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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8 왕관을 위하여
[우리 레온하르트 제국의 자랑인 별빛의 여왕께서도 자리를 빛내주고 계시구려. 황제 폐하를 가장 마지막에 만났다고 들었는데…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리오.]
단상에 있던 아몬이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그야말로 전조조차 없던, 기습이나 다름없는 공격이다.
“…젠장.”
의자에서 일어났던 로스타가 나직이 신음하며 다시 자리에 앉는다.
대회의장의 모든 시선이 우리에게로 몰려있었다.
“정보가 없어도 너무 없는데…….”
세레스티아가 인상을 찡그리며 나직하게 중얼거린다. 그렇다. 정보가 없다. 배경도 없고 세력 자체가 다른 귀족이나 황족들과 상대가 안 되는 세레스티아는 아무래도 거대 세력을 상대할 때 제대로 된 정보를 얻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6황자와 싸웠을 때나 황태자와 급작스럽게 맞닥뜨렸을 때 그들이 낭패를 본 것은 나라는 변수 때문이었을 뿐 개인이나 다름없는 세레스티아는 정보전에서 압도적으로 뒤지고 있다. 6황자 때도 그렇지만 세레스티아가 알바트로스함에서 내려 팬들과 마주치기 직전 황태자가 끼어들었던 것 역시 절묘한 타이밍. 만약 그 순간 제대로 저항할 수 없어 그들의 뜻대로 되었다면 그 많은 팬도, 노블레스도 세레스티아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을 것이다. 얼굴도 마주치지 못한 상황이니 레온하르트 황실에서 그녀를 빼돌렸는지 아니면 그녀가 자기 뜻대로 떠난 것인지 알 수 없었을 테니까.
‘심지어 지금은 적들이 짠 판에 휩쓸린 상태란 말이지.’
때문에 지금 상황은 더없이 위험하다. 조금만 처신을 잘못해도 적들의 음모에 휘말리게 되리라.
[걱정해 주셔서 고맙군요, 공작. 하지만 저에 대한 걱정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지 않나요?]
다행히 이런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는지 세레스티아는 침착하게 대응했다.
[더 중요한 일이라?]
[…이상한 질문이군요, 공작. 지금 이 순간 아버지를 해친 시해범을 밝히는 일 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나요?]
단도직입적으로 찌르고 들어간다. 즉 황제를 죽인 범인부터 밝히거나 그 수사 내용부터 밝혀야지 무슨 엉뚱한 소리만 하고 있냐는 뜻이다. 실제로 단상에 올라온 그가 좌석에 앉아 있는 세레스티아에게 굳이 1:1로 대화를 건 자체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지 않은가? 무슨 Q&A 시간도 아니고 말이야.
[옳은 말이요. 역시 별빛의 여왕께서는 총명하시군.]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한다. 그러나 그 순간 나는 거기에서 스쳐 지나가는 경멸을 느꼈다.
‘이것 봐라?’
나는 푹신한 좌석에 몸을 묻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누구도 나에게 관심이 없어 보인다. 마치 연예인과 매니저가 지나가면 사람들이 연예인만 보지 매니저는 있는지 없는지도 잘 모르는 것과 같다.
‘마음을 정확하게 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아무리 칭호가 만능이라도 대상의 [목적]이나 [계획]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지는 않는다. 수많은 칭호를 다 살펴본다면 그걸 추리해 낼 만한 단서들이 나타날지도 모르지만, 내 앞에 묶어놓고 수십 분 동안 조사할 게 아니라면 그렇게 하기는 어렵겠지.
‘아쉬운 대로 가장 효과적인 분류를 해야 해.’
고민한다. [능력], [감정], [상태] 등… 가급적 하나의 칭호로 직접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그런 키워드가 필요했다. 한 방에 적들의 모든 음모를 파헤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 한 가지 이상의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내가 그렇게 고민하고 있는 사이에도 세레스티아는 계속 대화 중이었다.
[원로원에서는 상황을 어디까지 파악했는지 알고 싶군요. 범인을 찾았나요?]
[물론 아직은 아니요.]
흔들림조차 없는 차분한 대답.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적당한 키워드를 찾았다.
‘진위.’
슬쩍 몸을 기울인다. 세레스티아의 뒤에 숨어 작게 속삭였다. 대회의실의 좌석들은 파트별로 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게 하는 기능이 있었기에 굳이 필요한 행동은 아니었지만 독순술 같은 걸 하는 놈들이 있을지 모르니 가급적 안 보이는 방향이 좋았다.
“거짓말이야.”
내 말에 세레스티아가 잠시 멈칫한다. 그러나 이내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아몬 공작을 바라보았다.
[설마 당신들이 벌인 일은 아니겠지요.]
[…….]
한순간 여유로운 태도를 보이고 있던 아몬 공작조차도 대답을 못했다. 단상에 서 있던 다른 원로들은 물론이고 귀족들도 경악한 표정으로 세레스티아를 바라보았다. 그만큼이나 파괴적이고 위험천만한 질문이었다.
‘이 녀석.’
다른 사람들은, 심지어 그녀의 삼촌인 로스타마저도 세레스티아를 미친 사람 보듯 했지만 오직 나만은 그녀가 어째서 그런 위험한 질문을 던졌는지 알 수 있었다. 내 능력을 빠르게 파악한 그녀가 가장 핵심적이고 어디에서도 쉽게 접할 수 없는 정보를 얻기 위해 모험을 한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황제 폐하를 잃은 슬픔으로 흥분하셨구려……. 무례이기는 하지만 넘어가겠소.]
[즉 무관하다는 말이군요.]
[물론이요.]
단호하고 흔들림 없는 대답. 세상 누구도 그를 의심할 수 없을 것 같을 정도로 뚜렷한 시선.
그러나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거짓말…….”
진실을 안 것은 좋은데 상황이 암담하다. 이곳은 원로원의 소집으로 모인 귀족들이 가득한 자리이니 말하자면 우리는 적진 한가운데에 있는 셈이었기 때문이다.
공작이 저렇게 거짓말을 늘어놓고 있는 걸 보면 여기 있는 귀족들이 황제를 죽이는 데 참여한 것 같지는 않다. 하긴 반역이나 다름없는 짓이니 어찌 공개적으로 그런 짓을 저지르겠는가?
그러나 아몬 공작과 세레스티아 사이에 갈등이 생긴다면 그들이 우리를 도울 리 없다. 정무관 최고 지위이며 행정 및 군사의 대권을 장악하고 있는 원로원의 수장인 집정관과 별다른 배경도 없이 그저 황녀로서 가진 약간의 세력이 전부인 세레스티아 사이에는 엄청난 간격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행이군요. 그렇다면 더 빠른 수사와 그 정보의 공개를 요청해도 될까요?]
[물론이요.]
뭔가 큰일이 나지 않을까 조마조마 보고 있었는데 세레스티아는 의외로 순조롭게 대화를 마치고 자리에 앉았다. 그녀가 오히려 너무 세게 나오니 꼬투리를 잡으려던 아몬 공작이 한발 물러서는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무사히 넘겼군……. 그나저나.”
옆에서 조용히 있던 로스타가 눈을 가늘게 뜨며 나를 바라본다.
“그게 무슨 말이지? 거짓말이라니?”
“말 그대로야. 대하는 상대방이 하는 말의 진위를 파악하는 능력이 있거든.”
차분한 세레스티아의 설명에 로스타가 인상을 찡그린다.
“정보계열 능력이라면 섣부른 판단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런 잡기들은 오롯이 완성된 초월자에게 통하지 않아. 무엇보다 경지도 별로 높지 않은 것 같은 녀석의 말을 듣고 이런 위험천만한…….”
“삼촌.”
로스타의 말을 가볍게 자르며 세레스티아가 한숨 쉰다.
“내가 바보로 보여? 더불어 우리 결혼을 허락했던 아버지도 바보 멍청이고? 도대체 왜 이 녀석이 평범한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뭐? 하지만.”
나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내 쪽을 바라보는 금발의 중년에게 어깨를 으쓱였다. 그는 다시 세레스티아를 바라보았다.
“아무리 봐도 평범한 인간이잖아?”
아무래도 나에게서 ‘뭔가’를 느끼는 건 황족 중에서도 특별한 눈을 가진 이들뿐인 것 같다.
‘하긴,’
내 육체는 극히 일반적인 인간의 그것이고 내가 가진 영력 또한 초보 능력자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보통의 시선으로 보면 평범한 인간으로 보이는 게 오히려 정상이겠지.
오히려 신기한 건 초월자인 그조차 그걸 못 알아본다는 점이다. 경지와 상관없는 힘이라는 것일까?
“상황 복잡하니까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그 말이 사실이라는 가정하에 이야기해 봐. 저 녀석들이 아버지를 죽였다면… 대체 무슨 이득을 노린 걸까?”
“이득이라.”
아직 납득하지 못한 표정이면서도 로스타는 순순히 생각에 잠겨들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고민은 그리 길게 이어지지 못한다.
“…없는데?”
“없다고?”
“그래. 아무리 생각해도 없다. 설사 녀석들이 반역을 노렸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타이밍이 좋지 않아. 하필 수많은 외부인에 노블레스까지 이 행성에 온 상태에서 일을 벌인다는 건 비합리적인 일이니까. 아무리 차단하려고 노력해도 정보가 새어 나가는 상황을 막을 수가 없다고.”
대우주에는 수많은 이능이 존재하며 그 숫자는 감히 가늠조차 할 수 없을 정도다. 특정 학문으로 정립된 이능에서부터 특수한 환경에서 깨어나는 초능력, 그리고 황족들이 그러하듯 혈통으로 깨우치는 권능까지.
그리고 그것들 중 가장 막기 힘든 방식이 바로 정보 그 자체를 읽어내는 정보 관련 능력들이다. 예를 들어 미래를 볼 수 있는 예지능력이라든가, 특정 사물이나 장소의 과거를 보는 사이코메트리 능력이라든가.
심지어 정보 관련에는 [비밀을 들을 수 있는] 해괴한 종류의 능력마저 존재한다. [문 뒤의 악마]라는 그 능력을 가진 존재들은 극히 희귀하다는 예지능력자 보다도 더 귀하다고 들었다.
‘그렇군. 녀석들은 셀의 팬클럽 중에 그런 능력자들이 있을지도 모르니 두려워할 수밖에 없어.’
정보 관련 능력을 가진 존재들이 가장 성공할 수 있는 직업은 무엇일까?
바로 기자다.
온갖 고위 능력자가 넘쳐나는 대우주에서 제대로 된 기자로 성공하려면 정보 관련 능력은 필수라고 할 수 있다. 소문이지만 우주 최대의 언론사로 유명한 [호루스]의 보도국장은 국장실에 앉아 다른 은하에 존재하는 문서를 읽어낼 수 있을 정도라고 하니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그리고 그렇다면… 우주 아이돌이라는 엄청난 명칭을 가진 세레스티아가 위험에 빠졌다는 사실에 몰려든 팬들 중에 기자가 섞여 있을 가능성은 너무나 높다. 아니, 높은 정도가 아니라 반드시 기자가 있을 것이다. 어쩌면 생각보다 훨씬 많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죽였어. 그건 확실한 사실이지.”
흔들림 없는 말투에는 확신이 가득하지만 로스타는 동의하지 않았다.
“정신 차려라, 셀. 이 녀석이 엄청난 조종사라는 것은 알지만 이건 전혀 별개의 문제야. 탐욕스러운 귀족들이라도, 아니, 오히려 탐욕스러운 귀족들이기에 이런 일을 저지를 이유가 없다는 걸 잊어서 안 돼.”
단호하게 고개를 흔든다. 세레스티아가 뭐라 하든 자체적으로 판단을 내린 것. 그런데 그때였다.
“확실히 그렇소.”
세레스티아도. 나도 아닌 새로운 목소리가 끼어든다.
“하지만 문제는 세상 모든 일이 다 정해진 계획에 따라 벌어지는 건 아니라는 점이지.”
“……!”
나는 깜짝 놀라 좌석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것은 익숙한, 나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목소리였다.
“너는……?”
“오랜만이구려.”
그는 반짝이는 금발에 푸른 눈동자를 가진 전형적인 서양인이다. 예순, 혹은 일흔 정도의 나이로 보이며 특이하게도 동양풍의 비단옷을 입고 백우선을 들고 있다.
“청원…….”
신음하며 주변을 둘러본다. 그의 등장에도 주변에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아니, 아무런 반응이 없는 정도를 넘어서--
“그렇게 둘러볼 필요 없소. 시간을 정지시켰으니까.”
“이제는 시간정지냐…….”
기가 막혀서 중얼거렸지만 사실 그렇게까지 경악할 일은 아니다. 시간역행이라는 어마어마한 이적에 비하면 시간을 멈추는 것 따위는(?) 사소한 일에 불과할 테니까.
촤라락!
그런데 내 앞에 도착한 청원이 갑자기 무슨 막대기 비슷한 것들이 들어있는 통을 꺼내더니 허공에 뿌렸다. 그리고 그러자 그 안에 있던 막대기들이 허공에 휘리릭 떠오르더니 일정한 규칙성을 만들며 멈췄다.
청원의 얼굴이 험악하게 찡그려진다.
“아직도 마찬가지라고? 모든 인과의 흐름에서 벗어나 정지된 시간 속에서만 움직이는데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중얼거리는 청원의 칭호를 바라본다.
[봉래도]
[죽을 팔자 좌자]
나는 열쇠를 이용해 스스로의 혈통을 각성시켰을 때를 떠올렸다. 그때의 난 다시 약해지기 전에 청원을 잡아 후환을 없애려고 그의 미래를 찾아보았지만, 오직 그의 [죽음]만을 읽을 수 있을 뿐 그 어떤 정보도 얻어내지 못했다. 그가 왜 죽는지, 누가 죽이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죽을 운명.’
그렇다. 저 칭호가 뜻하는 바가 그것이다. 예지는 한 가지의 미래만을 보여주지 않는다. 분기와 온갖 변수에 따라 셀 수 없이 많은 미래를 보여주는 것.
그러나 그에게 준비된 미래는 오직 하나뿐이다.
“이럴 때가 아니군. 자네와 협상하러 왔네.”
“협상 말입니까?”
“그래. 자네는 4황녀와 결혼하기로 했다지. 만약… 자네와 4황녀 사이에서 태어날 아이의 몸을 나에게 제공한다고 맹세하면 내가 자네를 돕겠네.”
돌려 말하지도 않고 시간을 끌지도 않고 아주 직접적인 딜이었다. 마치 뭐에 쫓기기라도 하는 것처럼 초조해 보이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제가 거기에 응할 거라고 봅니까?”
덜컹덜컹.
어디선가 문 흔들리는 소리가 들린다.
“충분히 할 수 있네. 자네 지금 상황을 생각해 보게. 황제가 죽었고 자네는 범의 아가리 안에 들어와 있어. 이미 아몬 공작은 자네를 죽이려고 마음을 먹었다네. 4황녀는 그에게 사로잡혀 적당한 가격에 팔려 나갈 테고 자네는 시체조차 찾지 못할 거야.”
덜컹덜컹.
당장 이걸 열라고, 지금 뭐 하고 있냐고 재촉하고 있다.
“그러니까 살고 싶으면 수락하라?”
“단지 사는 문제가 아니네. 사명에 묶여 있다지만 나는 중급 초월자이니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자네를 도울 수 있어. 자네의 이름을 온 우주에 떨쳐 울리게 만들 수도 있네. 그리고 또.”
“그러고 보니 좌자, 하나 묻고 싶은 게 있다.”
“…뭐라고?”
갑자기 바뀐 말투로 불린 자신의 이름에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멍한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물었다.
“지금 그 몸도 레온하르트 제국의 황족이지?”
중국 후한 말의 도인으로 금단술의 시조라는 좌자(左慈)가 서양인의 몸을 하고 있는 것부터가 이상한 일이었다. 분명 중국 출신인 그가 금발에 푸른 눈동자라니 말이나 될 법한 이야기인가?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그 금발에 청안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대충 알 것 같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만족할 만큼 적합하지는 못했나 보군. 나이도 빨리 먹고 점점 쇠약해지고 있던 모양이야. 오히려 그래서 여태 알아보지 못했지만.”
정지된 시간 속에서 그를 보고 웃는다. 청원은, 아니, 좌자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너, 넌 누구야. 어덯게 나를 알아볼 수 있지? 정체가 뭐야?”
“나? 글쎄?”
피식 웃는다.
덜컹덜컹.
문이 흔들린다.
하와는 내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열쇠가 없다면 스스로의 혈통을 깨울 수 없다고 생각했다.
‘크나큰 착각이지.’
잠겨있던 문을 열쇠로 열면, 그 다음부터는 열쇠가 필요 없다. 그냥 손잡이만 돌려도 문은 열리게 마련이다.
단서는 얼마든지 있었다. 이미 나는 한 번 열쇠로 간섭한 상대를 원거리에서 다시 [닫는] 행위를 몇 번이나 해오지 않았던가?
닫는 게 가능하다면, 당연히 열 수도 있다.
덜컹덜컹.
문이 흔들린다.
“…뭔가 바뀌었구나. 넌 방금 전의 녀석이 아니다. 누구냐.”
좌자가 심각한 표정으로 으르렁거리며 대여섯 장의 부적을 꺼내 든다. 하나하나가 미증유의 힘이 담긴 보패급 부적들.
그러나 [나]는 단지 웃을 뿐이다.
“내가 누구냐… 라.”
그를 없애 비천한 인간 상태의 나를 보호하려던 때를 떠올린다. 나는 그를 찾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오직 그의 [죽음]만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때는 그 사실이 당황스러웠지만, 이제는 그 이유를 알겠다.
“나는.”
위이이잉…….
왼손에 차 있던 쉐도우 스토커가 시계 형태에서 권총의 형태로 변형된다.
자연스럽게 그를 겨누며 말한다.
“너의 죽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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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화입니다! 딱히 이벤트 같은 건 할 게 없고 분량을 좀 더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