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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머리 위에-110화 (11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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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9 결혼식

[끼아아아아악-------!]

끔찍한 괴음과 함께 레온하르트 황제의 고개가 번쩍 들리더니 우리를 향해 돌아간다. 마치 먹물을 뿌려놓기라도 한 것처럼 새카맣게 물든 그의 눈동자가 살벌한 기세로 우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뭐야?”

“글쎄… 완전 비밀인 장소도 아니고 매년마다 황태자를 비롯한 다수의 황족이 들르는 곳이지만 이런 이야기는 전혀 없었어. 그냥 언제나 저 자리에서 잠들어 있기만 하다고 들었는데.”

나직이 중얼거리면서도 레온하르트 황제로부터 눈을 떼지 않는다. 어느새 그녀의 몸에서는 황금빛 영기가 피어오르는 상황. 나는 왼쪽 팔목에 걸려 있던 쉐도우 스토커를 시계에서 총의 형태로 변환시켰다.

철컥!

쉐도우 스토커는 리볼버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리볼버는 한자로 육혈포(六穴砲)라고 쓰이는데, 이는 말 그대로 구멍 여섯 개 있는 포(砲)라는 뜻.

쉐도우 스토커는 이 여섯 개의 약실에 시(時), 공(空), 무(無)의 효과를 2개씩 적용시켜 담아놓은 병기다. 즉 따로 탄환을 장전하지 않아도 그저 공이를 당기는 것만으로 약실이 돌아가 필요한 효과를 가진 구간에서 정지하는 것이다.

“혹시나 해서 묻는 거지만, 초대 황제의 육체를 훼손시키면 어떻게 되지?”

“…큰일 날 소리 하지도 마.”

눈을 가늘게 뜨는 그녀의 모습에 앗 뜨거라, 하고 고개를 끄덕였지만 어쩔 수 없는 질문이었다. 우리를 가만히 노려보고 있는 초대 황제에게서 느껴지는 기세가 너무나 사악했기 때문이다.

쿠오오오---

까만 기류가 초대 황제의 몸을 감싼 채 휘몰아치고 있다. 어둡고 섬뜩한 기운을 가득 품고 있어 보는 것만으로 상대를 공포에 질리게 하는 암흑의 구름. 나는 쉐도우 스토커의 공이를 당겨 극대소멸탄(極大掃滅彈)을 준비시켰다. 3문명에서는 거대한, 거기에 특수한 힘을 가진 아이언 하트를 내장해야만 가동할 수 있기에 전함이나 차원포격기에만 설치되는 병기였지만 4문명의 결정체라 불리는 쉐도우 스토커로는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 여섯 종류의 탄환 중 하나에 불과하다.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극한으로 발달한 차원공학은 손가락 하나도 들어가기 힘든 약실 안에 거대한 아공간을 만드는 것으로 그것을 가능의 영역으로 밀어 올렸다.

“조용히 물러나자.”

“그러지.”

괜히 초대 황제의 몸을 박살냈다가 원망을 들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서서히 뒤로 빠진다. 정신 차리고 보니 어느새 세레스티아가 내 앞을 보호하듯 가리고 있다.

‘…누가 누굴 가리는 건지.’

헛웃음 지으며 우리를 화원으로 이동시켰던 마법진으로 향한다. 다행히도 레온하르트는 우리를 노려보고 있을 뿐 옥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킹!

“어?”

그런데 마법진에 올라섰던 세레스티아의 표정이 굳는다. 놀라서 내려다보니 우리를 이동시켰던 마법진이 힘을 잃고 꺼져 버린 모습이 보인다.

“어째서?”

뜻밖의 사태에 당황하는 세레스티아.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후욱!

한순간 몰아친 바람이 온몸을 관통해 지나간다. 나는 물론이고 세레스티아 역시 아무런 반응을 하지 못할 정도로 순식간의 일이었는데, 문제는 그게 물리적인 바람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하윽… 이, 이건…….”

새까만 기류가 세레스티아의 전신을 뒤덮었다. 세레스티아는 황금빛 기운을 마구 뿜어냈지만 흑색의 기류는 삽시간에 그녀의 영기를 다 잡아먹는다.

“이런.”

상황은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흑색의 기류가 내 온몸을 뒤덮자 눈앞이 아찔해지며 무릎이 풀렸던 것이다.

‘아니… 어째서?’

그리고 그 순간 의문을 떠올렸다.

‘어째서 하와가 막아주지 않는 거지?’

7대장군 중 하나인 노링턴 대장군의 기습을 그 모습조차 보이지 않은 채 막고 거꾸로 상대를 격살했던 그녀였다. 레온하르트 제국이 그녀가 인지하지 못할 공격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는데 이게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나는 다시금 레온하르트 황제를 돌아보았다.

[레온하르트 제국]

[저주에 휩싸인 레온하르트]

어질어질 힘이 빠진다. 흑색의 기류가 온몸에 휘몰아치고 있었지만 고통은 없는 상태. 나는 그제야 초대 황제에 대한 이야기를 떠올렸다. 전쟁 중 적이었던 상위신들에게 받은 저주를 끝끝내 치유하지 못하고 끝없는 잠에 빠지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끝없는 잠… 인가.”

나는 그제야 하와가 움직이지 않은 이유를 깨달았다. 그녀의 약속은 내 [목숨]뿐이었으니 그 외의 사태에는 나설 필요도 의무도 없는 것.

“흐으… 하으… 어, 어째서. 어째서 환몽관의 저주가…….”

거친 신음 소리와 함께 세레스티아가 주저앉는 모습이 보인다. 그녀를 향해 말을 걸려 해도 어느새 온몸에 힘이 빠져 입을 열 수가 없다.

‘무, 문을…….’

정신을 집중했지만 자꾸 의식이 흐릿해진다. 문의 모습을 이미지해 그 손잡이를 간신히 잡았지만, 그것을 돌릴 여유가 없었다.

‘문을 열어야…….’

그러나 거기까지.

나는 의식을 잃었다.

*

아름답게 꾸며진 궁궐의 한쪽 벽에 10대 초반에서 후반까지 두루 섞인 대여섯 명의 소년이 둥그렇게 서 있다. 환하게 반짝이는 금발을 가진 그들은 하나같이 천사같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외모를 가지고 있었는데, 어쩐 일인지 그들 모두가 인상을 찡그리고 있다.

“나 참, 이게 무슨 황당한 경우야.”

소년 중에서 가장 큰 덩치를 가진 녀석이 자신들이 만들어낸 반원 안에 주저앉아 있는 소년을 보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바닷물을 건져 올려 만든 듯 새파란 머리칼을 가진 소년은 구석에 몰린 생쥐처럼 벽에 바짝 붙어 부들부들 떨고 있다.

“루이 형, 이런 말도 안 되는 말을 믿어?”

“물론 그러기는 어렵지. 하지만 잘 봐라, 엘리언. 이 녀석… 묘하게 체형이 바뀌었어. 가슴도 없어졌고.”

그의 말에 엘리언이라고 불린 소년이 주저앉아 있는 청발의 소년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그러자 주변 공간이 한순간 일렁거렸다.

쫘악!

마치 마술처럼 청발의 소년을 감싸고 있던 고급스러운 옷이 갈기갈기 찢어져 사방으로 흩어진다. 그리고 드러난 소년의 모습에 다른 소년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 이게 뭐야?”

“우와, 기분 나빠.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이딴 권능도 있었나?”

“돼지 통구이 부르는 병신 같은 권능도 기가 막혔지만 이건 또 무슨…….”

모두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바닥에 쓰러져 있는 청발의 소년을 바라보았다. 그는 몸을 한껏 웅크려 자신의 몸을 어떻게든 가리고 있었지만, 그의 나체(裸體)가 소녀의 것이 아닌 소년의 것이라는 것을 감출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큭큭큭. 이거 봐, 이거 봐. 이 자식 아랫도리도 달렸잖아?”

“아, 이건 또 뭐야. 납작 가슴이라니.”

“아, 짜증 나. 천박한 쓰레기의 유일한 쓸모마저 없어졌어.”

“하지만 진짜 웃기지도 않는다. 이 녀석 우리 때문에 남자로 변한 거 맞지?”

재미있다는 듯 그를 둘러싸고 낄낄거리며 웃는다. 그러나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다.

“세레스티아, 장난치지 말고 다시 여자로 돌아가.”

“나, 나는… 남자야.”

청발의 소년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잔뜩 주눅 들어 있는 표정과 공포로 덜덜 떨리고 있는 턱은 더없이 애처로웠지만, 루이라 불린 금발의 소년은 한결 더 인상을 찡그릴 뿐이다.

“웃기는 소리 하지 말고 여자로 돌아가.”

“남자야… 나는 남자…….”

벌벌 떨면서도 그의 뜻에 따르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그의 모습에, 금발 소년의 입매가 뒤틀렸다.

“그래? 그럼 좋아.”

피식 웃으며 그가 다른 소년들을 돌아본다.

“지금 시작하자.”

“뭐? 하지만 형, 이 녀석 지금 남자잖아?”

“가슴도 없잖아, 형.”

“묘하게 기분 나쁜데.”

두세 명의 소년이 탐탁지 않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러나 그중 가장 작은 체구를 가진. 엘리언이라고 불린 소년은 달랐다.

“하지만 형들, 그래서 더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

“뭐? 그치만…….”

“남자로 변했어도 생긴 건 똑같잖아. 가끔은 이런 게 신선하고 좋을 것 같아.”

그의 말에 소년들이 서로의 얼굴을 돌아본다. 그들은 잠시 망설이다가 루이를 향해 시선을 모았다.

“해.”

“흠… 뭐, 기분 전환 겸.”

“생긴 건 똑같으니 평소 그냥 뒤에서 하면 비슷하겠지.”

수군거리며 하나둘 모여들자 웅크리고 있던 청발의 소년, 세레스티아의 눈동자에 절망이 어린다.

“마지막이야.”

그리고 그런 그를 보며 루이가 말한다.

“원래대로 돌아와.”

“나는.”

덜덜 떨면서도 세레스티아는 저항했다.

“나는… 남자야.”

“하!”

조각처럼 잘생긴 루이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진다. 뒤에 있던 다른 소년들이 하나둘 옷을 벗는 모습이 보인다.

“싫어…….”

그리고 그런 그들의 모습을 외면하려는 듯 눈물을 흘리며 벽에 웅크리는 세레스티아. 그리고 그 모습에.

탕!

방아쇠를 당겼다.

“다 쓸데없는 짓이라지만…….”

막 세레스티아의 발목을 잡았던 소년이 머리를 잃고 바닥에 쓰러진다. 그리고 그 광경에 모든 소년이 놀라 내 쪽을 돌아보았지만, 어차피 모두 허상일 뿐이다.

탕! 탕!

머리에, 가슴에, 배와 다리에 뻥뻥 구멍이 뚫린다. 녀석들은 하나같이 뭔가 강력한 권능 비슷한 걸 사용했지만, 이런 의지의 세계에서 저까짓 악몽들이 날 이길 수는 없다. 정신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모든 간섭에 면역인 나에게 이따위 악몽이 먹힐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래 봬도 악몽을 300년씩이나 꾼 몸이시다, 애송이들아.”

“너, 넌 뭐냐!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너 처음 봤을 때 되게 밉상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나아진 거였구나.”

악마처럼 얼굴을 일그러뜨린 루이의 모습을 보며 헛웃음을 짓는다. 물론 진짜도 아닌 녀석과 굳이 대화를 나눌 생각은 없었다.

쾅!

한쪽 벽이 파괴되어 날아가고 뭔가가 퍽, 하고 배를 치는 게 느껴진다. 놀랍게도 미래의 황태자는 믿을 수 없는 반사신경으로 탄환을 피해 내 복부를 후려친 것이다.

그러나.

“뭐, 뭐야. 어째서 통하지 않지?”

“그야…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있으니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웃기지 말라는 듯 소리치는 루이였지만 내 말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내가 너무나 분명하고 또렷하게 정신을 차리고 있었기에, 이 [악몽]이 나에게 아무런 타격을 입히지 못하는 것이다.

이곳은 꿈의 세계.

나는 초대 황제가 걸렸다는 저주가 뭔지 알 수 있었다.

“영원히 고통스러운 악몽을 꾸게 하는 저주인가.”

“가, 감히 천민 주제에 날 무시해!?”

퍽퍽, 하고 마구 내 몸을 후려치지만 내 몸은 흔들리지도 않는다. 어차피 꿈의 세계에는 물리법칙이라는 게 없다. 육신도 없고 한껏 단련한 이능도 없었다.

있는 것은 오직 정신.

그리고… [정신계 면역] 이라는 특성을 가지는 나는 이곳에서 무적의 존재다. 어차피 악몽 자체에 면역이기에, 여기서 무슨 공격을 해봐야 전혀 통하지 않는 것이다.

철컥!

쉐도우 스토커의 공이를 당겨 스톱워치(Stop Watch)를 준비시켰다.

째깍째깍째깍!

언뜻 보면 탄환 이름이라고 생각하기 힘든 스톱워치를 장전하자 쉐도우 스토커 위로 초시계가 돌아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대로 루이를 겨누자, 내 몸을 마구 후려치고 있던 루이가 깜짝 놀라 물러선다.

“큭! 대체 무슨 속임수를 쓰는지 모르지만 그깟 천박한 무기 따위 황가의 힘을 넘볼 수 없다! 나는…….”

“아, 시끄러워.”

퍽.

그것은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아무런 소리도, 전조도 없이 마지막에 서 있던 루이의 머리에 구멍이 뚫렸다.

털썩!

쓰러진다. 당연한 일이다. 지깟 게 아무리 잘나봐야 정지된 시간 속에서 날아오른 탄환을 어떻게 피하겠는가?

‘뭐, 물론 이것도 다 의식의 문제지만… 정말로 가진 무기라서 그런지 구현이 쉽군. 그 성능을 의심할 필요가 없으니.’

중얼거리며 세레스티아에게 다가간다. 그녀는, 아니, 그는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누, 누구세요?”

커다란 눈을 동그랗게 뜬 그의 모습은 정말이지 깜짝 놀랄 정도로 귀엽다. 그 철두철미하던 녀석에게 이런 과거가 있었다는 사실이 신기할 정도다.

“흠. 나는, 말하자면.”

당연하지만 네 남편, 같은 소리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두려움에 벌벌 떨면서도 자기가 남자라고 주장하던 녀석에게 어떻게 그런 말을 한단 말인가?

멈칫하는 내 모습을 보며 세레스티아가 일렁이는 눈으로 묻는다.

“말하자면?”

“말하자면, 네 친구란다.”

“친구…….”

멍한 표정의 세레스티아에게 근처에서 뜯어낸 커튼을 둘러준다. 내가 꿈의 세계에서 주도적으로 움직여 본 경험이 많았다면 없던 물건도 만들어낼 수 있겠지만, 내가 꾸던 악몽은 항상 지켜보는 입장이었기에 그런 재주를 부리는 건 불가능하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냥 나갈 수는 없겠지?’

나는 주변 경관을 둘러보며 작게 한숨 쉬었다. 꿈속 세상에서는 무적, 이라고 말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방어적인 측면일 뿐 내가 여기서 전지전능한 힘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평범하게 살던 내가 악몽의 세계에서 탈출하는 방법 따위를 알 리가 없지 않은가?

물론 대충 돌아다니면서 탈출 방법을 찾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게 그렇게 간단했다면 레온하르트 황제가 이 긴 시간 동안 저주를 풀지 못하고 잠들어 있을 리가 없다.

딸깍!

“안 돼! 안 돼---! 으아아아아----!!”

“…어이쿠.”

근처의 문을 열었다가 거대한 크레이터 안에서 울부짖고 있는 금발의 사내를 보고 다시 문을 닫는다.

“어? 지금 주방 안쪽이 이상한 장소로…….”

“신경 꺼 신경 꺼.”

잔뜩 겁먹은 표정의 세레스티아를 다독이며 작게 한숨 쉰다. 이 상태도 제법 귀엽지만… 이대로 놔둘 수는 없다. [밖]이 지금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겠고 이곳과 현실의 시간 차이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찝찝하지만…….”

목에 걸려 있던 열쇠를 잡고 잠시 고민했다. 문을 열어낸 나도 물론 나이지만, 그것이 정상적인 상태라고 볼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회의장에서 내가 일으킨 참사(?)는 내가 절대 고르지 않을 선택지들이 무수히 겹쳐져 벌어진 일이 아니던가?

그러나 고민하던 난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귀여운 세레스티아의 모습은 나쁘지 않지만… 악몽의 세계는 미지의 영역이다. 뭐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 빨리 벗어나는 게 최상이었다.

“할 수 없지 뭐.”

투덜거리며 다시 문을 잡는다. 당연하지만 긴 시간 동안 악몽에 시달리고 있는 황제를 구하기 위해서는 아니다. 나는 그를 제대로 알지도 못할뿐더러, 긴 시간 동안 악몽에 시달리고 있는 그가 제정신일지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

뭐, 언젠가 그를 구하게 되더라도, 일단 여기서 나간 다음 생각할 일이다.

“뭐 별일이야 있겠어.”

약간은 자포자기한 상태로.

철컥!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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