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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머리 위에-58화 (58/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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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3 구출 작전

“맙… 소사.”

나는 머리 위를 올려다보며 신음했다. 저 위쪽, 감옥의 윗부분에 난생처음 보는 칭호가 보였다.

[탐식의 군단]

[최상급 마족 지옥아귀]

‘이젠 정말 별게 다 나오는 구나.’

마족에 대한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었다. 우리가 사는 이 물질계가 아닌 다른 차원, 마계에서 살아가는 괴물들.

‘아주 강하고 위험한 종족이라고 했지.’

웃기는 일이지만, 이 세계에는 천사와 악마가 존재하며 각자 천족과 마족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다만 천사라고 다 착한 게 아니고 악마라고 다 나쁘지 않다는 게 다르지만.

‘그냥 위험과 엄청 위험의 차이일 뿐이지.’

모든 마족이 악하게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마족은 어둠의 마나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렇기에 마이너스적인 감정, 즉 분노, 슬픔, 고통, 절망 등의 감정의 분출에 쾌감을 느낀다.

때문에 본질적인 성향이 악하지 않다 해도 마족은 피해야 할 존재다. 생명체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에 쾌감을 느끼는 마족이니 상대를 고통과 절망에 빠뜨리려 함은 너무 자연스러운 흐름이 아니겠는가? ‘다수와 만난 마족은 학살을 시작하고 소수와 만난 마족은 고문을 시작한다’는 격언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물론 반대의 성향을 가진 천족도 마냥 좋은 종족이 아니라고 들었다. 그들을 24시간 내내 존경과 애정, 기쁨과 환희로 대할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들은 자신을 별로 좋아하지 않거나 사랑하지 않는 존재를 견뎌내지 못한다. 얼마간은 참을 수 있지만 결국 배제하려 들게 되는 것이다.

마족을 만났을 때처럼 고문받을 걱정은 없는데, 그냥 깔끔하게 죽게 된다.

‘심지어 사랑의 감정은 즐기면서 욕망에는 치욕과 고통을 느낀다니.’

뭐 어쨌든 중요한 건, 둘 다 생명체가 가까이해서 좋을 게 없는 존재라는 것.

그런 극단적인 놈들과 붙어 있다가는 목숨이 남아나질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몇 번 더 벽을 후려치던 세레스티아가 이내 포기하고 눈살을 찌푸린다.

“뭐야, 이 벽 이상해. 점점 더 튼튼해지고 있어. 무기가 있으면 모르겠지만 맨몸으로는 뚫기가 어려울 것 같아.”

그녀의 말에 다시 우리 위에 떠 있는 최상급 마족의 칭호가 가지는 의미를 떠올린다.

‘즉… 지금 이 감옥 자체가 녀석의 뱃속이라는 거군. 여기 있는 물건들 다 저 녀석의 신체 일부이고.’

확실히 생각해 보면 처음부터 이상하긴 했다. 식인을 우습게 여길 정도로 원시적인 성향을 보이는 비인들이었지만, 녀석들은 엄연히 우주를 누비는 상위 문명의 존재다. 그런데 그들이 가지고 있는 감옥이라는 게 창살로 이루어진 원시적인 형태의 것이라니. 왜 굳이 이런 우주모함에 그런 걸 만들었단 말인가? 굳이 구금시설을 만들려면 이런 감옥 형태가 아니라 더 나은 방법이 있었을 것이다.

‘최상급 마족… 최상급 마족… 설마 이 녀석들 마족하고도 손을 잡았나?’

맨 처음에 떠오른 생각은 그거였다. 연합의 공적 중 하나라는 리전도 써먹는 판국에 마족이라고 못 써먹을 게 뭐가 있겠는가?

“끄응…….”

“앗, 다시 아파?”

“아냐, 괜찮아. 그냥 움직이면 쑤셔서 그래.”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 세레스티아에게 고개를 흔들어 보이고는 아예 누워 버렸다. 지옥아귀라는 녀석의 칭호를 제대로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그나저나 이름부터 살벌하구만. 지옥아귀라니.’

분류에 들어간다. 고착칭호인 [최상급 마족]은 별다른 정보가 되지 않기 때문. 일단은 상태로 들어갔다.

‘백치가 된 지옥아귀?’

뜻밖의 내용에 의아해한다. 즉 녀석이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라는 말인가?

더 상세히 분류한다.

‘백치가 된 지옥아귀… 백치가 되어 사로잡힌 지옥아귀…….’

분류가 상세해질수록 점점 상황이 파악된다. 아무래도 이 지옥아귀라는 녀석은 비인들과 싸워 붙잡힌 모양이다. 하지만 최상급 마족이라 하면 성(星)급 기가스와 맞먹는다는 괴물인데 누가 이런 녀석을 잡을 수 있단 말인가?

‘하긴, 누구겠어.’

그러나 순간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이름에 피식 웃는다. 떠오른 결과도 예상대로였다.

[탐식의 군단]

[대주술사 모르네에게 제압당한 지옥아귀]

나는 지옥아귀의 칭호를 보며 혀를 찼다.

‘최상급 마족도 초월자 앞에서는 짤없군.’

정확한 사정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이 녀석 물질계로 쳐들어왔다가 모르네와 만난 모양이다. 그리고 그렇게 사로잡혀 우주모함 대천공에 설치(?)된 것이겠지.

“대하야, 좀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이 벽, 아니, 이 방 자체가 살아 있는 생물인 것 같아. 심지어 마족이야. 최소 상급 이상.”

세레스티아 역시 나와는 다른 과정을 거쳐 비슷한 결과를 내놓은 것인지 벽을 짚으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비록 모르네에게 당해 붙잡혔다고는 하지만… 최상급 마족의 힘은 결코 만만치 않은 모양이었다.

“마족?”

“그래. 그것도 뭔가 특수한 힘을 가진 마족이야. 대부분의 방해를 뚫어 볼 수 있는 내 사자안으로도 밖의 상황이 안 보일 정도니 일종의 이계(異界)라고 해도 무방하겠지.”

그렇게 말하며 고운 눈썹을 찡그리는 세레스티아의 모습에 슬쩍 힘을 줘 상체를 일으킨다. 아무래도 계속 누워서 대화를 하기는 좀 불편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칭호는 다 보기도 했고.

“이계나 다름없다는 건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 이 방 안이 저 밖과 다른 세계처럼 단절되어 있다는 소리지. 공간 속성을 터득했거나 방해를 꿰뚫을 정도의 힘이 있다면 또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면 여기서 외부와 연결하는 게 불가능하거든.”

“…….”

그녀의 말에 잠시 생각에 잠긴다. 왜냐하면 내가 바로 그 벽을 뚫고 아레스와 통신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럼 뭐지? 내가 그 공간 속성을 가지고 있든지 아니면 최상급 마족의 방해 정도는 뚫을 힘을 가지고 있는 건가?’

내가 평범한 존재가 아니라는 걸 안다. 칭호를 보는 능력도 그렇고 심상치 않은 꿈도 그렇고. 그리고 무엇보다… 인공지능들에게 내리는 [명령권]역시 그러하다.

‘아버지는… 내 친부가 고위 초월자일 거라고 했어.’

그러나 그에 대한 단서는 전혀 없다. 굳이 있다고 한다면 내 [기억]이 있겠지만 이게 정말 아버지라는 존재랑 상관이 있는 기억일까? 아버지가 아들에게 기억을 넘겨준다는 것도 이상하고 무엇보다 이 기억이 정말 내 친부의 기억이라면.

그는.

그는…….

“하, 말도 안 돼.”

“응? 뭐가?”

“아냐, 아냐. 너무 신화레벨이잖아. 거창한 것도 정도가 있지. 하하하.”

“……??”

세레스티아는 난데없는 내 말에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 머리를 갸웃거린다. 그런데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이 심각한 상황에서도 심장이 두근거릴 정도다. 너무 뜬금없는 두근거림이라 황당할 정도다.

‘이런, 젠장. 어디서 저런 동작 레슨이라도 받나?’

고개를 흔들어 잡념을 떨쳐 낸다. 다행히 평생을 연마해 온 포커페이스는 무너지지 않아서 나는 그녀에게 내 마음을 읽히지 않고 태연히 할 말을 할 수 있었다.

“외부랑 연결할 수 있어.”

“무슨 소리야. 불가능하다니까?”

“가능해. 이미 한 번 했고.”

그렇게 말하며 뒤를 돌아보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리전 소녀가 말한다.

“연결해?”

“그래 부탁해.”

“응!”

기쁘다는 대답과 함께 그녀의 눈동자에서 알 수 없는 흐름이 휘몰아친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녀를 통해 내 감각이 [확장]한다.

[대하! 괜찮아?]

“…맙소사.”

기겁하는 세레스티아의 목소리를 들으며 아레스를 바라본다. 녀석은 내 옆에 있는 세레스티아를 보더니 놀란 표정을 지었다.

[뭐야, 둘이 같이 있어? 게다가 지키는 사람도 없고 묶여 있지도 않… 아니,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지금 싸울 수 있어? 몸 상태는 괜찮아?]

“많이 괜찮아졌어. 왜?”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다는 판단에 우리 쪽에서 공격이 들어갔어! 구출조도 편성해서 돌입할 예정이라 틈을 벌려줄 전력이 필요하다고 전해달래!]

나름대로 최선을 향해 적을 몰아쳤지만 그리 치명적인 타격을 주지 못한 상황에서 리타이어 된 상태였기에 별로 기대를 안 하고 있었는데 그 사이 나름대로 상황이 진전된 모양.

나는 내심 놀라며 물었다.

“전력은 우리가 불리하지 않았어?”

[그 곰탱이하고 알바트로스함 녀석들도 그렇게까지 무능하지는 않더라고. 네 전력이 없었을 때도 탈출 정도는 가능하다고 보고 있었을 정도인데 뭔지 알 수 없어 위험하던 적의 패가 허무하게 날아가 버렸으니 충분하다고 했어.]

“흠.”

녀석의 말에 머리를 굴린다.

구출조를 편성했다……. 그렇다면 무엇보다 우리의 위치를 알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거기까지 들어올 수 있어야 하겠지.

‘확신은 할 수 없지만, 믿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어차피 구출 작전에 대해 내가 조언할 수 있는 내용은 많지 않다. 나는 군사작전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며 기가스를 타지 않은 백병전이라면 그 양상이 어떻게 흘러갈지도 파악하기 힘드니까. 그런 계획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빈틈을 만드는 쪽으로 가는 게 나을 것이다.

“우리 위치는 파악했어?”

[탐색 능력자가 있어. 일단 돌입만 하면.]

“아니, 됐고. 잠깐만 기다려.”

나는 아레스의 말을 끊은 뒤 리전 소녀를 바라보았다.

“너. 혹시 여기 위치를 알아?”

“응!”

“혹시 우리가 알아볼 수 있게 보여줄 수 있어?”

“응!”

명쾌한 답변에 잠시 혼란스러워한다. 이 녀석 뭔가 알아 듣기는 하고 응응거리는 건가?

위잉-!

그러나 그런 의심은 곧 사그라진다. 리전 소녀의 눈이 잠시 반짝이더니 허공에 홀로그램을 만들어낸 것이다.

[대천공의 투시도로군. 그것도 제법 상세한……. 저기 붉은 점이 이 녀석들 위치인가?]

“…….”

아레스가 질문했지만 리전 소녀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는 듯 나만 보며 방긋방긋거릴 뿐이다. 아레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걸 뻔히 아는데 이런다는 건 그냥 무시한다는 이야기.

나는 가볍게 한숨 쉬며 물었다.

“저기 저 위치가 우리가 있는 곳이야?”

“응! 그리고 내가 계속 있는 곳이야! 이 방이 생긴 이후 계속 여기 있었어!”

녀석의 말을 들으며 아레스를 바라본다. 당연한 말이지만 인공지능인 그에게 있어 이 정도 정보를 저장하는 건 일도 아니다.

“그대로 전해줄 수 있지? 이걸 토대로 다시 작전을 짜달라고 이야기해 봐. 나도 거기에 맞추면 되니까.”

[너는 싸울 수 있고?]

“만전까지는 아니어도 아까 싸울 때보다 훨씬 멀쩡해. 셀 녀석이 치료해 줬어.”

[좋아, 알았다. 금방 다녀올게.]

그렇게 말하고 사라진다. 나는 다시 바닥에 드러누웠다.

“후우…….”

식은땀이 흐른다. 많이 나아졌지만 그렇다고 최상의 상태까지 좋아진 건 아니었기 때문이고, 무엇보다 전투를 위해서는 몸 상태를 안정적으로 둘 필요가 있었다. 가능하면 한숨 자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그 정도 여유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흠. 저기, 대하.”

그런데 그때 세레스티아가 말을 건다. 너무나 일상적인 어투로 그녀가 말했다.

“역시 인간 아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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