가지로 갈래

로 나뉩니다.]

‘두 가지?’

의문을 표하는 내 말에 이번에는 아레스가 답한다.

[아아,그건 꽤 유명하지. 적공(積 功)과 등용문(登龍門)이다.]

적공이란 도(道)를 수련하는 과정 을 말한다. 그 과정은 다양하지만 천년적공(千年積功)이 일반적이며 그 모든 과정을 완료해 원영신(元靈 身)을 완성하면 필멸자의 틀을 벗어 던지고 초월경에 발을 내딛게 된다.

반면 등용문은 엘로힘,정확히는 선계(仙界)에서 제시한 시험으로 특

수한 조건이나 시련을 완료할 시 초 월종,혹은 그 이상의 존재로 재탄 생한다고 한다.

'어느 쪽이 더 어려워?’

[물론 둘 다 어렵지요.]

[초월지경이라는 게 원래 그래. 나 를 탔던 조종사 중에 적공을 거친 녀석도 등용문에 올랐던 녀석도 있 는데 둘 다 장난이 아니라고 하더라 고.]

적공,그러니까 천 년간 자신의 영 혼에 초월자로서의 기틀을 단단히 세우고 쌓아가는 대역사(大役事)는 불굴의 의지를 가지고 있어도 이뤄 내기 어렵다. 놀며 살아도 절대 짧

지 않은 게 천 년이란 시간인데 온 힘을 다한 수련을 천 년이나 하라 니? 정신이 나가도 이상할 게 없는 과정인 것.

심지어 적공(積功)의 과정은 고통 과 지루함만이 문제가 아니다. 일 년에 한 번씩 작은 시련이,십 년에 한 번씩 힘든 시련이,백 년에 한 번씩 공적 그 자체를 무너뜨릴 정도 로 고된 시련이 주어지니 그 과정에 서 실패하거나 포기하는 이가 속출 하는 것이다.

그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그들이 속한 세계(世界)가 내려주는 시련으 로 주로 적공을 방해하는 방식으로

행해지며,그 방식은 마음속에서 일 어난 심마(心魔)나 의혹,수련 자체 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인연의 굴레 나 천재지변, 갑작스러운 적의 출현 등 매우 다양하다.

특히나 천 년째에 주어지는 시련은 너무나 악랄하고도 지독해 천년적공 이라는 위업을 거의 달성한 수련자 들조차 셀 수 없이 무너져 내리기로 유명하다.

천 년 동안 뼈를 깎는 노력으로 업을 쌓아올린 이무기가 승천하려는 그 순간 평소라면 우습게 볼 만한 적으로부터 공격을 받아 [내 천년적 공이-!!!]라는 비명 지르며 내단을

헌납하는 상황이 벌어지곤 하는 것 이 바로 그런 이유 때문.

[등용문의 방식은 조금 다르지요. 적공이 스스로와의 싸움이라면 등용 문은 경쟁이라 할 수 있는 과정이니 까요.]

등용문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같은 길을 걷는,대우주 모든 수행자들과 경쟁해야 한다. 무조건 무지막지한 시간을 잡아먹는 적공과 다르게 등 용문은 운만 좋으면 1년 안에도(물 론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올라설 수 있지만,그건 다른 쟁쟁한 경쟁 자들을 모조리 이겨내야만 가능한 일이다.

[지구 식으로 말하자면 적공은 초, 중,고등학교를 나와 대학교에 입학 해서 다시 대학원에 입학하고 박사 학위까지 따는 과정을 ‘단 한 번이 라도 수업 시간에 졸거나,지각하거 나,혹은 평균 이하의 점수를 받으 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조건하에 하는 것이고… 등용문은 그냥 전 세계 수능 시험에서 1등을 해야 하는 난이도라고 할 수 있지 요. 못하면 할 때까지 계속해야 하 고 말이지요.]

‘살인적이구먼.’

나는 조용히 잠들어 있는 하얀색의 이무기를 안쓰러운 눈으로 내려다보

았다. 내 입장에서 보자면 그냥 한 세상 살다 가면 좋은데 왜 고생을 하냐는 생각도 들지만… 꿈을 위해 발버둥치는 녀석을 비웃을 자격은 세상 누구에게도 없겠지.

[그나저나 왜 갑자기 이무기에 대 해서 물으시는 건가요. 함장님?]

‘그냥 문득 이 지구의 영능 수준이 너무 높다는 생각이 들어서.’

몸을 돌려 경회지를 뒤로하고 걷는 내 말에 지니가 답한다.

[동감합니다. 둘러보면 둘러볼수록 특이한 곳이지요. 흠.]

지니는 잠시 고민하는 기색이다.

다만 프로그램일 뿐이지만,이럴 때 보면 그녀가 더없이 인간처럼 느껴 진다.

[혹 신경 쓰이신다면 제국에 정보 요청을 하시겠습니까? 34지구는 관 광특구로서 일부 지역을 개방했을 뿐 연합에 정보 공개를 하지는 않아 서 제가 가진 정보로는…….1

‘아아 됐어. 굳이 거기에 연락할 정도는 아니지.’

가볍게 거절 의사를 표시했을 때였 다.

- 아오오오오오!

경회루 입구에 서 있던 내 귀에 요란한 늑대 울음소리가 들린다. 물 론 진짜 짐승의 울음소리는 아니다.

전해지는 것은 선명한 마기(魔氣).

즉 저 밖에서 울부짖고 있는 것은 마족이라는 말이다.

“저기 누나.”

거의 모든 문에 위치한 궁녀 중 한 명을 부른다. 곱게 묶어 올린 머 리를 비녀로 고정한 단아한 인상의 미녀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저 소리는 뭐예요?”

“궁 안은 안전하니 불안해하지 마

십시오.”

“아니,불안하다는 게 아니라.”

“궁 안은 안전합니다.”

그렇게만 말하고 단호하게 입을 다 무는 궁녀의 모습에 혀를 찬다. 대 부분의 경우 미소와 친절로 사람들 을 대하는 그녀들이지만 대체 무슨 교육을 받은 것인지 항상 경직되어 있는 모습이 답답하다.

‘지니.’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함장님. 셋,둘,하나. 어나더 플레인으로 이 동을 완료하였습니다. 촬영 시도 에… 성공하였습니다. 소음의 진원

지를 디스플레이로 띄워 드리겠습니 다.]

지잉.

내가 쓰고 있는 안경 형태의 마도 병기 우자트가 가볍게 진동한다. 나 는 신기해서 물었다.

‘지금 표면 세계에 있다가 이면 세 계로 넘어온 거야?’

[그렇습니다. 함장님.]

‘생각 이상으로 빠르네.’

[알바트로스함은 아스트랄 드라이 브를 장착하고 있으니까요.]

당연하다는 음성에 고개를 끄덕인 다. 하긴 아스트랄 드라이브는 함선

자체를 다른 차원으로 보내는 기능 이니 이상할 것도 없는 일이다. 이 면 세계가 무슨 록이 걸려 있는 개 별 차원 같은 건 아니었으니까.

뻑.

대화하는 사이 처리가 끝났는지 내 시야 한편에 폐허가 되어 있는 세종 문화회관의 모습이 비친다.

‘바로 앞이네.’

[약 600미터 거리입니다.]

지니가 보여준 화면에는 그림자로 이루어진 늑대가 서 있다. 말이 좋 아 늑대지 어지간한 호랑이보다도 훨씬 큰 덩치를 가지고 있는 녀석이

었는데

[5 레벨]

[굶주린 그림자 늑대]

성의 없어 보이는 이름에 혀를 찬 다. 별로 강해 보이지도 않는다. 아 까 그 붕대 놈하고 비슷한 수준.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감 상일 뿐 저 정도만 되어도 위험천만 한 괴물이다. 만약 저 녀석이 표면 세계에 나타나서 그걸 현대 병기로 잡으려 한다면 농담이 아니라 수백 명 이상의 사상자가 나오게 되겠지.

권총 같은 건 먹히지도 않고 소총조 차 간신히 가죽을 뚫는 정도가 전부 일 테니까.

[그림자 늑대로군요. 최하급 마족 이죠.]

‘약해 보이네.’

[물론 함장님께는 그렇겠지만 너무 무시하지는 마세요. 마족은 위험한 종족입니다. 가장 약한 마족도 잘났 다 설치는 능력자를 우습게 물어 죽 이니까요.]

하긴 5레벨이나 되는 녀석이 하급 중에서도 가장 약한 최하급 마족일 정도니 더 말할 필요도 없겠지. 다 만 그림자 늑대를 마주하고 있는 상

대방이 감히 녀석과 비교조차 불가 능한 수준이라는 것이 문제다.

[대마법사 제논]

[16 레벨]

[영혼거병(靈魂巨兵) 세종]

[대마법사 제논]

[16 레벨]

[영혼거병(靈魂巨兵) 순신]

그림자 늑대는 연신 위협적인 울음 소리를 내었지만 감히 덤벼들 생각

을 못한다. 경복궁 앞,정확히는 광 화문 앞에 있는 두 개의 동상이 눈 을 빛내고 있었기 때문.

잠시 조용히 있던 아레스가 놀람다 는 듯 말한다.

[제법 괜찮은 물건들인데?]

“캐앵!”

두 동상은 그저 제자리에 서 있었 을 뿐이지만 그림자 늑대는 그것만 으로도 겁을 먹고 도망간다. 당연한 일이다. 그야말로 격이 다른 수준이 었으니까.

[이건… 순수한 마도 기술로 만들 어낸 골렘입니다. 대단한 수준이군

요.]

내 시야 한쪽으로 두 동상의 온갖 정보가 넘어오기 시작한다. 알바트 로스함의 관측 장비가 작동하기 시 작한 것이다.

‘어느 정도인데?’

확인 겸 묻자 지니가 답한다.

[상세한 정보까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정도의 출력과 기능들이라면… 초월자의 작품입니다. 오직 대마법 사만이 저런 명작을 만들어낼 수 있 지요.]

아레스 역시 말을 보탠다.

[이건 그냥 대마법사라고 되는 게

아니야. 아이언 하트만 있으면 기가 스도 만들 수 있을 정도의 기술력이 라니… 이건 기술공학 쪽에도 상당 히 높은 소양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 지. 그냥 취미 생활 정도가 아니라 꽤나 전력을 다한 연구가 뒷받침되 지 않으면 불가능해.]

아닌 게 아니라 16레벨짜리 골렘 이면 레온하르트 제국에서도 그리 쉽게 볼 수 없는 작품이다. 그 말은 저 골렘이 그냥 심심풀이로 만든 게 아니라 꽤나 진지하게 만든 물건이 라는 뜻이겠지.

‘하지만 영문을 모르겠네. 지구에 도 대마법사가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이건 너무 부지런한 거 아 닌가?’

무슨 대마법사가 제조 회사 이름도 아닐 텐데 여기고 저기고 죄다 소속 에 [대마법사 제논]이 붙어 있으니 뭐라 할 말이 없다. 심지어 그는 한 국 출신도 한국 소속도 아니고,딱 히 한국을 우대하거나 하는 기미도 없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이런 물건,혹 은 생명체들은 지구 전역에 흩어져 있는 모양인데 아무리 대마법사라도 이 정도의 환경과 결과물을 마련하 려면 엄청난 노력과 재화,그리고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대체 왜?’

이해할 수가 없다. 대마법사인 그 는 이런 하위 문명에서 신이나 다름 없는 존재였을 텐데 구태여 왜 이런 ‘준비’를 했단 말인가?

지구에 그를 위협할 ‘적’이 있는 것도 아닐 텐데.

그리고 그렇게 잠시 생각에 잠겼을 때.

나는 무언가가 변했다는 것을 깨달 았다.

다음 화에 계속...

< 당신의 머리 위에 2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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